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3.05 <유성의 인연> - 하가시노 게이고
  2. 2009.08.03 달동네 책거리 58 : <스타일>
읽고 끄적 끄적...2010. 3. 5. 06:18
미스터리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일본 미스터리 소설은
계속 읽게 된다.
특히 <모방범>, <낙원>을 쓴 "미야베 마유키"와
<백야행>의 작가 "하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은
눈에 보이면 읽게 된다.
일본의 미스터리, 환상의 책들은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참 세다.
일본의 미스터리를 읽고 있으면 엄청난 결말이 보인다고 해도
별로 충격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거라고 상상한다.
내게 일본은 그렇다.
(선입견이라도 어쩔 수 없다)


어린 형제 3명이 초등학교 시절 부모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면?
이야기의 시작을 그렇다.
공소시효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이 된 3형제와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는 사건을 다시 추적한다.
부모를 살해한 법인을 찾겠다는 형제의 목표는
하나하나 경찰을 범인에게로 유인한다.
언듯 기억하기로도 이 책에서는 5번 이상의 반전이 나온다.
재미로 치자면 흥미진진에 후딱 읽어내릴 수 있는 속도감까지 더한다. 



책을 읽은 후에 잠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의 기억은 정직할까?
아니 어릴 적 간직한 감각(오감)의 기억은 영원히 각인이 되는 건가?
이 미스터리의 포인트는 바로 "감각" 이다. 
그 감각을 붙들고 소설을 쓴 작가도 역시나 미스터리하다.
"맛(미각)"과 "시각"의 형상화.
이 책이 말하는 미스터리의 열쇠는
그러니까 거기에 있다. (어느정도까지는...)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8. 3. 06:35
 <스타일> - 백영옥


스타일
 

"Hyorish"와 “신상녀” , "Rainism"

한때 우리나라 스타일을 대표하는 단어라고 할 수 있죠.

<스타일>이라.... 참 스타일 안 따라주는 제가 말하기엔 뭣 한 부분이긴 하지만 그래도 책이라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잠시 쉬면서...

(사실 저의 스타일이라 함은 “럭셔리”는 꿈도 못 꾸는 “없셔리”에, 실용이라 박박 우기는 “싼티” 패션인 관계로.... 근데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 이러기 정말 힘듭니다...)

 

혹시 “칙릿(chick-lit) 소설”이라는 말 들어 보셨나요?

“젊은 여성”을 뜻하는 “chick"이라는 단어와 "문학”을 뜻하는 “literatu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신조어인데요, 영미 문화권에서 시작된 젊은 여성을 겨냥한 일명 “꽃띠 문학”을 지칭하는 문학 장르입니다.

칙릿 소설의 시작은 <브리짓 존스의 일기>가 그 시작이라고 하네요.

그 후에 정말 물밀듯이 쏟아졌죠.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섹스 앤 더 시티>, <워커홀릭>, <쇼파홀릭>...

유행에 뒤처지면 혈압 무지 올라가는 우리나라도 문학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달콤한 나의 도시>, <오늘의 거짓말>, <달의 바다>, <아내가 결혼했다>, 오늘 소개하는 <스타일>까지 칙릿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책들이 상당히 많이 출판되어 있답니다.

공통점을 꼽자면 일단은 무지 재미있다는 사실입니다.

내용 자체는 좀 가벼운 감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시대 변화를 보여주는 문학적 흐름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네요.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여자 온달 신드롬”의  현대판 해석이라는 생각도 개인적으론 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killing time"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답니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죽이기에 적당한 내용이라는 뜻이죠.(절대 시간 낭비의 개념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기본적으로 간을 낭비하는 만드는 책은 세상에 없다는 주의거든요.)


패션지 「A 매거진」 여기자인 서른 한 살 이서정.

그녀는 직장 생활 8년차로 예금도, 보험도, 그 흔한 펀드에 애인 하나 없는, 현재 고민사항은 44 싸이즈 스키니진을 입고 그 체험담을 써야 하는 실로 엄청난 과업 성취를 주문받은 안타까운 인생입니다.

뭔 놈의 여자들은 전부 44에 환장을 했는지 본의 아니게 44 싸이즈의 강한 압박에 그녀는 괴로운 다이어트를 고민하고 있죠. (패션 잡지에 대해 너무 실감나게 그려 대단하다 했더니 실제로 작가 백영옥은 그쪽 일을 한 전과(?)가 있네요.)

거기다 전설적인 요리 평론가 “닥터 레스토랑”의 정체를 파악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 받은 상황입니다.(제 발에 제가 넘어진 꼴로다.....)

음식칼럼 하나로 유명 레스토랑들을 초토화시킨 이 비밀스런 요리평론가는 매번 바뀌는 메일 주소만 알려져 있을 뿐입니다. 서정은 '닥터 레스토랑'의 이름은 커녕, 나이도, 주소도, 성별조차 모르고 있는, 일명  벽 보고 대화를 시도해야 하는 팡당한 시츄에이션에 그야말로 내던져 있습니다.(아~~ 죽일 놈의 밥벌이여~~~!!)

거기다 현대 직장 여성의 최대 관심 중 하나인 남자도 역시 등장해 주십니다.

애매모호한 선을 오고가는 직장 선배 김민준, 그리고 오래전에 선을 보기로 한 자리에서 만나보지도 못하고 퇴짜를 맞힌 의사였던 박우진이라는 남자까지...(이 남자 은근 신비주의 풍깁니다.)


<스타일>은 한마디로 젊은 세대들의 감각과 욕망에 대한 가벼운 터치의 소설입니다.

패션, 영화, 음식, 명품, 다이어트, 사랑, 등 다양한 소재들을 숨가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쏟아내고 있죠. 그 속에 유행처럼 수시로 바뀌는 요즘의 젊은 세대들의 욕망들 또한 빠르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스타일>에 등장하는 이런 다양한 욕망과 욕구들은 또 다른 욕망들과 만나면서 때론 심한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곳에서 화해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에 휘둘려야만 하는 현실과 내면의 목소리 사이의 갈등, 명품에 대한 소비 욕망과 빈곤층에 기부금을 내고 싶은 욕망 사이의 갈등, 44사이즈의 스키니 진을 입고 싶은 마음과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고 싶은 마음 사이의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계속해서 이런 다양한 욕망들과 갈등하게 되죠.(뭐 이런 것도 갈등꺼리가 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결단코 갈등꺼리가 된다고 그것도 충분히 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갈등의 가장 오래고 근본적인 문제는 바로 오해와 진실 사이의 갈등이 아닐까요?

근거 없는 소문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 또한 근거 없는 소문에 의해 상처를 받고, 오해가 쌓여 진실과 점점 멀어지게 되는 갈등.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개인적인 루머와 외적 욕망, 피상적 인간관계에 의지해서 살아가고 있죠. 모두가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말입니다.

주인공 이서정은 그러한 삶에 회의를 느끼고 힘들어 하면서도 결국엔 현실 도피를 택하지 않고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방법을 찾습니다.

그녀는 결심하죠. 자신의 삶과의 화해를...

자신이 주변 상황들과 인물들에 대해 화해를 시도하자 이서정의 현실도 더 이상 그녀를 고달프게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사람들과의 진짜 관계가 시작된 셈이죠.

진짜 관계라...

비록 stylish한 유행처럼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관계일지라도 그 속에 진실을 담게 된다면 어쩌면 유행 그 이상을 만들어 내게 되지 않을까요?

서정도 진실 된 삶이 사실은 진실이 사라졌다고 믿은 자신의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겁니다. 진짜 인생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있어야 할 바로 그 곳에 있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게 일명 죽이는 요즘의 “style”이라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지....

뭐 “Hyorish"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책, 분명 ”stylish"한 소설임에는 맞는 것 같네요...^^


*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이거 또 드라마로 만들어 지겠구나” 했는데...

  역시나 발 빠른 SBS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주말부터 방송을 시작했네요 

  김혜수, 이지아, 류시원 주연...
  이들이 어떤 stylish한 드라마를 만들어갈 지 자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