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6. 5. 12. 08:17

 

<Kill Me Now>

 

일시 : 2016.05.01. ~ 2016.07.03.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작 : 브래드 프레이저 (Brad Fraser)

각색 : 지이선

연출 : 오경택 

출연 : 이석준, 배수빈 (제이크) / 윤나무, 오종혁 (조이) / 이진희 (트와일라), 문성일 (라우디), 이지현 (로빈)

제작 : (주) 연극열전

 

연극열전 시즌 6 두번째 작품 <킬 미 나우>

지이선 작가의 각색이라고 해서 설마 했는데

이 작품이 <프라이드> 이후 또 다시 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작품을... 어떻게 이런 작품이 가능하지?

그냥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 밖에는 안든다.

이 연극은 한 번 관람으로 끝낼 수는 도저히 없겠다.

하지만...

또 다시 이 모든 감정들을 바라보고 감당할 수 있을까?

폭풍처럼 밀어닥치는 감정에 그야말로 목을 놓고 울어버린 내가????

재관람 전에 나 스스로에게 이걸 먼저 물어봐야만 하겠다.

괜찮겠냐고...

 

대본을 받고 주저했다는 오경택 연출의 마음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라는 배우 이석준의 마음도,

대본을 받고 일주일간 망설였다는 배우 배수빈의 마음도

아주 조금은 이해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 배수빈은

다른 배우가 이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면 너무 배 아플 것 같아서 이 작품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단다.

심지어 클릭비 오종혁은 이 작품이 너무 하고 싶어서 공연제작자 대표와 같이 소속사 대표를 설득까지 했단다.

멀쩡하고 말끔한 모습이 아닌 뒤틀린 몸에 어눌한 발음을 가진 장애아 조이를 하기 위해서...

왜?

무엇때문에?

도대체 이 작품의 어떻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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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정말 미치겠네요.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정말 대성통곡하게 만드네요. 도대체 배우들은 이걸 어떻게 감당하면서 연기하는지 두렵기까지 합니다. 커튼콜에 대책없이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객석에 있는 관객들도 다 일어서서 우네요. 미치겠습니다. 이 작품! 배우들도 객석도 다 제정신이 아니게 만듭니다 지하철 탔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데, 정말 다시 보고 싶은데 이 모든것들을 견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무너지는 육체와 견뎌야 하는 멘탈 사이에서 저도 지금 미칠 지경입니다. 지금은 그저 나 자신에게 "킬 미 나우"를 외칠 수 밖에는 없네요.

장애아를 바라보는 아빠의 시선과,
점점 무너지는 아빠의 육체를 바라보는 장애 아들의 시선.

그리고 그 두 사람의 마지막 선택.
누가 그 선택에 대해 감히 옳다, 그르다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두 사람보다 훨씬 약하고 용기없는 사람일 뿐인데...

참담함도 아니고, 지독한 사랑도 아니고,..
내내 놓지 못하는 두 부자의 그 시선 속에
저는 완벽하게 갇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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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본 후 내가 썼던 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그때의 내 심정을 백 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했다.

우리 모두는 그렇다.

크든 작든 매번 실패한 사랑을 끌어안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급격하게 몰락하면서 산다.

몰락하는건 육체일 수도, 정신일 수도, 환경일 수도, 다른 그 무엇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는 거침없이 몰락할 자신이 있는가?

아니 나의 급격한 몰락을 누군가 지켜보는걸 감당할 수 있을까?

(심지어 내가 모르는사람이라도...)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내 선택 역시 제이크와 조이의 선택과 다르지 않으리라.

나를, 그리고 그들을 구하는 유일한 평화.

스스로 선택한 안락사(安樂死)

아주 절실한 진심이자 내 마지막 간절한 Joy.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12. 07:59

 

<레드>

 

일시 : 2015.05.03. ~ 2015.05.31.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극본 : 존 로건 (John Logan)

무대 : 여신동

연출 : 김태훈

출연 : 정보석, 한명구 (Mark Rothko) / 박은석, 박정복 (Ken)

주최 : 신시컴퍼니

 

많이 놀랐다.

마크 로스코(Mark Rothko)였고, 연극 레드(Red)였다.

게다가 한명구와 박은석이었다.

그런데 왜 강렬하지도, 치열하지도 않았을까?

이유가 뭘까 혼자서 혼란스러워 하는 중이다.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에서의 초연과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 재연을 보면서 미학적인 아름다움에 경의롭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대사 하나 하나가 전부 클라세가 되어 가슴속으로 담겼는데 즈금의 <레드>는 아직은 그렇지 않다.

역시나 <레드>는 쉽지 않는 텍스트로구나.. 절감했다.

연출도 김태훈이었고 무대도 여신동이 맞는데 왜 이런 이질감이 느껴졌을까?

그런 생각을 들더라.

먄약에 내가 초연과 재연을 보지 않고 지금 이 작품을 처음 보는 거라면 어땠을까?

 

고백컨데...

이 작품에서 배우 강신일의 존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거대했고 지대했다.

작품의 무게감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강신일은 로스코 자체였고,

로스코는 강신일로 인해 다시 재현됐었다.

강신일 로스코와 강필석 켄의 갈등은 다툼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소신을 건 치열한 논쟁이었다.

두 사람이 보여준 세대와 세대의 갈등은

마크 로스코를 켄으로, 켄을 마크 로스코로 만드는 일종의 융화였다.

지금처럼 서로 조롱하고 다그치고 징징대는 모습은 확실히 아니었다.

한명구와 박은석 배우 모두 아직까지는 역할에 완전히 동화되지는 못한 느낌이다.

한명구 로스코는,

곤조로 가득한 예술가의 아우라보다 고집불통 외골수의 호통이 더 많이 느껴졌다.

박은석 켄은,

목소리톤이 가늘고 높아서 개구진 느낌이 강했다.

 

무대 위에 놓여진 그림들의 색감도,

크기가 달라진 로스코의 책상과 놓여진 위치도

바퀴를 달아 움직이게 만든 작업테이블도 어딘지 낯설고 산만하다.

<레드>가 맞긴 한데 아진 완전한 <레드>가 아닌 느낌.

그냥... 좀 그림움이 가득해져버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3. 6. 08:18


<난쟁이들>


일시 : 2015.02.27. ~ 2015.04.26.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작, 작사 : 이지현 

작곡 : 황미나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채한울

출연 : 정동화, 조형균 (찰리) / 진선규, 최호중 (빅)

       최유하, 백은혜, 전역산, 우찬, 송광일

제작 : PMC 프로덕션

 

백설공주, 신데렐라, 인어공주.

여자아이라면 어린 시절 가슴 설래며 읽었떤 big 3 공주 이야기.

뮤지컬 <난쟁이들>은 이 동화들를 아주 솔직하고 노골적으로 비틀어서 지금까지와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만들어버렸다.

충무아트홀 블랙 앤 블루 쇼케이스 때도,

작년 예그린 때도 가장 많은 관심과 호평을 받았던 이 작품이 드디어 정식으로 올려졌다.

기대했었다.

그리고 기대만큼 유쾌하고 발랄하고 독특하고 신선했다.

단지... 그 유머코드가 나와는 잘 안맞았다는거!

주변에서 팡팡 웃어대는데 나는 그저 멀뚱멀뚱...

사실 "병맛"이라는 단어도 잘 몰랐는데 이 작품때문에 그 의미도 알게됐다.

개인적으론 단어도 의미도 참 별로라고 생각한다.

이런 단어들의 생산되는 것도,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것도... 정말 싫다. 


이 작품은 정동화나 진선규보다 

신데렐라공주와 이웃나라 왕자 1, 2, 3 이 훨씬 더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엄청난 미모와 자태를 뽐내던 신데렐라역의 배우 전역산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를 웃게 만들었던 유일한 배우였다.

(댜른 배우들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었고 그리고 그 예상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스토리보다는 상황이,

상황보다는 대사들에 더 큰 점수를주고 싶다.

대사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주옥(?) 같다. 

정말이지 너무나 현실적이라 뭐라 반발도 못하겠더라.

백만배 공감한다.

사랑에 목숨거는건 있는 놈들이나 하는 거라는 말도

첫눈에 반해 결혼하면 후회하게 된다는 말도 다 맞다.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들더라.

인생에 "해피앤딩"이라는게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

어떻게 사랑이 변하느냐고 하는데

사랑은 변하는거더라. 아니 반드시 변해야만 되는 거더라.

변화를 받아들일줄 아는 사람만 사랑을 할 수 있는 거더라.

그리고 이것보다 더 중요한건,

어쨌든 이 모든것들이 다 "끼리끼리"라는거다.

끼리끼리... 끼리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14. 09:16

<명동 로망스>

일시 : 2014.02.08.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조민형

작곡 : 최슬기

연출 : 김민정

음악감독 : 구소영

출연 : 진상현(장선호), 원종환(박인환), 박호산(이중섭)

        안은진(전혜린), 손종학(경찰), 박범정(마담)

주최 :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작년에 "뮤지컬하우스 블랙 앤 블루" 공모 포스터를 보고 이번에는 어떤 창작품들이 나올까 궁금했었는데 최종 다섯 작품이 선정이 되 프리프로덕션 공연을 시작했다.

2월 5일부터 3월 3일까지 단 하루 2회 공연의 행운(?)을 거머쥔 작품은

<Airport baby>, <명동 로망스>, <난쟁이들(Dwarfs)>, <카인과 아벨>,

<X-Wedding> 이다.

네이버 블로그에서 앞의 세 작품 관람신청을 선착순으로 받았는데 

제일 궁금했던 <명동 로망스>에 운좋게 당첨됐다.

(덕분에 오래 전에 예매해뒀던 연극 하나를 취소했다.)

몇 달 전 김재범이 "그리다"와 "생명수"를 부르는동영상을 봤었는데

느낌이 참 좋아 기대가 됐던 작품이다.

정식공연이 아니라 100% 완성도를 보여줄 수는 없겠지만

과연 이 작품이 상업작품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지도 궁금했다.

 

2014년 현재와 모더니즘으로 대표되던 1955년으로의 시간여행.

흥미로운 소재이긴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뻔한 모습만 보이고 성급하게 끝낼 위험성도 있기 때문에...

 

<명동 로망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작품이다. 

워크샾 공연에서는 연습기간도 짧고 무대셋트도 빈약하긴 했지만

이야기 구성 자체는 아주 좋았다.

중간중간 깨알 재미를 주는 장면도 과하지 않으면서 이야기 속에 잘 스며들어 있었고

무엇보다 넘버들이 아주 좋더라.

이번 워크샾 공연에서는 캐스팅이 살짝 어색하긴 했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더 보강하고

적절한 배우들을 캐스팅한다면 상업작품으로서 성공적인 작품이 충분히 될 것 같다.

가령 선호는 조금 더 소년의 느낌이 들었면 좋겠고

그런 선호에게 고스트페인터를 거래하는 사람은 친우가 아니라 선배로 설정하면 좋겠다.

이중섭은 개인적으론 박호산보다 김재범의 표현이 훨씬 좋더라.

김재범은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한 천재의 세기말적인 우울과 예술가가 갖는 천진함이 느껴졌었는데

박호산은 가난한 노동자의 무력과 노곤함이 강하게 느껴져서 좀...

그래서 후반부에 함께 떠나자는 선호에게

돌아가 너만의 그림을 그리라는 장면이 강하게 다가오지 못했다.
그림에 대한 이중섭의 아득하고 간절한 그리움도 깊게 느껴지지 못했고...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재 박호산의 목상태가 좋지 못해 노래도 많이 흘들렸다.

그리고 1955년과 어울리는 노래도 몇 곡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

예를 들면 윤심덕과 김우진이 주인공인 뮤지컬 "글루미데이" 처럼.

그냥 뭐,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 ^^

그렇지만 김재범 이중섭은 꼭 보고 싶긴 하다.

 

근데 사실 제일 걱정스럽고 궁금한건,

이 작품이 실제 공연될때

관객들이 3인의 예술가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거다.

물론 황소의 화가 이중섭을 모르리야 없겠지만

박인환과 전혜린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이날도 이중섭 말고는 마담이나 경찰처럼 가상인물이라 생각하는 관객도 꽤 되던데...

그렇디면 그들에게 이 작품은 단시 시간여행을 하는 환타지에 불과할텐데...

그런 의미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은 오히려 유명인인 셈이다.

어쩌면 <명동 로망스>를 두고 우리가 걱정해야 할 건

작품 자체가 흥망성쇄가 아니라

관객들의 취약한 현대사알지도 모르겠다.

자칫 하다간 역사속 실존했던 인물이 환타지 속 가상의 창조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내가 뭐라고 또 다시 별 걱정을...

더 나아가기 전에 이쯤에서 오지랖 후기를 끝내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 28. 08:21

<A Steady Rain>

일시 : 2013.12.21. ~ 2014.01.29.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대본 : 키스 허프 (Keith Huff)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문종원 (대니) / 이명행, 지현준 (조이)

제작 :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스테디 레인>

기본적으로 김광보 연출의 힘도 믿었고,

이석준과 이명행 배우의 힘도 믿었지만

이 정도까지 강렬한 작품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규모(?)를 떠나서 이 작품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대작이다!

솔직히 매혹, 그 이상이다.

2시간 동안 어두운 무대 위에서 대니와 조이가 쏟아내는 진술에 가까운 대사들을 듣고 보면서 온 몸의 숨톤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석준과 이명행은 이 작품을 어떻게 감당하면서 매번 저 무대 위에 서있는걸까?

정말이지 이석준, 이명행 두 배우가 보여주는 신의 한수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두 배우의 놀라운 타이밍과 명확한 템포는 정말이지 황홀하다못해 일종의 성찬이었다.

솔직히 경건함마저 느껴지더라.

욕설과 과격한 행동이 난무하는 이 작품에 "경건함"까지 운운하다니...

그런데 어쩌랴! 이게 전부 다 진실인걸!

대니와 조이의 그 엄청난 분량의 대사들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나는 참 버겁고 힘들더라.

말의 힘이 극대화된 작품.

시간과 공간의 개념마저 은근히 허물어져버리는 이 작품을 이해하는 관건은

개인적으로 "흐름"인것 같다.

대니와 조이의 관계에 대한 흐름.

두 사람의 감정이 변화되는 그 흐름,

그리고 두 사람의 지금 겪고 당하고 있는 사건들의 연속에 대한 흐름.

"도대체 상식이라는게 뭐냐?"는 대니의 비야냥같은 질문은

사실 아주 정곡을 찌르는 핵심이었다.

 

처음에 나는 대니와 조이가 한 인물인 줄 알았다.

거의 극의 중반까지도 한 인물의 내면에 있는 두 자아의 싸움이라고 의심없이 믿었었다.

내 안의 적과 적 안의 내가 지금 함께 있는 거라고...

그런데 이렇게 완벽한 자아의 교체와 합일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대니가 되버린 조이,

조이가 되버린 대니,

changing position!

완벽한 서스펜스에 다시 없을 공포의 최고치였다.

동일화, 내면의 자아...

대니를 연기한 배우 이석준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구나 싶었다.

...... 마지막에 남은 놈은 조이죠. 연출님도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조이는 치사한 인간이다’고. 조이는 손도 안대고 코를 푼 격이죠.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 방치했던 놈입니다. 조이는 자신의 일부였던 대니가 날라가자, 일부를 버리고 일부가 갖고 있던 전부를 취한 거죠. 남은 사람이 나머지를 갖게 됐다고 이해할 수 있죠 ......

 

<스테디 레인>

이제 고작 2회 공연만 남았다는 게 미치게 아쉽다.

두어번은 더 봤어야 했는데...

"피곤하신 날 극장에 오면 주무시거나 딴짓 할 수 잇으니 정신 멀쩡할 때 오세요" 라고.

이석준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홈페이지에 이렇게 썼다는데 이 말은 완전히 틀렸다.

도무지 딴짓을 하거나 잠깐이라도 눈을 감을 틈을 주지 않는다.

단언컨데 이 작품 놓친 사람은 반드시 후회하게 될거다.

한 번만 본 나도 이렇게 후회가 되는데...

 

* 배우 이석준이 김광보 연출의 새로운 뮤즈가 되려는 모양이다.

  <M. Butterfly> 르네 갈리마르네 이석준과 이승주가 출현한단다.

  두 배우다 김광보 연출의 작품을 했던 배우들이라 어떤 시너지 효과가 일어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9. 16. 08:12

<Gutenberg>

일시 : 2013.08.31. ~ 2013.11.10.

장소 :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원작 : Anthony king & Scott Brown

연출 : 김동연

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송용진, 장혁덕 (버드 대븐포트) 

        정상훈, 정원영 (더그 사이먼)

        에이브 (피아노)

제작 : 쇼노트

 

뮤지컬 <구텐버그>

이 작품 정말 대박이다.

원작자 안소니 킹과 스콧 브라운은 어떻게 이렇게 재기발랄하고 유머러스하고 깜찍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만들 생각을 했을까?

가벼움과 무거움, 재미와 감동, 유머와 진지함, 역사와 픽션의 절묘한 공존!

이건 정말 말이 필요없는 작품이다.

그냥 두 눈으로 직접 보고 느껴봐야만 한다.

그 어떤 대작과 겨누어도 뒤지지 않을 거대한 판타지가 이 작품 속에는 있다.

게다가 단 두 명의 배우와 한 명의 피아니스트가

무대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보여주고 감각케한다.

도저히 엄지 손가락을 들어올리지 않을 수 없는 작품!

이 작품이 산만하다고?

내 대답은 Never! 다.

Never! Never! Never!

송용진과 정상훈은 완벽한 연기자였고 아름다운 창작가였다.

아마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 같다.

땀에 푹 젖은 송용진의 등과 얼굴에 흐르는 땀을 손으로 닦아내던 정상훈의 모습을...

객석과 무대의 돌발상황에 대처하는 그들의 애드립은,

환상, 그 이상이었다.

찰스 에이브(AEV)의 피아노 연주는 정말이지 고래도 춤추게 할 정도였고

피아노 연주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멜로디에, 윈드차임, 트라이앵글까지... 와우!

노련한 연주자와 연기자가 보여준 다양한 모습은 나를 잠시 이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인도했다.

굳이 heeling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무거운 마음과 몸이 충분히 위로받았다.

 

이 작품은 연기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재치도 있어야 하고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유머러스한 감각,

순간적으로 변하는 역할을 빠르게 흡수할 수 있는 배우로서의 역량에

노래실력까지...

배우의 역량을 모두 총동원해야만 하는 작품.

그것도 단 둘이서!

정상훈과 송용진은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진수를 보여준다.

넘버도 너무 좋았지만 두 배우의 넘버 소화력은 더 좋았다.

항상 코믹한 감초역으로만 익숙한 정상훈였는데

"구텐버그"로 연기할 때와 넘버를 부를 때 목소리가 정말 너무 좋아서 그걸 보는 것도 좋았다.  

첫장면부터 마지막 커튼콜까지 이 두 사람이 보여주는 세계에 나는 완벽하게 빠져버렸다.

급기야 두 사람이 중간중간 "구텐버그"라고 소리치며 특유의 동작을 할때마다 복사기처럼 저절로 따라했다.

그렇다!

난 그들에게 완벽히 인쇄되버린 거다.

그들의 프레스는 나를 완벽하게 압착했다.

그들은 뮤지컬이 만들어지는 과정, 캐릭터 창조에 대한 설명과 용어들을 해석해주는 좋은 길잡이였고

1인 다역을 완벽하게,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해낸 멀티맨의 진수였다.

와인은 심장을 뛰게 하고 글자는 세상을 뛰게 한다지만

그들은 지치고 무너진 나를 다시 뛰게 만들었다.

정말로 절망속에서 희망을 꿈꾸게 했다.

꿈이라니... 꿈... 꿈...

이 낯선 단어가 백만년만에 구체적이고 든든하게 다가왔다.

 

놀라울 정도로 창조적이고 아주 기발한 작품!

모자 하나로 등장인물을 순식간에 바꿔버리는 발상은 보면 볼수록 경이롭다.

그걸 이렇게 잘 표현한 두 배우 역시도.

(동선과 액팅이 정말 장난이 아니다! 체력소모 엄청나겠다. 두 사람...)

지치고 힘들때면

나는 아마도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그리고는 "엄지척~~!"을 하기 위해 그들의 backer's audition 현장을 다시 방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혹시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면

버그와 더그의 리딩공연장으로 달려가보라.

당신이 바라던 모든 위로가 바로 그곳에 있다.

자유롭게 맘껏 취하고나면 당신의 마음속엔 어느새 꿈과 힘이 가득 충전되어 있을거다.

분명히!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9. 05:37
벌써 한 달도 더 전에 본 뮤지컬이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간단한 멘트도 달 여유가 없었다.
겨우 이제서야 뭔가를 끄적여본다.
<쓰릴미>
너무나 매혹적이여서 개인적으로 격하게 아끼는 뮤지컬 작품 중 하나다.
그래서 2007년 초연됐을 때를 빼고는 매 시즌 놓치지 않고 챙겨봤었다.
(초연을 보지 못한 걸 늘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그런데 이번 시즌 <쓰릴미>는...
참 여러가지로 사람 심난하고 힘들게 했다.
남다른 애정이 있는 작품이기에 배신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장현성, 김재범 페어로 한 번 봤는데 다시 보기가 어쩐지 두렵다.



새로운 쓰릴미...
인간의 욕망에 촛점을 맞췄다는 노승희 연출가의 말은 실제 작품을 보면서도 안타깝게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내 기억 속의 쓰릴미는.
처음 봤을 때 그 충격이 아직도 가시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만들던 그 뜨거운 응집력과 서늘한만큼 차가운 치밀함,
그리고 넋을 잃게 만들었던 두 배우의 엄청난 집중력.
단 한 번도 상상해보지 못했다.
내가 <쓰릴미>를 보면서 눈을 질근 감게 되리라고는.
무대 위를 배우보다 더 자주 들락날락거리는 경박한 의자와 책상의 흉물스러움,
난데없이 출몰해서 감정을 톡톡 끊어놓던 칼라들의 난도질.
유치하기까지한 어설픈 배경과 음향,
그리고 암전됐을 때 조심성 없이 너무도 당당하게 움직이던 배우의 발소리.
천박한 부비부비에 가까운 스킨쉽,
그저 어떻게든 치기에만 급급했던 피아노 연주의 잦은 실수까지...
(이걸 연주라고 말해도 될까???)
조금 심하게 말하면 90분 동안 일방적인 모욕을 당한 느낌이다.
배우들도 충분히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눈을 부라리는 것으로 감정 표현이 전부 되는 건 아닐텐데...
턱없는 대사들과 노래들.
알 수없는 장면들과 감정 표현들.
쓰릴미를 어쩌자고 이 지경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난데없이 등장한 붉은색 앤틱 의자를 보면서도 당황스러웠는데 지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그 황후스런 의자가 오히려 무지 감사해 죽을 지경이다.
최소한의 소품과 최소한의 조명, 최소한의 동선만으로도 충분한 작품을
그악스럽게 시장판에 던져놓은 느낌이다.
<그>의 목에 묶여있는 색동(?) 보타이를 보면서도 깜짝 놀랐는데
나와 그가 뒤집어쓰고 나온 정체불명의 죄수복은 또 얼마나 경악스럽던지...
몹시 무례하고 난폭한 작품으로 새롭게 탄생(?)된 쓰릴미.




문득 서늘해진다.
내가 몹시도 아끼는 <쓰릴미>가  완벽하게 사라진 것 같아서...
혹시 노승희 연출의 의도가 바로 이런 thrill이었나???
우리는 쓰릴미가 새롭기를 절대로 바라지 않았다.
쓰릴미를 사랑하고 아끼는 관객들의 마음이 어떤 거였는지 조금이라도 이해했다면
아마 이정도까지 무례하고 불쾌한 작품은 나오지 못했으리라.
열심히 하는 배우들에겐 정말 미안하다.
그러나 솔직히 예전같은 아우라와 감동을 느끼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배우들이 쓰릴미를 사랑하는 것만큼
우리 관객들도 쓰릴미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격하게 아낀다.
그래서 배신감이 더 큰지도 모르겠다.
김재범, 장현덕 페어였음에도 객석에 빈자리가 많은 걸 보면서 혼자 막막했다.
다른 페어를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못견디게 속이 많이 상한다.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이 마음을 과연 알아줄까?
정상윤의 섬세한 나를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이번 시즌에서는 그 소망을 고이 접어둬야 할 것  같다.



게다가 얼마전엔(1월 3일) 대단한 노승희 연출님께서 
자신의 트위터에 쓰릴미 재관람 관객을 "크레이지"라는 위대한 단어로 매도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자신은 한 번 보는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지, 기존의 열광적인 팬들 구미에 맞는 작품을 만들지는 않는다고.
이제 자신의 컨셉에 따라 관객들이 따라오기 시작했다며
누가 누구를 조정하고 있는지 알겠느냐고...
<쓰릴미>가 지극히 매니아적인 작품이라는 걸 과연 노승희 연출은 몰랐을까?
엔딩을 일부러 뭉클하게 처리했다는데
나는 너무 끔찍해서 정말이지 돌아버리는줄 알았다.
무례도 이런 무례가 없다.
지금 인터파크의 쓰릴미 페이지에는 대단한 노승희 연출가 덕에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폭발적(?)이고 열광적(?)인 비난의 글들이 무더기로 쏟아지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는 환불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작품의 무례한 질(質)과 별개로 참 Thrill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월부터 투입될 정상윤은 이 뜻밖의 상황이 엄청 Thrill 하겠다.
(속으로 왜 하필 왜 지금!!! 그러지 않을까?)
뮤지컬헤븐 역시도 말 할 수 없을 만큼 이 상황이 Thirll 할테고...
이게 당췌 너무 지나치게 Thrill해서...
(옳지 않아! 옳지 않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8. 05:55
공연관계자들에게 월요일은 일요일이다.
주말동안 하루 2회 공연을 해야하는 그들에게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란,
다가올 일주일을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푹 쉬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석준의 뮤지컬 이야기쇼는 어쩌면 일종의 반란이자 일탈이다.
season 1 뮤지컬 이야기쇼가 막이 내린지가 벌써 4년 전 인가?
딱 1번 관람했었는데 그때가 season 1의 100회 특집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팀이 꾸미는 무대였다.
배우들조차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다면서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서영주 베르테르의 순간적인 감정 몰입은 엄청났었다.
노래 부르기 바로 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며 웃던 사람이
전주가 나오자마자 바로 베르테르가 돼서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사회자였던 뮤지컬 배우 이석준에게도 감탄했었는데...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출연진 한 사람 한사람에게 관객의 시선과 관심이 가도록 유도하는 진행솜씨란!
왠만한 전문 MC들도 울고 가겠다 싶었다



뮤지컬 이야기쇼는 재능 기부 공연이다.
공연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함께하는 사랑밭"이라는 곳에 기부된다.
"함께하는 사랑밭"은 소외층 구제 활동 및 올바른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NGO 단체란다.
충무아트홀이 장소를 제공해서 주최를 하고
전문 공연 기획팀 ACT11이 제작에 참여한다.
이렇게 월 2회 콘서트가 열리면 초대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게 된다
월요일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2주마다 티켓이 오픈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된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동생이 예약한 모양인데 못간대서 내가 대타로 갔다. 전혀 예정에도 없었는데...)
출연진을 거의 당일 공개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이야기쇼에 나올 정도의 배우라면 어느정도 기본기는 있는 배우라서
그다지 출연진 공개가 중요하지 않는 것도 있겠다.
공연 배우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여러가지로 매니아층을 엄청나게 확보하고 있는 팬텀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핸드폰 이벤트 역시도 이야기쇼만의 독특한 재미이기도 하다.



season 2 열 두 번째는 무대에서 감초역할을 하는 뮤지컬 조연배우 5명이 출연했다.
김남호, 김동현, 이훈진, 임기홍, 정철호.
다섯 명의 배우가 명품조연이라는 타이틀로 한무대에서 만났다.
실제로 한 작품 속에서 이들을 함꺼번에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워낙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고 중복되는 캐릭터들이 많으니까...
무대 위에서 재미있고 유쾌한 배우들이라 2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정말 즐겁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으로서의 어려움과
캐릭터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는 좀 짠해지기도 했다.
(주연만 대우하는 더러운 세상~~~의 한 단면을 봤달까?)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의 진지함과 심각함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일면 비극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아무리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해도
이미 관객들은  코믹의 요소만 부지런히 찾아낼 뿐이다.
이런 캐릭터의 부딪침은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참 속상한 일이지 싶다.
더블 캐스팅 없이 거의 혼자서 오랜 기간 공연하게 되니까 
부상을 당해도 그냥 공연을 해야하고 그렇게 생긴 각종 후유증에 대한 보상 역시도 전무한 게 현실이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말해 무엇할까?
공연 배우들의 처후 개선이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긴 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일종의 업(業)이란다.
힘들고 어려운 업이지만
그 업의 기쁨과 고통을 아는 그들이 이제 무대 밖에서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는 우리도 더 편할 수 있을테니까.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8. 24. 06:06

 


연극 <우먼 인 블랙>
원  작: 수잔 힐
연  출: 이현규
기  간: 2011.07.09 ~ 2011.09.10
장  소: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출  연: 홍성덕, 이동수, 박정환(박호산)


요즘은 연극을 좀 챙겨보려고 노력중이다.
그닥 보고싶은 뮤지컬이 없기도 하지만 연극을 보는 재미는 확실히 뮤지컬의 그것과는 다른다.
그리고 솔직히 요즘 공연되는 뮤지컬들이 점점 가벼운 쪽으로 가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안타깝다.
초연 이후에 다시 공연되는 작품도 조금씩 코믹한 부분들을 부각시키는 것 같고......
그게 붐이고 그래야 소위 장사가 되기 때문이겠지만 첫기억이 좋아 다시 찾았는데 의아스러울만큼 코믹해져서 놀란 경험이 많다.
게다가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뮤지컬 가격은 솔직히 정말 무섭다.
준비 안 된 아이돌이 질려대는 정체불명의 딕션과 괴성은 거의 불쾌한 공해 수준이고...

연극의 매력은...
배우의 몰입, 그리고 관객과 배우의 몰입이 일치할 때 생기는 집중력에 있는 것 같다.
그게 딱 맞아 떨어졌을 땐 정말 극 속으로 빨려드는 것 같기도 하다.
이 연극이 그랬다.
<우먼 인 블랙>
198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 입성한 후
현제까지 22년째 쉬지 않고 공연되는 작품이란다.
게다가 얼마전엔 해리포터 "다니엘 레드클리브" 주연으로 영화도 촬영됐다.
우리나라엔 2012년 개봉예정이란다. 
궁금하긴 하다.
해리포터의 이미지를 이 공포물로 벗어버리고 성인연기자가 될 수 있을지...
 



박호산으로 이름을 개명한(아직 공식적인 건 아니라지만...) 박정환과 이동수가 배우 역으로
2004년 초연때부터 변호사 '아서 킵스' 역을 맡았던 홍성덕 배우와 함께 출연한다.
이 날 캐스팅은 박정환과 홍성덕.
두 사람의 호흡은 완벽하고 절묘했다.
개인적으로 배우 홍성덕의 무대를 처음 봤는데 대단하다는 찬사가 아깝지 않을 만큼 멋졌다.
손가락으로 꼽아보니 스파이더라는 강아지까지 혼자서 8가지 배역을 하더라.
게다가 그 배역들은 하나같이 다 명확한 특징과 성격을 가진다.
극중극으로 진행되는 작품이더라도,
배우 홍성덕의 모습은 대단했다.

무대 위에서 어색함을 감추지 못하고 서 있는 아서 킵스.
그는 평온을 얻고 싶었다.
자신이 겪었던, 차마 말로 할 수 없던 끔찍한 경험에서 이제 자유롭고 싶어서...
그는 한 명의 배우를 고용한다.
자신의 과거 모습을 연기하는 배우 앞에서
그는 당시 만났던 사람들, 상황들을 상대편 입장에서 연기하면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걸어간다.
어색해하는 아서 킵스를 향해 배우는 말한다.

"믿어야 보이고 보여야 느낄 수 있다"


배우 역의 박정환(박호산)!
늘 느끼는거지만 참 묘한 배우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연기를 아주 미칠 듯이 잘하는 것도 아닌데
확실히 사람을 집중시키는 포커싱이 있다.
아마도 그건 그 배우가 보여주는 시선과 손끝, 발끝의 섬세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짧은 단(短)의 순간에서 느껴지는 단(亶)은
보는 사람이 모든 것들을 등지고 오로지 몰입하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일부러 제일 앞자리를 선택한다.
그가 보는 시선의 끝을, 그가 가리키는 방향의 끝을 굳이 꼭 목격하고 싶어서...
비음이 약간 있는 그의 목소리는,
답답한듯 아득하기도 하지만 뭔가 은밀한 비밀을 곧 말해줄 것 같은 폭로의 기대감을 주기도 한다.
장난스럽기도 하고, 때론 과도한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의 단발마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런 특징은 정확히 이 작품과 맞아떨어졌다.
이 날도 무대 위에서 자유로운 그의 모습을 보면서
셈이 날 만큼 질투가 났다.
잘 하는 것과, 잘 하고 싶은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그는 잘 하는 배우다.
그리고 잘 한다는 의미는 매 작품마다 다른 느낌으로 나타난다.
친근함과 신비감을 묘하게 뒤섞어서 함께 쥐고 있는 배우인 것 같다.
(솔직히 그의 정체를 정확히 파악하지는 못하겟다.)

작품은,
스토리가 무섭다기 보다는
극의 흐름, 분위기, 그리고 소리가 주는 공포가 더 크다.
이인극이 주는 집중력과 배우들의 연극적 재능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서
90여 분의 시간은 아주 순식간에 지나간다.
무대 셋트와 효과음도 괜찮고 조명도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일부러 시간을 내서 봐도 후회되지 않을 작품 ^^

* 사족이긴 한데...
  홍보 사진은 공포스릴러라기 보다는 코믹에 가까워 놀랐다.
  이건 아닌 것 같다.
  이게 내겐 또 하나의 공포였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