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2. 10. 09:16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4.02.03.. ~ 2014.02.11.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문혜원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세종문화회관 8일간의 앵콜 공연 소식을 듣으면서도사실 홍광호 콰지모드도 재관람은 예정에 없었다.

그런데 그가 <미스 사이공> 25주년 영국 공연에 투이로 캐스팅이 됐단다.

한동안 홍광호를 한국 무대에서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도 같아 뒤늦게 관람을 결정했다.

덕분에 블루스퀘에에서 좀처럼 인연이 안닿았던 최민철 프롤로와 박은석 페뷔스를 드디어 볼 수 있게 됐다.

 

살이 많이 빠진 홍광호는 그래선지 확실히 예전보다 볼룸이 살짝 줄었다.

그런데 그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좋았다.

지금껏 내가 봤던 홍광호 콰지모도 중에서도 최고였고,

지금껏 내가 본 홍광호 작품 중에서도 최고였다.

예전에 홍광호 콰지모도의 "belle"을 듣고 있으면

그가 프롤로와 페뷔스의 소리까지 다 잡아먹어 솔로처럼 느껴졌었는데

이날 공연은 발란스가 너무나 잘 맞았다.

최민철 프롤로와 박은석 페뷔스의 소리까지도 아주선명하고 짱짱하게 들리더다.

세 사람의 소리가 합쳐지니 웅장하면서도 참 아름다웠다.

그야말로 진정한 Belle이었다.

홍광호 콰지모도는 예전에는 클래식한 느낌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거칠고 투박한 모습을 어느 정도 볼 수 있어서 아주 좋았다.

아마도 <미스 사이공>의 "투이"라는 역을 준비하면서 소리에 변화가 오지 않았나 싶다.

윤공주 에스메랄다와의 "새장 속의 새"도 발란스가 잘 맞았고

분노뿐이었던 "불공평한 세상"을 부를 땐 드디어 절망의 감정이 드러났다.

확실히 달라졌다... 홍광호가...

그렇다면 그는 영국에서 어떤 모습으로 돌아오게 돌까?

아마도 발전된 모습을 기대해도 충분히 좋으리라.

(내가 홍광호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니... 참 고무적인 사건이긴 하다.)  

 

처음 본 박은석 페뷔스는 김성민보다 전체적으로 훨씬 더 좋았다.

일단 비쥬얼이 군인스러웠고 노래도 깨끗했고 연기도 나쁘지 않았다.

다만 1막 마지막 곡은 김성민의 표현히 더 좋다.

박은석 페뷔스는 너무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아서...

민영기때문에 한번도 최민철 프롤로는 본의아니게 항상 선택에서 열외가 됐었는데

드디어 세종에서 보게 됐다.

좋았다.

한동안 최민철의 연기가 밋밋하게 느껴졌었는데 아주 좋더라.

특히 2막에서 에스메랄다와의 감옥 장면은 연기도 노래도, 표정도 짱짱했다.

요근래 최민철의 출연작 중에서 가장 좋았던 역할이며 작품.

윤공주는 초반에 소리가 완벽하게 트이지 않았지만

"아베마리아"부터는 괜찮았고 2막으로 갈수록 점점 좋아졌다.

특히나 윤공주는 윤형렬보다는 홍광호 콰지모도와 목소리톤이 잘 어울려서 듀엣이 듣기가 참 좋았다.

조휘는 몸이 살짝 무거워보였는데 "기적의 궁전"에서부터 완전히 자기 페이스를 찾아서 다행이었다.

확실히 문종원보다는 조휘 클로팽이 더 괜찮다.

자유로운 집시의 느낌도 더 많이 들고 노래도 불안하지 않고 딕션도 좋다.

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귀신같이 잘 아는 배우.

 

댄서들이 일부 바뀌어서 그런지 블퀘만큼의 감동을 받진 못했지만

기존 댄서들의 움직임은 여전히 좋더라.

어떻게 저런 몸놀림이 가능할까? ... 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저 사람들 등딱지에는 아마도 오래 가는 건전지 "에너자이저"가 수십개씩 끼워져 있을거다.

저건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아냐...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렇다!

 

마지막 앵콜송을 부르며 무대 위에 서있는 24명의 배우들과 댄서들.

그들은 정말 진심으로 행복해하고 있었다.

객석에서 보고 있는 나에게까지 다 보일 정도로.

진심으로 부러웠다.

살면서 이런 벅찬 감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그걸 생각하니 또 맹렬한 질투심에 휩싸인다.

 

<노트르담 드 파리>

이 작품은 정말 사랑이다.

보길 참 잘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6. 07:58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내가 <NDP> 라이선스 공연을 이렇게까지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분명 첫인상은 강렬하지고, 감동적이지도 않았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버린걸까?

마이클리로 시작해서 윤형렬과 민영기, 바다와 조휘로 이어지는 각별한 느낌은

마치 바통터치하듯 곧바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 나도 이 작품 덕분에 독특한 경험을 현재 진행형으로 하고 있는 중이다.

윤형렬, 바다, 마이클리, 조휘, 민영기

이 캐스팅으로 한번은 꼭 다시 보고 싶었다.

(페뷔스가 박은석이었다면 더 완벽했을텐데....)

윤형렬과 바다는 점점 더 배역과 완전한 일체감을 보여준다.

바다는 기교를 부렸던 초반의 모습을 완전히 버리고 자유로운 에스메랄라도 완벽히 바뀌었고

윤형렬 콰지모도는 감정의 절제와 폭발을 본인의 의도대로 적절하게 구사하며 작품 전체를 휘어잡는다.

그가 부르는 "불공평한 이 세상"은 정말 가슴을 쥐어뜯게 만든다.

그리고 그 표정들...

개인적으로 나는 무대 위에서 표정과 시선을 끝까지 유자하는 배우가 너무나 좋은데

이날 윤형렬 콰지모도가 그랬다.

뒷모습을 보이면서도 그가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선명히 느껴지더라.

윤형렬은 어떻게 환희와 좌절, 기쁨과 절망을

이렇게까지 시선과 표정, 몸짓 속에 담아낼 수 있었을까?

관람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작품과 배역에 깊게 빠져있는 윤형렬 배우의 진심에

나도 자꾸 더 많이, 더 깊이 감동하게 된다.

윤형렬 콰지모도의 목소리에는 확실히 주변을 품어내는 따뜻함이 있는 것 같다.

바다 에스메랄다.

이제 그녀의 에스메랄다가 프랑스팀보다 훨씬 더 좋고 사랑스럽다.

"살리라"는 부르는 바다에게선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사람의 초연함까지 느껴지더라.

진심으로 고혹적이고 매혹적이었다.

 

확실히 클로팽은 "조휘"가 문종원보다 훨씬 좋다.

불필요한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문종원은 보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운데

조휘는 몸놀림도 가볍고 고음도 깨끗하고 춤도 과하지 않으면서 힘이 있다.

철근(?) 위에서 번쩍 뛰어오를 때는 뭔가가 펑 뚫리는 쾌감까지도 느껴지더라.

문종원은 배우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한 번 과감하게 파괴해봤으면 좋겠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어깨가 뻐근하다.

 

민영기 프롤로!

확실한 진화고 당연한 결과다. 

급기야 나는 그의 프롤로에게서 인간적인 안스러움과 연민까지 느끼고 있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프롤로의 마음도 정말 "사랑"이구나 인정할 수밖에 도저히 없다.

또 다시 민영기라는 배우가 "프롤로"라는 인물로 나를 완벽하게 설득시켰다.

 

마이클리는 목상태가 좋지 않아 고음은 좀 불안했지만

그래도 깨끗한 음색은 여전했고 

한국어 발음은 그 사이 더 좋아졌다.

표현적인 면에서도 예전보다 훨씬 더 유연해지고 편안해진 것 같다.

김성민 페뷔스.

도대체 어쩌다 목이 그 지경까지 되고 말았을까?

이정도로 심각하면 박은석으로 교체해야 하는건 아니었을까?

페뷔스의 넘버처럼 객석에서 그의 모습을 보고, 듣고 있는게 참 많이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나 바다와 안솔지가 김성민 페뷔스를 너무나 잘 서포트해줘서 그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공연방식이 특이하긴 한 모양이다.

<NDP>의 경우만 봐도 결코 장기 공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목상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리는 걸 보면 뭔가가 있는 게 분명하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에서도 배테랑 배우들조차 피로도에 나가 떨어지는 걸 보면

좀 안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생각해보면 100% 컨디션이라는 건 말도 안되는 건데 항상 200%, 300%를 바라고 있으니..

당근과 채찍이라는데

배우들에게 채찍만 들이대는 것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아마도 매 공연마다 모든 걸 쏟아길 바라는 관객의 욕심(?)

그걸 좀 버려야 하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3. 09:57

<노트르담 드 파리>

일시 : 2013.09.27. ~ 2013.11.17.

장소 :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원작 : 빅토르 위고

대본 : 뤽 플라몽동

작곡 : 리카르토 코치인테

연출 : 질 마으

출연 : 홍광호, 윤형렬 (콰지모도) / 바다,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정동하, 전동석 (그랭그와르) / 문종원, 조휘 (클로팽)

        민영기, 최민철 (프롤로) / 김성민, 박은석 (페뷔스)

        이정화, 안솔지 (폴뢰르 드 리스)

주최 : (주)마스트엔터네인먼트

 

어느새 <NDP>를 네번이나 보게 됐다.

주저하면서 계속 관람하는 걸 보면 이 작품이 내겐 정말 특별한 모양이다.

문득 그런 생각도 했다.

나는 도대체 이 작품의 누구에게 이렇게까지 깊게 동화가 되버린걸까?

괴물 콰지모도?

그건 참 식상한하고 뻔한 비윤데...

 

프랑스팀 공연만큼 그렇게 깊게 빠지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날 공연을 보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았다.

한번도 라이센스 공연을 보면서 이 정도까지 뭉클했던 적이 없었는데

이날은 심정적으로 감당이 안 될만큼 아프고 슬펐다.

신의 사제로써 한 여자를 보게 되고

그 여자의 육체를 갖고픈 관능때문에 종말을 맞은 프롤로 신부도 아팠고

추한 모습때문에 간절한 사랑을 가슴에만 담고 있어야 하는 콰지모도도 아팠다.

죽음으로만 함께할 수 있는 사랑.

"사랑"이 위험한 건,

어떻게든 "같이" 하고픈 그 마음 때문인가보다.

내가 가질 수 없다면 그 누구도 결코 가질 수 없다는 프롤로의 마음도

죽어서 비로소 함께할 수 있게 된 콰지모도의 마음도

모두 "같이"하고픈 그 열망이 시작이고 끝이다.

 

처음으로 조휘 클로팽을 봤는데 개인적으로는 문종원보다 좋았다.

문종원처럼 과도하게 힘을 쓰지 않아선지 보는데 편했다.

그렇다고 평이했다거나 약했다는 의미는 아니고... (설마! 조휘인데!)

"기적의 궁전"은 정말 힘있고 멋졌다.

높은 철근 위에 번쩍하고 뛰는오를 때는 아찔하기까지 하더다.

더듬이 분장만 빼면 정말이지 참 좋았는데...

 

단언컨데 댄서들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마치 자신의 모든 걸 결고 고별공연을 하는 사람들같다.

매 공연을 어떻게 이렇게 해내는지 눈 앞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14명의 남녀 댄서들 모두가 에스메랄다고 콰지모도다.

그리고 윤형렬의 콰지모도!

정말 가슴을 움켜쥐게 만든다.

도대체 이런 느낌과 감정을 어떻게 끌어낸걸까?

그의 "불공평한 세상"과 "춤춰요 에스메랄다"를 보고 듣고 있으면

내 오감까지도 그대로 오열하게 된다.

이날 윤형렬 콰지모도는 여러 의미로 정말 괴물 같았다.

마이클리로 시작된 <NDP>가 지금 내게 윤형렬을 재발견하게 만든다.

아마도 윤형렬 콰지모도 때문에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이 먹먹하고 아픈 가슴을 위로받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7. 31. 08:34

<Monte Cristo>

일시 : 2013.06.07. ~ 2013.08.04.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대본, 작사 : 잭 머피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원미솔

출연 : 류정한, 임태경, 엄기준, 김승대 (에드몬드 단테스/몬테크리스토)

        윤공주, 정재은 (메르세데스) / 최민철, 조휘 (몬데고)

        박철호, 조원희 (파리아 신부) / 백주희, 김상아 (루이자)

        조성지, 장대웅 이정화 외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배우 임태경.

과거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 그가 들려줬던 연주때문일까!

이 사람에 대한 기대치를 나는 왜 여전히 놓치 못하고 있는 걸까?

적어도 뮤지컬 무대에서만큼은 과거의 그 모습을 놓아버려야 하는데 그게 참 안 된다.

나는 그의 첫뮤지컬이었던 <불의 검>도 비교적 아주 자세히 기억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 그의 연기는 형편없이 어색한 초등 연기였다.

그러나 그가 노래를 부르면 민망한 발연기마저도 잊어버릴 정도의 반전이 있었다.

"그대도 살아주어"에서의 청명함과 고요함,

그리고 고음으로 갈수록 깨끗해지는 그의 소리는 확실히 아름다움 그 이상이었다.

그리고 세종문화회관 콘서트에서 받았던 충격.

그의 연주는 나를 일으켜세우는 힘이었다.

"You raise me up" 이라는 그의 격려를 들으며

비로소 나는 다시 "Nella fantasia"를 조금씩 그려갈 수 있었다.

확실한 위로였고, 다시 없을 믿음의 격려였다.

그때 알았다.

그의 연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걸.

이게 내가 아직까지도 그를 놓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다!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로딩이 많이 늦은 편이라 중반부까지도 사실 불안해서

<몬테크리스토>는 아예 작정하고 후반부로 예매를 했다.

그리고 내 선택은 확실히 옳았다!

물론 그의 연기가 탁월했다거나 환상적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에드몬드 단테스라는 인물은

오직 메르세데스와 아버지, 그리고 선원으로서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글은 쓸 줄도 모른다.

글을 모르면 고귀할 수 없다리거 단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적당히 망가질 줄도 아는 조금은 순박한 인물이여야 하는데

임태경의 에드몬드는 여전히 황태자스러운 고귀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박철호 파리스와의 감옥 장면이 잘 살지 못했다.

이미 너무나 우아해서 파리스의 교육 따위는 필요없는 귀공자처럼 보였으니까...

이 장면에서 에드몬드와 파리스와는 약간은 과장된 쫀쫀한 텐션을 보여줬어만 하는데 그렇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박철호 혼자 용쓰는 느낌이랄까!

루이자의 해적선에서도

한 인물이 두 인물 처럼 표현했어야 했는데 별 차이가 없다.

이 장면은 에드몬드가 본격적으로 다른 인물이 되겠다고 작정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여전히 너무나 우이힌 황태자 포즈다.

과연 언제쯤 나는 배우 임태경이 무대 위에서 자연스럽게 망가지는 걸 보게 될까?

"황태자"라는 영광스런 호칭은 적어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에겐 하나의 족쇄다.

(제발 과감하게 깨버리길!!!)

윤공주와의 호흡은 괜찮은 편이었는데

함께 부르는 것보다 "언제나 그대 곁에" 처럼 앞뒤로 주고 받는게 훨씬 듣기 편했다.

"지옥송"은 여전히 고음에서 터져주지 못해 좀 답답하다.

("지옥송"은 임몬테보다 오히려 조휘 몬데고가 훨씬 좋았다.)

류정한은 이 장면에서 마이오네트를 조정하는 주술사 같았는데

임태경은 그런 카리스마는 확실히 약하다.

조금은 사악하고 비열하면서 섬득한 복수의 칼날이 느껴져야 하는데 그놈의 기품을 끝끝내 놓치 못한다.

그래선지 2막의 복수 장면도 조금 밋밋하게 느껴졌다.

음밀하고 은산하게 진행되다 결국엔 통쾌하게 마무리 되길 바랬는데...

(갈듯 갈듯하다 결국 못간다. 왜 그럴까?)

걱정했던 액션 장면은 상대 배우들과 합도 잘 맞았고, 몸을 쓰는 건 예전보다 아주 좋아졌다.

단지 그 장면 뒤에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주셔서 그게 좀...

(이해한다! 불혹을 넘겼으니 그도 힘들긴 했을 거다!)

"ㅅ" 발음의 정확도와 "O자 다리"는 이제 눈감아주기로 했으니까 넘어가고

전체적으로 표정과 눈빛은 놀라울만큼 좋아졌다.

이러니 사람 참 애매할 수밖에...

솔직히 모르겠다.

8년이면 경력이 적은 것도 아닌데 아직까지 배우로서 그에 대한 결론을 못내리겠다!

게다가 크로스 오버 테너로서의 그의 연주에 대한 희망은 도저히 못버리겠다.

그는 내겐 지독한 현재진행형의 딜레마다!

 

이번 관람에서는 조휘 몬데고에게 가장 많이 놀랐다.

초연과 재연때는 최민철 몬데고가 훨씬 좋았는데 이번에 완전히 역전됐다.

몬데고 입장에서 본다면 그의 사랑은 세상에 다시 없는 지고지순한 순애보다.

연민과 안스러움이 느껴지는 몬데고!

조휘의 표현 속에는 악해질 수밖에 없는 몬데고의 이유와

사랑을 위해 어떻게든 진실을 숨겨야만 햤던 지독한 목적이 보인다.

그래서 그의 "지옥송"이 임몬테보다 짧지만 오히려 더 처절하고 강하게 느껴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확실히 조휘는 매작품마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발전하는 배우다.

차기작 <NDP>의 클로팽을 기대 안 할래야 도저히 안 할 수가 없다.

 

김상아 루이자는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백주희보다 느낌이 좋았고

(그래도 역시 춤은 약하다.)

자코프와 알버트도 예전 캐스팅보다 훨씬 좋았다.

예전 자코프는 대본을 아주 성실히 또박또박 읽어서 당황스러웠는데 이번 자코프는 그래도 연기를 하더라.

알버트는 아이돌그룹 비투비의 서은광이라는데 누군지 전혀 모르겠고

외형은 살짝 개그맨 양상국을 닮았다.

너무 상꼬마 같은 이미지라 "자네같이 잘생긴 청년이..."라는 몬테의 대사에 혼자 팡 터졌다.

(물론 속으로!)

"오, 여자!" 넘버는 확실히 신현묵 알버트보다 좋다.

뮤지컬 첫데뷔라는데 한 장면 한 장면을 열심히 하는게 눈에 보여 참 이쁘더라.

(보면서 살짝 이모 미소 번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번 관람은 작품 자체보다 배우들의 표현에 더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아마도 <JCS>와 <두 도시 이야기>의 여파겠지만

예전만큼 이 작품의 스토리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았다.

확실히 <몬테크리스토>와 <레미제라블>은 원작이 갖는 힘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범접하기 힘든 고전의 위대함!

이건 절대 무시될 수 없을 것 같다.

 

고전(古典)은 언제나 나를 고전(苦战)케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9. 08:46

<콩칠팔새삼륙>

 

부제 : 봄날 경성 연애사

일시 : 2012.06.29. ~ 2012.08.05.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극작 : 이수진

작사,작곡 : 이나오

음악감독 : 신경미

연출 : 주지희

프로듀서 : 조용신

출연 : 신의정, 최미소, 조휘, 최용민, 김정연, 김준오, 김보현, 유정은

제작 : 충무아트홀, 모비딕프로덕션

 

문화체육관광부 주최하고 명동예술극장 지원하는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분 1위를 차지하면서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이 된 창작 뮤지컬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 작품에 대한 기대감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오랫만에 조휘의 공연을 보는구나 뭐 대략 그런 정도의 감흥(?)이었다.

프리뷰 티켓이 2만원이라는 것도 관람에 한 몫을 했다.

(아무리 소극장 공연에 초연 프리뷰라지만 이런 은혜로운 가격이 정말 얼마만인지...)

부제는 봄날 경성 연애사란다.

대놓고 촌스러움을 드러내는 그 과감성이라니...

게다가 요즘 공연계에서 한창 뜨고 있는(?) 동성애란다.

솔직히 보기 전부터 살짝 식상할 기미가 다분했다.

그.랬.드.랬.는.데...

 

이 작품 꽤 괜찮다.

동성애 코드가 진한 것도 아니고 내용 자체도 오히려 신선하고 재미있다.

(사실 이게 동성애가 맞나 싶다)

모든 여학생들의 데자뷰라고 할 수도 있겠다.

나도 예전 학창시절에 친한 친구와 애뜻한 감정을 가지기도 했었다.

고등학교가 다른 곳으로 배정돼서 맨날 전화하면서 울었었다.

근데 그렇게 애뜻한 친구가 지금은 뭘하고 사는지 전혀 모른다.

산다는 게 참, 그렇다.

이 작품은 1931년 영등포 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단다.

작품의 제목 <콩칠팔새삼륙>은 홍난파가 작곡한 동요의 제목에서 따왔는데

홍난파는 자신의 조카가 쓴 동시를 보고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 조카가 바로 작품의 주인공으로 나오는 홍옥임이라고.

홍옥임은 조선 최초로 의사 면허를 획득했던 일곱 명 홍석후 박사의 외동딸이고

김용주는 종로에서 유명한 사업가 김동진의 장녀였단다.

뭐 두 인물을 제외하고 모두 픽션이라지만 어쩐지 있을 법한 이야기이긴 하다.

실제로 두 여인은 동반자살을 했다는데

극의 내용처럼 동성애 때문이 아니라

여성의 지위와 사회진출이 허락되지 않은 시대상황에 대한 비관이었으리라.

어쨌든 실제 사건과 인물을 끄집어내 이렇게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솔직히 유치찬란할까 걱정도 됐었는데

상당히 집중력있고 개연성있게 작품을 만들었다.

제목이 낯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는데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어 댄다는 뜻의 우리말이란다.

그래,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겠는가!

다 나름으로 살아지는 건데...

 

작품은 전체적으로 섬세하고 부드럽고 그리고 앙증맞다.

여자에 의한, 여자를 위한, 여자의 작품이라고 말한다면 성차별적인 발언일까?

극작, 작사(작곡), 음악감독, 연출 4인방의 우먼 파워에

시종일관 열심히 제 몫을 하던 4명의 여배우들까지...

그렇다고 남자배우들의 활약상이 빈약하다는 소리는 결단코 아니다

4인의 남성 동지들도 멋졌다. 진심으로!

그리고 8명 배우가 원캐스트로 출연한다는 점에는 정말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요즘 공연은 더블캐스팅만 해줘도 얼마나 감지덕지한지...)

무대 뒤에는 5인조 밴드가 숨어있어 직접 스윙, 재즈, 탱고를 연주한다.

밴드의 라이브 연주에 맞춰 다양한 장르의 뮤지컬 넘버를 들을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연주도 괜찮고, 노래도 괜찮다.

촌스럽지 않게 편곡도 잘 된 것 같다.

덕분에 자칫 악극처럼 촌스러울 수 있는 노래들이 꽤 세련되게 들린다.

특히나 아름다운 건 스텝과 배우의 열정과 노력이다,

역할에 깊게 몰입되어 있는 배우들의 눈빛을 보는 건

관객으로써 지극한 행복이고 깊은 감동이다.

게다가 젊은 배우 일색의 무대가 아니라는 것도 개인적으로 맘에 든다.

연세 지긋한 배우 최용민의 활약은 그래서 더 아름답고 든든하다.

홍옥임, 김동주를 제외한 6명 배우는  전부 멀태맨이라고 하겠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그것도 잠깐의 등장하는 인물조차도 전부 자기 몫을 충분히 한다.

 

한창 뜨고 있는 hot한 배우가 있는 것도,

소녀팬들을 몰고 다니는 아이돌 스타가 있는 것도,

그렇다고 무대가 화려해서 눈이 호사하는 것도 아닌데도 이 작품.

참 착하고 이쁘고 매력적이다.

작지만 섬세하고 성실한 창작품의 탄생이다.

그러니 부디 성실하고 섬세하게 잘 발전했으면...

어쩐지 나도 모단걸이 되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1. 1. 06:10

<왕세자 실종사건>

극본 : 한아름
연출 : 서재형
작곡, 편곡 : 황호준
출연 : 조휘(왕), 김지현(중전), 
        김대현(이구동), 전미도(홍자숙)
        태국희(감찰상궁), 안세호(하내관), 김선표(의관)
        박지희(보모상궁), 오찬우 (자객)
장소 : 두산아트센타 SPACE 111
일시 : 2010.10.19 ~201.3011.07.
제작 : 극단 죽도록 달린다

한아름 작가와 서재형 연출.
두 부부가 자신들의 동명의 연극을 뮤지컬로 만들었다.
그리고 연극 연출가 서재형의 첫번재  뮤지컬 연출작!

원래 <왕세자 실종사건>은
2005년과 2006년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젊은연극시리즈로 선정되었던 연극이다.
연극으로 공연될 당시에도 참신함과 특이함으로 집중을 많이 받았었는데
(안타깝게도 연극은 보지 못했다)
뮤지컬로 모습을 바꾼 <왕세자 실종사건> 역시도 특이하고 특별하다.
작, 편곡은 소설가 황석영의 아들 황호준이 참여했다.
국악뿐만 아니라 재즈와 클래식, 타악기들가 적절히 결합된 음악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 뮤지컬을 나름대로 정의한다면,
"동선(공간)과 소리의 미학"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서재형 연출은,
"특별한 구조장치 없이 단순해 보이는 무대를
배우들의 음악과 노래, 동선과 연기, 조명과 효과음을 이용해
궁궐 내에 수많은 공간들을 만들어
대극장 뮤지컬의 막전환보다 더 역동적으로 느껴지는 장면 변환을 연출하겠다"고 말했는데
전체적으로 그 의도와는 아주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처음엔 많이 낯설었다.
만약 연극을 먼저 봤었다면 달랐을까? 생각할만큼...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묘한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건 스토리나 인물에 대한 매력이 아니라
극의 전개와 사건을 풀어가는 특이한 방식이 주는 독특한 매력이다.
바둑판같은 모양의 무대.
그리고 어찌보면 우스광스러운 배우들의 액션과 과장된 톤의 대사들.
영화의 플래쉬 백 기법을 차용했다는 반복적인 사건의 추적.
이런 묘한 입체감이 처음엔 분명히 당혹스러웠다.
그러다 점점 필름을 돌리는 사람이 바로 나같다는 생각이 들만큼 일체감을 느끼게 만든다.



딱히 왕세자의 실종은 이 작품에서 큰 의미가 없다.
그걸 계기로 여기 저기 밝혀지는 인간 군상들의 비밀과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들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왕은 왕대로, 중전은 중전대로,
그리고 상궁이나 내관, 궁녀는 또 그들 나름대로
각자 치열하게 숨기려고 하는 비밀이 있고
한편으로는 그 비밀을 기필코 파헤치려는 의도가 있다.
그러니까 극 속에서 왕세자는 또 다시 완벽하게 실종되는 셈이다.
이런 걸 보고 낚였다고 해야하나???



북소리, 바람소리가 제 2의 화자처럼 등장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더해준다.
거기에 구동의 개짓는 소리에 화답하는 자숙의 새소리는
천진하면서도 어쩌지 구슬프다.
(정말 너무 똑같다. 이런 말 좀 그렇긴 하겠지만 개인지 사람인지 구분하기 어려울만큼 똑같다...)
노래는 많이 부족하지만 땀을 뚝뚝 흘리며 구동을 연기하는 김대현의 모습은
연기의 완숙과 미숙을 논하기 이전에 감동적이다.
기복이 심했던 자숙 전미도 덕분에 나까지도 기복이 심해지고 말았지만...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이후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중전역의 김지현,
<리틀샾 오브 호러스>의 식인풀 오드리 태국희도 오랫만에 무대에서 만나 반가웠다.
(그녀가 첫 곡 "수상해! 수상해!"를 너무 수상하게 불러서 처음엔 못 알아봤다.)
사실 이 뮤지컬을 예매한 건 순전히 배우 "조휘" 때문이었는데
오랫만에 한동안 못봤던 반가운 배우들을 봐서 혼자 추억에 빠지기도 했다.
뮤지컬을 보면서 저 사람이 누구였지? 계속 가물가물했는데
하나씩 떠오르는 것도 신기했고...
천연덕스럽게 대사를 하던 조휘의 모습도 배우로써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 배우 목소리톤 참 좋다.)
가벼우면서도 진중하고, 위엄있으면서도 하찮기까지 했던 왕의 모습.
따지고 보면 그게 다 인간의 모습이다.
"왕이라는 게 힘들구나!' 대사처럼
"인간이라는 게 참 힘들구나!" 싶다.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릴 작품인 것 같긴 한데
나는 새로운 시도와 접근이 좋았다.
애매한 부분들도 있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방황하게 만드는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참신하고 새로운 느낌이었다.
음악과 음향은 아마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꼭 연극 ,왕세자 실종사건>도 챙겨봐야 겠다.
또 다른 좋은 느낌을 줄 것 같아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7. 05:42




솔직히 이건 좀 된장할 일이긴 했지만
성스러운(?) 지방선거일에 오전 근무를 해야했다.
그 와중에 "못살겠다! 갈아보자"며 6시에 집에서 나와
새벽잠 없으신 동네 어르신들과 나란히 2열 종대로 서서 
부지런한 젊은이 소리를 들으며 성스러운(?) 투표권을 행사했다.
아마도 하늘이 감동하셨나보다.
내 선거 인생 최초로 심히 은혜롭고도 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이런 게 정말 기적이지! ^^)
선거날 오전 근무라는 씁쓸함을 달래기 위해 예매한 <몬테크리스토>
그것도 30%라는 몹시도 은혜로운 할인율까지...
사실 5월 4일 엄기준 몬테크리스토로 인해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만큼 엄청난 상처를 받았기에
나름의 정화(淨化)가 간절히 필요하기도 했었다.
류정한 몬테크리스토, 차지연 메르세데스, 조휘 몬데고 라는 캐스팅이 
망설임을 현실화 시키기에 충분하기도 했고...



류.정.한.
이 사람에 대해 이제 도대체 뭐라고 말해야 하나?
이 사람의 무대 위 삶이 시작되면,
나는 그대로 반푼이가 되어 절대적인 충성을 맹세하게 된다.
(솔직히 이 순간만큼은 누가 뭐래도 그가 빛이요, 길이요, 생명이다...)
첫공연을 봤을 때 공연장 때문에 나는 울화가 치밀었지만 그의 몬테크리스토 때문에 꾹꾹 참아낼 수 있었다.
(결코 그의 작품이 아니었다면 나는 유니버설아트센터를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찾지 않았을 것이다)
한 달 보름이 지난 지금,
류정한의 몬테크리스토는 끔찍하고 잔인스럽게 사람을 이리저리 쥐고 흔들어댔다.
결국 나는 또 다시 이 사람에게 완벽하게 놀아나고 말았다.
"이런 악마같은 배우, 세상에 또 있을까?"
특히나 1막 마지막 노래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을 부를 때 느꼈던 전율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너무 생생하고 끔찍스러울 뿐이다
류몬테가 그러라고 말한다면
몬데고도, 당글라스도, 빌포트도 단칼에 내가 다 처리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은 야쿠자스런 마음까지 생길 판이다.
(너희 셋, 다 주~~~거~~~~써~~~!) 



"류정한 미친 거 아냐?"
함께 관람한 사람이 혀를 내두르며 쏟아낸 감탄사.
그 순간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제게 인간 맞아?"
(원초적 표현에 민망하긴 하지만 솔직히 내 심정이 딱 그랬다. 암! 인간일리가 없지! 절대로!
 또 모르지, 등딱지를 열면 에너자이저한 밧데리가 우수수 쏟아질지도...)
선거의 뒷끝이라 그랬겠지만
이 사람이 대통령에 출마하면 무슨 일이 있어도 찍어야지... 이런 생각까지도 했으니 제대로 홀리긴 한 모양이다.
"문화 대통령 류정한"
그래도 일단 눈은 짝짝이 아니니까 뽀대는 제법 난다. 
(뭐 그 정도면 비쥬얼도 상당히 건전하고...) 
명확한 딕션과 감정의 변화를 그대로 표현하는 그의 목소리는 역시나 황홀경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비록 먼 곳에서 본다고 해도 목소리만으로도 표정까지 읽어내는 게 가능하다.
들음으로써 볼 수도 있게 만드는 배우 류정한의 놀라운 능력!
그래서 사람들이 그의 작품을 중독처럼 찾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때는 그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강력하고 끔찍한 마약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이런 극심한 금단현상을 겪고 있는 몹쓸 약쟁이들은 상당히, 꽤, 무지, 엄청나게 많다.
어쨌든 그는 무대 위에서 그 날 역시도 충분히 아름다웠고
충분히 찬란했고
그리고 충분히 빛이 났다.
(그래, 그는 확실히 난 놈이다...)



차지연의 메르세데스.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자였노라 말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솔로 곡은 참 아름답게 부르더라.
(단지 온 몸을 흐느적 거리며 부르는 게 영 어색해서...)
단테스와의 듀엣 곡들은 차지연의 목소리가 좀 강해서인지
옥주현 메르세데스처럼 간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대사 톤이 이상하게 약간 신파조로 느껴지기도...
개인적으로는 옥주현 메르세데스가 이 뮤지컬에는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결론을...
대신 차지연이 "지킬 & 하이드"의 루시를 하면 정말 딱이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다.
차지연 메르세데스가 너무 자신만만한 여장부처럼 보여서였을까?
그녀는 몬테크리스토도 몬데고도 결국은 선택하지 않고
혼자 꿋꿋하게 잘 살아낼 여자처럼 보였다. (원작처럼...)
<영웅> 이후로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조휘의 모습 역시도 반가웠다.
조휘의 몬데고는 참 처량하고 절절하더라.
그는 메르세데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는 여린 남자였고
그 절망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거칠고 강한 사람으로 보여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최민철 몬데고에게서 느끼지 못한 "연민"을
나는 조휘의 몬데고에서 느꼈다.



2층 발코니석에서의 관람은 나에게 잊지 못할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선사했지만
공연 자체는 전체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무대 스크린과 조명에 감탄케하는 의외의 성과까지 있었다.
확실히 1층 앞좌석에서 보는 스크린과 조명은
전체적인 조망이 가능한 2층에서의 그것과는 다른 평가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니버설아트센터 발코니석 관람은 
절대로 절대로 다시 감행하고 싶지는 않다.
(허리 제대로 작살난다...)
 


프랑크 와일드혼의 작품도 그렇지만 배우 류정한의 무대는 내겐 그렇다.
꼭 뒷심을 발휘하게 만든다.
프랑크 와일드 혼이 만드는 작품들은 일단 드라마틱하면서도 격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OST도 "must listen"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하고...
거기에 괴물스럽게 완벽히 배역을 진화시키는 "류정한"이라는 배우가 가세한다면?
이겐 정말 끝장인거다.
솔직히 노래를 너무, 제대로, 끔찍히 아릅답게 부른다.
작품 속 인물에 대한 해석도 너무 탁월하고,
회가 거듭될수록 인물과 배우가 갖는 일체감이라는 게 진화 혹은 성숙의 단계 그 이상이다.

포인트를 똑똑 찍어서 말하는 대사 톤과 호흡 조절은 가히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나는 한 번도 그가 무대 위에서 헉헉대며 숨차 하는 모습을 본 적도, 들은 적도,  느껴본 적도 없습니다.
과감한 액션 히어로가 되어 과거엔 하지 않았던 엄청난 몸쓰기를 보여주는 현재까지도 말이다.
(진심으로 묻고 싶다. 숨을 쉬긴 쉬느냐고...)
부러우면 지는 건데...
차라리 부러운 걸로 끝나면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부러움이 파산으로 직결되는 게 이 몹쓸 약쟁이들의 현실인지라...
내가 당글라스도 아닌데
류몬테는 자꾸 나를 파산을 선물한다.
그리고 이건 정말이지 너무나
"공정치 못한 일" 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6. 06:36


안중근 의사의 하얼빈 의거 100주년 되는  
2009년 10월 26일 시작했던 뮤지컬 <영웅>
개인적으로 2009년 공연 관람 마지막을 좋은 작품으로 마감했다. ^^
<영웅>은 2009년 12월 31일 그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고
나는 12월 27일 나의 네 번째 관람이자 마지막 관람을 끝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게 왠지 슬프다.
 이 초연 멤버들을 고스란히 다시 모아서 재공연을 할 수는 있을까???)
폭풍같이 몰아치던 눈발을 뚫고 찾아간 LG 아트센타
폭설로 길이 엉망이 됐지만 늘 그렇듯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날씨 탓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무겁게 가라앉은 느낌.
마지막을 향안 작은 준비처럼 느껴졌다.


     안중근 : 류정한          이토 : 이희성            설희 : 김선영             링링 : 전미도

류정한의 안중근은 확실히 볼 때 마다 점점 더 강해지고 부드러워진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류정한의 아우라를 최대한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가깝게 느낄 수 있는 작품.
길고 오랜 시간을 무대 위에 살아온 그에게
첫 창장 뮤지컬 도전은 새로웠고 그리고 성공적이었다.
이희성 이토는 정성화 안중근과 조합이 됐을 땐 너무 강하고 센 느낌에
살짝 거부감이 들었는데 류정한 안중근과 만날 때는
서로 불꽃이 튄다.
일종의 시너지 효과를 체감하다...
김선영...
당신에 대해선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녀가 무대 위에 선다면 최소한 실망할 일은 없다.
그녀는 배역에 맞게 아름답고, 그리고 늘 적절하게 빛난다.
간혹 목소리에서 피곤을 느껴졌지만 그것마저도 파란만장한 설희의 한 삶처럼 다가온다.
류정한, 김선영.
더 이상 젊지 않는 그들의 무대는 그러나 항상 그 누구의 무대보다 젊고 신선하다.
그 둘의 조합이 <라만차>에서 다시 이뤄진다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하고 조급하게 기다려진다.
(개인적으로 오랫만에 보게 될 라만차... ^^)



좋았던 명성황후 시해 장면.
그림자로 표현된 장면의 섬뜩함.
사람의 움직임보다는 조명의 변화가 압권이다.
언어보다 빛이 먼저 그리고 강력하게 말을 걸고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그래... 그래... 좋은 장면이었어...
(한 켠에서 그 때의 일을 회상하는 설희의 의상은 또 얼마나 곱던지...
 그 고운 한복의 쪽빛이 그대로 눈물처럼 뚝뚝 떨어진다.)



   조도선 : 조휘     우덕순 : 문성혁   유동하 : 임진웅

멋졌던 남자 배우 3인.
세 사람의 목소리는 악기처럼 아름다웠고
하모니는 경쾌하고 즐거웠다.
누군가는 말하더라.
안중근까지 포함해서 이들을 영웅의 F4라고... ^^
17세 유동하를 멋지게 소화했던
73년생 임진웅의 고음은 깨끗하고 높았다.
그가 궁금해 찾아봤더니 "여행스케치" 멤버였다는 이력이 있다.
그랬구나... 그래서 그의 조율과 화합이 귀에 들어왔었구나...



설희보다 더 경국지색이었던 게이샤.
그녀는 존재감이 나는 아직도 신비롭다.
별 대사 없이도 장면마다 눈에 들어오던 그녀.
그리고 라이센스 공연 <돈주앙>에서 돈주앙보다 훨씬 더 멋지고 훌륭했던
까를로스 조휘는 역시 좋은 배우다.
그의 이력도 특이하다.
체육학과 출신의 뮤지컬 배우라...
탄탄한 체격에 멋진 목소리, 그리고 선 굵은 외모까지...
어쩐지 그가 이기적이란 생각을 하게 된다. ^^



뮤지컬 <영웅>에서 끝까지 놓치지 말고 봐야만 하는 장면이 있다면
나는 단연 관람객 기립을 꼽고 싶다.
하얼빈 의거 후 안중근이 "대한독립 만세"를 외칠 때의
관객들의 박수는 크고 웅장하다.
그리고 공연 중간중간 이런 현상들이 자주 공유된다.
마치 집단 최면 같다는 생각까지...
그러서인지 일부러라도 나는 커튼콜 때 꼭 기립을 확인하게 된다.
일제히 일어서서 박수를 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꼭 두 눈에 담고 싶어서...
1층 뒷 줄에서 봤을 때도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1층 맨 앞 OP석 관람때도 뒤를 돌아보면
3층 객석까지도 관객들은 전부 일어서 있다.
"빙의의 현장"이었다고 말해두자.
(딱히 적절한 표현을 할 제간이 별로 없기에...)

그리고...
이제는 막이 내렸다.
다만, 그들의 초연 공연이 계속 진화해서 "명성황후"를 누르는 한국의 대표공연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 수 있을까?
한 나라의 국모도 아닌
일제시대 식민지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 이야기가
외국에서 "명성황후"같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까?
아직 갈 길은 너무 멀겠구나 싶다...
그래도 시도할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지 않을까?
턱없는 일일지라도 조용히 바램을 품어 본다.



안중근!
당신 이곳에서 잠시였겠지만 온전히 살아있었네요.
당신도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당신의 부활과 영생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7. 13:42
이렇게 봐도 되는 건가?
자금의 압박을 받으면서 중독처럼 다시 찾게 된 뮤지컬 영웅.
개그맨, TV 연기자를 거쳐 성공적으로 뮤지컬 배우의 자리에 안착한 정성화.
그와의 첫 인연을 나는 <영웅>으로 맺었다.



그가 말했었다.
계속 개그맨이나 TV 연기자를 했다면 결코 주인공은 해보지 못했을거라고...
그러나 지금 자신은
돈키호테가 될 수도, 안중근이 될 수도 있으니 너무 행복하다고...
그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우리도 역시 다행이라고...
그를 TV 브라운관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볼 수 있어서...



이토 히로부미의 이희정, 설희의 이상은
조승룡 이토 히로부미와 김선영 설희만을 봤던 나는 궁금하기도 했다.
느낌은...
이희정의 이토는 너무 강하다고 생각했다.
핏발을 세우는 그의 모습에 혹시 혈압이라도 올라가는 건 아닐지 혼자 걱정했더랬다.
같은 인물을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그래도 역시 나는 조승룡의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이토가 더 좋다.
설희는...
김선영 설희가 더 경국지색(?)이었고 게다가 춤까지 일품(?)이었다고 해두자.
어쩌면 나는 이상은 설희에게서 명성황후같은 강인함과 단단함을 기대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내 기대치와는 너무나 많이 어긋난 느낌...
김선영 설희의 여성스러움과 노래가 그리웠다.
17세 소녀 링링의 소냐는 여전히 발육상태 남다른 몸매를 과시했지만
그래도 노래 하나는 절절하다.
표정이 좀 덜 과장스러웠으면 하는 바램.
몸매도 남다른데 표정도 남달라서 간혹 37세 처럼 느껴지기도... ^^


우덕순역의 문성혁과 조도선 역의 조휘
체가구역에서 그들이 만들어낸 아리랑의 신명과 풍류(?)는 정말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어쩌면 풍류는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는 힘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17살 유동하 역의 임진웅님의 커튼콜 때 감격스러워하던 모습...
안중근 어머니 조마리아역의 민경옥님은 매번 사람을 통곡으로 이끈다.
안중근이 환생해서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듣게 된다면 
아무 망설임없이 "어미니"라고 부를 것 같다.
정말 안중근 어머니의 모습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먹먹해진다.
"너의 길을 가라"며 정말 등을 떠밀었을 것만 같아서...



커튼콜 때 배우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감격이 담겨있다.
거의 모든 관객들이 기립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는 무대 위 그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차고 아득했을까?
<영웅>의 커튼콜을 보면서 나는 또 얼마나 기도했던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 브랜드로 아름답게 자리잡아 달라고...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감동스러웠을 안중근역의 정성화.
놀라웠다.
무대 위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는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바로 코 앞에서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역시나 대단하다 싶다.
노래도 딕션도, 그리고 표정과 연기도 그는 너무나 진지하고 정성스러웠다.
더불어 나는 그의 방향 전환과 그리고 성공적인 안착이
여러 면에서 win win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대사의 강약과 어투에 조금만 더 신경쓴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그에겐 많은 시간이 남아있다.
(아직 그는 시작을 조금 지나왔을 뿐이니까...)
무대 위에서 여우가 되는 법을 아마도 그는 스스로 찾게 되리라.
다른 누구와도 같지 않은 정성화만의 모습을
기어이 찾아낼거라 믿는다.


잊혀질 수도 있는 역사를 이렇게 기억하는 방법이 있다는 거.
최고는 아닐지라도 최선의 방법임을 느낀다.
그저 잠시 동안의 벌떡임일지라도
한 번도 심장이 아리지 않은 것보다는 그래도 나을 것이기에...
<영웅>은 내겐 많은 생각과 말을 하게 만드는 공연이다.
언젠가는 내 거칠고 산발된 생각들을 차곡차곡 정리해보리라 혼자 다짐해본다.
그리고 이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살아 있으라.... 살아 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