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nt>
일시 : 2011.08.28 ~ 2011.10.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 : 강태을(로저)/브라이언(마크)/김지우(미미)/ 김경선(조앤)/
조진아(모린)/박주형(엔젤)/이든(콜린)/서승원(베니)
연출 : 박칼린
대본, 작곡 : 조너선 라슨
참 대단한 뮤지컬을 보고 왔다.
내 기억 속의 <Rent>를 속속들이, 무참하게, 구석구석, 샅샅히, 아낌없이 완벽하게, 예의도 없이 망쳐버린 2011년 <Rent>.
이건 어느 것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Rent>가 공연된다고 했을때 걱정스럽긴 했는데 그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거대하게 현실화되니 참 암담하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지금 공연되는 <Rent>를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다.
(다시 대동맥이 파열될지도...)
이게 정말 내가 젊은 시절을 다 바쳐 만든 그 작품이 맞냐고...
2002년부터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던 박칼린이 연출로 나서면서 말했다.
“전에 표현하지 못했던 스토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의 배경과 그 친구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깊은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연출과 배우가 완벽하게 따로 노는 뮤지컬을 만들어놓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욕심이 과했거나,
<Rent>를 너무 잘 안다고 과신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Next to normal> 연습에 너무 치중했거나다.
아! 무지 화난다.
<Rent>의 그 주옥같은 넘버들을 단 한 곡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자니
어이 상실을 넘어 분노 게이지 상승이다.
어쩌다 <Rent>가 코믹버전의 막장으로 재해석(?)되는 비운을 겪게 됐을까 싶어 애도의 심정마저 생긴다.
박칼린 연출은 캐스팅 당시 역대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자신했지만
미안하게도 보고 난 느낌은 역대 최악의 미스 캐스팅이다.
그나마 봐줄 수 있는 인물은(정말 "그나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더 김지우(미미)와 조진아(모린) 정도.
역대 <렌트>와 따져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지금껏 공연된 <렌트> 중에서 최고의 고령화 <렌트>가 탄생됐다.
가난에 찌른 젊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젊지도 않고 예술가도 아닌 그냥 찌든 사람들, 그 자체다.
(<렌트>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가능해?)
브라이언(마크)의 발음은 김조한이나 박정현을 떠올리며 억지로 참아준다고 해도
(그런데 자막 넣어줬으면 정말이지 골백번 감사하겠다)
강태을(로저)의 안스럽던 노래와
본인은 시크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시종일관 변함없이 한 우물을 파던 일관된 표정은
저 사람이 과연 배우가 맞나 의심스럽게 한다.
경력이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볼 때마다 한결같이 나를 어이없게 만드는지...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나보다. 기본기부터 어떻게 다시 안 되겠니???)
김호영 엔젤과 성기윤 콜린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커플이었는지
박주형과 이든을 보면서 골백번 느꼈다.
엔절이 죽는 장면은 또 어찌나 사이버틱하던지...
어제 공연이라면 앤절은 요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죽은거다.
(몰라! 알 수가 없어!)
김경선 조앤도 대략 난감이다.
역할 자체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수시로 당황스러웠다.
김경선과 조진아가 김선영 모린과 김영주 조앤의 1/10 만큼만 해줬어도 이렇게 암담하고 당황스럽진 않았겠다.
미미의 시원하다못해 천박한 옷은 또 어떻고...
정말이지 쓰고 있는 나도 미치겠다!
어떻게 눈에 보이는 게 다 "아! 옛날이여~~"를 읊게 하는가 말이다.
(정말 이러기도 힘들다)
내가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의 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무대에 올렸는데 기본은 해줘야하지 않나?
그것도 <렌트>인데....
2007년 조승우 로저 <렌트>를 보면서도 2%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2011년 <렌트>에 비교하면 2007년 아주 훌륭하고 완벽하다고 칭찬할만 하다.
앉아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박수를 칠 수가 없더라.
(심지어 <랜트>를 보면서 졸기까지 했다)
어쩌면 주연 배우들 사이에 발란스가 그렇게 안 맞던지...
오히려 앙상블이 백배는 더 잘하더라.
그리고 앙상블을 돋보이도록 연출한 박칼린의 연출력은 인정!
(이것 하나만!)
런 로저에 조형군 마크, 윤공주 미미가 이날 공연자들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투껑보고 놀랄까봐
도저히 두 번은 못 보겠다.
도대체 이들은 <렌트>를 어쩌자고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아이고~~~
정말 막막하다! "탄탄해진 스토리와 강력해진 음악으로 돌아왔다"는데
돌아온 애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혹시 렌트해줬나???
- OST
1. Seasons Of Love
2. Rent
3. One Song Glory
4. Light My Candle
5. Today 4 U
6. Tango: Maureen
7. Out Tonight
8. Santa Fe
9. I'Ll Cover You
10. La Vie Boheme A & B
11. I Should Tell You
12. Take Me Or Leave Me
13. Without You
15. What You Own
16. Finale B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