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2. 27. 08:00

<On stage>

일시 : 2014.02.21. ~ 2014.02.23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출연 : 최재웅, 김재범

주최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자주 보게 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 토크쇼를 참 좋아한다.

그냥 두런두런 둘러앉아서 소소한 이야기를 과장없이 들려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하는 그런 자리.

게릴라성 무대이긴 하지만 오랫만에 그런 공연(?)을 봤다.

총 4팀이 4일간 이어간 릴레이(?) 토크쇼 on stage.

솔직히 4팀 전부 다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마지막팀 공연만 봤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절친이라는 김재범과 최재웅.

몰랐었다.

두 사람이 동기라는 것도, 절친이라는 것도.

(뭐 꼭 알아야 되는건 아니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분위가가 많이 비슷하긴 하다.

둘 다 <쓰릴미>의 "네이슨"스러운 것이!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첫곡도 네이슨 아니랄까봐 "Nothing like a fire"더라.

4인조 라이브밴드의 연주도 수준급이었고

무대 조명도 화려하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다.

특히 기타소리가 유난히 귀에 들어와 연주자가 누굴인지 궁금했었는데

<JCS>의 기타리스트였단다.

작년 <JCS>는 정말 여운이 깊다.

오랫동안 두루두루.

 

 

Nothing like a fire - 쓰릴미 (최재웅, 김재범)

작은 씨앗 - 나쁜 자석 - 김재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 김재범

서른 즈음에 - 김광석 - 최재웅

태양에 눈이 멀어서 - Trace U (최재웅)

둥지 - 김재범

갈무리 - 최재웅

너에게 - 서태지와 아이들 (최재웅, 김재범)

포스트잇 Q&A Talk  (깔창, 학창시절, 장단점, 작품,

부르지 못한 노래 - 풍월주 (김재범)

The origine of love - Hedwig (최재웅)

그땐 그랬지 - 카니발 (최재웅, 김재범)

 

본인들은 가요무대라는 표현을 했지만 선곡 정말 좋더라.

약간 old한 가요를 부르는 것도

자신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것도 좋았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부른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와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는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혼자 부른 곡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김재범은 "작은 씨앗"이었고 최재웅은 역시나 <헤드윅>의 "The origin of love"

두 사람의 작품 속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리속에서 지나가기도 하고...

관객들이 미리 적어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질문들은

짧긴 하지만 전부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성의있었고

깔창이야기, 서로의 장단점, 학창시절 에피소드, 구렛나루 헤어스타일, 개그코드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주 편안하고 꾸밈없고 평범한 모습들.

보는 내내 저 둘은 친구라서 정말 행복하겠다 싶어 부럽더라.

별 말을 않해도 눈빛 하나로, 표정 하나로 서로의 기분상태를 다 알 수 있는 그런 관계,

그래서 어떤 반응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관계.

진짜 친구. 

솔직히 너무 보기 좋아서 감히 질투조차 못하겠더라.

좋겠다. 두 사람은!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11. 30. 05:51
 <죽도록 책만 읽는> - 이권우



죽도록 책만 읽는

지난번에 소개한 간서치 이덕무와 유사한 책벌레의 책을 한 권 소개하려고 합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지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분께 적극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일곱 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침 없이 다방변의 주제에 대한 책들을 적당한 호기심과 흥미를 유발하도록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보면서 희망도서 목록에 상당한 책들을 추가했고 지금 열심히 읽고 있는 중입니다.

저처럼 두루뭉술하게 주절주절(?) 책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에센스만을 짧고 간략하게 소개해 주고 있는 책입니다.

솔직히 꽤나 열등감과 부러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책이죠.

그래도 평소에 책 좀 읽는다고 자부했었는데 이곳에 소개된 책들을 살펴보고는 읽지 않은 책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알고는 번데기 앞에 주름잡은 스스로에 대해 반성하게 만든 계기도 됐습니다.

책의 저자 이권우!

서평잡지 <출판저널>의 편집장을 했던 사람입니다.

그야말로 책에 파묻혀 지냈던 사람이고 현재도 책을 통해 여전히 밥벌이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호모 부커스”를 자처하는 사람이기도 하죠.


“호모 부커스”

책 읽는 인간 존재라는 뜻의 신조어죠.(사실은 꽤 오래된 단어이긴 합니다만...)

이 말 속에는 “공유”의 의미도 함께 포함되어 있습니다.

흔히 독서라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책 읽는 자의 궁극적인 목적은 저 또한 “공유와 소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작가 개인과의 생각과 감정 공유를 넘어 더 많은 타인과의 적극적인 소통의 시작이 “독서”의 매력이라고 개인적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호모 부커스”들은 상당히 개방적이며 지독히 현실적이기까지 하죠.

어설픈 독서가들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혼동을 겪게 되지만 “호모 부커스”들은 현실과 이상을 명확하게 구분함으로써 스스로 최대한 편견 없이 판단하고 평가하는 공정함까지 소유하게 됩니다.

“박학다식”이라는 말 속에 항상 “다독”이 포함되어 있는 이유기도 하죠.

눈이 갖는 기억력, 그래서 저는 책을 통해 얻게 되는 기억과 지식들에 대해 차별성을 두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은 말이죠...

사람을 참 조용히 수다스럽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죽도록 책만 읽는>도 그런 의미에선 상당히 수다스러운 책이죠.

그런데 그게 “바글바글” 떠들며 밖으로 퍼지는 소란스러움이 아니라 “소곤소곤” 다가오는 울림이라는 게 그 차이점이죠.

무려 110권이나 되는 책들의 수다를 들을 수 있습니다.

신문을 펼쳤을 때 부담감 없이 재미있게 보게 되는 한 컷짜리 카툰 같다고나 할까요?

짧은 글 속에 필요한 것들만 쏙쏙 알차게 들어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짧은 글 속에 촌철살인의 문구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가령, “고전”에 대해 말하면서,

“고전, 제목은 알아도 정작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는 스피노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이야기를 시작하죠.

“...... 오늘, 다시 고전을 읽는 데는 다른 무엇보다 토론과 논쟁의 정신이 필요하다. 세월의 담금질을 겪으면 겪을수록 그 정신의 순도가 높아지는 것을 일러 고전이라 한다. 앎과 지혜의 고갱이가 가득 쌓인 곳간인 셈이다. 그러나 이 곳간은 좀처럼 자신의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적 호기심이나 의무감만으로 고전을 읽으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정도로는 권위와 명성, 그리고 오해의 더께가 잔뜩 끼인 고전의 빗장을 열어젖힐 수 없다. 나는 고전의 문을 여는 열쇠는 치열한 문제의식이라고 여겨왔다. 우리 시대의 문제상황을 깊이 이해하고, 그 타개책을 찾기 위한 지적 분투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달리 표현하면, ‘질문만들기’라 할 수 있다.

질문을 만든 사람이 고전을 경전처럼 여길 리 없다. 고전의 지은이와 토론과 논쟁을 벌이게 마련이다. 막장을 뚫고나갈 지혜를 묻고, 그 답이 현재적 가치가 있는지 토론한다. 도전적인 토론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 과정에서 지은이의 사상이 안고 있는 한계가 드러나며,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을 찾게 된다. 이쯤 되면, 고전의 주위를 맴도는 지은이라는 ‘유령’이 가만히 당할 리 없다. 해석의 오류를 지적하거나 자신의 다른 책을 참조해야 한다고 복화술로 변호하기도 한다. 고전을 읽는 행위는, 그러므로 묵독일 수 없다. 제대로 읽으면 그것만큼 소란스러운 책읽기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카니발적 책읽기에 몰두하게 된다..... “

고백컨대, 

저를 완벽히 KO패 시킨 문구였습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 그리고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책은 그러니까 “앎과 함”의 일치를 위해 우리에게 꼭 필요한 행위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환상은 현실보다 힘이 세다고 하죠. 그래서 우리는 환상에 머물고픈 욕망에 늘 빠지게 됩니다. 그게 어쨌든 일반적인 힘의 논리니까 말입니다.

책은. 그러니까 그 환상을 극도의 차가운 정열로 바라보게 합니다.

그래서 우리를 “~~카더라” 통신에 빠지지 않고 바른 시각과 주관을 갖게 만들어 주죠.

생각해보면 정말 책만큼 누구에게나 민주적인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책장을 열기만 한다면 누구에게나 공평한 세계를 그것도 비밀 없이 송두리째 보여주죠.

“다 열어보였으니 어디 한 번 맘껏 들여다봐라!”

책벌레들을 그래서 흔히 관음증 환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책에 새겨진 다른 사람의 욕망을 책장을 커튼 삼아 훔쳐보는 책벌레들...

그러나 책을 탐하는 관음의 시선은 훨씬 더 근원적이고 깊고 고요합니다.

책을 구하고, 읽고, 즐거움을 나누는 모든 과정에 대한 일종의 은밀한 흥분감이죠.

그래서 책의 자궁이라는 것이 있다면 저 역시도 기꺼이 몸을 웅크려 작은 태아가 될 용의가 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죽도록 책만 읽어도” 다 읽혀지지 못할 책들의 세계.

그 책들의 세계 속에 몸을 웅크리고 지독히 탐욕스런 관음의 시선으로 책들을 바라보자 권하고 싶습니다.

마술사의 비밀을 아는 순간 눈속임의 실체가 드러나는 게 아니라 드디어 스스로 같은 마술사가 되는 거라고 하죠.

오늘 해리포터의 세계로 함께 들어가자 여러분께 손 내밀고 싶습니다.

깊고 고요하고 간절하고 농밀한 관음의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