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3. 23. 06:05
다행이다.
나는 아직 위로와 휴식을 맏을 곳이 있다.
가끔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뭘까를 생각한다.
그건 단 하나!
실.명. (失明)
볼 수 없다는 건,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읽을 수 없다는 건
내겐 생명의 끝장(失命)을 뜻하기도 한다.
볼 수 있다면, 읽을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위로받고 있는 거고, 아직 쉴 만한 곳이 있다는 의미다.
사람마다 각자의 절실함이 있다면 나는 이걸 내 절실함이라 내세우며 다독이리라.
그래, 내게 이게 유일이고 최강이다.



두 권의 책을 읽다.
트위터에 이미 유명 인사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서른 세 살 인생의 절정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국의 젊은 여교수 위지안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혜민 스님은 하버드에서 비교종교학 석사과정 중에 출가를 결심해서
2000년 봄에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조계종 승려가 됐다.
승려이자 교수인 혜민 스님의 트위터 글들에 살을 붙여 책을 출판했다.
위지안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를 연재했단다.
그 글들이 그녀 사후에 책으로 출판됐다.
두 권의 책 모두 소소하고 단백하고 소담하다.
읽으면서 나는 몇몇의 문장에 위로받고 그리고 몇몇의 에피소드에 짠했다.

사람과의 인연은,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닌 경우일 수 있습니다.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져요.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주세요

인연이라고 믿었던 사람때문에 지금 힘든 사람에게 이 문장은 뭔가 편안함과 결단을 주기에 충분하다.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주라는 혜민 스님의 말...
옳다! 옳다! 다 옳다!
혜민 스님의 책에서 단지 이 부분만을 얻었을 뿐인데도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런 아픔 속에 살면서
위지안은 말했다.
그 어떤 고통도 다 지나간다
이별? 지나간다. 마음의 상처? 지나간다. 실패? 다 지나간다.
설령 불치병이라도 모두 다 흘러가는 구름이다.
그녀의 담대함에 나는 울컥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과거 때문에 섬득했는데 그녀의 말은 내게 위로와 다독임이 됐다.
물론 모든 과거가 추억일 순 없지만
모든 추억은 과거다.
추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후회하게 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 당신은
그때까지 쌓아둔 추억 더미 속에서
삶의 의자와 희망을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그 즈음에는,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추억이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값진 재산이라는 것을...
하루를 추억 속에서 보낸 날은 참 오래 산 기분이 든다고 그녀가 말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옳다.
나는 참 많은 걸 잃고 살았구나...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지안이 과자값"에 질투하고
항암치료로 대머리가 된 그녀를 따라 세 가족이 머리를 밀고 함께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는 모습에 질투했다.
절망은 원래 구경하는 사람에게만 크게 보인다고 했던가!
그러나,
불같은 질투를 품은 절망은 사위어가는 불처럼 무력하다.
내 시간은 시한부 인생보다 더 시한부스러웠던 거다.
너무나 강렬하게 그녀가 부러웠다.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산 자라니...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처연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1. 10. 15:25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 다섯 가지> - 오츠 슈이치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사실 저는 이런 노골적인 제목의 책들은 거의 안 보는 편입니다.
얼마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그리고 영 못마땅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도 꾸준히 유행하고 있는 “죽기 전에 OO해야 하는 OO가지”의 시리즈의 일환이라고 생각했죠.
그런 책들은 솔직히 “~카더라” 통신과 똑같이 별로 써먹을 데도 없고, 신빙성은 더더욱 없는 일부 선택된 자들의 배부른 취미 생활을 떠올리게 해 불쾌한 감정까지 갖게 됩니다.
뭐, 지들한테 좋았던 게 나한테까지 굳이 좋아 죽겠는게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제발이지 나도 죽기 전에 그 좋다는 곳 다 다녀보고, 그 맛잇다는 거 다 먹어보게 돈벼락이나 떨어지면 좋겠다는 시비조의 불평만 갖게 하는 소위 저에겐 지극히 불건전한 부류에 속하는 책이죠.
그런 제가 이 책을 손에 잡은 건,
순전히 표지에 있는 사진 한 장 때문이었습니다.
사막과 하늘에 남겨져 있는 흔적들이 제 눈을 파고들었죠.
긴 발자국이 찍혀 있는 저 사막은 건조하거나 메마른 사막이 아니었습니다. 저 마른 땅 바로 가까이에 물기가 느껴지는, 그러니까 생명력이 느껴지는 사막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 파란 하늘에 떠 있는 하얀 구름들. 그런데 그 구름의 끝도 자세히 보면 물기를 머금고 있네요.
사막 위의 발자국의 방향을 보면 누군가 그곳을 방금 떠나갔다는 걸 알게 됩니다. 뜨거운 사막의 모래바람도 그 발자국을 지워내지 못했네요.
이 사진 한 장이 이 책의 내용 전부를 저에게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그 순간 더 이상 “~카더라” 통신으로만 취급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이 책은.
그러니까 생명을 가진 누군가가 이제 금방 비가 쏟아질 그곳으로 향하면서 남긴 흔적들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 흔적을 기꺼이 읽기 위해 책장을 넘깁니다.
 
글을 쓴 오츠 슈이치는 말기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완화 의료(호스피스) 전문의입니다.
일본 최연소 호스피스 전문의였던 그는 현재 도쿄 마츠바라 얼번클리닉에서 말기 환자를 돌보면서 저술, 강연 활동을 하면서 완화의료 및 존엄한 죽음을 함께 나누고 있다고 하네요.
어느 날, 병실 침대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가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선생님도 무언가를 후회한 적이 있나요?"
그는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천 명이 넘는 환자를 떠나보내면서 "후회"에 관한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던가!’
환자에게 남은 시간은 며칠 혹은 길어야 몇 주일이 고작입니다.
그들의 몸은 이미 자유롭지 못합니다.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도 없고 낮에도 깨어 있는 시간보다 잠들어 있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암 말기에 흔히 나타나는 체력 저하를 수면으로 보충하려는 현상 때문에...
이 시기가 오게 되면 사람들의 몸과 마음은 물론 이성적인 판단까지도 혼미해집니다. 그런 그들이 지금 하는 후회가 인생에서 미루고 미루던 숙제 탓이라면 그 후회는 스스로의 가슴을 더욱 깊이 후벼 팔 것입니다.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고백하는 사람들의 곁에서 오츠 슈이치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합니다.
"무엇을 가장 후회하시나요?"
그들은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들의 후회를 하나하나 고백합니다.
그리고 그 후회들은 이렇게 이곳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지금도 이 책의 내용을 이렇게 많이 인정하고 공감하고 있는데 죽음을 앞에 둔 나중의 시간에 나는 얼마나 많은 후회로 더 가슴을 치게 될까가 생각나서 말이죠.

첫 번째 후회,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더라면
두 번째 후회,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했더라면
세 번째 후회, 조금만 더 겸손했더라면
네 번째 후회, 친절을 베풀었더라면
다섯 번째 후회,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여섯 번째 후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루려고 노력했더라면
일곱 번째 후회,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
여덟 번째 후회,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아홉 번째 후회, 기억에 남는 연애를 했더라면
열 번째 후회, 죽도록 일만 하지 않았더라면
열한 번째 후회, 가고 싶은 곳으로 여행을 떠났더라면
열두 번째 후회, 내가 살아온 증거를 남겨두었더라면
열세 번째 후회, 삶과 죽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열네 번째 후회, 고향을 찾아가보았더라면
열다섯 번째 후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맛보았더라면
열여섯 번째 후회, 결혼을 했더라면
열일곱 번째 후회, 자식이 있었더라면
열여덟 번째 후회, 자식을 혼인시켰더라면
열아홉 번째 후회, 유산을 미리 염두에 두었더라면
스무 번째 후회, 내 장례식을 생각했더라면
스물한 번째 후회, 건강을 소중히 여겼더라면
스물두 번째 후회, 좀 더 일찍 담배를 끊었더라면
스물세 번째 후회, 건강할 때 마지막 의사를 밝혔더라면
스물네 번째 후회, 치료의 의미를 진지하게 생각했더라면
스물다섯 번째 후회, 신의 가르침을 알았더라면

스물다섯 가지의 후회들.
어쩌면 하나 같이 제 등을 쳐대는 것들 뿐이던지...
세세한 내용을 읽기도 전에 스물다섯 가지의 제목만으로도 덜컹 덜컹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후회라니...
늘 하고 또 하고 있는 그 후회, 후회하는 걸 또 다시 후회하면서 그래도 또 후회하게 되는. 제 모습들에 또박또박 제목을 달아놓은 것만 같아 당황스러운 부분이 한둘이 아닙니다.
그렇게 잔인하면서도 그만큼 선한고 솔직한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는 책.
그리고 책 속에 담겨있는 사진들.
그 흑백의 사진들은 그리 멀지 않았던 과거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들로 가득합니다.
일본인이 쓴 글에 우리나라 사진이라니, 순간 화들짝 놀랐습니다.
출판사가 각 나라 별로 사진 편집을 다시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래전 가물가물해진 기억들이 하나씩 들춰지는 기분입니다.
그러지 않았을까요?
죽음을 앞에 둔 그들도 자신의 과거를 조용히 하나씩 흑백사진처럼 반추하면서 하지 못한 뭔가를 조용히 털어놨는지도, 그리고는 조금씩 가벼워 졌는지도...
1000여 명의 사람들을 떠나보내면서 작가는 말합니다.
“죄를 반성할지언정 자책하지는 말자!”고.
지나친 죄책감은 자신을 파괴할 뿐이라고 말이죠. 단지 인간으로서 넘지 말아야할 선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도 나약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냉정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형벌 때문이 아니라, 죄를 범했다는 죄책감이 자기 자신을 공포의 구렁텅이에 빠뜨릴 것이라고요.
아직 어린 나이였을 때,
저는 삶이 “소풍”이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마도 그쯤에 읽은 천상병의 “귀천(歸天)”이라는 시가 가슴에 담겨버려 그랬는지도 모르지만, 시의 구절처럼 “죽음”이라는 삶의 최후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로 만들자 그랬더랬는데...
어느새 제는 후회 하나를 또 추가하고 있네요.
아름답죠? 이 세상.
아름다운 것도, 미운 것도 다 내 것으로 만들어 가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래야 아름다운 소풍 끝나는 날,
하늘로 돌아가 아름다웠노라 말하면서 추억할 수 있을 텐데 말이죠.
후회와 추억.
내 발목 잡는 아득한 꿈이 이만큼 다가옵니다.

귀천(歸天) -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11. 06:18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나?
아님 "기억" 혹은 "추억"들에 대한 오마쥬?
누군가는 자신이 계획했던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항상 변수와 의외성에 의해
어쩌면 임기응변의 가지를 늘리며 살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사랑"이 독한 건,
오래 기억에 담기기 때문에...
그래서 때로 살을 저미게 하고
때로는 현실 속에서 다른 세상을 바라보게 하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은 하는 순간에도 환상 속으로 걸어가는 거지만
끝나는 순간부터도 여전히 환상 속의 걸음마다.



"상실감 앞에선 기억 따위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고 했던가?
묵묵히 다가오는 9편의 단편들의 무게감에 어깨가 묵직하다.
따지고 보면 문제작들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너무나 개인적인 일들에 대한 기록.
익숙한 결험도 흔한 이야기도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도 "평범"한 우리네 일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일종의 "데자뷰" 현상까지...
억지스럽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김연수라는 남성 작가에게
여성성에 대한 데자뷰가 있었던 모양.
그의 감성은 연했고 다정했고 그리고 부드러웠다.



18세의 찬란한 소녀를 향해
"여름 바다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늙어가고 있었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
(<기억할 만한 지나침>의 시작)
모든 일에는 흔적이 남게 마련이라는 단편 세계의 끝 여자친구>
한 일들은 마음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안 한 일들은 해봤자였다고 생각하는데도 잊히질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
하지도 않은 일들이 잊히지도 않는다고...
작가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주 노동자의 떠듬떠듬한 한국어 발음처럼
어쩐지 생경하다.
그러나 그 생경함을 충분히 이해하게 만드는 낯선 친근함!!!
"김소진"의 글들이 생각났다.
우리 곁에 더 오래있었으면 참 좋았을 소설가 김소진을...
왜 그가 떠올랐을까?
그 수수께끼에 대한 대답을 찾아봐야 겠다.



<달로 간 코미디언>
붕괴와 상실로 실종되는 인간의 삶.
바보스런 슬랩스틱 코미디 안에 갇힌 인간의 삶이
문득 서럽고 처연하다.
아버지가 스스로 선택한 실종을 바라보며
딸은 그 사막 속에서 다시 아버지를 조우하게 될까?
한쪽 끝을 건드리면 다른 한쪽 끝이 열린다고 하는데...
새롭게 열리는 그 끝을 보면
아마도 작가는 모든 연결되는 이야기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계"라는 건 결국
나와 너, 우리에 의한 소통이라는 것.
세계를 거부하겠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소통"의 끈을 끊으면면
모든 것은 거부된다.
밑바닥만큼 처연한 끝이라는 자리...
다시 시작되는 끝이라면 오히려 다행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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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 봤어 :
두 사람은 서로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는 고독 속에서 몇 달을 보내야만 했다. 고통을 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고통을 피하려고 스스로 죽기도 한다. 해피에게는 아이없이 살아가는 삶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건, 희망을 찾은 게 아니라 희망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만은 남편과도 공유랄 수 없었다.

해피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지나가고 난 뒤에도 저 불은 우리의 예상보다 좀더 오랫동안 타오를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 안에서. 내부에서. 그 깊은 곳에서. 어쩌면 우리가 늙어서 죽을 때까지도. 이 우주의 90퍼센트는 그렇게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지만 우리에게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는, 그런 불들로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물론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그 불들을 보지 못하겠지만.

세계의 끝 여자친구 :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무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가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 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
수많은 첫 문장들. 그 첫 문장들은 평새에 걸쳐서 고쳐지게 될 것이다. 그들이 어디를 가느냐에 따라서... 그러부터 인생은, 쉬지 않고 바뀌게 된다. 우리가 완벽한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전까지 이야기는 계속 고쳐질 것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가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서 첫 문장은 달라질 것이다. 그는 어둠 속 첫 문장들 속으로 걸어갔다.

달로 간 코미디언 :
보지 못하게 되면서 시각적 세계가 사라졌듯이 그 시각적 세계 안에서 자신의 몸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존재, 투명인간의 존재, 유령의 존재가 됐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내가 마치 거기에 없는 것처럼 행동합니다. 마주 앉아 있어도 내 얼굴을 보지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죠..... 어차피 나는 앞을 볼 수 없으니까. 그 말은 어차피 남들이 나를 볼 수 없으니까, 라는 말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내 존재 자체가 사라져요. 시각장애의 핵심은 내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보여져야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슬픔은, 그것을 이야기로 만들거나 그것들에 관해 이야기를 할 수 잇다면, 견뎌질 수 있다.
                                                                                        - 한나 아렌트 <인간의 조건>

김연수 (작가의 말) :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앙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잇는 것으로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1. 10. 06:25
<뿌리 깊은 나무> , <바람의 화원>의 작가 이정명의 소설이다.
사실 두 팩션 소설을 인상깊게 봤던 탓에 은근히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읽으면서 자꾸만 앞장을 확인하게 된다.
이 생경한 느낌이라니...
혹시 동명이인 "이정명"의 소설은 아닌가 하는 생각...
(내 이면엔 제발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교묘하게 짜집기 된 듯한 설정들.
형사추리물? 심리극? 사이코패스? 
아니면 이 모두라고 해둘까?
어떻게 생각하면 비정상적인 판타지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이정명이란 작가에게?)
그의 장점이었던 특별한 해박함도 찾아보기 어렵다.
굳이 찾아내자면 영어 퍼즐...
퍼즐을 통해 예고되는 다음 살인의 장소
그걸 위해서 이국의 배경과 이국의 인물이 필요했었던 걸까?
아무래도 이정명이란 작가.
추리 소설에 대한 "로망"이 있는 모양이다. ^^
그 로망을 지극히 내수용(?)으로만 풀어내는 게 이 사람에겐 훨씬 더 적절한 방법이었던 것 같다.
물론 이 소설이 재미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이정명은 재미있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임에는 분명하다.
찜찜해하면서도 이 책 역시도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7년 전 자신이 총에 맞아 바다에 빠진 연쇄살인마 데니스 코헨
(그리고 그로 추정되는 사체가 2주 뒤 바다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그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확신하는 매코이 형사.
그래서 데니스 코헨을 끝까지 추적하는 한 사람의 이야기.
7년 전의 트라우마로 인해 식물인간이 됐다가
오랜 재활 끝에 머릿속에 범인이 쏜 총알을 박은 채 그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남자.
처음부터 결말이 보였다.
매코이의 머릿속 총알이 만들어낸 데니스 코헨.
데니스 코헨은 다름 아닌 매코이 자신이었다.
자신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살인에 대한 스스로의 추적.
그는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채 스스로 만든 악에게 끌려다닌 셈이다.
결국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눌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고 마는...



자신의 가족까지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믿는 살인마를 증오하면서
(이 부분은 참 좋았다. 두 사람의 서로 다른 기억. 그러면서도 결국은 하나로 통합되는 기억...)
과거의 그와 같은 수법으로 세 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
파괴될 수밖에는 도저히 없었겠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그의 생존이유는 놈에 대한 복수였으니
그와 자신이 동일인이라는 알게 된 그의 선택은 오히려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연쇄살인에 이어지는 주위 인물들의 다중 살인까지...
의미없는 사체들의 난립니다.
"악"이라는 오랜 트라우마가 남긴 추억의 끝은
허무하다.

하긴 모든 추억들은 전부 그랬던 것 같다.
적당한 변질과 왜곡으로 이어지는
그닥 신뢰성 없는 기억들.
추억을 기억이라고 단정짓지 말자.
당신에게도 또 하는 이면의 자신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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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들은 낯선 것에 열려 있으며 상식을 뛰어넘는 직관이 있어요. 또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같은 사물을 다른 시각에서 보는 수평적 사고에 능하죠. 레어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가 없는 르네상스, 뉴턴이 없는 근대 과학, 마크 트웨인이 없는 미국 문학, 빌 게이츠가 없는 컴퓨터 산업, 베이브 루스가 없는 미국 야구는 상상할 수 없으니까요.
왼손잡이를 강제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면 폭력적이 될 수도 있죠. 알렉산드로스, 카이사르, 다빈치, 나폴레옹 같은 천재들처럼요.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8. 12. 5. 22:52

누군가의 주소지가 아니어도
반갑고 정겨운 곳




꽃 가지 끝,
친구처럼 손 잡는 정다움.
우루루 .....
손잡은
아이들이 뜀박질이 시작되는 곳.





흔적처럼
드문 드문
추억으로 남는 길 모퉁이
그 길을 돌면
거짓말처럼 마주치는
기억들....




아직 남아
골목을 뛰고 있는
어린 기억들.
이제 곧....
목소리가 들렸으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