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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1 바람의 나라 (2009.06.20. PM 7:00)
보고 끄적 끄적...2009. 6. 21. 22:02
비오는 토요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을 찾다.



오랫동안 너무나 기다리고 보고 싶었던
뮤지컬 <바람의 나라>



매번 보고싶어하는 마음과는 다르게
항상 인연이 없었던 공연



내가 선택한 캐스팅
<바람의 나라> 초연부터 계속 "무휼"을 살아낸 고영빈
그의 댄디한 작품만 봤던 나로써는 그의 무휼이 미스터리다.
<오페라의 유령>의 히어로,
양준모의 "해명"!
아비의 뜻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고 동생 무휼의 머리 위에 얹힌 비운의 태자
연극 <아일랜드>로 정극을 경험한 그의 변화도 궁금하다.
그리고 <쓰릴미>의 그, 김산호
역시 댄디한 이미지가 강한 김산호라는 배우가 강인한 천상의 무사 "괴유"를 어떻게 만들어 낼지...



결론은,
숨쉬는 게 아까울 만큼
그리고 인터미션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소름끼치게 아름답고 황홀했다.



무대 뒤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에니메이션 배경들.
절대로 한순간도 유치하지 않았고
극의 내용에 맞게 너무나 충실하게 변화를 줬다.
조명, 음향, 음악, 의상 모든 것이
내 눈과 귀, 그리고 심지어 생각과 숨,
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잡아 먹었다.



서울예술단의 작품들은
역시 실망을 시키지 않는다는 믿음감!
혜암역의 고미경, 이지역의 도정주, 연비역의 박석용
그들이 받쳐주는 무대는 그야말로 든든했으며 환상 그 자체였다



예전엔 "무휼"이라는 배역이 그닥 매력적이지 않다고,
그래서 배우로써는 별로 탐나지 않는 역일거라고 생각했는데
단지 대사와 노래가 없더라도
몸짓만으로도 충분한 역할이 만들어 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제는 다른 생각을 품는다.
"무휼"이라는 역할!
남자 배우라면 정말 탐나는 역할이겠구나 하고....



"괴유"
후반부 20여분 동안 펼쳐지는 전쟁씬은 한마디로
괴유의 난장이었다고 해도 좋을 것 같다.
그야말로 임펙트 강한 역할.
그의 거친 숨소리마저도 끔찍하게 아름다웠다.
군주를 위한 충성심
그리고 소름끼치는 맹렬함까지!



김진의 만화 <바람의 나라>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창작 뮤지컬!
우리 작품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의 의무보다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애정이 담기게 된다.
어쩌면 그렇게 소홀하게 다룬 부분들이 한 군데도 없을까?
원작 만화를 이용한 배경과
클래식, 락, 힙합, 테크노, 클래식,
그리고 국악을 넘나드는...
음악적인 성찬만으로도 배가 부르고도 남는 작품!
(특히 이 작품의 메인 테마는 드라마 <하얀거탑>에서도  배경음악으로 쓰였단다)
웅장하고 아름답다.



게다가 자극적이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던 조명,
그러면서 극 내내 끊임없이 말을 전달하던 조명,
모든 게 꿈을 꾸는 느낌이다.
결코 깨고 싶지 않은 꿈.
현실로 돌아오지 못한다 할지라도
진심으로 그곳에 나도 있고 싶었다.
하늘 나무 위 혹은 하늘 나무 아래
그들이 꿈꾸는 "부도"에....



막으려해도 피할 수 없는 일
독을 품은 꽃이 씨를 뿌리네
그 꽃이 결국 활을 쏘네
운명은 눈감지 않으리.

피지 말았어야 할 꽃이여!
독을 품어야만 할 꽃이여!
칼날 위를 걸아가는 자여!
활을 뽑아야만 하는 자여!


내겐 너무 치명적이고 매혹적인 작품
<바람의 나라>
그 꽃이 결국 나에게 활을 쏜다.
가슴 한 복판을 향해
그대로 꽃.힌.다....
정..확..하..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