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2. 31. 08:22

<황재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1달여 전에 임태경 루돌프, 김보경 마리를 봤었다.

그때 받은 충격과 실망감은 정말 쓰나미급이었다.

(다른 누구 때문도 아닌 루돌프 임태경의 믿어지지 않은 초보급 연기때문에..) 

그래서 예매했던 다른 회차 티켓도 취소했었다.

이날 관람도 그래서 예정됐던 건 아니었다.

동생이 예매한건데 갑자기 일이 생겨 못가게 됐다고 급투입(?)됐다.

기대감 자체도 없었지만 공연 끝나고 집에 갈 일부터 걱정하면서 충무아트홀을 찾았다.

지난 번엔 김보경 마리였고 이번엔 옥주현 마리다.

솔직히 옥주현 마리에게 일말의 희망을 걸자는 심정이었다.

임태경이 한 말도 있으니...

외형적으로 보여지는 것도 무시할 수 없어서 김보경과 잘 맞을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공연을 해보니 의외로 옥주현과 더 잘 맞는것 같다고...

(아마 이런 비슷한 류의 발언이었을거다.)

 

어! 그런데...

에이, 설마...!

정말 그럴리는 없겠지만

혹시 임태경이 네 블로그의 후기를 봤던 건 아닌가!

달라도 어쩜 이렇게 다를 수 있나!

도대체 그땐 그럼 왜 그랬던걸까?

1달 전이라고는 하지만 그때와 지금의 임태경 연기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그것이었다.

"마리 배쩨라"라는 다분히 조폭스럽던 우수운 발음도 없었고

감정없이 질러대는 소음성 고성도 없었고,

더이상 성실할 수 없었던 국어책읽기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엔 연기를 하더라.

그것도 왠만한 연기가 아니라, 절절한 감정을 담아서 정말 루돌프가 된 듯이 연기를 하더다.

대사 타이밍도 좋았고, 디테일도 훨씬 좋아졌다.

심지어 실수조차도 아주 노련하고 능숙하게 넘어가더라.

뭐지? 뭐지? 뭐지?

도대체 왜, 무엇때문에, 어쩌다 이렇게 달라졌냐 말이다.

임태경!

정말 사람 무지하니 헷갈리게 만든다.

솔직히 이제 뮤지컬 배우 그만하고 연주자로만 무대에 서면 좋겠다고까지 생각했었는데

이건 완전히 극적인 반전이다.

 

빌리 굿맨의 장면이 끝나고

태자빈과의 첫 장면부터 예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 놀랐다.

그런데 첫 곡 "An ordinary man"도 감정표현을 너무 잘하는거다.

뭐지? 하면서 다시 놀랐다.

지난번 문제의 장면이었던 아버지 요제프 황제(박철호)와의 대립도 이번엔 고성방가가 아니었다.

팽팽한 대사 타이밍은 기가 막힐 정도로 환상적이었다.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변화를 주장하는 강렬한 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지 못하는 절망감과 자괴감이 팍팍 전달됐다.

옥주현 마리와의 듀엣곡 "something more"도 너무 듣기 좋았고

심지어 묘한 설래임까지 느껴지더라.

1막에서 신영숙 라리쉬와 민영기 타페의 "Fear and desire"가 항상 좀 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마도 그런 평가가 많아서 그런지 이번엔 좀 자중이 된 것 같아 한결 편안했다.

(꼭 누가 더 높게 올라가나 경연하는 것 같았는데...)

2막에서 지난 번에 정말 제대로 실망했던 "The steps of tomorrow"는 장족의 발전이다.

망설임과 두려움에서 확신과 열정으로 점점 바뀌는 감정변화를 잘 따라갔고

액팅도 아주 디테일하게 표현해서 정말 놀랐다. 

지난 번에는 혼자 동떨어져 완전히 따로 놀았던 임태경이었는데...

편지 장면도 참 슬프고 아팠고

기차가 떠난 걸 알고 주저앉아 절망하는 장면도 안타까웠다.

그리고 마지막 노래 " I was born to love you"는 나도 모르게 심장이 덜컥 내려앉더라.

너무 아름답고, 너무 이쁘고, 또 너무 간절하고 너무 절실해서...

 

이럴 수 있는 건가?

완전히 새로운 뮤지컬 배우 임태경을 봤다.

솔직히 정말 놀랐다.

뭐였을까?

뮤지컬 배우 임태경을 이렇게 변하게 만든 이유가?

지금 이런 표현과 감성을 보여주는 사람이

왜 1달 전에는 그런 말도 안되는 모습으로 무대에 섰을까?

내가 귀신에 제대로 홀렸던 걸까?

배우 임태경은 내게 느낌표와 물음표를 동시에 주면서

나를 완전히 미스터리에 빠지게 했다.

 

지난 번 관람에서 뮤지컬 배우로서 임태경은 이제 놓아야겠구나 생각했는데

이 날 공연을 보고 다시 마음이 움직였다.

물론 100%로 확신을 가질 순 없지만

그의 정체(?)와 미래를 아직까지는 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1. 28. 08:31

<황태자 루돌프>

부제 : 세계를 뒤흔든 위험한 사랑

일시 : 2012.11.09. ~ 2013.01.27.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곡 : 프랭크 와일드 혼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천정훈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 (황태자 루돌프)

        옥주현, 최유하, 김보경 (마리 베체라)

        민영기, 조휘 (타페 수상)/박철호, 류창우 (프란츠 요제프 황제)

        신영숙 (라리쉬 백작부인), 오진영 (스테파니 황태자비) 외 

 

<황태자 루돌프> 두번째 관람.

사실 첫번째 관람인 박은태, 옥주현, 조휘 캐스팅보다 임태경, 김보경, 민영기 캐스팅을 정말 많이 기다리고 기대했었다.

그래서 좌석도 일찌감치 중앙블록 맨 앞 좌석을 예매하면고 얼마나 뿌듯해했던지...

작년에 임태경의 <모차르트>를 보면서 이 사람 이제 정말 뮤지컬 배우가 됐구나 싶었었고

김보경은 <미스 사이공> 때 연기도, 노래도 너무 좋아서 무조건 신뢰감이 갔다.

게다가 지금까지 실망감을 안겨 준 적 없은 민영기까지...

이런 환상의 캐스팅은 어찌됐든 꼭 봐줘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must see! must see!

 

게다가 요즘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을 읽고 있는데.

(뮤지컬을 보고 원작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어졌다.

 다 읽지는 않았지만 뮤지컬보다 대단하다. 정말 장엄하고 엄청난 역사서다.)

이 작품과 꼭 맞는 문구를 읽고 기대감이 조금 더 상승되기도 했었다.

 

'혁명'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에 '진보'라는 이름을 부여하라. 또한 '진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것에 '내일'이라는 이름을 부여하라. '내일'은 아무도 항거할 수 없는 방법으로 자기의 과업을 수행하며, 그 일은 오늘부터 시작된다.                                        -  빅토르 위고 <레 미제라블>

 

 루돌프 : 임태경, 마리 베체라 : 김보경
 
루돌프 황태자, 마리 베체라

임태경의 루돌프는,

그의 뮤지컬 데뷔작 <불의 검> 가라한을 떠올리게 했다.

어색한 발음과 감정을 아주 철저하게 배제하고 너무나 성실하고 꼼꼼하게 읽어주던 대사들.

대사 타이밍도 살짝씩 어긋나고 노래도 예전보다 힘겨워보였다.

(이날 유달리 컨디션이 안 좋았던걸까?)

제일 자연스러웠던 연기는 기침 연기더라.

대사가 워낙에 많은 작품이라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워야할 부분이 많은 작품이고 배역인데

이렇게 순수하고 풋풋한 초기 상태의 모습을 보게 될지는 정말 몰랐다.

(이제 당신은 더이상 풋풋하고 신선한 데뷔 배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ㅅ" 발음이 어색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으니 넘어간다치고,

모든 대사를 어쩜 그렇게 감정 없이 같은 톤과 뉘앙스로 일관되게 또박또박 읽어 주던지...

(개인적으로 연주가 임태경도, 뮤지컬 배우 임태경도 너무나 좋아 한다.

 그런데 이날 공연을 보고 솔직히 현재 맨붕 상태에 빠져있다.)

무도회 장면에서 그가 "마리 배째라"라고 발음할 때 실수겠거니 했는데

신문사 장면에서도 똑같이 "마리 배째라"라고 해서 좀 놀랐다.

혹 "마리 배째라"라 옳은 발음이라고 해도

"마리 베체라"라고 해줬어야 했다.

(어감이 웃기잖아~~)  

아버지와의 대립 장면에서는 격하고 간절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고.

(애매한 소리 지름....)

특히 "내일로 가는 계단(The steps of tomorrow)"에서는 솔직히 조금 심했다.

자신의 모든 게 달라지는 아주 중요한 순간의 대사고 노래인데 정적이고 단호한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라리쉬부인이 노래를 부를 때

회전무대가 돌아가면서 다른 배우들은 스로우모션으로 움직이는데

루돌프 임태경은 혼자 일관성있게 평상시 속도로 움직여 디테일까지 무너졌다.

(이 부분과 아버지와의 대립 장면은 박은태의 해석과 표현이 정말 멋지다!)

마리와의 듀엣곡 "something more"와 "I was born to love you"는 무난하긴 했지만

그의 강점인 섬세한 발란스를 느끼기는 조금 부족했다.

기대했던 솔로곡 "How will I know"와 "An ordinary man", "The measure of a man"도 나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충분히 만족스럽진 않았다.

내가 유독 임태경이라는 배우에게 너무 엄격한건가!

혼자 자문도 해봤지만,

어쨌든 이 날 컨디션 최악이라도하더라도

(컨대션의 조절과 극의 몰입도, 이 둘은 철저히 배우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김보경 마리는 옥주현 마리와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다.

옥주현이 모성애가 느껴지는 마리였다면

김보경 마리는 귀엽고 순수하고 그리고 고집쟁이 외골수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나쁘지 않은 표현이었다.

솔로곡 "Only love"는 참 좋았다.

그런데 이상한건 임태경과의 듀엣은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좀 놀랐다.

음색의 차이도 그렇게 고음처리도 그렇고 뭔가 살짝 발란스가 안 맞는 느낌이다.

공교롭게도 루돌프와의 듀엣보다는

타페 수상과의 듀엣 "Only heroes dare"와

프란시스 공주와의 듀엣 "Can I say goodbye?"가 훨씬 좋다.

민영기 타페 수상과 신영숙 라리쉬의 "Fear and desire"는

정말 너무 박빙이라 관객 입장에서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무림의 고수 두 명이 자신의 최고 기량을 가지고 최후의 싸움을 하는 느낌이랄까?

"나 정말 노래 잘하지!~~"

"내 노래 정말 죽이지~~"

덕분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보는 사람이 만신창이가 되는 느낌이다.

류창우는 프란츠 황제를 너무 유약하게 표현한 것 같다.

타페 수상에 의해 완전히 장약된, 무기력한 황제같다.

민영기가 너무 쎈건지, 아니면 류창우가 너무 약한건지 참 애매하다.

조연과 앙상블들은 여러모로 참 안정적이고 인상적이다.

맨 앞에서 관람해서인지 "The tra-la-la ice skating song"은 좀 위태위태해보였다.

(무도회 장면도 그렇고, 스케이팅 장면도 그렇고 치맛바람 장난 아니다 ^^)

 

누군가 그러더라.

안재욱, 임태경, 박은태를 섞은 루돌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공감이 된다.

안재욱의 연기력, 임태경의 섬세함, 박은테의 격정을 섞는다면 정말 최고의 루돌프이지 않을까!

살짝 고민중이다.

임태경 루돌프와 옥주현 마리 캐스팅을 볼지 말지가.

음색상으로는 꽤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자꾸 발목을 잡는 게 있어서...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