보고 끄적 끄적...2015. 9. 7. 08:26

 

 

<잃어버린 얼굴 1895>

 

일시 : 2015.08.29. ~ 2015.09.10.

장소 :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극본,작사: 장성희

작곡, 편곡 : 민찬홍

각색,연출 : 이지나

안무 : 김혜림, 김소희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차지연(명성황후), 박영수(고종), 금승훈(대원군), 조풍래(민영익)

        정원영, 고훈정(휘), 김건혜(선화), 김도빈(김옥균)외 서울예술단단원

제작 : 서울예술단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은 늘 옳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아름다운 고집이고 의미있는 뚝심이다.

게다가 매 시즌마다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는 열심도 대단하고,

좋은 작품을 잊지 않고 발전시켜 나가는 진일보하는 과정도 눈부시다.

<잃어버린 얼굴 1895>.

2013년 초연 당시 정말 보고 싶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리스 여행과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놓쳐버린 작품이다.

그게 정말 아쉬웠던지 이번  재연은 첫공을 아무 망설임없이 바로 예매했다.

그리고 역시나...

서울예술단 가무극 시리즈는

전체적인 무대와 조명, 그리고 거울같은 바닥이 주는 효과까지 제대로 느끼려면 2층 관람이 정답이다.

아름답고 애잔하고 그리고 참 서럽더라.

뭔가가 가슴에 오래 맺혀버린것 같기도 하고, 속이 후련해지는것 같기도 하고

픽션이 팩트처럼 느껴지기도 하더라. 

개인적으론 명성황후를 모티브로 한 작품 중에서 제일 가슴에 담겼다.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도 너무 좋다보니 한 눈을 팔 겨를이 없었고

의상과 무대를 따라가는것도 황홀하더라.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 작품을 서울예술단 말고 다른 곳에서 올린다...

과연 지금과 같은 정도의 퀄리티가 나올 수 있을까?

이건 딱히 배우나 연출, 대본의 역량만은 아닌 것 같다.

첫공인데도 빈틈이 전혀 없고

마치 오랫동안 공연중인 작품을 보는 느낌이었다.

오래 함께 해온 단원은 물론이고 연수단원, 객원 배우까지도 그대로 하나로 움직이더라.

그게 바로 서울예술단만의 능력이고 가치고 변별력이다.

꼭 <바람의 나라> 그 두번째 이야기같다.

 

차지연의 묵직하면서도 절제된 민비도

정원영의 서글픈 휘도

나는 다 서럽고 아팠다.

선호와 휘에게는.

가혹함이 느껴질 정도다.

게다가 엔딩은 또왜 그리 애잔하고 평온하던지...

이것 말고 다른 엔딩은 도저히 생각지도 못하겠다.

 

누구였을까?

얼굴을 잃어버린 그 사람은.

민비였을까? 

아니면 선화였을까?

누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7. 2. 08:17

 

<Bare the musical>

 

일시 : 2015.06.17. ~ 2015.08.23.

장소 : 두산아트홀 연강홀

작사 : Jon Hartmere

작곡 : Damon Intrabrtolo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음악감독 : 원미솔

연출 : 이재준

출연 : 정원영, 윤소호, 이상이 (피터) / 성두섭, 전성우, 서경수 (제이슨)

        문진아, 민경아 (아이비), 배두훈 (맷), 이예은(나디아), 백주희,

        송이주, 전역산 외

제작 : (주) 쇼플레이, 밸류컬처앤미디어

 

눈 먼 표가 생겨 좀 일찍 관람을 하게 된 <Bare the musical>

캐스팅이 달랐다면 더 좋았겠지만 제이슨과 아이비는 첫관람과 같았고 피터만 궁금했던 정원영이었다.

개인적인 느낌은 정원영 피터가 윤소호보다는 훨씬 좋았는데

이게 또 묘하게 전성우 제이슨과 만나니 동급생의 느낌이 안 든다는게 살짝 함정이더라.

그리고 전성우는 제이슨보다 피터를 하는게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두 번을 봤는데도 전성우 제이슨은 고등학교의 잘나가는 킹카처럼 느껴지지 않아서...

오히려 피터보다 더 우유부단하고 여성적으로 느껴졌다.

넘버 소화력도 과거의 작품들보다 떨어지고 연기도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아마도 세 명의 제이슨 중 내가 생각하는 제이슨에 가장 가까운 배우는 서경수가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은 참 묘한게,

배우들 캐스팅을 맞춰보기가 참 애매하다는거다.

서경수-윤소호, 서경수-이상이 (그래도 제일 그럴듯한 조합이고...)

성두섭-정원영 (고등학생을 하기엔 둘 다 old하긴 하지만 그래서 둘이 만나는게 좋을것이고...)

전성우-이상이 (뮤지컬 선배인 전성우가 이상이를 리드하는게 가능할거고...)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런 경우의 수가 최선일 것 같다.

여전히 주연보다는 조연이 돋보이는 작품이고

주연배우들의 연기가 겉돌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성우가 빨리 나쁜 남자가 됐으면 좋겠는데...)

공연 후반부쯤에 다시 보면 확 달라지긴 하겠지만 아직은..

그래도 넘버 하나만큼은 정말 확실히 취향 저격이다.

OST가 발매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고

공중으로 올라간 원미솔과 오케의 연주도 참 좋더라.

 

생가해봤는데,

이 작품이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작품인건 분명 맞는데

이렇게 애매하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나이 탓인것 같다.

이런 이야기에 감동받고 안타까워하기에

나 내이는 ....

확실히...

너무...

멀리까지 갔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13. 08:27

<Gutenberg>

일시 : 2014.09.17. ~ 2014.12.07.

장소 : 수연재씨어터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각색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장승조, 허규 (버드 대븐포트) 

        정원영, 김종구 (더그 사이먼)

        에이브, 최희영 (피아노)

제작 : 쇼노트, CJ E & M(주)

 

뮤지컬 <구텐버그>

2014년 초연때 송용진, 정상훈 캐스팅으로 봤었는데 그때 아주 재미있고 흥미롭게 봤던 기억이...

그래서 재공연되면 한번은 다시 보리라 생각했는데 정말 재공연이 됐다.
살짝 캐스팅을 고민했는데 그냥 초연배우 장승조, 정원영 캐스팅으로 관람했다.

초연의 송용진, 정상훈의 잔망지고 노련한 케미까지는 아니었지만

장승조와 정원영의 케미도 아주 재미있었다.

순발력과 객석을 쥐고 흔드는 힘은 전자쪽이,

재기발랄함과 신선함은 확실히 후자쪽이 더 있었던것 같다.

이미 한 번 본 작품이라 재관람할 때 혹시라도 재미가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 걱정이 무색할만큼 아주 유쾌하게 관람했다.

곳곳에 숨어있는 유명 뮤지컬과 영화, 노래 패러디를 찾는 재미도 꽤 솔솔했고!

엘사의 "비스켓"과 임재범의 "고해"에서는 정말이지 객석 전체가 제대로 빵 터졌다.

두 번을 봐도 역시나 너무 기발한 작품.

도대체 리딩공연이라는 소재로 작품을 만든다는 생각은 누가 먼저 했을까?

등장인물을 모자로 해결하는 이 엄청난 발상은 또 누구의 머리에서 나왔을까?

이 기발함 하나만으로도 이미 애정지수 쑤~~~욱 올라간다.

스토리도 재미있고, 이야기를 끌어 가는 방식도 아주 참신하고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뮤지컬 넘버들.

악마를 보았다, 뜬소문, 차라리 지옥에 갈거야, 오늘밤 이순간, 글자주도 좋고

마지막 엔딩곡 "모두 함께 꿈꿔요"도 뻔한 가사임에도 불구하고 참 좋다.

재미있는건, 초반에 버드와 더그의 당부한것 처럼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나도 모르게 상상력이 자연스럽게 마구마구 동원된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1막 엔딩곡 "오늘밤 이순간"은

더그와 버드의 장면 설명과 특수효과(?)를 같이 상상해보니 꽤 근사하고 스펙타클하더라.

높은 지붕위에서 슐리머 마을을 내려다보며 수도사와 헬베티카, 구텐베그가 부르는 3중창.

아주 임펙트있는 엔딩곡이 되기에 충분했다.

굳이 흠(?)을 찾자면,

엔딩에서 등장하는 브로드웨이 유명 프로듀서님께서 너무 과하게 떠시는 바람에...

혼자 풋! 하고 웃어버렸다.

초연봤을 때의 기억도 떠오르고...

그때 내가 앉았던 자리 옆이 문제의 프로듀서 자리였다.

공연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가 옆자리 아저씨가 벌떡 일어나서 얼마나 놀랬던지...

근데 그 아저씨... 목소리 정말 좋았었다.

이번에 보면서 이 프로듀서역을 유명 게스트들이 깜짝 출연했었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랬다면 마지막이 엄청난 이벤트가 됐을텐데...

(제작진이 나도 하는 생각을 못했을리는 없을테고...)

 

솔직히 말하면 장승조를 기대하고 갔던건데

의외로 정원영이 노련하게 잘 끌고가서 놀랐다.

캐릭터 표현력도 아주 좋았고 표정도 참 좋더라.

이 작품 관람의 가장 큰 수확은,

아무래도 배우 정원영을 재발견이지 싶다.

그러고보면 배우와 배역의 궁합이라는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24. 08:30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5.03. ~ 2013.08.25.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출연 : 최호중, 김종구, 이준혁 (한영범) / 박해수, 임철수 (이창섭)

        정원영, 박정원, 윤소호 (류순호) / 강정우, 문상현 (조동현)

        최성원, 안재영 (신석구) / 김남호,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박햬수" 때문이다.

예그린 페스티벌 동영상에서 박햬수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장직 본공연에서는 참여하지 않아 사실 서운했었다.

내심 최호중, 전성우, 박해수 캐스팅을 바랬건만

전성우가 <쓰릴미>로 넘어가느라(?) 내 로망은 깨지고 말았다.

워낙에 작품 자체가 탄탄해서 누가 하든 입소문은 계속 될테지만

개인적인 희망사항은 단지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다.

(또 모르지! 언젠가 이 조합으로 공연되는 날이 올지도...)

지난 1월 공연때와 무대와 음악이 또 달라졌다.

충무아트홀 무대는 배우들이 몸을 가렸던 구조물이 바닥에서 천정까지 이어지는 철구조물이라서

아무래도 무인도 느낌이 덜했었고

객석과의 거리도 너무 가까워 여신의 동선이 좀 애매해져 버렸었다.

이번 무대는 난파된 배가 너무 조잡하게 보여진 걸 빼면 전체적으로 훨씬 좋았다.

아무것도 없는, 마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공간처럼 보여져서...

음악은 라이브가 아닌 것 좀 아쉽지만

플롯과 듀바, 첼로가 추가되면서 더 클래식하고 예뼈졌다.

그래선지 "꿈나무 위에"와 "꿈결에 실어"는 훨씬 더 동화적이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대신 "누구를 위해"나 "악몽에게 빌어"는 좀 약해져버렸다.

특히 "악몽에게 빌어"는 예전만큼의 섬득한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

조명도 조금 밋밋해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 이 넘버는 전성우가 제일 잘 표현한 것 같다.

소년의 간절한 순수와 전쟁이라는 극한의 공포가 부딫치는 모습을  

전성우만큼 잘 표현한 순호는 아마 당분간 없지 않을까 싶다.

(살짝 전성우에 대한 향수에 젖었다.)

정원영의 순호는 뭐랄까?

억지로 꾸며진 소년 같아서 사실 낮설었다.

 

박해수 이창섭은 예상대로 쎘다.

내가 바랐던 이창섭 느낌 그대로다.

북한사투리도 임철수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이렇게 쎈 사람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고 인상적일 수 없다.

표정이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넘버소화력도

현실감 가득했던 그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윤소호 순호가 그랬던가!

박해수 이창섭은 연습하면서도 너무 무서웠다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이해하겠다.

박해수 이청섭,

보길 참 잘했다.

살짝 기대했던 김종구 한영범은

이준혁보다 딕션은 안 좋았지만 연기는 안정적이었다.

그래도 역시 한영범은 최호중.

노래도, 연기도, 능청도 최호중 한영범이 최고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신님의 활약(?)이 훨씬 더 부각된것 같아 좋았다.

에피소드도 조금씩 깊어졌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관여하는 여신님의 그림자도 더 진해졌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고 은근하게...

배우 이지숙의 목소리는 꿈결같이 예뻤다.

"꿈결에 실어"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정말 여신의 그것과 같다.

"보여주세요"는 아주 다정하면서도 강렬하다.

자신만의 목소리 장점을 잘 이용하는 배우같다.

그녀때문에 이 작품이 조금 더 특별해졌다.

그녀에게도 아마 그렇치 않을까?

 

어쩌면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맑은 평온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만의 여신!

이제 당신 마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그러면 여전히 살아계신 자신만의 여신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이 작품은 내게 계속 귓속말을 남긴다.

"여신님은 살아 계시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15. 00:07

알고 예매한 건 아니었는데
이 날이 작곡가 이영훈의 기일이란다.
그래서 혼자 더 애뜻해졌던가?
세종문화회관 초연 때 노래에 억지로 짜맞춘 스토리가 많이 어색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느낌이 꽤 좋았었다.
아련하고 따뜻하고 그리고 뭔가 그리워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LG아트센터에서 <광화문 연가>가 재공연된다고 했을때 내심 기대했었다.
심지어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스크린에 비친 "광화문 연가" 악보를 보면서 오랫만에 가슴이 살짝 설래기도 했다.
(나도 어느새 옛 기억들을 추억하는 나이가 됐구나 싶어 조금 처연해진 것도 사실이다)
윤도현, 송창의, 박정환, 리사 등 초연 멤버들의 재공연도 궁금했지만 이번에 새롭게 캐스팅된 조성모와 최재웅에 대한 기대감도 사뭇 컸었다.
비운(?)의 다리 부상으로 "모차르트"를 김준수에게 내줘야했던 조성모가 드디어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선다!
미안한 말이지만 현재 그는 발라드 황제라는 가수로서의 입지도 지켜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작품이 조성모에게 어쩌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지 않을까?
그래서 조성모 자신도 최선을 다해 정말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을까 싶어 기대감이 컸었다.
얼마전에 절친 조승우, 조정은과 <조로>를 마친 최재웅도 쉴 짬 없이 바로 <광화문 연가>의 "상훈"을 선택했다.
그래서 최소한 나쁘지는 않을 거라 확신했었다.

그랬는데...
그랬는데...





결론은 너무 안타까웠다.
초연보다 더 약해지고 어수선한 스토리는
전체적으로 작품을 더 가볍고 코믹하게 만들어버렸다.
노래도 몇 개 추가되고 빠진 것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이 훨씬 더 좋았다.
왜 다들 그렇게 재미있는 부분들을 끼워넣느라 혈안이 되어 있을까?
지용도, 상훈도, 현우도 다 코믹해졌다.
심지어 이미 코믹했던 조진국과 안정숙의 코믹의 수준은 거의 정신질환에 가깝다.
공연을 보면서 조진국의 목에 감긴 머플러를 몇 번씩이나 힘껏 잡아당기고 싶던지...
데모 장면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민망했고
(방패만 나오던 그 황량한 무대는 또 어쩔 것인지...)
청바지에 흰 티를 애써 맞춰입고 나온 대학생 데모대들은 마치 대학 응원 동아리 신입생 발표회처럼 엉성했다.
리사는 계속되는 작품들 때문인지 목소리에 피로감이 가득하다.
1막 마지막 노래에서는 고음이 많이 불편하고 조마조마했다.
현재의 상훈 최재웅은,
마치 자신이 어디까지 저음을 낼 수 있는지 도전이라도 하는지
시종일관 톤의 변화없이 저음으로만 굳건하게 파더라.
(너무 깊이 파고 들어가 무대 속으로 들어가는 건 아닌지 걱정했다.)
아픈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한 설정이었나?
그랬다면 실패다.
덕분에 최재웅의 연기를 보면서 처음으로 크게 실망하는 개인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그러나 현재의 상훈보다 더 문제는 과거의 상훈 조성모다.
솔직히 이 사람이 발라드의 황제 맞나 싶었다. 
모든 노래를 어쩜 그렇게 뽕기 흐르게 부르던지...
본인은 강약을 조절해서 부른다고 했겠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마치 태진아, 송대관 디너쇼에 온 느낌이었다.
발성과 노래, 연기적인 기교와 액션이 너무 심하게 형편없다.
특히 노래 할 때 가사 전달 엉망이다.
("깨끗이"를 "개긋이"이 라고 발음하는데 정말이지 기절하는 줄 알았다)
공연을 보면서 미안한 말이지만 조성모가 모차르트를 못하게된 게 여러모로 참 다행스런 일이지 싶었다.
정말 반성해야한다.
간절함만 가지고 준비안 된 상태에서 무대에 선 배우와,
형편없는 배우를 버젓히 무대에 세운 연출가와 제작자 모두!
이지나 연출이 그랬다.
세종에 비해 스케일은 작아졌지만 디테일에 충실해졌다고...
미안하지만 스케일도, 디테일도 아무것도 건진 게 없다.
현재의 상훈과 과거의 상훈의 잦은 만남도 너무 거슬렸고
시도 때도 없이 현재의 인물이 과거의 인물에 개입하는 걸 보는 건
일종의 강요된 고문이었다.
늬네 동네에서나 잘 하세요~~~
진심으로 그러고 싶었다.




무대 뒤 스크린에 비치는 허접한 신문기사들의 나열도 한심했다.
왜 이렇게 만들어버렸을까?
누가 이렇게 바꿔버렸을까?
이날 공연해서 현우 역의 이율과 지용 역의 정원영만 아니었다면
그냥 박차고 나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오랫만에 공연 보면서 정말 과하게 피곤해져버렸다.
처음엔 분명 신선했었는데
이제 재미가 붙었는지 1막과 2막 시작 전에 나오는 LG 아트 센터의 자체 안내 방송은
과한 수준을 넘어 생뚱맞은 정체불명의 퍼포먼스가 됐다.
그러다 조만간 개그작가로 스카웃 되시겠다.
하려면 작품의 분위기에 맞는 멘트를 하던가.
(뭐 작품도 그닥 분위기를 갖출 형편은 못되지만)
모든 게 과유불급이다.

박정환, 윤도현의 초연 멤버를 다시 보고싶긴 한데 올 핸 그냥 넘어가련다.
이번 <광화문 연가>를 보면서 한 가지 다짐한 건,
괜찮은 초연 공연들은 놓치지 말고 잘 챙겨서 보자는 거다.
재공연이 될 때 이렇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탈바꿈하기도 하니까...
어찌됐든 전체적으로 모든 공연들이 초연 때보다 코믹해지고 가벼워지는 건 사실이다.
그렇다는 걸 충분히 경험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굳이 <광화문 연가>가 그랬어야 했나고!
정체불명으로 변한 작품을 보면서 참 정체불명으로 씁쓸했다.
제발, 그러지 말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