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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10.17 Fira의 Sun-set
  2. 2011.09.28 터키 11 : Sun rise & Sun set
여행후 끄적끄적2013. 10. 17. 08:11

이 여행은 눈(目)의 여행이었다.

그리고 눈으로 본 것들에 대한 기록이 끝나야 비로소 이번 여행도 끝이 날테다.

혼자 여행을 하면 생각들이 피어나는 걸 그대로 지켜보고 생각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하지만

조카들과의 여행은 또 그만큼의 눈높이와 키맞춤이 필요했다.

그래선지 잠깐잠깐씩 뜻하지 않은 혼자만의 시간이 생기면

(가령 동생과의 약간의 불화??? 아니면 다 잠들어있는 새벽 시간의 산책. 늦은 오후의 산보...)

혼자 내쳐 숙소를 나와 근방을 걷고 또 걸었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풍경.

Fira의 sun-set이 내겐 그랬다.

사람이 죽어 한을 남기면 그게 모두 붉은 놀이 된다는데...

그래서 놀빛이 붉을수록 죽은 사람이 한이 많다는 뜻이라는데...

평소같았으면 이 말에 동의했을거다.

그러나 이곳 Fira에서만큼은 절대 이 말에 동의가 되지 않았다.

Fira의 석양에는 흥겨운 축제의 뒷끝같은 묘한 흥분감이 느껴졌다.

포악한 그리움도 없었고, 곱씹는 후회도 없었고, 미래에 대한 기대도 없었고

단지 그 순간을 "바라보는 시선"만 남았다.

"view"라는 단어가 주는 "느림"의 의미를 golden street의 벤치에 앉아 오래 생각했다.

주변 여행객의 소란함도, 상점의 불빛도 모두 fade out 되버리는 것 같은 시간.

바다 위레 떨어지는 해와

붉게 물드는 하늘.

그리고 그걸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하는 나.

세상이 오직 이 세가지로만 이루어진 것 같다.

마치 꿈 없는 잠 속에 빠져있는 느낌.

잠의 힘은,

참 쎄다...

 

물이 있는 풍경은 사람을 착하게 만든다는데,

내가 지금 착해지려는 중인가?

풍경은 그대로 반사판이 되어 나를 되비춘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고...

사실은,

되묻고 싶었다.

아직 더 생각해야 하느냐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9. 28. 05:49
Green tour에서 돌아온 후 괴레메 오도갈 뒷길로 올라간 sen set point.
Green tour를 함께했던 한국인들이 같이 올라갔다.
(터키여행동안 한국사람을 가장 많이 만났던 카파도키아)
사실은 내일 아침에 이곳에서 해 뜨는 걸 모두 보기 위한 사전 답사(?)였다.
새벽에 길을 몰라 헤매다 해가 다 뜬 후에 올라가면 대략 난감인 관계로...
우리가 올라간 곳이 정확한 sen set point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스름에 올라간 덕분에 해가 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조그만 자미를 따라 올라간 언덕 위에는
우리같은 가난한 여행자들이 묶는 숙소가 아닌 고급 프티 호텔들이 늘어서 있었다.
카파도키아 바위굴을 그대로 리모델링해서 만든 프티 호텔은
저물는 해를 받아서인지 더 예뼈보여 그야말로 "프티(pretty)" 하더라.



카파도키아는 sun set과 sun rise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마을 자체가 이국적인 신비감에 쌓여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특히 저녁과 새벽무렵 삐죽한 기암괴석들에 하나 둘 불이 밝혀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언덕을 올랐더니 사람들이 이미 많이 있더라.
그곳에서 또 다른 한국사람을 한 명 만나고...
저녁이라 날씨가 많이 차가웠지만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르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어설픈 카메라 속에 담았다.
하늘색이 변하는 걸 내내 지켜보는 건
황홀할만큼 아름다운 목격(目激)이었다.
마치 거대한 생명체의 진화과정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장엄하고 화려하지만 위협적이고 거만하지 않은...
위대함의 정체가 바로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 5시 15분 기상!
혹시나 약속시간에 늦을까봐 고양이 세수만 하고 부지런히 오토갈로 향했다.
자미를 지나 어제 올랐던 언덕 길을 다시 오르는 우리들.
(터키의 작은 자미들은 참 이쁘다. 뾰족한 첨탑때문에 독특한 느낌도 주고)
나는 확실히 길치가 분명하다.
어제 왔던 길인데도 전혀 모르는 길같더라.
사람들 아니었으면 분명히 해 뜨고 올라갔을지도...
(어쩌면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을지도 ^^)



sun rise와 함께 덤으로 본 balloon들.
진담이 섞인 농담으로 말했다.
"이 좋은 곳 미리 알았으면 비싼 balloon tour 안 했을텐데..."
balloon 안에서 본 풍경과 외따로 떨어진 곳에서 본 balloon의 모습은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쉭쉭 들리는 굉음에 가까운 공기 주입소리조차도 나쁘지 않더라.
멀리 우치히사르를 중심으로 새벽빛을 받으며 깨어나는 괴레메의 모습!
그건 보석보다 빛나고 빛보다  찬란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보기 위해 새벽 일찍 모인 사람들의 표정.
정말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더라!
사람이라면 참 징글징글한 내게조차
터키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습을
오래오래 남겼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