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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08 건승정한Day 3
그냥 끄적 끄적...2013. 4. 8. 08:51

나는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고 꼽씹는 걸 엄청, 무지, 과하게 좋아한다.

(소도 아니면서 꼽씹기는....)

책, 공연, 그리고 사진.

책은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함께 하는 배신없는 동반자고

공연은 주말을 함께 하는 애인같은 존재고

사진은 어느 날 느낌에 따라 챙겨서 집을 나서게 만드는 일종의 이벤트다.

여러가지 이유로 좀 줄이자고 작정하고 있지만

뮤지컬과 연극 관람은 특히나 일상의 탈출구이자 쉼표같은 존재다.

블로그에도 여러번 밝혔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고 꼭 챙겨보는 뮤지컬 배우를 꼽자면

단연코 류정한과 김선영을 들 수 있다.

연극배우는 남명렬과 김영민, 그리고 윤소정이다.

거의 유령회원에 불과하지만 가입되어 있는 싸이트도 몇 개 있다.

가장 오래된 싸이트는 역시나 건승정한!

OFF 모임도 두어번 참석했었고 단체관람에 숟가락 몇 번 올려놓긴 했었다.

10여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카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가령 예전에는 배우 류정한보다 개인적인 이상형으로서의 류정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무대 위 한 배역을 책임지는 배우 류정한을 존중하고 격려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공연 관람 성숙도와 공연장에서의 예의는 확실히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때때로 정말 어메이징한 성숙도를 보여 현장에서 놀랄 때도 있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는 모르지만

건승정한 싸이트에서 OFF 모임을 소식을 보고 신청했다.

광클릭이라면 영 잼뱅이인 관계로 70명 안에 들 가능성은 당연히 없으리라 생각했다.

어? 그런데 이게 왠 일이지?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우의 수가 발생해버렸다.

처음 이 사실을 알았을 땐 사실 좀 난감하고 난처했다.

이 나이에(?) 그런 자리에 참석하는 것도 그렇고

워낙에 유령회원이고 태생이 비사교적인 성향이라 과연 그 자리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다.

(게다가 명단에 올라온 이름 중에 아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양도를 할까 고민하다 될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OFF 모임 장소를 향했다.

 

동승아트센터 1층 카페 "토트"

배우 류정한이 입구에 앉아서 들어오는 70명 전원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서 한 장씩 전해준다.

일종의 티켓팅인 샘인데

아주 참신하고 딱 어울리는 "맞이기획"이라 놀랐다.

이곳저곳 꽤 정성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하다.

화려한 건 않지만 소박하면서도 따뜻함이 담겨있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게다가 오랫만에 만난 윤일 오라버니가 반갑게 맞아주셔서 쑥스러우면서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래도 기댈 곳이 한 곳이라도 있으니까 ^^)

지난 10년간의 시간들을 영상으로 보면서

참 많은 일들이 있었구나 혼자 감회에 젖었다.

개인적으론 내게도 좋은 동생들을 많이 알게 해 준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응답하라!!!)

이젠 가정을 꾸려서 예전처럼 함께 MT를 가거나 서로 만나기도 힘들어지고

연락도 뜸해졌지만

그 기억들은 여전히 나를 풍요롭게 하고 미소짓게 한다.

(다행이다.)

이들이 있어서 한때 나는 열심히 버틸 수 있었는데...

 

토크쇼 형식을 빌어서 진행된 OFF 모임은 따뜻하고 유쾌하고 재미있었다.

함께한 70여 명의 사람들은 예의 바르고, 배려심이 가득했고

사전에 공지된 주의사항들도 꼼꼼히 잘 지켰다.

그야말로 가족들의 모임, 딱 그런 느낌이었다.

정갈하고 깔끔하게 준비된 식사도 좋았고

모르는 이들끼리 서로의 시간들을 공유하는 모습도 다정했다.

이런 풍경 속에 들어가는 거,

참 낯설고 어색할 법도 한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끝까지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먼저 나오면서 잠깐이지만 류배우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다.

오래전 OFF 모임에서 함께 "Dangerous game"을 했던 걸 기억하고 있어서 놀랐다.

류배우도 나도 시간이 이렇게 많이 지났다는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꼈다.

그에게 말했다.

"당신이 내 꿈을 포기하게 만들었노라"고...

한때 공연비평을 꿈꿨었노라고,

그러다 알게됐노라고,

이제 더이상 객관적으로 볼 수 없게 됐다는 걸...

그래서 깨끗하게 포기했노라고.

류배우가 답한다.

"어쩌면 그렇게 포기한 게 더 행복한 일 일 수 있다"고...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했고, 완벽히 공감했다.

다행이다.

깨끗이 포기해서!

더이상 꿈꾸지 않아서!

 

사진첩을 뒤적이다 발견한 오래된 사진 한 장!

문제의 "Dangerous game"

기억이 새롭다.

(원래 내 사진 올리는 거 병적일 정도로 싫어하는데... 이번 한 번만은 예외인 걸로!)

나도 변했고, 류배우도 참 많이 변했다.

그래도 두 사람 다 훨씬 편안해졌다는 건 공통점이다.

예전에도 개인적인 사심같은 건 있어본적도 없지만

이번엔 어찌된 게 둘째오빠를 만나고 온 느낌이다.

(큰오빠는 여전히 윤일오라버니시고...)

피붙이에 대할 때 느껴지는 뭉클한 감정이 나도 모르게 들었다. 

참. 이상하지!

 

돌아오면서,

어쩌면... 어쩌면...

"건승하우스"는 결코 꿈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상상해본다.

건승하우스에서 고스프레처럼

어떤 날은 "지킬 앤 하이드" 버전으로

어떤 날은 "영웅" 버전으로

어떤 날은 "두 도시 이야기"나 "몬테크리스토" 버전으로

또 어떤 날은 "맨 오브 라만차"나 "스위니토드" 버전으로 가든파티 같은 걸 개최하는 모습을...

현실 같은 꿈, 꿈 같은 현실들.

어쩌면, 정말 어쩌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impossible dream이 possilbe 하게 변하는 그런 곳!

참 가슴 뻐근하게 즐거운 곳이 되지 않을까?

 

오랫만이다.

이렇게 좋은 기억과 좋은 추억을

가슴 깊이 함께 담아본 게...

  

* 류정한 배우의 차기작이 결정됐다.

  <몬테크리스토>와 <두 도시 이야기> 공연시기가 거의 비슷해서

   어떤 작품을 하게 될까 궁금했는데,

   예상대로 <두 도시 이야기>를 선택했다.

   (두 작품  모두 출현하는 건 설마 아니겠지! )

   개인적으로 <두 도시 이야기>를 하길 바했는데 다행이다.

   류정한, 최현주, 카이, 신영숙 캐스팅을 다시 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참 좋다! 

   샤롯데라니,

   세번째 전관 단관을 꿈꿔봐도 좋지 않을까? 

 

  오! 이런!

  <몬테크리스트>도 특별출현으로 10회 출연한단다.

  류배우의 고민의 정도가 어느 정도 짐작된다.

  두 작품 다 그에겐 특별할테니까.

  옳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선택을 했음에는 분명하다.

  건승을 빈다.

  진심으로!  

 

                                                                                                                     - 사진출처 "건승정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