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대학교'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3.23 위로와 휴식
  2. 2010.08.30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2
읽고 끄적 끄적...2012. 3. 23. 06:05
다행이다.
나는 아직 위로와 휴식을 맏을 곳이 있다.
가끔 이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게 뭘까를 생각한다.
그건 단 하나!
실.명. (失明)
볼 수 없다는 건,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읽을 수 없다는 건
내겐 생명의 끝장(失命)을 뜻하기도 한다.
볼 수 있다면, 읽을 수 있다면,
나는 아직 위로받고 있는 거고, 아직 쉴 만한 곳이 있다는 의미다.
사람마다 각자의 절실함이 있다면 나는 이걸 내 절실함이라 내세우며 다독이리라.
그래, 내게 이게 유일이고 최강이다.



두 권의 책을 읽다.
트위터에 이미 유명 인사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과
서른 세 살 인생의 절정에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중국의 젊은 여교수 위지안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혜민 스님은 하버드에서 비교종교학 석사과정 중에 출가를 결심해서
2000년 봄에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받고 조계종 승려가 됐다.
승려이자 교수인 혜민 스님의 트위터 글들에 살을 붙여 책을 출판했다.
위지안은 자신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고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를 연재했단다.
그 글들이 그녀 사후에 책으로 출판됐다.
두 권의 책 모두 소소하고 단백하고 소담하다.
읽으면서 나는 몇몇의 문장에 위로받고 그리고 몇몇의 에피소드에 짠했다.

사람과의 인연은, 본인이 좋아서 노력하는데도
자꾸 힘들다고 느껴지면 인연이 아닌 경우일 수 있습니다.
될 인연은 그렇게 힘들게 몸부림치지 않아도 이루어져요.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주세요

인연이라고 믿었던 사람때문에 지금 힘든 사람에게 이 문장은 뭔가 편안함과 결단을 주기에 충분하다.
자신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인연이라면 그냥 놓아주라는 혜민 스님의 말...
옳다! 옳다! 다 옳다!
혜민 스님의 책에서 단지 이 부분만을 얻었을 뿐인데도
나는 그걸로 충분했다.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런 아픔 속에 살면서
위지안은 말했다.
그 어떤 고통도 다 지나간다
이별? 지나간다. 마음의 상처? 지나간다. 실패? 다 지나간다.
설령 불치병이라도 모두 다 흘러가는 구름이다.
그녀의 담대함에 나는 울컥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과거 때문에 섬득했는데 그녀의 말은 내게 위로와 다독임이 됐다.
물론 모든 과거가 추억일 순 없지만
모든 추억은 과거다.
추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후회하게 된다.
인생의 어느 순간, 당신은
그때까지 쌓아둔 추억 더미 속에서
삶의 의자와 희망을 찾아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릴 수도 있다.
그 즈음에는, 알게 될 것이다.
당신의 추억이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값진 재산이라는 것을...
하루를 추억 속에서 보낸 날은 참 오래 산 기분이 든다고 그녀가 말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녀의 말이 옳다.
나는 참 많은 걸 잃고 살았구나...
그녀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며 남긴 "지안이 과자값"에 질투하고
항암치료로 대머리가 된 그녀를 따라 세 가족이 머리를 밀고 함께 사진관에서 가족 사진을 찍는 모습에 질투했다.
절망은 원래 구경하는 사람에게만 크게 보인다고 했던가!
그러나,
불같은 질투를 품은 절망은 사위어가는 불처럼 무력하다.
내 시간은 시한부 인생보다 더 시한부스러웠던 거다.
너무나 강렬하게 그녀가 부러웠다.
죽은 자를 부러워하는 산 자라니...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처연해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8. 30. 06:42
요즘 베스트셀러로 한창 인기있는 책이다.
2010년 5월 24일 1판 1쇄를 발행하고 두 달 반 만에
41판을 찍어낸 히트작이다.
더구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몹시도 정의로운 제목을 내세우고 말이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27세에 최연소 하버드대학교 교수가 된 사람이란다.
1980년부터 30년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고
그의 정의(justice) 수업은 현재까지도 20여 년 동안
하버드대 학생들 사이에서 최고의 명강의로 손꼽히고 있다고 한다.
책의 겉표지에 나와있는 강의 모습은 이 말을 실감하게 한다.
제목이 주는 정의로움때문에(?) 읽는 동안 고전을 면치 못할까봐 걱정했는데
정말 놀랍다.
아주 재미있고 그리고 무지 지적인 책이다.



이 책에는 "정의"를 이해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첫번째는 공리주의 시각으로
정의란 행복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제러미 벤담과 존 스튜어트 밀의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두번째는 자유와 연관시키는 시각으로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하다.
두번째 해석은 다시 자유지상주의의 견해와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견해 둘로 구분된다.
전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한 이마누엘 칸트를
후자는 평등을 옹호한 존 롤스의 이론을 내세운다.
마지막 세번째는
저자가 좋아하는 방식이라고 밝힌 미덕과 연관시키는 시각이다.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는 아리스토텔레스적인 견해다.
저자는 책의 초입부에
사회가 정의로운지 묻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 이를테면
소득과 부, 의무와 권리, 권력과 기회, 공직과 영광 등을 어떻게 분배하는지 묻는 것이라고 말한다.
즉, 정의로운 사회란 이것들을 올바르게 분배하는 사회라는 뜻이다.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행복한 도시를 위해 지하실에서 영양실조로 쇠약해져가는 아이"의 비유는
섬뜩하고 정직하다.
어쩌면 정의를 우리가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위 말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으로...
그런데 아이의 입장이라면 그 실상이 얼마나 잔인하고 참혹한 일이겠는가!
절대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이 일은 과연 정의로운가?



상당히 어려운 문제를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예시를 들어가며 아주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소수집단 우대정책, 대리 출산, 낙태, 동성혼, 징집, 자원군 등
사회에 찬반이 갈리는 직접적이면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문제에서부터
자동차 수리, 유리창 닦기 등과 같은 비유를 통한 해석까지 그 범위 또한 방대하다.
말 그대로 거침없이 지적이다.
(화려한 문학적 구사 없이도 이렇게 충격적이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끊임없이 질문을 해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적지 않은 딜레마에 빠지게 하는데
그 지적 갈등 과정 역시나 상당히 재미있고 즐겁다.
계속되는 딜레마 속에서도 어느 틈에 읽고 있는 이의 생각까지도 하나씩 정리하게 만든다.
상당히 괜찮은 명강의를 직접 듣고 있는 떨림과 흥분이랄까?
명성뿐인 책이 있고, 명성 그 이상인 책이 있는데
이 책은 확실히 후자에 속한다.
한 번 읽는 것으로 끝날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몇 번씩 읽어도 좋을 책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책이고
읽을 때마다 새롭게 알게되는 것들이 끊임없이 나타날 그런 책이다.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하버드대 강의 모습>

정말 멋지고 환상적인 책을 만났다.
이런 게 책이다!!!
이 책 한 권 속에 완벽히 넋을 잃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