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12. 10. 08:35

<마리아마리아>

일시 : 2012.11.17. ~ 2012.12.30.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연출 : 강효성

대본 : 유혜정

작곡 : 차경환

출연 : 전수미, 도원경(마리아) / 김종서, 고유진(예수) / 윤복희(소경)

        이용진, 여운, 남궁민영, 황이건, 정홍섭, 정태준, 이정구, 외

 

창작뮤지컬 <마리아마리아>가 벌써 10주년이 됐단다.

대학로 조그만 소극장에서 시작된 창작뮤지컬의 장대한 발전이자 도전이다.

1대 마리아 강효성부터 지금 14대 마리에 도원경까지.

참 오랜 시간을 성실히, 그리고 최선을 다해서 성장하고 있는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2005년이었다.

처음 <마리마마리아>를 봤던 때가.

그때가 소극장에서 공연되던 이 작품이 처음으로 대극장으로 옮겨간 때였다.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하던 이소정이 이 작품의 터줏대감 강효성과 마리아 역에 더블캐스팅이 됐었고.

예수 역에는 오랫동안 해왔던 박상우와

"소원"이란 노래로 유명세를 탔던 가수 김현성이 더블캐스팅이 됐었다.

이렇게 자세히 기억하고 있는 건,

그때 가수 김현성에 살짝 빠져있던 때이기도 했고

<마리아마리아>가 2005년 본 첫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새해 벽두 1월 1일 첫날에... ^^

2층 맨 앞에서 봤는데 기대했던 것만큼의 감동은 솔직히 받지 못했다.

뭐랄까?

무대가 너무 큰 것 같았고,

한 가운데 덩그라니 서있는 커다란 나무가 참 을시년스러웠었다. 

게다가 그 큰 무대를 채우기에는 배우들의 역량이 조금 힘에 겨워보였다.

마리아 강효성은 딕션이 정확하지 않아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웠고,

첫뮤지컬 데뷔였던 김현성의 예수는 확실히 어설펐다.

(아직도 기억난다. 대학교 응원단장 같던 예수의 나풀거리던 바지가...)

이런저런 이유로 입소문 자자했던 그 <마리아마리아>를 

결국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채로 한전아트센터를 나왔다.

아마도 그 첫 기억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 후에 <마리아마리아>를 안 보게 된게.

(한 번쯤 다시 볼 법도 한데...)

 

그 <마리아마리아>가 벌써 10년이 됐고 어느새 14개 마리아까지 배출했단다.

게다가 1대 마리아 강효성이 이번에는 연출자로 나셨다.

예전에 뮤지컬 시상식에서 이 작품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울먹이던 강효성도 떠오른다.

10년의 시간...

작품에도 변화가 많아졌겠지만 나도 좀 달라지지 않았을까?

마리아 전수미도 궁금했고

(개인적으로 전수미는 재능과 실력에 비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뮤지컬배우라고 생각한다.)

<모차르트 오페라락>에서 성공적인 뮤지컬 신고식을 마친 플라워 고유진의 에수도 궁금했다.

그런데!

참 보길 잘했다.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의 열약한 음향 상태쯤 충분히 용서하고도 남을 좋은 무대였다.

라이브연주가 어쩜 그렇게 MR 반주처럼 들리던지...

1막 앞부분 제사장들 장면이 좀 어수선했던 걸 빼고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예수역의 고유진,

성전에서 장사치를 내쫓는 장면이 좀 불안했던 했지만

돌에 맞아 죽을 뻔한 마리아를 구하는 장면과

어린 시절 집단 강간을 당한 마리아를 위로하는 장면은 눈물이 절로 흐를만큼 감동적이었다.

(가수 고유진이 어느새 이런 느낌을 주는 배우 고유진이 됐구나!)

13대 마리아 전수미!

정말 정말 아름다웠다.

어린 마리아를 연기하던 목소리도,

골고다언덕에서 십자가형을 받는 예수의 모습을 그대로 전하던 모습도 참 눈물겹고 아팠다.

뚝뚝 떨어지던 눈물...

이 역할,

참 쉽지 않는 역이구나.

이 역할을 하면서 배우 전수미는 또 얼마나 힘들고 아팠을까?

아름다운 배우 전수미가 보여준 마리아는 아름다움과 고귀함, 그 이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별 기대없이 본 작품이었다.

오래전에 감흥없이 한 번 봤었다는 이유로 이 작품을 좀 안다고 감히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는 아무 것도 몰랐던 거였다.

<마리아마리아>의 10년의 저력!

참 아름답고 성실하다.

그 아름다움은 전수미, 고유진 뿐 아니라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이었다.

특히 바리새인 역의 이용진,

배우의 욕심을 버리고 배역에 참 충실했다.

이 모든 배우들이 어쩜 이렇게까지 징글징글하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마리아마리아>의 20년 뒤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까지 살아남을 걸 확실히 믿는다.

 

* 나 기립 잘 안하는데 이 작품은 절로 기립이 됐다.

  앞사람이 기립해서 안 보여서 어쩔 수 없이 기립한 거 절대 아니다.

  나, 맨 앞 줄에서 봤다.

  정말 궁금한 거 하나!

  근데 예수님의 제자들은 여전히 왜 8명 뿐일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7. 9. 00:21
프랑스 뮤지컬 <로미오 앤 줄리엣> 한국어 공연

When  : 2009.07.04. ~ 2009.08.02.
Where :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Cast   : 로미오 (임태경, 신성록) / 줄리엣 (김소현, 박소연)
           벤볼리오 (이건명) / 머큐시오 (정재헌, 에녹) / 티발트 (김승대, 김보강)
           몬테규 부인 (강효성) / 케플렛경 (김진태) / 케플렛 부인 (신영숙)
           유모 (김현숙) / 신부 (류창우) /  영주 (임현수, 심재현) / 죽음 (김윤경, 최승희)




7월 7일 예술의 전당을 찾다
예전에 프랑스 오리지널 팀이 왔을 때 세종문화회관에서
다미앙 사그리의 로미오를 봤던 기억이 새롭다.
궁금증 반, 그리고 우려와 걱정 반
정확히 그런 심정으로 찾은 오페라 극장

최고의 목소리로 연주하는 사람
나의 nella fantasia!
크로스 오버 테너 "임태경"
73년생인 그가 이번에 살아내야 할 인물은
17살 로미오! 
(왠지 막막하다.... ^^;;) 
그가 무대 위에서 조심성을 더 빨리 던져버릴 수 있다면 좋겠다.
1막과 2막의 그는,
마치 다른 사람이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
연주와 연기가 조화되는 그 순간을,
지금보다 더 일찍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줄리엣과 더블로 부르는 노래들은 역시나 "임태경"스러웠다.
함께 노래하는 사람을 거의 완벽하게 서포트해주는 그래서 더욱 돋보이는 그, 임태경!

신예 박소연의 줄리엣은 괜한 걱정을 했다 싶게 좋았다.
목소리도 예뻤고 그리고 딕션도 훌륭해서 앞으로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이...
아마도 기라성 같은 대선배 박소현이 부담스럽진 않았을까?
그래도 임태경의 로미오만큼이나 김소현의 16살 줄리엣도 좀 민망한 상황이긴 하다. ^^ ;;

언제나 자기 역할을 100% 이상 해주는 이건명의 벤볼리오~~!
<렌트>, <유린타운>, <맘마미아>, <갬블러>, <틱틱붐>의 이건명.
<나생문> 연극으로의 외출이 그에겐 분명 좋은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나이를 먹어도 당신 목소리의 청춘(?)은  여전했답니다. ^^

브로드웨이에 우리 공연 <마리아 마리아>를 올리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슈퍼 히어로 강효성!
분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그 카리스마는 여전하시네요.
그런데 이상하게 난  강효성씨의 딕션이 만족스럽지 않다.
감정이나 표현력, 연기도 너무 좋은데 잘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게 너무 속상하다.
내 귀가 이상한건가????

티발트에 의해 죽음을 맞는 머큐시오역의 정재헌이란 배우는 처음 공연을 본 건데 괜찮았다.
죽는 장면이 약간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듯한 느낌이 있긴 했지만...
그리고 미안하지만,
티발트 김보강은 좀 많이 보강(?)을 해야 할 것 같다.
1막과 2막의 솔로곡 듣는데 내가 다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

<캣츠>의 신영숙씨는 뭐 여전히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레이디 케플렛을 보여줬고,...
신부역의 류창우씨는 몸이 아팠던 걸까?
목소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 1막 후반부 <사랑으로>의 도입부가 순간 무너져버렸다.
속상했다. 많이....

죽음....
존재감에 혼란이 왔다.
어떤 장면에서는 푸닥거리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이 역할은,
눈에 띄지 않으면서도 순간순간 강한 임펙트를 남겨야 하는데
집중과  풀어짐이 너무 모호했다.
특히나 1막에서 로미오와의 장면은
그를 부축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로미오의 운명을 손아귀에 쥐고 흔드는 섬뜩하고 서늘한 죽음은 어디로 간거지?



라이센스 공연을 보면,
가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실망이 늘 따라온다.
혹시 모두 똑 같은 사람에 의해 번역된 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마저 들 정도로.
애써 운율을 맞춘 것도 아니고, 음절에 딱딱 맞게 단어를 넣은 것도 아니고....
때로는 이런 것들을 교정해주고싶다는 생각이 너무나 간절하다.
이런 오류에 대한 피드백조차도 안 된다는 게 심지어 너무 화가 난다.
그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하는건가?
진심으로???


 

우리 공연과 오리지널 공연의 같은 장면이다.
왠지 우리 공연이 많이 어수선하다는 느낌.
<증오>를 부르는 두 가문!
그 노래에 맞춰 댄서들은 오랜 가문의 증오와 미움, 분란을 표현해야 하는데...
어쩐지 한 사람씩 무대에 나와서 학예회 발표를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치열했으면... 더 치열했으면....

 

아직 공연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겠지만
음향의 균형이 좀 안 맞는 것 같다.
배우들의 소리를 때때로 잡아먹고 있다는 느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라이센스 공연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을지.
공연을 보는 내내
민영기, 조정은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생각났다.
이쁜 가사들, 대사들, 그리고 노래들...
그들을 다시 보고 싶다....

 


지금보다
미치도록 치열하고, 눈부시게 아름답기를....
그래서 미스테리한 상태로 남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미스테리를 풀어내는 건
정말 너무 힘들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