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10. 22. 08:26

처음 블로그를 만들었을 땐 책을 읽고 간단히라도 코멘트를 달고 싶어서였다.

그대로 읽고 끝내는 게 왠지 아쉽고 허전해서 조금이라도 흔적을 남겨서

짧은 시간만이라도 반추하자는 목적이었다.

그래서 블로그 이름도 책을 읽고 뭐가 됐든 끄적이자고 Book끄 Book끄로 만들었던건데...

요즘은 책보다는 공연을 보고 주절주절 써내려가는게 주가 됐다.

뭐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어쨌든 끄적이는 건 마찬가지니까)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솔직히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엔 명진 스님도 한때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강남 봉은사 사태도 잘 몰랐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시회는 종교인까지 이렇게 강팍하고 비참하게 부끄러운 사회를 비판하게 만드나 싶어 아팠다.

세상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홀로 고고한 구도자의 길을 정진하는 게 종교인의 도리는 분명 아니겠지만

이런 거친 용어를 종교인의 입으로, 손으로 내뺕어야 하는 현실이 암담하다.

7천 년의 기쁨도 7일 간의 억압을 정당화할수 없다는 말.

도덕이 무너지면 나라가 무너진단다.

우리는 5년이라는 짧고도 긴 기간동안 많은 것이 무너지는 것을 봤다.

때로는 일시에, 때로는 서시히 그러나 우루루...

무너지는 모든 것을 보는 심정은 절망과 아픔 그 이상이었다.

퇴보되는, 뒷걸음하는 현실을 살아내는 대한민국의 모든 중생들이,

책을 읽는 내내, 읽고 난 후에도 한동안 나를 아프게 했다.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두 달 뒤, 우리는 더이상 아픈 중생이 되지 말자! 절대로!

정한아의 신작 <리틀 시카고>

솔직히 나는 이야기에 약하다.

이야기는 나를 쉽게 무너뜨린다.

그리고 그런 내가 나는 좋다.

남쪽 도시로 이전하는 기지촌에 남겨진 사람들.

2012년에 기지촌이 중심이 되는 성장 소설을 쓸 수 있다는 게,

그 이야기를 너무나 경이롭게 읽었다는 것도 낯설다.

아이의 시선으로 옮겨진 무너져가는 기지촌은

의외로 신선했고 생동감있었다.

"진짜로 이 골목을 떠난 사람들은 그들이 아니라 여기 남은 우리들인지도 몰랐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문득 서럽고 아팠다.

분단된 현실, 기약없는 미군의 주둔.

그래서 만들어지는 한국 내 또 다른 제3 세게.

아직 바뀌지 않는 기약없는 현실이 서글프다. 

 

Knocking on Heaven's Door

아마도 탈북자들은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면서 이런 믿음을 품지 않았을까?

세상에서 가장 큰 럭셔리는 "자유"란다.
그러나 자유를 찾아 사선을 넘어온 그들은 말한다.

"대한민국은 우릴 받아줬지만 한국인들은 탈북자를 받아 준 적이 없다"

다큐멘터리기자 이학준의 책 <사람으로 살고 싶었다>

탈북자의 생생하고 간절한 이야기에 가슴을 몇 번씩 쳤다.

가족과 헤어지지도 않았고,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 것도 아니고,

자유를 잃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붙잡힐까봐 일생을 숨어서 살아야 한느 것도 아니고

벌거벗은 몸으로 옷을 비닐봉지에 담아 월강을 하는 삶도 아닌데

왜 나는 이렇게 엉망으로 살고 있는가!

죄송하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책을 읽는 시간 동안 나는 내내 이 말을 되뇌고 있었다.

미안했고 아팠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

너무나 충분하다.

정신 차리자!

내가 누리는 이 모든 것들에 진심으로 감사하며...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3. 4. 05:53
 <달의 바다> - 정한아


 

2008년에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모두가 꿈꾸던 지구 저 너머를 다녀왔던 일을 기억하시죠? 성공적으로 우주 정거장에 도킹도 하고...

그동안 파란만장한 나름의 사연도 많았고...

그때 100% 우리 기술을 가지고 우주로 떠난 게 아니라 말들도 참 많았고 그리고 고산씨의 탈락 때문에 좀 씁쓸한 분위기까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기념할 만한 일이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산씨는 정말 현대판 문익점의 역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걸까요? 그렇다면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를 애국심의 일환으로 정말 그렇게 놓쳐버릴 수 있었던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까지 정말 궁금합니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걸 보면서 문득 <달의 바다>가 생각났더랬죠.
뭐 내용적인 면에서 그랬던 건 아니고 오로지 달이라는 우주적인 존재 때문이긴 했지만...


<달의 바다>는 1982년 출생한 작가 정한아의 첫 번째 장편입니다.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 12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정말 파릇하게 반짝거리는 작가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젊은 여성작가의 요즘 트랜드는 적당히 가벼운 유머와 더 가벼운 성의 조합, 그리고 아직 미성숙한 찌찔이들의 독립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기대고픈 구차함을 뛰어넘는 강렬한 소망, 모든 것에 무심한 듯 대범함을 가장한 완전한 정체성 포기... 뭐 대략 이렇거든요.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그런 종류의 소설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선입견을 버려야하는데...)

또 여지없이 뒷통수를 강타당했다는.....(당시에는 맞아도 싸지!!...싶었습니다.)


이 책은 5년째 언론사 입사시험에 떨어진 '나'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편지가 현실-환상(편지)의 구도로 서로 교차되는 형식입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입사시험으로 인해 길어지는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27세 “나(은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머리카락마저 한 움큼씩 빠지는 신세죠.  급기야 유쾌한(?) 자살까지도 대책 없이 꿈꾸게까지 됩니다.

이런 그녀는 오년 전 소식이 끊긴 고모가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은밀하게 할머니에게 전달받고 그 고모를 만나러 가게 되죠.  

다른 식구들 몰래 할머니에게 보내온 고모의 편지에는 생경하기만 한 우주의 풍경과 우주비행사로서의 일상생활이 정말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저 몰랐던 사실을 이 책에서 꽤나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의 역량에 박수 세 번~~ 짝짝짝!!!)

은미는 단짝친구 민이(성적 소수자로 남자랍니다...)와 편지에 있는 주소만을 그야말로 달랑 들고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고모는 NASA 직원이 아닌 우주 테마파크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스낵바의 주인일 뿐입니다. 그것도 폐에 낭종이 생겨 호흡이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는...(생명의 위협까지도 받고 있는 상태인데도 고모는 너무나 생기발랄합니다.)


고모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고모가 어렸을 때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할머니는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어쩐지 달에 마음이 끌렸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 어린 고모는 말하죠.
"엄마, 그럼 나중에 우린 달에 가서 살아요"

할머니는 대답합니다
"그래, 꼭 그러자"

달에 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던 할머니는 우주비행사인 딸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그 딸이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하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기까지 했을 겁니다.

고모의 편지는 그러니까 할머니를 위한 아름다운 거짓일 수 있는거죠.
그러나 동시에 그 편지 속 고모의 현실은 무엇보다도 사실적이고 치열하기에 완벽한 진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고모는 말합니다.

“언제든지 명령이 떨어지면 저는 이곳에서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편지는 쓰지 못할 거예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죽음을 통째로 들어 달로 옮기려는 듯한 시도처럼 보였습니다. 
이 모든 게 비록 위장된 거짓말일지라도 고모의 편지 속에는 희망이, 꿈이 그대로 살아있었네요.
묘한 울림에 가슴이 잠시 뻐근했었습니다.

통째로 들어서 제 독서노트에 옮겼던 기억이 새롭네요.


“진짜 같은 거짓말을 쓰고 싶었다”

정한아라는 젊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고 쓰고 싶었던 글이라고 하네요.

이쯤 되는 거짓말이라면...

저는 골백번이라도 당신 말은 사실은 "진실"이었노라고 기꺼이 말해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