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 10. 00:31
2011년 일순위를 장식한 나의 공연 레퍼토리는 바로 뮤지컬 <김종욱 찾기>
한때 뮤비컬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금발이 너무해, 빌리 엘리어트. 라디오 스타...)
이 작품은 정확히 그 순서를 역행한다.
오만석, 엄기준, 오나라, 전병욱이 초연멤버였던 <김종욱 찾기>는
창작뮤지컬로 대학로 소극장에서 꾸준히 자리를 잡아가더니
급기야는 영화로 만들어지는 나름의 성과를 이뤄냈다.
제대한 공유의 첫 복귀작으로 화재가 되기도 한 영화 <김종욱 찾기>
반듯한 차도남(그야말로 김종욱스러운) 이미지를 가진 공유의 찌질한 연기와
가녀리고 청순한 이미지가 강한 임수정의 털털한 연기가 그런대로 볼만한 영화였다.
영화 덕분에 뮤지컬까지 찾아볼 생각도 다하고...



이창용, 정운선, 임기홍.
작년 여름 <The story of my life> 이후에 오랫만에 이창용의 무대를 보는 것도 기대됐지만
무엇보다 대한민국 뮤지컬계 최고의 멀티맨(절대 과장 아니다) 임기홍을 본다는 게
이 뮤지컬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실제로 날짜를 정할 때 고려한 게 이 두 사람이 만나는 날이었다.
남녀노소를 넘나드는 1인 23역의 임기홍!
바로 옆집에서 <금발은 괴로워> 멀티맨까지 병행하고 있을 정도로
멀티맨에 관한한 독보적인 존재다.
이런 존개감를 갖는다는 거,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비록 주연이 될 기회는 줄어들겠지만
나름대로 치열한 뮤지컬계에 이렇게 확고한 자기 위치를 만들었다는 게 참 대단하다 싶다.
무대 뒤에서 바쁘기는 또 얼마나 바쁠지...
수시로 옷을 갈아입고 등장하느라 멀미가 나지 않을까?
아마도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도 많을 것 같다.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
운명은 멀리 있지 않단다.
바로 곁에 있는 사람이 운명일 수 있다는 조금은 낮부끄러운 명제가 이 뮤지컬의 골자다.
줄거리보다는 상황 전개가 독특하고 재미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이 완전히 구별된 1인 2역을 연기해야 하기에 
연기력없이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좀 힘든 캐릭터다.
찌질남과 차도남!
이제 뮤지컬 3년차인 이창용은 캐릭터를 잘 만들어서 참 잘 하더라.
솔직히 김종욱일 때 그의 톤에 살짝 가슴이 설래기까지 했다.
부지런히 그리고 성실히 자신의 캐리어를 쌓아가고 있는 이창용은
확실이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는 신예이긴 하다.
<이블데드>의 좀비루돌프의 비약의 발전이라니...
임수정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하는 바람에 정운선의 건강미 넘치는 모습은
좀 안스럽긴 했지만 노래와 발음, 표정 연기가 참 좋았다.
뮤지컬이 소위 말하는 원조인데 임수정 덕분에 여주인공 이미지에 선입견이 생기는 건 아닌지
솔직히 조금은 걱정스럽다.



유쾌하고 즐거운 뮤지컬이다.
조금만 (사실은 많이) 어렸다면 아마 더 재미있었을텐데
혼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 웃으면서 봤다.
운명이니 첫사랑이니...
이제는 참 가물가물하다.
그런게 있나 싶기도 하고...
어디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가 있으면 의뢰라도 해볼까?
나조차도 진즉에 잊어버린 내 첫사랑을 찾아달라고..
어쨌든 그 첫사랑이 내 운명은
결코 아니었던 모양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14. 05:43
권지예의 3번째 장편소설이다.
솔직히 말해서 뭔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별로 뭔가가 없다.
재미와 흥미는 있다.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탐 낼만한 이야기긴 하다.
역시나 나랑은 코드가 잘 안 맞는 작가.
차라리 정경린이나 은희경 쪽을 선택하는 게 좋을 듯



어린 시절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가진 2명의 남녀(선우, 서인)가
운명적인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
운명적인 사랑이라...
그런게 있나?
어쩜 있을수도... (내가 못봐서 그렇지... 쩝)




다른 인격의 또 다른 자신이 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선우.
어릴 적 야반도주한 엄마를 목격한 서인은 엄마의 신발을 저수지에 가져다 놓는다.
그녀의 엄마는 이제 마을 사람들에게 자살한 것이 됐다.
자신의 딸에 의해서...
지킬 앤 하이드.
우리가 흔히 "다중인격"이라고 말하고 해리성 정체성 장애 환자와 그녀의 연인 이야기.
결국 지킬 앤 하이드의 결말처럼 남자는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처치한다.
사랑하는 그녀를 지켜내기 위해서...
그리고 여자는 당연히 남자의 아이를 낳아
그 남자를 추억하며 키워낸다.
어린 시절 자신을 성폭행한 남자가 이 남자라는 걸 알면서도 사랑이라는 걸 할 수 있을까?
"그 사람 잘못이 아니예요. 그 사람 속의 또 다른 인격이 한 짓일 뿐이예요..."
결국 인간이란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 속에 살고 있는 운명적 존재라는 문장으로 위로하기에는
난감하고 자극적이다.
소설적인 상상력과 결말은
그래서 지극히 현실적인 내게는 상당히 거북스럽고 작위적이다.
처음엔 좀 주의깊게 읽었었다.
그런데 내용이 빤히 보여서 점점 흥미가 떨어졌다.

아!
바늘 하나 들어설 틈 없는 빈틈 없이 촘촘한 이야기가 그립다.
앞을 읽고 있으면서 뒤를 전혀 가늠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늬가 직접 써라.... 라고 한다면
죄송할 따름이다. ^^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이란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