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8. 18. 08:34

 

<Pride>

 

일시 : 2015.08.08. ~ 2015.11.01.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각색 : 지이선

연출 : 김동연

출연 : 배수빈, 강필석 (필립) / 정동화, 박성훈 (올리버)

        임강희, 이진희 (실비아) / 이원, 양승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가 다시 시작했다.

작년 여름과 가을,

이 연극은 나를 위로하고 감싸안아 버티게 해줬다.

1958년의 올리버와 필립 두 사람이 문 앞에서 처음 만나는 순간 서로를 알아본것 처럼 나도 이 작품을 알아봤고 사랑했고 그 사랑은 아직까지 현재진행형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는 순간은,

실비아의 공기 중에 일렁이는 무언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그걸 아주 기묘한 고요함이라고 말하고 싶다.

두 사람만이 감지하고, 공유하고, 이해할 수 있는,

순간의 시간을 지속의 시간으로 만들어버리는 알 수 없는 감정의 흐름.

<프라이드>의 첫번째 장은 그런 홀림이었다.

 

혼자 참 많이 기다렸었다.

기다리는 내내 가능하면 초연의 캐스팅 그대로 돌아와주면 좋겠다고 꿈꿨는데

아쉽게도 그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도 몇 명 정도는 돌아와주지....)

다시 돌아온 <프라이드>

내겐 너무 익숙한 작품이 낯설다. 아직은...

특히 1958년의 뉘앙스가 초연때보다 훨씬 더 가벼워졌다.

필립과 올리버의 조심성과 친밀함이 베어있던 경어체도 현대적인 어감으로 변했다.

게다가 1958년의 올리버(정동화)가 필립(강필석)에게 너무 노골적으로 끼를 부린다.

마치 나 지금 당신에게 반했어요, 좀 알아주세요... 그러는 것 같다.

당황스러웠다. 아주 많이...

아직 공연 시작 초반이라 분명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그 날 무대 위의 정동화는 확실히 올리버는 아니었다.

올리버를 열심히 연기하는 정동화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건 살짝 위험한 발언인데,

정동화에게서 한지상이 보인다.

(미묘한 과장과 억지스런 심각함, 그리고 치기 어린 유아기적인 허세...)

 

1958년 강필석 필립은 생각보다 더 유(柔)했다.

그 유(柔)함 속에 필립의 망설임이 느껴져 개인적으론 좋았는데

그래도 두 어 번쯤은 확 터트려주길 바랬는데 그러진 않더라.

그게 강필석의 필립이라는걸 이해하는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 생각이지만,

중반 이후로 접어들면 강필석 필립에 어떤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실비아는...

김지현이 참 많이 생각났다.

초연때 실비아 때문에 참 많이 울었었는데

이 날 공연에서는 내 마음이 온전히 실비아에게 닿지 못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초연의 기억이 강력할 줄은 몰랐다.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꾸만 초연 배우들 모습이 오버랩됐다.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초연의 <Pride>와 나 사이에는 이야기가 있었으니까.

역사가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마지막 엔딩에"The Map"이 흐르니 가슴 한 켠이 쌰해지더라.

그때 알았다.

뭐가 어찌 됐든 이 작품을 외면하긴 힘들겠다고.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THE MAP


Who know, the pain.
I'm lost in the dark.
Your mem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Who know, the whisper.
I find in my mind.
Our history.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This is the reason why I stand here still.
Wherever you will go-
will be alright.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23. 07:47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연극 <The Pride> 세번째 관람.

역시나 따뜻한 위로와 힘을 주는구나. 이 작품은...

올리버와 필립이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시작되는 첫장면부터 

김경욱 작곡가와 지이선 작가가 만든 엔딩곡이 흐르는 마지막 암전까지

세 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나는 완전히 꽁꽁 묶여놓는 작품.

"Will be alright, Now. I can see it in your eyes..."

엔딩곡의 가사는... 정말이지 진심으로 진심이다.

존엄성,

자신의 목소리가 타인에게 닿길 바라는 노력과 의지,

거기에서 나오는 용기,

그리고 용기있는 목소리만이 갖는 프라이드.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용기를, 프라이드를 가진 사람이다.

1958년의 올리버처럼.

2014년의 필립처럼.

 

부디 이 작품을 동성애 코드를 내세운 연극으로만 바라보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기에 이 작품이 주는 의미와 진심은 크고, 크며, 크다.

작품 속 2014년 올리버의 대사처럼

우리가 무언가 희망을 걸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건 사랑이 있어서다.

그게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다.

그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 마음, 존중, 인정, 그리고 격려와 이해.

그게 내 목소리를, 네 목소리를 서로에게 닿게 만드는 유일한 진심이다.

그때 비로소 이야기가 시작되고, 역사가 시작된다.

세상의 모든 역사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역사다.

그 관계에 선과 악은 없다.

옳고 그름도 없다.

그걸 규정하는 건 오로지 타인의 잣대일 뿐.

(그러니.. 그대들이여! 무슨 일이 있어도 쫄지 말자!)

 

 

"부디 침묵하세요. 침묵만이 당신을 살아남게 할겁니다.

올리버, 우리 제발 우리 사이에 있었던 그 일들을 묻어둡시다.

그게 최선이예요. 약속하죠. 최선이라고.

언젠가는 나를 이해하는 날이 올 겁니다.

나에게 고마워하는 날이 올거예요.

이것이 당신을 보호하는 길이었다는걸,

나만의 방식으로 당신에게 한 선물이었다는걸!"

필립의 말에 올리버가 묻는다.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이 멍청하고 고통스러운 삶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순간, 가슴속이...

와르르 무너졌다.

진실하게 살지 않을거면... 진실하게... 진실하게...

진실하게 산다는거,

세상 속에서 나를 속이지 않은채 정직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

그 누구보다 내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pride"

 

그렇구나...

이 작품은 순전히 나를 위한 연극이었구나.

착각이라도 상관없다.

올리버처럼,

나도 질문에 대한 답을 이제야 들었다.

 

* 오종혁의 첫연극 대한 짧은 스케치!

   2014년의 올리버는 자연스러웠지만, 1958년의 올리버는 연극적이었다.

   그냥 똑 같은 톤으로 연기해도 좋았을텐데

   시대적인 차이를 보여주려던 의도가 오히려 작위적인 뉘앙스를 풍기더라.

   연기는 투박했고, 표정은 심하게 밋밋했다.

   첫작품부터 너무 쎈 작품을 만난건가???

   하지만 이 작품의 모든 것이 그에게 충분한 약이 됐을 것 같다.

   그 약발을 제대로 받았다면,

   앞으로 뮤지컬 뿐만 아니라 연극 무대에서도 오종혁을 계속 보게 되겠다.

   

   진심으로 환영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