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2. 22. 08:16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1.15. ~ 2013.03.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최호중, 이준혁 (한영범) / 전성우, 신성민, 윤소호 (류순호)

        임철수 (이창섭), 지혜근 (조동현), 최성원 (신석구)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연출 : 박소영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3주만에 다시 본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계셔>

프리뷰 공연만 본 거라 이 작품이 어떻게 자리를 잡았나 확인하고도 싶었고 피터팬 전성우의 네버랜드를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이 녀석이,

내게 "피터팬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계속 믿게 해줄까?

어쩌면 인간이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유일하게 환상을 현실화하는 종족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황을 부정하고 싶어서든, 혹은 벗어나고 싶어서든.

그래서 환상은 때론 간절한 희망이고, 유일한 삶이고, 그리고 마지막 구원이다.

그걸 믿든, 혹는 믿는척만 하든.

뭐가 됐든 간절하면 환상은 현실이 된다.

여신을 믿는 척 하다, 여신을 만나고, 여신이 된 유순호처럼... 

 

사실 좀 지루할까봐 걱정했었다.

익숙해진다는 건 가끔 졸음같은 나른함과 게으름을 동반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작품이 좋아선가?

또 다시 깊게 빠져서 관람했다.

배우들은 조금 지쳐보이고 그래서 노래도 좀 불안해졌지만

그런 모습이 극의 상황과 맞물리면서 꽤 그럴듯한 효과를 냈다.

특히 순호가 "악몽에게 빌어"를 부를 때는

전성우의 그 예쁜 미성이 살짝 갈라지는데 오히려 그게 더 절망적이고 간절하게 느껴졌다.

"그대가 보시기에"에서는 또 그렇게 해맑고 순수할 수가 없다.

피터팬이 전성우 순호의 "그대가 보시기에"를 보면 무릎을 꿇었을거다.

맑아도 맑아도 그렇게 찬란하게 해맑을 수가 없다.

여신과의 듀엣곡 "보여주세요"는 팽팽한 대결구도처럼 진행되다가

일순간 긴장감이 녹아내리는 듯한 평온함을 준다.

이제 모든 게 제대로 되겠구나... 싶은 안도감.

이지숙의 미성과 전성우의 미성이 섞이니 더 매력적이다.

이지숙 여신.

<여신님이 보고계셔>인데 매번 여신님에 대해서 쓰는 걸 잊었다.

에피소드마다 다섯 남자의 가슴 속에 품고 있는 아픔과 상처로 나와 스스로 보듬고 위로해주는 그녀.

정말 예쁘고, 다정하고, 따뜻하다.

모두가 잠든 사이 꿈결처럼 나타나 "꿈결에 실어" 부르는 모습은 정말 여신의 모습이었다.

아름답고 해피앤딩한 동화의 서막을 알리는 느낌이랄까!

이지숙 목소리.

참 좋다.

지금껏 언급하지 못했던 게 너무 많이 미안할 만큼... 

 

너무나 사랑스럽고 이쁜 넘버들.

그것 때문에라도 이 작품은 잊기 참 힘들 것 같다.

짝사랑 누나와의 장면과 마지막 남북 병사들이 헤어지는 장면에서는

최성원때문에 참 슬펐다.

원캐스팅이라 많이 힘들텐데...

작품에 대한 배우 최성원의 깊고 진한 애정의 정도가 눈에 보인다.

예쁘고 또 예뻤다.

무뚝뚝한 지혜근 배우가 표현한 더 무뚝뚝한 조동현의 가슴 깊은 상처에도 가슴이 아팠고

목소리가 맘에 들지 않았던 주민진 변주화도 충분히 이해돼서 진심으로 연민했다.

남자 배우들이 이렇게 단체로 예쁠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서 또 한 번 느낀다.

 

다행이다.

이쁘고 고운 창작 뮤지컬이 만들어져서...

그래선가!

초연의 이 느낌이 재공연 될때도 절대 변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아니, 아주 정중히 부탁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