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7. 28. 10:18

 

<시라노>

일시 : 2017.07.07. ~ 2017.10.0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에드몽 로스탕 희곡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

대본, 작사 : 레슬리 브리커스(Leslie Bricusse)

작곡 : 프랭크 와일드혼(Frank Wildhorn)

연출, 안무 : 구스타보 자작(Gustavo Zajac)

각색, 협력연출 : 조한준, 반능기 

음악감독 : 변희석

출연 : 류정한, 홍광호, 김동완 (시라노) / 최현주, 린아 (록산) / 임병근, 서경수 (크리스티앙) 

        이창용, 주종혁 (드기슈) / 김대종, 홍우진 (르브레) , 임기홍(라그노), 이용진, 임재현 외

제작 : (주)RG, CJ E&M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선  뮤지컬 <시라노>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너무 좋아 국내에 꼭 소개하고 싶었단다.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좋겠노라고...

공개된 배우진은 더 놀라웠다.

티켓파워 홍광호에 신화창조 김동완, 그리고 류정한 자신까지 주인공 "시라노"에 이름을 올렸다.

사실 류정한이 프로듀서만 하고 출연은 안 할까봐 내심 걱정했었는데 디헹이다 싶었다.

게다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 최현주의 출산 후 첫 복귀작이기도 해서 기대가 많이 됐다.

예상대로 프리뷰 티켓은 매진이 됐고

겨우겨우 프리뷰 둘째날  류정한의 첫공연 티켓을 예매했다.

(그것도 3층 중간 어디쯤을....) 

 

보고 난 느낌은...

2014년 뮤지컬 <드라큘라>를 처음 봤었을 때가 생각났다.

이 작품도 <드라큘라>처럼 내게 반전을 주면 참 좋겠다는 바람.

묘하게도 작품 보다는

류정한이라는 배우의 history 혹은 profile이 먼저 다가온다.

뭐랄까??? 그가 그동안 출연한 작품들과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갈라쇼 같다고나 할까.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 드라큘라, 맨 오브 라만차, 레베카의 막심도 보이고, 지킬도 보인다.

출연작은 아니지만 스칼렛 핌퍼넬도 생각났고

무대와 조명 등 전체적인 느낌은 두 도시 이야기와 많이 오버랩된다.

원본인 희곡을 읽어보진 못했지만

소설로 된 걸 읽었는데 안타깝게도 스토리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아서 걱정스러웠는데

뮤지컬도 전체적으로 지루하고 많이 밋밋하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자기복제적인 넘버도 개인적으론 신선함이 덜했다.

(귀에 쏙 들어온 넘버는 3곡 정도.)

그야말로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작품.

 

내가 기대를 너무 많이 했던걸까?

지금으로선 <드라큐라> 같은 반전을 기대하는 수 밖에...

그런데 솔직히...잘 모르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7. 22. 08:30

 

<페스트>

 

일시 : 2016.07.20. ~ 2016.09.30.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알베르 카뮈 <페스트>

대본 : 김은정, 노우진

음악 : 서태지 

연출 : 노우성

편곡, 음악감독 : 김성수

출연 : 김다현, 손호영, 박은석 (리유) / 김도현, 윤형렬 (랑베르) / 오소연, 린지 (타루) / 김수용, 조휘 (코타르) 

        조형균, 정민, 박준희 (그랑) / 황석정, 김은정 (리샤르), 이정한 외

제작 : (주)스포트라이트, (주)보스톤이앤엠

 

참 이렇게 넋을 놓게 하는 작품도 없다.

27일에 서태지가 관람을 한다는데 제발 안 봤으면 좋겠다.

손발이 오그라질 정도로 내가 다 부끄럽다.

서태지는 무슨 죄고, 카뮈는 또 무슨 죄인가!

그나마 서태지가 카뮈보다는 행운이다 싶다.

적어도 이 꼴은 전혀 모르테니까.

기억에 남는거라곤 김성수 음감의 편곡과 커튼콜 이후의 곡 버뮤다 크라이엥글 뿐이다.

그 좋은 서태지 노래로 어떻게 이 따위 허접한 작품을 만들었는지 화가 난다.

박칼린이 이 작품에서 왜 손을 뗐는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더불어 박칼린은 겁나 현명했다...) 

이게 뮤지컬은 맞나?

제대로 된 노래를 들은 기억이 없다.

프리뷰니 점점 좋아질거라고 위로하기엔 대본과 연출이 노답이다.

이건 관객에 대한 엄청난 기만이고, 서태지에 대한 기만이고, 카뮈에 대한 기만이다.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이 공연...

이대로 접는게 옳다.

대사도 너무 많고, 스토리는 유치 찬란하고, 주제도 없고, 중심도 없고, 내용도 없고...

무대도 점점 이상해지고, 의상도 황당하고...

심지어 배우들에게 연민이 생기더라.

이 허접한 대본을 연기하느라 시종일관 기를 쓰는게 짠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1막 오프닝의 리샤르 김은정은 테러도 이런 테러가 없다.

페스트보다 더 치명적인 존재다.

1막이 끝나고 그냥 갈까 정말 많이 고민하다 2막은 설마 괜찮아지겠지 싶어 버텼는데

크나큰 실수였다.

2막 내내 깔끔하게 가버리지 못한 나를 탓하며 앉아 있었다.

눈을 질끈 감았버린게 몇 번이지 셀 수도 없다.

노래도 아깝고, 배우도 아깝고, 내 시간도 아깝다.

.............................

젠장! 그만 하자!.

여기서 더 나가면 살벌한 육두문자가 난발하는 활극이 펼쳐질것 같다.

그냥 다 잊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1. 28. 08:03

<사회의 기둥들>

일시 : 2014.11.19. ~ 2014.11.30.

장소 : LG아트센터

원작 : 헨리 입센

연출 : 김광보

무대 : 박동우

출연 : 박지일, 정재은, 정수영, 이석준, 우현주, 이승수, 김주완. 손진환,

        유성주, 채윤서, 한동규, 유연수, 구혜령, 백지원, 서정연, 이형석

주최 : LG아트센터

 

정말 일찍 예매해놓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연극 <사회의 기둥들>

김광보 연출의 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이미 기대감이 컸었는데

나중에 공개된 16명의 배우를을 보고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다 보는게 가능한 일인가???

주인공이 16명일리도 없고...

(여기에 김영민 배우까지 있었다면... 그야말로 퍼펙트 게임이었는데..)

엄청난 기대감을 품고 LG아트를 찾았는데...

이게 뭐지???

이쯤되면 반칙 아닌가?

기대한게 민망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무대를 가득채운 16명 배우들에게서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었다.

무대도,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스토리도, 결말도.

제대로 허를 찔렀다.

이런 결말...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멍했다.

그리고 소망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이런 결말이었으면 좋겠다고!

진실을 밝힌다는건, 그것도 15년전의 일어난 일의 진실을 밝힌다는건,

환생을 하는것보다 더 힘든 일이지 않았을까?

사상누각처럼 무너지는 모든 것을 감당하겠다는 마지막 결정이

나는 너무 뭉클하고 아름다웠다.

이 작품...

국회에서 단체로 관람하면 정말 좋겠는데.

의무적으로라도!

 

로라의 마지막 대사도 귀에 선하다.

"진리과 자유, 그게 바로 사회의 기둥들이예요!"

맞는 말인데,

적어도 지금 내가 살고있는 이땅에서는 완벽한 판타지다.

침몰할 걸 뻔히 알면서 항해할 수 없는 배들을 출항시키는 그런 선주가 어디 있느냐고?

있다. 그것도 너무나 많이.

그들의 주장도 딱 그랬다.

이런 공정하지 못한 방법을 쓰는 것도 다 지역사회를 위한 일이라고.

이 모든게 개나 물어갈 일이지만,

이게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라 아프다.

이 연극과 같은 결말.

한번이라도 볼 수 있다면 나 역시도 그 어느때보다 "희망"을 품겠다.

 

점점 기울어가는 배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을때

누군가 내게 말해주면 좋겠다.

눈부시게 찬란한 미래가 저 앞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도

거짓으로 가득한 삶을 살지는 말라고.

스스러에게 부끄럽지 않은,

너 자신의 삶을 사는 사람이 되라고.

그게 너를 침목하는 배에서 너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너무 늦게 알아채거나

혹은 알면서도 모른척 한다.

기울기는 점점 가파라진다.

살아남기 위해서,

그리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나는, 당신은,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

 

사담이긴한데 연극을 관람하고 출구로 나가는데 우연히 김영민 배우와 나란히 나오게 됐다.

무대를 뒤돌아보는 그의 눈빛이 밝고 선명했다.

고민하다 아주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너무 오래 기대리고 있는데 알고 계시냐고...

무대위에 있는 당신 모습 보고 싶다고... 

더 기다리게 하진 말아달라고...

김영민 배우가 웃으며 말하더라.

죄송하다고,

조만간 좋은 작품으로 돌아올테니까 그때 꼭 보러 와달라고... 

 

작품을 보면서 김영민 배우가 많이 생각났는데 그렇게 딱 마주치니 나도 모르게 말을 걸게 되더라.

당신의 <에쿠우스>는 내가 본 <에쿠우스>중 최고였다는 고백까지 해버렸다.

예전에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공연된 그의 유일한 뮤지컬 <카르멘> 이야기도 잠깐하고...

그걸 보셨나며 멋쩍게 웃더라.

그냥...

그리웠던 사람과 마주하게되니 말해주고 싶었다.

누군가 그의 무대를 내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는걸...

그때는 미처 생각못했는데 혹 무려가 되진 않았는지 뒤늦게 걱정스럽다.

 

이게 다 야속한 그리움 때문이다...

이해 해주시겠지?

(혼자서 다독다독...)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2. 6. 09:06

<Rebecca>

 

일시 : 2013.01.12. ~ 2013.03.31.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데임 다프테 뒤 모리에 <레베카>

대본 : 미하엘 쿤체 (Michael Kunze)

작사 : 미하엘 쿤체

작곡 : 실버스터 르베이 (Sylverster Levay)

연출 : 로버트 요한슨

음악감독 : 김문정

제작 : EMK뮤지컬컴퍼니

출연 : 유준상, 류정한, 오만석 (막심 드 윈터)

        김보경, 임혜영 (나) / 신영숙, 옥주현 (덴버스 부인)

        최민철, 에녹 (잭 파벨) / 이경미, 최나래 (반 호퍼 부인)

        이정화(베이트리체), 박완 (프랭크 크롤리)

        선우재덕, 정의갑 (줄리앙 대령) 외

 

DAS musical <Rebecca> 세번째 관람.

두 번 관람을 해서 내용과 노래에는 많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어쩌면 더 깐깐해질 수도 있는 관람.

같은 작품을 여러번 보게 되는 이유는,

그날 어떤 배우가 출연하느냐에 따라 작품 전체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 한 명의 배우만 달라졌을뿐인데 그날 공연 자체가 확연히 달라질 수도 충분히 있다.

하긴, 똑같은 배우의 조합이라도 같은 느낌을 주는 공연은 단 한 번도 없다.

눈 앞에서 실제로 보고 있다는 재현성.

실재와 똑같다는 현실성과는 완전히 다른 감각이다.

제 3의 감각을 예민하게 깨우고,

또 다른 이해와 생각을 가능케 하는 여지를 남긴다고 할까?

 

지난 번 두번의 관람에서

확연한 느낌을 못받았던 이유를 이날 공연을 보면서 어느정도 찾았다.

오케스트라 느낌이 다르다!

음악이 풍성해졌고 그리고 연주 자체가 스토리를 주의깊게 말해주고 있었다.

도대체 왜 달라진거지?

피트석을 기웃거렸다.

두번의 관람에서는 분명히 아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지휘봉을 김문정 음악감독이 잡고 있었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아우라와 오케스트라를 전두지휘하는 장악력이 그야말로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녀의 아우라가 그날 공연을 인상깊게 만든 제1의 이유다.

"두 도시 이야기"가 너무나 좋았던 건 그녀 때문이기도 했다.

음악이 깊이가 달랐었다.

클래식하고 웅장해서 마치 음악회에 있는 듯한 감동을 방았었다.

음악감독 김문정!

역시나 거침없이 최고의 영향력을 발휘한다.

덕분에 공연에 집중해서 깊게 빠져들 수 있었다.

 

류정한 막심과 김보경 나의 조합은 최상이다.

류정한 막심은 노련함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 시니컬한 감정들을 잘 표현했고

처음 봤을때보다는 확실히 막심이라는 인물의 감정과 심리가 자리를 잘 잡았다.

조금은 어색했던 2막의 "칼날 같은 그 미소"도 좋았고

그의 트레이드마크겉은 부드러운 넘버 "놀라운 평범함"도 잘 표현했다. 

복잡한 감정이 숨어있는 "하루 또 하루"와 "신이여"도 처음 봤을때보다는 훨씬 느낌이 좋았다.

(확실히 배우 류정한은 영리한 여우다.)

그래도 여전히 막심이란 인물은 류정한이 지금껏 보여준 캐릭터의 페레이드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새로운 해석과 표현이 없다는 게 좀 치명적이다.

그래서 배우 류정한도 막심이라는 인물을 해석하고 표현하는게 힘들지 않았을까?

김보경 나는 사랑스럽고 조심스러운 소녀에서 강인하고 현명한 여자로 변모하는 과정을 단락없이 잘 끌어냈다.

조심스럽게 통통 뛰던 발걸음과 

(정말 사슴같고 겁먹은 양 같은 느낌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던 표정과 말투.

그러면서도 2막 옥주현 댄버스와의 베란다 장면은 임혜영 나보다 훨씬 대사도 노래도 강하다.

이 장면에서 "나'가 뭘 어떻게 하든 댄버스와 대등할 순 도저히 없겠지만

김보경은 임혜영 나처럼 존재감이 전무하진 않다.

임혜영은 어쩌지 못해서 눈 감아버리는 외면의 느낌이라면

김보경은 미약하지만 거부, 도전의 기운이 느껴진다.

나름대로 "나"의 변화되는 모습을 끄집에서 표현하려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옥주현 댄버스는 두번째인데도 불편함이 느껴질만큼 여전히 너무나 도도하다.

개인적으로 이번 관람에서는 불같은 질투심을 강하게 느꼈다.

"나"를 향한 질투심이 아니라 "레베카"를 향한 질투심!

레베카 마님을 모시다 스스로 레베카가 된 듯한 여자처럼 보인다.

(여전히 "내가 바로 레베카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느낌.)

무대위에 보여지는 겉모습이 전혀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데

대사를 너무 나이들게 표현하려는 것도 여전히 불편하다.

1인 2역의 느낌이랄까?

옥주현의 댄버스를 보고 있으면 도저히 "댄버스 부인"이라는 호칭으로 부를 수가 없다.

그냥 어릴때부터 같이 자란 댄버스 언니라고 표현해야 옳다!

그래서 옥주현의 댄버스는

개인적으로  작품 속에서 최고의 미스터리고 쓰릴러리고 생각한다.

 

확실히 <Rebecca>는 EMK 작품답게 앙상블이 강하고 변역이 전체적으로 좋다.

넘버 가사도 어색하게 들쑥날쑥하는 것 없이 매끈하게 잘 다듬었다.

그래도 무대 영상은 세 번을 봤는데도 여간해서 익숙해지지 않는다.

특히 멘덜리 저택의 화재 장면은 실제로 계단에 불을 붙였어야만 했다.

(나, 불보면 흥분하는 그런 류의 사람 결코 아니다!)

그랬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렬하지 않았을까?

무대 위에 한번도 등장하지 않는 최강의 캐릭터 "Rebecca"처럼...

개인적으론 그 장면이 두고두고 제일 아쉽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0. 08:24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김다현이 <라카지>를 두고 자신의 두번째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단다.

(첫번째 터닝 포인트는 <헤드윅>이었다고...)

일단 겉모습만 봐도 비주얼상으로는 정성화보다 김다현의 완승이다.

아기 아빠라는데 어쩜 그렇게 곱고 이쁜지...

정성화가 몸집 두툭한 약간은 수다스런 아줌마 모습이라면

김다현은 세련미 철철 넘치는 소위 말하는 청담동 사모님 분위기다.

라카지걸들의 군무도 눈에 아른거리고 또 김다현이 이 작품에 갖는 애뜻함도 남달라 다시 한 번 관람했다.

게다가 이번 관람은 마담 딩동 전수경만 빼고는 지난번과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다현 앨빈이 정성화 앨빈보다 여러가지로 훨씬 좋았다.

1막 마지막 노래 "I'm what I'm"도 훨씬 더 애절하고 안스러웠다.

2막 "The best times"도 더 괜찮았고...

사실 좀 놀랐다.

김다현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가 하고...

조지에겐 참 사랑스러운 아내였고

장미셀에겐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한, 아들에게 한없이 인내하고 지켜주는 엄마였다.

김다현의 앨빈은 천상 딱 여자였다.

아름다운 여자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니

저절로 무장해제가 된다.

아름답다. 이 여자!

(이건 정성화 앨빈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고영빈 조지는 지금껏 내가 본 그의 작품 중 가장 편하게 관람했던 작품이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영빈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매번 어떤 강박증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라카지>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춤추는 모습도 편안해보였고

김다현 앨빈과 대사를 하는 장면도 편안해보였다.

아마도 고영빈에게도 이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이라는 건 확실히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남경주같은 능청스러움과 단단함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했다.

(뭐 아버지 역할을 하기엔 고영빈이 좀 애매한 나이이긴 하다)

그래도 고영빈의 편안함을 봤다는 게 어딘가!

앞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좀 대담(?)해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김다현만큼 기대를 많이 했던 김호영 자코브!

개인적으로 <라카지> 초연은 참 의외의 결과를 내게 안겨줬다.

자코브는 누가 봐도 딱 김호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배역인데

이게 또 나는 이지송의 훨씬 더 재미있고 특색있고 좋았다.

아마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겠지만

이런 류의 김호영 연기 대한 일종의 식상함일 수도 있겠다.

(그도안 김호영이 이런 류를 좀 많이, 그것도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하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아름다운 청년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음 좋겠다.

 

이동하 장미셀은 무난했고,

(철없는 스무살 청년의 모습은 이창민이 더 어울리긴 했지만)

딩동 부부는 좀 위태위해했다.

아무래도 전수경은 점점 뮤지컬 배우의 색깔이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관람에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말춤밖에 없으니....

대사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노래가 이상할만큼 불안정히다.

목 상태가 심각한건가????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라카지걸들이다!

발에 역기를 매달고 춤을 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일텐데 다들 대단하다.

특히나 1막 후반부 라카지걸들의 쇼는 정말 환상 그 자체다.

노래없이 10여분간 춤으로만 이뤄지는 이 장면은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도 나온다.

앨빈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장면.

메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떠올리게 블랙 스완의 그로테스크한 춤은

무희(?)들의 섬득한 표정과 함께 괴기스런 춤동작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다 현란한 캉캉춤은 또 어떻고...

사실 <라카지>를 다시 관람한 이유의 90% 정도는 이들 라카지걸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이들의 모습이 사실은 앨빈의 모습보다 더 비애스러웠다.

그래도 앨빈은 남편도 있고, 아들도 있고, 그리고 드랙퀸이라는 명성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라카지>를 앨빈의 이야기가 아닌 라카지걸들, 그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막공을 하루 남겨놓고 다시 본 <라카지>

즐거웠고 유쾌했지만 또 그만큼 서글펐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소수자가 떠올라서...

왜냐하면 나도 뭐가 됐든 소수자에 해당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2. 16. 06:17
몇 년 전 배우 최민식이 연극 <필로우맨>을 하게 될 거라고 해서 기대했었다.
천재 작가 "마틴 맥도나(Martin McDonagh)"의 가장 유명한 작품 <필로우맨>
그러나...
결국 나는 기대하고 있던 연극을 보지 않았다.
(것도 다분히 의도적으로...)
연극은 LG아트센터에서 공연이 됐고
나는 연극을 이런 규모의 대극장에서 올릴 수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에 놀라 기겁했었다.



<뷰티퀸>
영국의 천재적인 작가 마틴 맥도나가 25살 되던 해(1996년),
그것도 8일만에 쓴 처녀작이란다.
"포스트 세익스피어"라는 말을 듣고 있는 1970년생의 젊은 작가.
한때 이 작품을 포함해서 그의 작품 4개가 동시에 런던에서 공연되기도 했단다.
단편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수상도 하고...
참 여러모로 다재다능하시다... ^^
사실 <뷰티퀸>을 보기로 한 건
<필로우맨>의 천재작가 "마틴 맥도나"의 능력보다
연극배우 김선영의 무대가 오랫만에 탐이 나서였다.
 


“아마 엄마는 절대 죽지 않을 거야. 영원히 거기 버티고 있을 거야. 날 괴롭히기 위해서”
“난 절대 안 죽어. 일흔 살이 돼서야 내 장례식을 치르게 될 걸."

모녀간의 대화라고 하기엔 좀 섬뜩하지 않나!
마흔이 되도록 이렇다 할 연애도 못해본 노쳐녀 모린(김선영)
우울증과 방광염을 앓고 있으면서 딸을 곁에 두기 위해
끊임없이 간섭하는 엄마 매그(홍경연). 
아일랜드 언덕배기 외따로 떨어진 곳에 사는 이 두 모녀의 이야기는
이렇듯 치열하고 그리고 섬뜩하다.
연쇄살인범에게 엄마를 도끼로 내려치라는 부탁을 하겠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딸과
그 전에 널 먼저 죽일거라고 말하는 엄마.
(그것도 아주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나는 이 모녀의 관계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드문드문 어쩔 수 없이 공감하게 된다.



연극을 보면서 오래 전 봤던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어둠 속의 댄서>라는 영화를 떠올렸다.
(이 영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답고 슬픈 영화였는데...)
연극은 끊임없이 악을 쓰듯 대화하고 
영화는 끊임없이 침묵같은 독백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에 스며있는 정신 착란과 
주인공들의 이해할 수 없는 이상 행동들이 묘하게 닮아 있고 
그리고 그 행동들이 몽상처럼 아득하다.
모린이 착각 속에서 파토를 만나는 기차역 장면과
점점 시력을 잃어가는 영화 속 주인공이 작업장에서 추던 상상 속의 춤.
희망과 절망을 함께 품고 있던 그 두 장면은
묘하게 일치하면서 씁쓸한 이면을 남긴다.
어쩐지...
사람이 미쳐가는 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장면들.



이렇게 사소한 일로 늘 티격태격 다투던 모녀에게 진짜 큰 사건이 발생한다.
매그의 방해도 불구하고 모린이 고교 남자동창 파토(신안진)와
자신의 침실에서 하룻밤을 보낸 것.
다음 날 아침 모녀는 파토 앞에서 서로의 치부를
그야말로 경쟁적으로 살벌하게 폭로한다.
엄마는 단 한 번도 딸에게 따뜻하고 다정한 말을 건네지 않는다.
소리를 지르며 딸의 정신병동 입원 병력을 낱낱히 날카롭게 들춰낸다.
게다가 딸은 일부러 엄마에게 시비를 걸 듯
한마디 한마디를 가시같은 말투로 여기저기 사정없이 찔러댄다.
굳이 그렇지 않아도 될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녀는 교묘하게 엄마에게 끊임없이 날카로운 가시를 박는다.
조용히 그리고 집요하게...
세상 모든 모녀의 관계는,
그래, 어쩌면 이런 끔찍한 집요함에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연극을 연출한 이현정 연출가,
그녀의 런쓰루는 다른 연극연습에 비해 길기로 유명하다.
대부분 1~2주의 런쓰루 기간을 갖는게 보통이라는데
이 작품에서 그녀는 4주간의 런쓰루 기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연극은 촘촘하고 그리고 빽빽하게 꽉 차 있다.
(토막 난 생선을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오랫만에 머릿속이 치열해지는 느낌.
결국 딸은,
엄마도 파토도 떠난 집에서
엄마가 앉았던 낡은 흔들의자에 앉아
엄마가 둘렸던 낡고 더러운 긴 숄을 꼭 엄마처럼 어깨에 감싼체
엄마와 똑같은 자세로 발을 구르며 의자를 흔든다.
그 안으로 엄마의 목소리가 노래로 흐른다.
(극의 시작은 정확히 그 반대다.
 흔들의자에 발을 구르고 있는 노모의 머리 위로 딸의 노래가 흐른다)
등장인물과 흐르는 노래만 바꿔있는 두 장면이
머리속에 선명히 대비된다.
그리고 완벽히 합치된다.
모린은 매그가 됐을까?
그래, 어쩌면... 그랬을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2. 1. 06:02


또 다시 가슴 뜨거워졌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처럼 조용히 눈물 흘렸다.
가슴 속 그 깊이에서부터 어쩔 수 없이 올라오는
뜨거운 마음.
그리고 깊은 감사와 더 깊은 아픔.



류정한 안중근.
이 뮤지컬을 하면서 아마도 그는 누구보다도 뜨거워졌으리라.
그리고 힘겨웠으리라.
하얼빈 의거 당시의 안중근의 나이 31살!
그 나이를 한참 전에 지나온 류정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나라를 빼앗긴 경험이,
그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경험이 없는 그로서는
아니 우리로서는
어쩌면 영원히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류정한 그는 조금은 그 심정을 알지 않았을까?
그의 눈 속에 그가 겪었을 모든 과정들이 때때로 스친다.
이 사람....
한동안 많이 힘들겠구나 하는 안스러움까지...



주연들도 놀랍지만
앙상블도 너무나 훌륭하고 감동스럽다.
(주연과 조연의 구분이 참 무모하긴 하다)
그 역동적인 추격신이며
재즈댄스를 연상시키는 동작들.
매번 이들은 턱까지 차오는 숨을 참으며
날마다 뛰고 또 뛰리라.
그들의 모습운 분명 또 다른 <영웅>
그 모습이다.



스크린을 이용한 무대는
아름답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분분히 흩어지던 벛꽃잎들,
달리는 기차를 향해 쓸리듯 날아가던 눈발들...
빨강과 파랑의 조명 효과가 극명했던 게이샤 신,
적절한 검정빛 조명.
그림자로 보여준 명성황후 시해 장면.
법정 선고 장면,
이토를 죽인 이유를 15가지 항목으로 조목조목 정확히 말하던
안중근의 선명한 발언과 피맺힌 절규까지...
그리고  
무대 전부를 활용하는 그 모든 동선에도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누구든 예외없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게 만드는 엔딩 부분
안중근의 마지막,
어머니가 지어준 수의를 입고
두려움을 떨치고
홀로 사형장으로 향해 떠나는 안중근
그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절절한 심정과 고통을 담은 곡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또 다시 무너지고 만다.
그리고
무너져야만 한다....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떠나갈 시간이 왔구나
         두려운 마음 달랠 길 없지만 큰 용기 내다오.
         내 아들 나의 사랑하는 도마야, 널 보낸 시간이 왔구나
         멈추지 말고 뒤돌아 보지 말고 큰 뜻을 이루렴
         십자가 지고 홀로 걷는 길, 함께 할 수 없어도
         너를 위해 기도하리니, 힘을 내다오.

        천국에 니가 나를 앞서가거든, 못난 이 애밀 기다려주렴
        모자의 인연 짧고 가혹했으니나, 너는 영원한 내 아들
        한 번 만, 단 한 번 만이라도 너를 안아 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 .......



* OST를 담은 CD가 12월 드디어 발매된단다.
  12월 10일 공연장에 가면 꼭 장만하리라 .
  그리고 오래 오래 간직하리라
  뭉클하게 아픈 노래들을...
  그러나 너무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노래들을...
  그날을 기약하며...

  [CD 1]

  1. Overture

  2. 단지동맹(정천동맹) - 안중근, 단지 11

  3. 게이샤 - 게이샤들

  4. 조선은 보물창고 - 외무대신, 대신들, 게이샤들

  5. 조선 얕보지 말라 - 이토, 대신들, 게이샤들

  6. 이토의 야망 이토

  7. 당신을 기억합니다 - 설희

  8. 가야만 하는 길 안중근, 설희, 김내관, 제국익문사

  9. 비상구는 없다 - 와다, 독립군, 일본군

  10. 배고픈 청춘이여 - 왕웨이,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독립군

  11. 황혼의 태양 - 이토

  12. 이것이 첫사랑일까 - 링링

  13. 추격 1 (연주곡)

  14. 흔들림 없는 태산처럼 왕웨이

  15. 처음 본 순간 - 이토, 설희

  16. 영웅 안중근 : 홍보용 씨디 버전으로 그대로 사용

  17. 그날을 기약하며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CD 2]

  18. 오늘의 이 함성이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최재형

  19. 출정식 - 이토, 외무대신, 일본

  20. 추격 2 와다

  21. 사랑이라 믿어도 될까요 링링

  22. 내 마음 왜 이럴까 설희

  23. 십자가 앞에서 안중근

  24. 축제음악 (연주곡) - 목소리: 안중근

  25. 누가 죄인인가 - 안중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판사, 기자들, 방청객들

  26. 운명 안중근, 이토

  27. 동양평화 - 안중근, 치바

  28. 사랑하는 내 아들, 도마 - 조 마리아

  29. 장부가 안중근

  30. Epilogue (연주곡)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