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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5 <낯익은 세상> - 황석영 1
  2. 2010.08.31 달동네 책거리 94 : <The Road>
읽고 끄적 끄적...2011. 7. 15. 05:50
최인호는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로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K에 대해 언급하더니
황석영은 <낯익은 세상>으로
소비와 생산의 세상이 남긴 인간 세상의 폐허를 이야기한다.
이러다  정말 "낯익은 OOO"이 문학적 화두가 되는 건 아닐까?
최인호, 황석영, 조정래...
요즘 문학계 노장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리고 그 심상치않음이 나는 신명나고 즐겁고 그리고 고맙다.
(장편으로 새롭게 탄생된 조정래의 <황토>도 어여 읽어봐야지!)



그에게 이 소설은 여러 의미로 남다르리라.
작가생활 50년 최초로 전작으로 발표한 장편소설 <낯익은 세상>
작년에 <강남몽>의 표절시비로 구설수에 올랐던 황석영은
이번엔 난지도 쓰레기 매립장을 떠올리게 하는 "꽃섬"이라는 세계를 만들어냈다.
작품을 위한 칩거였는지, 구설수를 피하기 위한 일종의 은둔(?)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을 쓰기 위해 그는 중국 리장(麗江)과 제주도에 거의 머물렀다고 한다.
시간이 멈춘듯한 장소였다는 중국의 리장.
그러나 그곳 역시도 대도시 뉴욕이나 파리처럼 
인간의 욕망에 의해 점령당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소설의 모티브를 생각했단다.
뭐 굳이 그걸 중국까지 가서 느낄 필요는 있었을까 싶긴 하다.
왜냐하면 눈만 돌리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딱 그러니까.
소비와 생산의 잔재로 점점 폐해와 쓰레기더미로 변하는 세상.
난지도 쓰레기 매립지에 인접한 곳에 터잡고 산지 오래된 나는
어릴 때 문만 열면 온갖 기묘한 쓰레기 냄새가 아침을 그야말로 화끈하게 열어주곤 했었다.
그 쓰레기산이 지금 저렇게 멀쩡한 상암월드컵경기장으로 변신해서
서울시민의 쉼터가 됐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긴 하다.
내가 아는 최고의 before-after 반전스토리가 아닐 수 없다.
옆길로 들어와버리긴 했지만
어쨌든 그 곳에 사람은 산다.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소설처럼 김서방네 가족이 사는 제 3의 공간(도깨비 세상)이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지극히 팡당한 시츄에이션인 도깨비를 등장시킨 이유에 대해 황석영은 말했다.
"욕망의 추악한 냄새와 잿더미, 자연적 치유의 순환 고리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도깨비 정령들을 불러내 하나의 화해의 모티브로 제안했다" 라고...
글쎄...
내 지적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서방네 대가족보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소리다.
"세상에 니들만 사는 줄 아냐?" 라는데
그렇다고 도깨비를 버젓이 등장시킨건 너무 환상적(?)이고 유아적이지 않나?
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는데...
황석영의 친구들도 그랬단다.
만년 문학은 "치매문학"이라고.
그래서 대략 그려려니 하고 이해하기로 했다. (*^^*)



수월하고 쉽게 읽혀지는 소설이다.
환상소설? 성장소설? 어른을 위한 동화? 혹은 재난 소설?
암튼...
읽으면서 코멕 맥카시의 <The Road>와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The Road>가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황석영의 예전 성장소설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딱히 줄거리가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깊이감이 있어 읽고 난 후에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류의 책 역시 아니다.
성찰 혹은 반성 좀 하라고 훈계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도깨비 세상 같다.

열심히 필력을 자랑하고 계시는 황석영이 현재 구상하고 있는 책이 있다는데
이게 또 의외다.
"내년이면 등단한 지 딱 반세기인데 50주년 기념으로 《이야기꾼》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쓸 거예요. 황석영을 아바타로 만들어 19세기에 두고 여러 풍랑을 겪는 이야기꾼의 일생을 다룰 예정이죠.연재가 아니라 전작으로 집중해 쓸 겁니다. 저의 80세,90세 때의 모습이 보이시나요?"
그러시단다.
황석영의 아바타라...
그 연세에 참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저력은 일단 너무나 놀랍다.
결과물이 그만큼 잘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
혹시 이러다 스타워즈급의 소설 한 편이 탄생하는 건 아닐까?
문득 황석영 아바타가 광선검을 들고 서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대략 난감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8. 31. 05:55

<The Road> - 코맥 매카시

로드(THE ROAD)

“미국 현지에서 감히 <성서>에 비견되었던 소설”
이런 광고와 함께 2008년 6월 우리나라를 그야말로 강타했던 소설입니다.
<The Road>
책의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일관성(?)있게 계속 길 위를 떠도는 (도저히 목적지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이유는...) 내용입니다.
어쩌면 우리나라 정서와는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기에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 심지어는 거부감마저도 느껴질 수 있는 그런 소설입니다.
글쎄요... 개인적으로는 왜 이 소설이 성서에 비교되고 있는 건지 납득은 잘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독특한 메시지를 준고 있다는 사실이죠.
“인류 대제앙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그 묵시론적 이야기”... 이 책에 대한 평들의 대부분을 장식하는 해드라인 문구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제에게 설득력이 좀 없어 보입니다.(또 저의 찌질한 이해력 부족이 그 밑바닥에 깔려있긴 하겠지만요)
그들이 살아남은 유일한 사람도 아니고, 그리고 이 책엔 어떤 묵시론적인 암시나 계시 혹은 계명 같은 것들은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폐허와 추위의 땅 위에서 살아남는 10가지 방법쯤을 알려주는 길 위의 삶을 다룬 실용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주인공인 남자와 소년은 "불을 운반하는 사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의 존재입니다.
불이라… 인류의 문명이 시작이 불에서 비롯됐던가요?
그렇다면 그들을 계속 걷게 만들었던 건 다시 꽃피워야 할 새로운 문명에 대한 책임감이었을까요? 아니면 모든 회복의 근본이어야 할 선한 인간성 회복이었을까요? 그것도 아니면 항상 무엇인가의 완벽한 해답인 사랑? 아니면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절망을 이겨낼 희망?
어쩌면 그 모든 것 다 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이 느끼는 바로 그것일 수도 물론 있죠)

일단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의 특징은 익명성에 있다 하겠습니다.
남자, 소년, 사내, 노인, 여자….
그 누구도 구체적인 이름이나 심지어는 형체조차도 소유하지 않기도 하죠.
마치 현대인처럼요…(혹시 난 이름이 있는데…. 라고 말하고 싶으신가요????)
어쩌면 불탄 거리에 꽂혀 있는 반쯤 타버린 인간 미라들과 주인공들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살아남음의 이유가 어떤 목적과 노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연 내지는 일종의 눈속임 같은 건 혹 아닐지…
실제로 이들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라고 누가 감히 이야기 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의 주인공들.
그들이 실제 "부자지간"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마치 어린 신을 모시고 길에 떠나는 제자의 느낌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 신의 어깨 위엔 반드시 인류 구원이라는 대전제가 걸려 있어야 하겠죠!!
그런 점에선 확실히 성경의 모티브가 느껴지긴 합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주인공들이 있는 지금 이 세계는 불의 재앙으로 거의 모든 인류와 세상이 멸종 상태에 있습니다.
아직 뜨거운 재앙이 열기가 채 식지 않은 이곳에서 그들은 필사적으로 음식을 구하며 방수포에 의지하여 추위를 견디며 남쪽으로 남쪽으로 낡은 쇼핑 카트를 끌고 이동하고 있습니다.
이 모습만 떠올린다면 참 코믹하고 우수운 비주얼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두 주인공의 선문답에 가까운 단답형의 대화.
그들의 대화는 지금 그들이 처한 환경만큼이나 미약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생명의 숨결이 느껴져 차라리 비장하기까지 합니다.
잠시 찾았던 완벽한 환경의 은신처마저도 그들은 버려야 했고 또 다시 굶주림과 추위의 땅으로 마른 몸과 낡은 카트를 끌고 들어섭니다. 늘 그랬듯이…
이젠 슬슬 제 몸도 피곤해지기 시작합니다.
때론 이런 환경에 영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동정심에 제가 다 화를 내면서 몇 개 남지 않은 깡통이 마치 내 것인냥 움켜쥐며 눈에 핏발을 세우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 책의 표현처럼 순간 제가 "좀비"가 된 듯한 느낌이죠.
이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 걸까요?
"인간이 살 수 없는 곳에서는 신도 살 수도 없다"고 말하는 그곳, 아니 이곳에서요.
지금 내 세상에서 "재앙"이란 어떤 형태일까요?
그 "재앙"을 뚫고 우리는 꼭 뭔가를 남겨야만 하는 걸까요?
소년은 어느 순간 묻습니다.
"아빠! 우리는 지금도 좋은 사람들인가요?"

남자는 소년을 남기고 이제 눈을 감으려 합니다.
그는 소년에게 남쪽으로 계속 가라고 말합니다.
소년은 잠시 길 위에서 마주쳤던 작은 아이를 떠올리며 묻습니다.
"하지만 길을 잃으면 누가 찾아주죠? 누가 그 아이를 찾아요?"
남자가 마지막 말을 합니다.
"선(善)이 꼬마를 찾을 거야. 언제나 그랬어. 앞으로도 그럴 거고…."
아빠라는 남자를 잃은 소년은 또 다른 남자를 만납니다.
함께 가자고 말하는 남자에게 소년은 말합니다.
"아저씨가 좋은 사람이란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남자는 말합니다.
"알 수 없지. 그냥 운에 맡겨야지, 뭐"
길을 잃은 소년의 앞에 나타난 남자는 꼬마를 찾아온 선(善)이었을까요?
만약 그 질문이 당신에게 주어진다면 뭐라고 말하고 싶으세요?

* 이상하게도 불편한 책들을 많이 읽고 좋아하게 됩니다.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일게 되는 건 그 불편함이 주는 즐거움과 의미 때문일겁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꾸 또 다른 불편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어쩔 수 없이 떠올리게 
   됩니다.
   책 표지를 다시 살펴봤죠.
   역시나 주제 사라마구의 책을 번역했던 정영목의 번역작이네요.
   이 책의 마지막 4페이지는 옮긴이의 말이 실려 있습니다.
   이 부분도 꼭 읽어보라고 권해드리고 싶네요.
   번역가의 작가에 대한 애정과 작품에 대한 믿음을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코맥 매카시"에 대해 어쩌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