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4. 1. 16. 09:34

생각해보니 Turkey의 먹거리들을 그냥 지나쳤다.

여행을 가서 현지식을 찾는 것도 의미있는 하나의 테마임에는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나는 눈이란 놈이 자꾸만 입을 마비시켜(?) 버린다.

그래서 종종 배고픔이라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못느끼고

하루 종일 호텔 조식만 먹고 돌아다닐 때가 태반이었다.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 여행은 조카들 때문에 끼니를 챙겨야만 해서

번듯한(?) 음식점을 그런데로 찾아다닌 편이다.

(순전히 내 입장에서...)

 

그리스에서 터키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찾았던 음식점.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고 "동양호텔" 바로 옆에 있었는데

케밥과 닭요리를 조카들이 아주 맛있게 먹었더랬다.

속이 별로 안 좋았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Turkish coffee"를 한 잔 시켰다.

커피잔에 흘러 넘칠 정도로 가득 채워진 걸쭉하고 진한 터키쉬 커피를 마시니

비로소 터키에 도착했다는게 실감이 나더라.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나 커피에 대한 기억이 좋다.

아테네에서 아침에 눈뜨지 마자 카페테리아를 찾아가 마셨던 커피와

산토리니로 들어가고 나가는 페리에서 마셨던 커피,

이스탄불 비행기를 기다리며 아테네 공항에서 마셨던 커피,

그리고 터키쉬 커피를 포함한 이스탄불 곳곳에서 마셨던 커피들.

온 몸을 각성시켜준 이 모든 커피의 향과 맛.

그 기억들이 아직까지도 너무나 좋다.

 

터키의 유명한 "돈두르마 아이스크림"

조카들이 쫄깃쫄깃감 느낌때문에 많이 좋아했다.

개인적으론 터키 아이스크림보다는 강력한 달콤함으로 무장한 그리스 아스크림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리스에 있는 동안은 하루에 하나씩 꼭 먹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못 먹고 온 게 지금도 후회된다.

그 진하고 깊은 달달함은 온 몸을 무장해제시키더라.

이스탄불에서는 저녁을 로칸타(Lokanta)에서 take out을 해와서 숙소에서 먹기도 했는데 그것도 괜찮았다.

대체적으로 그리스, 터키 음식이 짠편이라서 나한테는 살짝 부담스럽긴 했어도...

일부러 오르타교이에서 내려서 사먹었던 감자요리 쿰피르.

저 아저씨들이 쓰고 있는 카우보이 모자의 원주인은 나랑 조카!

갑자기 모자를 낚아채서 쓰더니 신나게 "강남 스타일" 춤을 추더라.

(싸이가 말춤으로 민간외교 하나는 정말 끝내주게 한 것 같다.)

숙소 ILKAY hotel에서 먹었던 아침 식사.

터키에서 내가 아침 먹는거 보고 조카들이 많이 놀라했다.

이모가 이렇게 많이 먹는거 처음본다고...

과일과 야채는 워낙 신선했고

치즈는 지금도 군침이 돌만큼 그립고

저 동글동글한 빵은 생김과는 다르게 아주 맛있어서 몇 개씩 먹었다.

것도 달달한 초코크림까지 듬뿍 발라가면서...

(나중에 이스탄불에 가면 아침식사 때문에 ILKAY로 숙소를 정하게 될 것 같다.)

마지막날 이스탄불의 유명한 한식점 "서울정"에서 먹었던 음식은 좀 달았다.

역시 한식은 한국에서 먹는게 최고인 것 같다.

비록 무한한 MSG의 향연이라고 할지라도!

군밤은 조카들이 좋아해서 다니면서 종종 사먹었다.

옥수수와 빵, 군밤은 이스탄불의 3대 길거리 음식!

가격은 2년전보다 살짝씩 올랐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고등어케밥은

처음에 조카들에게 사주겠다고 했더니 기겁을 하더니.

한 번 먹어보고는 너무 맜있다면서 또 먹고 싶다고 노래를 하더라.

그래서 이것 때문에 일부러 에미노뉴를 찾아가기까지 했다.

사실은 한국까지 소문난 에밀 아저씨 고등어케밥을 사주고 싶었는데

갈라타 다리를 넘어가야 해서 그냥 가까운 곳에서 사먹었다.

에밀 아저씨 케밥을 먹었으면 매일 가야 했을지도 모르니 다행이라고 해두자.

이번 여행에서 제일 맛있었던거 뭐냐고 나중에 물었더니

조카 둘 모두 "고등어케밥"이었다며 엄지를 치켜올렸다.

개인적으로 먹거리에서 제일 아쉬웠던건,

바클라바나 퀴네페 같은 달달한 터키 후식 타를르와 터키식 떡갈비인 괴프테를 먹어보지 못한거!

(지난번에도 못먹었는데... )

다음번 여행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먹어보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게 한다.

제발 좀~~~~!

 

터키항공 기내식 열전!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서 받아먹는 기내식은

일종의 "사육"의 느낌이라 거의 안 먹고 러리가 돼서 주로 관람하다 과일이나 치즈만 골라 먹는 정도다

먹지도 않으면서 기내식이 나오면 이렇게 사진을 남기는건

이것도 다 기억의 이유고 추억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조건반사적인 행동!

 

사진을 하나하나 정리하고보니

또 다시 여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기 위해선 공연관람은 지금보다 많이 줄여야 할 것 같고

(안 보는 건 금단현상이 극심해서 불가능하고!)

영어회화와 터키어 공부도 조금씩 시작해야겠다.

유창한 실력까지는 언강생심 바라지도 않고

여행지에서 어찌어찌 생존할 수 있는 정도로만!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영어를 못해서 여행이 힘들거나, 남보다 더 고생을 하는 건 아니다.

조금 불편한 건 인정한다.

그러나 언어보다 더 중요한 건 "용기"다.

일단 저질러보는 용기!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다는건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

"용기"가 완전히 사라져버리는 것.

문제는 그거다!

그래서 나는 간절히 바란다.

아주 오랫동안 내가 무모한 사람일 수 있기길...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28. 08:03

아마도 지금 쓰는 게 이번 여행의 실질적인 마지막 포스팅이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쓰게 된다면 개인적인 술회나 정리 정도...)

자정이 넘는 비행기로 터키를 떠나기 날,

가장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이곳 국립 고고학 박물관이다.

72시간 사용할 수 있는 통합티켓 유효기간도 다 끝나서 다시 표를 구입하고 들어가야만 했던 곳.

티켓 하나로 국립 고고학 박물관과 동방 박물관, 도자기 박물관까지 다 관람할 수 있긴 한데

시간이 없어서 한 곳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박물관에 대한 개인적인 로망도 있긴 하지만

외국여행 하면서 조카들에게 꼭 박물관 한 곳 정도는 찾아다니는 습관을 들여주고 싶었다.

기억을 해줄지는 모르겠지만...

 

2년 전과 전시물의 배치도 달라졌고 박물관을 전체적으로 리모델링이 했는지

두번 방문인데도 색다른 느낌이더라.

이곳도 여기저기 보수인지 확장중인지 공사사 한창이고...

아테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자연채광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면

이곳은 간접조명이 주는 차분함과 평온을 느끼게 한다.

발걸음마다 "memento mori"를 생각하게 만드는 곳.

시간이 촉박해 찬찬히 볼 수 없어서 너무나 안타까웠던 곳.

(역시 박물관은 혼자 둘러봐야 제 맛!)

 

공항에 가기 전에 정말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머문 곳은 술탄아흐멧 광장.

늦은 시간까지도 술탄아흐멧 광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아직 그곳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만 그 사람들이 부러워졌다. 

아야소피아와 블르모스크 사이 벤치에 않아서

단순하고 촌스럽기까지한 분수조명쇼(?)를 보면서 울컥했다.

마지막이라는 게 정말 실감돼서...

조카가 말한다.

"이모, 계속 있고 싶구나!"

초등학생 조카의 눈에도 내 그리움과 부러움이 다 보였던 모양이다.

대답은 못했지만 정말 그곳에 있고 싶었다.

 

이곳은 언제까지 나를 그리움이 애태우게 만들까?

이제 곧 떠나야 하면서도 나는 또 다시 돌아올 걸 약속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약속을 어떻게든 꼭 믿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27. 08:25

오랫만에 다시 Turkey 여행 포스팅!

사실 개인적으론 터키에서의 마지막을 에윕 술탄 자미와 피에로티 언덕에서 끝내고 싶었는데

조카들 때문에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을 한바퀴 둘러보는 걸로 선택했다.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출발하는 시티투어 버스는 전부 3개 라인이 있어

하나만 선택할 수도 있고 세가지 모두, 혹은 두 가지를 선택해서 이용할 수 있다.

각각의 투어는 하나만 선택하면 어른 20 URO, 어린이는 10 URO다.

두 개를 선택하면 어른 30 URO, 어린이 15 URO,

세 개 모두 선택하면 어른 40 URO, 어린이 20 URO다.

48 시간 동안 3개 투어 전부 이용할 수 있는 티켓도 있는데 가격은 60 URO.

노선은 보스포러스 위주의  Blue Line,

골든혼 위주의 Green Line과

Night Tour인 Purple Line 이 있다.

각각의 Line에는 5~6 곳의 Ho Ho Point라는 곳이 있어서 자유롭게 내리고 탈 수 있다.

그야말로 Hop on 하고 Hop off 할 수 있는 곳.

광장에서 호객하는 사람에게 표를 사고 2층 버스에 올라타니 이어폰을 하나씩 주더라.

오디어 가이드용 이어폰이라는데 전부 8개 국어가 제공된다.

우리나라는 오디어 가이드는... 물론 없다.

또 다시 조카들이 소심하게 분괴했다.

이게 무슨 형제의 나라냐고...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다.

(한국 관광객도 무지 많던데 요거 하나 해주면 안되나???? 형제의 나라가!)

 

Blue Line은 보스포러스 크루즈와 그동안 다녔던 곳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

골든혼 근방을 운행하는 Green Line을 선택했다.

조카들 때문에 2층으로 올라갔는데 땡볕이 그대로 쏟아져 후회했다.

1층으로 가자고 조카들을 살살 꼬시는데 안 넘어가더라.

체념하고 앉아 있는데 안내원이 올라와서 버스 위 전체를 차양으로 가려줘서 정말 고마웠다.

원래는 피에르 로티에서 내려서 케이블까를 타고 올라갈 욕심이었는데

조카들이 미니아투르크를 가고 싶다고 해서 그곳에서 하차했다.

미니아투르크는 2003년에 개장한 곳으로

터키 각지의 유적을 25분의 1 크기로 만들어 전시한 테마파크다.

100여개가 넘는 전시물을 제대로 보려면 서너시간은 훌쩍 지나야 할 만큼 규모가 상당했다.

각각의 전시물마다 입장권을 찍으면 오디오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시설도 되어 있는데

그다지 유용하지는 않은 듯.

처음 몇 번은 신기했는데 기계적인 멘트에 알아등기도 힘들어서 몇 번 하다가 금방 포기했다.

(설명이 영어인지, 터키어 인지도 솔직히 잘 모르겠더라...)

초등학생 조카들이 제일 좋아했던 곳!

녀석들이 꼽은 다음에 꼭 다시 가보고 싶은 곳 1위까지 등극하셨다.

조카들 사진 찍느라고 더불어 나도 무지 바빴던 곳.

그리고

조카들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갈 생각 안했을 곳.

 

내가 가 본 터키와

내가 가보지 못한 터키.

그 모두가 이곳에 있다.

자! 이제 소인국의 세상으로 출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4. 07:59

2년 전에 이스탄불에 갔을때는 술탄아흐멧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렀는데

이번에는 궐하네 공원쪽에 숙소를 잡았다.

살짝 고민을 하긴 했지만 트램역으로 1정거장 차이고

궐히네 공원에서 술탄아흐멧까지 트램길을 따라 가는 길도 꽤 운치있어서 그냥 궐하네 공원쪽으로 정했다.

ILKAY라는 호텔이었는데

"꽃보다 누나"에 나온 숙소를 보니

내가 있었던 곳과 아주 가까운 곳인것 같아 무지 반갑더라.

그 골목들과 가게들, 그리고 쇼맨쉽 엄청났던 돈두르마 아스크림 아저씨와

화면에 자주 보이던 트램바이(Tramvay)까지.

재미있는 건,

이스탄불에 머무르는동안 늘 트램과 버스만 이용했다.

2년 전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메트로는 한 번도 못탔다.

사실 처음 계획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메트로로 이동하는 거였는데

동생이 짐이랑 조카들때문에 힘들 것 같다고 해서 그냥 개인 픽업을 요청했다.

메트로에서 트램으로 갈아타고 숙소를 찾아가는걸 꼭 해보고 싶었는데...

(여행지 도착에 대한 개인적인 로망이라고 해두자!)

  

사실 이스탄불의 트램은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주요 관고아지까지 워낙 연결이 잘돼있어 지하철이 있다는 걸 까맣게 잊게 만든다.

그래선지 도로 위 지상철인 트램이

이스탄불에서 우리의 완벽한 이동수단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배차간격도 금방이라 오래 기다리지 않아서 좋고

출퇴근 러쉬아워를 피하면 트램 안도 여유가 있어 창밖에 보이는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꽤 솔솔하다.

거리를 걷다가도 트램이 지나가면 가던 길을 멈추고 꼭 쳐다보기도 하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이스탄불에 와서 트램을 타고 나서야 내가 이곳에 다시 왔구나도 실감됐다.

트램역도 정류장 이름들도 점점 더 익숙해지고...

교통카드 잔액이 모자라 당황하고 있을 때면

자신의 카드를 꺼내 기꺼이 찍어주던 고마운 사람들 생각도 나고.

 

술탄아흐멧과 궐하네 공원,에미노뉴랑 카바타쉬 트램역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탁심의 빨간 미니 트램 튀넬까지도

우리나라에도 이런 지상철이 일부라도 남아있었다면 참 좋을텐데

모든 게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변하고 바꾸고 사라진다.

그냥 마냥 아쉽고 아쉬워서...

 

이번에도 이스탄불 교통카드는 환불하지 않고 그냥 가지고 왔다.

지금도 가끔씩 이 카드를 꺼내놓고 바라볼 때가 있다.

일종의 흔적이자 암시가 된 이스탄불 교통카드.

그것에 실제로 다녀왔다는 흔적과

이게 아직 내 손에 있으니 또 다시 그곳에 가게 될거라는 암시.

다시 가면 꼭 트램의 시작역에서 종점역까지 투어(?)를 해야겠다.

트램길을 따라 하루 종일 그냥 걸어 다녀도 좋고!

 

이스탄불에서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생겼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3. 08:27

터키와 나는 인연이 있지만

(정말 말도 안되게 혼자 우기는 중이지만...^^)

루멜리 히사르만큼은 매번 징글징글할 정도로 어긋났다.

한 번은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문이 닫혔고

한 번은 근처에서 입구를 못찾아 한참을 해매다 문이 닫혔고

한 번은 주말에 차가 너무 막혀서 문이 닫혔을 것 같아 다시 되돌아왔고...

확실히 주말에 루멜리 히사르에 간다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돌마바흐체에서 20~30분이면 충분한 이 길이 꽉 막혀

2시간이 후딱 지나가는 건 예사다.

(차라리 걸어가는게 오히려 더 빠를지도...)

그랬는데...

드이어 이번 여행에서 루멜리 히사르를 봤다.

물론 단번에 성공한 건 아니다.

오전에 돌마바흐체를 나와서 찾아가다 실패를 했고

(실패 이유는 참 어이없는 말이지만 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서...)

오기가 생겨 오후에 다시 도전했다.

솔직히 오후에도 거의 실패라고 생각하고 자포자기 했었다

여행서에 클로징 타임이 오후 4시 30분이라고 적혀었고 실제로 예전에도 그 시간에 갔더니 닫혀 있어서

그냥 인연이 없구나 또 다시 생각했다.

왠지 억울해서  입구라도 보고 가야 덜 허무할 것 같아 찾아갔더니 문이 열려 있었다.

믿어지지 않아서 매표소에 확인했더니 관람할 수 있단다.

나도 모르게 환호성이 나오더라.

(아마도 매표소 직원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루멜리 히사르는 3개의 커다란 탑과 성벽,

그리고 성벽을 따라 13개의 작은 탑들이  

반대편 아시아쪽의 아나톨루 하사르와 함께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던 곳이다.

이 두 성채 사이가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가장 폭이 좁은 곳이라

이곳으로 적의 배를 유인해서 양쪽에서 대포를 쏴서 격침했다.

실제로 성채로 올라가는 길엔 과거에 사용했다는 대포와 탄환이 전시되어 있어

시간의 흔적을 가늠하게 한다.

(상상의 여지를 안겨주는 이런 소소한 전시들이 개인적으론 참 좋더라)

한적한 시간대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던 것도 정말 행운!

성곽에 앉아서 바라본 보스포러스 제 2대교와 해협은...

아마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모습을 보여주려고 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애태웠나 보다..

그래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심통난 마음이 단번에 풀어졌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때문에 내려가는 길은 무시무시하게 아찔했지만

모든 걸 다 잊게 만든 루멜리 히사르.

 

무슨 말이 필요할까?

쓸쓸하고 고즈넉해서 더 아름다웠던 그 곳!

 

그립다.

그립다.

참 그립다.

 

 

보스포러스 크루즈때 찍은 루멜리 히사르와 포스포러스 제2대교, 아나톨루 히사르의 모습.

여기가 바로 그 유명한 해협의 병목지역.

시리도록 푸른 물은

전쟁의 상흔까지도 기꺼이 끌어안고 흐른다.

그러나 기억하는 자에겐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마치 내게 묻는 것 같다.

너는 아직 살아있느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12. 08:27

호텔 조식을 먹다가 사고를 친 남자조카랑 동생은 숙소에 그냥 두고

여자 조카와 함께 돌마바흐체 궁전을 가기 위해 귈하네 공원역에서 트렘을 탔다.

종점 카바타쉬에서 내려 길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나오는 돌마바흐체 궁전.

(이번 여행에서는 2년 전에 구입해서 그대로 가지고 있던 이스탄불 교통카드를 정말 유용하게 사용했다.

 물론 이번에도 환불은 안 했다. 다시 갈테니까!)

이곳은 입구에 서있는 시계탑의 유용도 상당하다.

높이가 27m나 되고 탑 꼭대기의 시계는 프랑스의 시계명장 폴 가르너의 시계란다.

(물론 누군지는 모르지만. ㅠ.ㅠ)

톱카프 궁전도 그렇고 이곳도 그렇고 시계 박물관이 있는 걸 보니

아마도 예전에는 궁전을 짓거나 외국에서 사신이 방문하면 서로 시계선물을 많이 한 것 같다.

개인적으론 이곳보다 톱카프 궁전의 시계 박물관이 더 인상적이었다.

(비전문가의 눈에 왠지 더 보물스러워보였다고나 할까!... 써놓고 보니 정말 무식한 소리네...)

"가득찬 정원"이라는 뜻을 가진 돌마바흐체 궁전은 실제로 바다를 메워서 만들었단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을 본따서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을 섞어서 만들었다는데

보스포러스 해협을 따라 쭉 늘어선 외형은 장엄하게 정열한 정예부대 군사같은 위용이 느껴진다.

(돌마바흐체의 외형은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타고 꼭 한 번은 봐줘야 한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엄격하게 금지돼서

대리석으로 장식된 외관과 프랑스식 정원을 찍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영락하는 오스만 제국의 마지막 황제가 기거했고

터키의 영웅이자 초대 대통령인 아타튀르크 대통령의 집무실이기도 했던 돌마바흐체 궁전은

남자들의 공간인 "셀람륵"과 여자들의 공간 "하렘"으로 나눠져 있다.

개인관람이 불가라 시간대별로 영어와 터키어를 선택해 단체관람만 할 수 있다.

그래도 한 번 들었다고 2년 전보다는 영어 가이드 듣기가 좀 편해졌다.

(그리고 루트나 멘트도 거의 똑같더만....)

조카가 자꾸 무슨 소리냐고 물어봐서 귓속말 해주느라 무지  바빴던 곳.

 

이곳은 처음엔 목조건물이었다다고 하는데

1843년부터 10년 동안 보수공사를 하면서 지금과 같은 대리석 건물이 됐단다.

저 많은 대리석은 도대체 어디서 가지고 왔을까?

문외한의 눈으로도 고퀄러티의 대리석이라는 게 그대로 느껴지고도 남는다.

외부 대리석의 위용때문인지 오히려 내부가 더 소박해 보일 정도다

솔직히 쇄락의 징후가 노골적으로 보이는 곳도 많았고

이곳도 보수가 한창이라 기다란 장막으로 가려진 곳이 아주 많더라.

(불과 2년 전인데도 참 많은 게 달려져있었다. 이스탄불은...)

이번에도 톰카프 궁전처럼 하렘은 들어가지 않았다.

햇빛이 너무 좋아서 하렘 대신 정원에서 조카녀석 사진을 찍어줬다.

내 조카지만 햇빛 속에서 천진하게 웃는 모습이 너무나 예뻤다.

양갈래로 머리를 땋고 카우보이 모자를 씌워줬더니

관람객들이 귀엽다면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해서 한동안 뜬금없는 매니저에 사진사까지 됐다.

조카녀석도 기분이 좋았던지 연신 웃으면서 함께 사진을 찍어주고..

오랫만에 활짝 웃는 조카의 모습.

솔직히 돌마바흐체 궁전보다 예쁘고 예쁘더라.

비록 안으로 굽는 팔일지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6. 08:00

이스탄불 구시가지에서 살짝 외곽에 위치한 카리예 박물관.

2년 전 이곳에 들어선 순간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건 감탄과 황홀을 넘어 온 몸을 꼼짝달짝 못하게 만드는 경외감이었다.

그래서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만은 꼭 다시 가리라 작정했다.

예전에 너무 어렵게 이곳을 찾아간 기억때문에

조카들과 동생을 데리고 또 다시 헤매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숨을 쉴 수조차 없었던 경외감을 다시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다행히 이번엔 아주 수월하게 찾아갔다.

에미뇌뉘에서 37E를 타고 에디르네카프에서 하차해서 길 건너에 있는 카리에 박물관을 바로 찾아서 들어갔다.

(도대체 나는 2년 전 왜 여길 그렇게 헤맸을까? 지금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카리예 박물관은 처음엔 "코라 성당"으로 불렸다.

그러다 오스만제국때 아야소피아처럼 자미로 바뀌면서 "카리예 자미"로 명칭이 바뀌었다.

미나레와 미흐랍도 그대 만들어졌단다.

"코라"이든"카리예"든 그 뜻은 전부 "교외(郊外)"를 뜻하는 그리스어와 아랍어라니

뭐 결정적으로 바뀐 건 사실 아무 것도 없다.

그래서일까? 이곳의 모자이크와 프레스코화는 보전이 잘되어 있는 편이다.

"교외"라는 단어 그대로 술탄 아흐멧 중심지에서 벗어난 지형적인 요인이

비극의 참상을 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서 자연스럽게 훼손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정교함과 크기와 섬세함이 무시무시할 정도다.

이 성화들을 자세히 보려고 한국에서 짐을 챙길 때 일부러 망원경까지 넣었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 동생이 가장 좋아했던 곳!

동생은 이곳에서 파는 도록까지 사서 지금도 시간날 때마다 펼쳐본다.

분량도 꽤 되고 영어판이긴 하지만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어서 꽤 유용한 도록이다.

(물론 사전을 곁에 두는 건 필수고!)

 

본관 정중앙의 황금색 성경을 들고 있는 예수의 모자이크.

머리쪽 황금빛 모자이크에 쓰에 있는 글은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라는  그리스어다.

햇빛을 받아 황금빛으로 보이는 예수님의 온화함이 그대로 가슴 안으로 들어온다.

이곳은...

정말 빛의 공화국이고, 빛의 유토피아고, 빛의 현신이다.

햇빛의 이동에 따라 모자이크화도 변한다.

작은 큐빅조각 하나하나가 마치 살아서 춤을 추는 것 같다.

경외감과 신비감이 종횡무진으로 함께 뛰어다닌다.

이곳에는 시간도, 공간도 다 사라진다.

단지 "나"와 대면하는 절대자만 있을 뿐.

 

예수의 모자이이크 왼쪽에는 천국의 열쇠를 쥐고 있는 베드로가

오른쪽에는 로마 세차례 선교여행을 했다는 사도 바울의 모자이크가 있다.

좌우에서 예수를 호위하는 느낌.

특히 사도 바울 모자이크는 햇빛을 정면으로 받고 있어서

작은 모자이크 조각 하나하나가 그대로 빛이더라.

뿜어져나오는 빛때문에 눈이 부셨다.

그대로 고해성사라고 해야 할 것 같은 심정.

모든 죄를 다 자백하고 나면 정말 내 안에 평안이 찾아와 줄 것 같아

그대로 무릎을 꿇고 싶었다.

 

이곳은 하루 온종일 있으라고 해도 전혀 지루하지 않을 곳.

오히려 보면 볼수록 신비감과 경외감에 말문이 막혀버리는 그런 곳이다.

침묵 속에서 그저 바라만 볼 뿐.

카리에 박물관.

그 신비한 시간과 공간 속으로...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2. 5. 08:32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여행은 walking and walking이다.

그리고 그걸 실현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 바로 터키다.

요즘 "꽃보다 누나" 덕분에 9월에 다녀온 turkey를 생생하게 떠올리는 중이다.

내가 머물렀던 곳, 내가 지나왔던 곳이 화면에 보일때마다

깊어지고 깊어지는 향수.

두번이나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왜 화면 속 그들에게 불같은 질투를 할까?

여행이란 마을을 떠나 마을에 이르는 과정이라는데

나는 그곳에 마음까지 다 두고 와버린 모양이다.

마을과 마음이 겁도 없이 만나버려 지금 이렇게 끝없이 그리워하는 중이다.

미적거리다 아직 끝내지 못한 여행 리뷰가 이렇게 다행스러울수가...

 

톱카프 궁전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정궁으로 사용돼서인지 규모가 엄청나다.

3개의 문(황제의 문, 경의의 문, 행복의 문)과 4개의 정원 모두 볼거리들로 가득하지만

개인적으로 이곳은 4개의 정원을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걷는 활홀함에 빠지게 하는 곳이다.

키 큰 사이프러스 사이로 길게 뻗어있는 길을 걷는 것도

움직이는 햇빛의 명암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보스포러스 해협 위를 지나는 배에게 시선을 던지는 것도

사실은 내 발걸음이 어디를 향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오로지 발의 움직임에 따라 그대로 걸기만 해도 행복했던 곳.

 

2년 전 방문 때는 제1문인 "황제의 문" 위에 문구가 쓰여여있다는 걸 몰랐었다.

돌아와서도 한 참이 지난 후에 알게 됐는데  

적여 있는 글은 "메흐메트 2세가 147년 이 궁전을 완공했다"는 뜻의 이슬람어란다.

이번엔 일부러 찾아봤는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이방인의 눈에는 글자인지 그림인지조차도 구분이 안된다.

(러시아어와 이슬람어는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다!)

 

 

제 1문을 지나면 이레네 성당이 조금은 고적한 모습으로 햇빛 속에 서있다.

소피아 성당이 지어지기 전까지 이곳이 정교외 역할을 담당했다는데

지금은 잊혀진 역사의 한 페이지처럼 고요히 서있다.

그런데 무심한듯 웅크린 모습이 그렇게 거룩하고 웅장하게 느껴질 수가 없다.

귈히네 공원에서 박물관을 지나서 톰카프 궁전으로 가게 되면 

제2문으로 연결되버려 제1문과 아레네 성당은 그냥 지나치게 된다.

나오면서 봐도 되긴 한데 생각없이 다시 궐히네로 나가버리면 그냥 못보게 되니 

아예 처음부터 조금 내려와서 제1문을 시작으로 들어가길 권한다.

그리고 다시 제1문으로 나오면서 대면하게 되는 아야소피아도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술탄아흐멧 광장과 반대방향이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주더라.

솔직히 고백하면 다른 건물인줄 착각했었다.

단지 바라보는 방향만 바뀐 것 뿐인데도

어떻게 이렇게까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신비한 터키의 일면을 또 하나 목격했다.

 

하렘엔 일부러 조카와 동생만 들여보내고 혼자 남아 정원을 걸어다녔다.

2년 전 하렘의 기억을 떠올리면...

막혀있는 공간에서 평생을 살아야만 했던 여인들의 갑갑함과 막막함이 내 눈까지도 시리게 했었다.

walking and walking.

눈 대신 발에 길을 물어선지 2년 전에 못봤던 곳들을 더 많이 볼 수 있었다.

황금지붕의 아프탈리에와 보스포러스 해협에 눈이 멀어

제 4 정원에 sofa camii가 있다는 것도 몰랐었고

(게다가 남자들이 아잔시간에 맞춰 이곳에서 절을 하더라.)

외진 구석에 elephant park란 곳도 이제서야 봤다.

물론 지금 그곳에 꼬끼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오스만 제국때는 황실에서 꼬끼리를 길렀던 모양이다.

관상용이든, 이동수단이었든.

혼자 이곳을 발견하고 얼마나 좋아했던지!

톱카프 궁전에서 하렘이나 도자기방, 보석방은 줄을 서서라도 들어가지만

자미와 코끼리 정원을 본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제 4 정원은 술탄과 그의 가족만이 출입할 수 있었다는데

역시나 구석구석 보물같은 장소들이 많이 숨어있었다.

그 흔적을 야금야금 쫒아가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이곳에서 나는 잠시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톱카프 궁전에 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톱카프의 앨리스는 그곳이 너무나 좋아서 

   결코 떠나지 않으리라 결심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결말이 이랬다면 더 좋았을텐데...

시름시름..

그리움이 점점 커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9. 08:30

비잔틴 시대 전차 경주를 하던 경기장이었던 히포드롬 광장.

블루 모스크 정문과 트램길 사이의 이 광장을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게 되지만

해저물녁의 이곳은 남다른 운치와 감회에 준다,

비잔틴 제국 시기에는 국가행사가 개최되던 중요한 이곳이

현재는 3개의 거대한 기둥과 카이저 빌헬름 샘만 오롯이 남아 여행자들의 눈길을 받아내고 있다.

카이저 빌헬름 샘은 안타깝게도 현재 보수중인지 전체가 가림막에 가려져있어 못봤지만

(이스탄불은 그야말로 보수의 천국이 되버렸다.)

2년 전에 보수중이라 보지 못했던오벨리스크는 이제서야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장 남쪽에 있는 기둥은 16세기에 룩소르 카르나크 신전에서 가져왔다는데

원래 높이는 30m에 달하지만 현재 남아있는 건 20m 정도다.

너무 커서 운반을 위해 잘랐다는 이야기도 있긴 하던데

오벨리스크 하단 부분에 실제로 짤려나간 흔적이 여실히 보이긴 한다.

말이 20m지 그래도 실제로 보면 이 거대한 걸 도대체 어떻게 운반했을까 믿겨지지 않는다.

(인간의 욕심과 힘이란 정말 한계가 없는 모양이다.)

세 마리 뱀이 서로 엉켜있는 기둥도 원래는 8m 였다는데

현재는 상단 부분이 떨어져나가고 5m만 남아있다.

세 개의 뱀 머리는 

하나는 분실됐고,

하나는 이스탄불 국립 고고학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이번에도 조카들을 데리고 박물관에 직접 가서 뱀머리를 보고 왔다)

마지막 하나는 반출되어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단다.

터키도 불운의 역사를 가지고 있어선지 우리나라처럼 국외로 반출된 유물들이 참 많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올수나 있을런지...

마지막 오벨리스크는 높이가 무려 32m!

원래는 외벽이 청동으로 덮여있었지만 십자군 침입때 동전을 주조하기 위해 벗겨내서

지금은 벽돌로 쌓은 외관만 우뚝 서있다.

어딘지 좀 흉뮬스럽기도 하고, 기괴하기도 하고...

그래도 높이가 주는 압박감은 이집트 오벨리스크를 뛰어넘고도 남는다.

 

 

해저물녁 오벨리스크 아래로 불이 하나 둘 켜지면

과거의 시간과 공간들이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것 같다.

이곳과 저곳이,

과거와 현재가 서로 만나고 있다는 느낌!

그래서였을까?

이스탄불에 있는 동안 해저물녁엔 항상 이곳에 머물렀던 것 같다.

 

이곳은 확실히 "소리"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늘 그 소리에 홀렸던건지도 모르겠다.

그 소리는,

지금도 여전히 나를 부르고 있다!

어서 빨리 응답하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3. 11. 28. 08:18

조카들이 친구들 기념품을 사야 한대서 이집션 바자르를 찾았다.

2년 전에 그랜드 바자르에 갔을 때

엄청난 규모와 미로같은 길때문에 공황상태에 빠졌떤 기억때문에

이번 여행에서는 아예 찾아가지도 않기로 했다.

(여기서 조카들 잃어버리면... 대책 없다!)

바자르를 찾은 메인 목적은 분명 기념품 구입이었는데

어쩌다보니 로쿰가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다.

설탕으로 만든 로쿰은 가격도 저렴하고 5상자를 사면 1상자는 그냥 주던데

꿀로 만든 로쿰은 커다란 덩어리에서 하나하나 잘라 kg 단위로 판매하더라.

"ARSLAN Baharat"라는 곳에서 꿀로 만든 로쿰 3상자와 설탕 로쿰 7상자를 구입했는데

여기 일하시는 분들 쇼맨쉽이 정말 장난 아니다.

프로페셔널의 극치~~~!

직접 먹어보라며 로쿰을 얼마나 많이, 계속 잘라주던지 나중엔 배가 다 부를 지경이었다.

배부르다고 하는데도 계속 로쿰을 잘라주던 조지 크루니 닮은 아저씨는 센스가 대단했다.

우리가 느끼게 하는 걸 알았는지 어느 틈에 시원한 물까지 가져다 주더라.

로쿰 하나하나의 재료도 열심히 설명해주고 이것 저것을 아주 잰틀하게 알려줬다.

눈썹이 붙은 젊은 총각(?)은 표정과 행동이 너무나 재미있고 유쾌해서 한참을 웃었다.

나중엔 보스라는 분까지 합세하셔서 조카들이랑 사진도 찍었다.

꼭 페이스북에 올려달라고 주소 적은 명함까지 여러 장 받았는데

그 자리에선 그러겠노라 했는데 결국 약속은 못지켰다.

아날로그 감성 풍부한 내가 페이스북을 아직 안해서...

(그렇다고 이분들한테 사진을 보내드리자고 페이스북을 할 수는 없고!)

 

예전에는 6시 30분에 문들 닫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7시 30분이 close time이라 여유있게 둘러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을 스파이스 바자르(Spice Bazar)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크로드를 통해 유입된 동방의 향신료가 여기서 거래됐기 때문이란다.

향신료에 대해서 잘 알면 구입 의욕이 쏟구쳤을텐데 그쪽으론 워낙에 문외한이기도 하고

향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아서 그냥 보는 걸로 만족했다.

이곳에서 파는 샤프란과 피스타치오는 품질이 우수하기로 유명해서인지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일부러 찾아와서 구매하더라.

조그만 유리병에 몇 가닥 담긴 말린 샤프란 가격을 듣고는 정말 깜짝 놀랐다. 

이 비싼 걸 어떻게 음식에 넣어먹나 싶기도 하고...

(물론 아주 저렴한 샤프란도 있긴 하다.)

 

조카들과 동생이랑

눈과 발로 시장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손짓 발짓 눈짓으로 의사소통하면서 원하는 걸 구입하는 재미라니!

여기에 능숙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건 절대 아니다.

살짝 못알아듣더라도, 누군가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소소한 서민들의 일상과 재미를 느낄 수 있기에 기꺼이 유쾌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재미는 그랜드 바자르보다 이집션 바자르쪽이 훨씬 더 쏠쏠한 것 같고!

짐이 많지 않으면 트램길을 따라 술탄아흐멧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것도 권하고 싶다. 

이 길 은근히 운치있고 이국적이라

개인적으로 이 트램길 산책을 정말 좋아했다.

 

쇼핑 후에 이집션 바자르 뒷쪽에 있는 유명한 치즈 퀴네페를 먹으려고 했는데

로쿰때문에 이미 배가 불러서 아쉽지만 그냥 돌아왔다. 

달달함의 끝이 느끼함이라는 건 아무래도 너무 치명적이다.

얼끈한 신라면 생각이 간절했던 이집션 바자르 쇼핑기!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