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 끄적끄적2013. 9. 28. 21:51

호텔 체크아웃을 하고 술탄아흐멧 광장에서 시티투어버스 그린라인을 타고 골든혼 지역을 둘러봤다. 중간에 내려서 미니아투르크를 둘러봤는데 조카들이 너무나 좋아했다. 1시간 정도 있었는데 여자조카녀석은 더 있고 싶다고 안달이다. 한국음식 먹으러 간다고 달래서 다시 버스를 탔다. 투어버스에서 내려서 아리스타 바자르쪽에 있는 서울정이라는 한국음식점에서 지금 조카들은 폭풍흡입 중이다. 돼지김지찌개, 비빔밥, 물냉면, 떡볶이... 이제 박물관에 들렀다가 이집션 바자르로 갈 예정.이 여행의 끝이 이제 보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7. 08:16
전날 시간이 늦어서 갈라타 탑 전망대에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피에르로티 찻집의 석양을 포기하고 다시 갈라타 탑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꼭 그곳에서 석양과 야경을 보겠다 다짐하면서...
예전에는 입장료 없이 올라갔었다는데 지금은 11TL의 관람료를 받는다.
6시 넘어서 도착했을 땐 이미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탑 주변을 뺑 둘러싸고 있었다.
이러다 또 못보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줄이 줄어드는 속도가 빠르다.
입장료를 사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까지 올라갔다.
다시 좁은 원추형 계단을 꽤 올라가니 드디어 탑 전망대다.
이곳은 저녁 8시까지 관람객을 받는다.
그 시간 이후부터 엘리베이터는 나이트클럽과 레스토랑을 찾는 손님들로 바빠진단다.
특히 갈라타 탑에서 밤마다 공연되는 벨리댄스가 유명해서
아예 여행상품으로 나와 있는 것도 많다.
춤은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잼뱅이인 관계로 pass!
(내 입장에서 벨리댄스는 아무리 생각해도 비현실적은 몸놀림이다!)



갈라타 탑 전망대는 360도 돌면서 주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도 아나로그적인 방식인 두 발로 직접 걸아서 돌아야 한다.
폭이 좁고 관람객은 많아 좌우, 앞뒤 간격 모두 촘촘하다.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싶다는 다른 여행객에게 길을 잘 내줘야 한다.
자리잡고 비키지 않겠다는 심정으로 있으면 나머지 사람들은 대략 난감해지므로...
갈라타 탑에서 보는 이스탄불의 정경은 아름답고 시원하고 경쾌하다.
중간중간에 view point에 주변을 설명해주는 안내판도 있다.
우뚝우뚝 솟은 자미의 미나레의 갯수를 세면서 혼자 이름을 맞춰보기도 했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즐기는 중 ^^)
오스만 제국 최고의 술탄 쉴레이만 대제에게 봉헌된 쉴레이마니예 자미!
골든혼 앞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지어진 자미의 미나레를 세본다.
모두 4개의 미나레.
쉴레이만 대제가 이스탄불을 수도로 삼은 네 번째 술탄임을 뜻한다.
그리고 10개의 발코니는 자신이 오스만 제국의 10번째 술탄임을 상징하는 의미고...
이런 숨은 그림같은 이력을 알아가는 것 역시 이스탄불의 매력이고 즐거움이다.
마치 소풍날 보물찾기 하는 느낌이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자니 해가 진다.
점점 어둑해지면 갈라타 탑 아래 또 다른 이스탄불의 모습이 태어난다.
하나 둘 불빛이 밝혀지는 자미와 거리의 상점들.
그리고 보스포러스 해협을 물들이는 석양의 붉은 빛깔.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신비감보다는 친근함에 가깝다.
손에 잡힐듯한 풍경과 빛깔이 꼭 내게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
내 시선이, 내 생각이, 내 느낌이
이 모든 것들을 창조했구나!
어쩌면 풍경의 진실은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터키는 내게,
참 거칩없이 아름다웠다.
그리움 그 이상의 마음때문에 나는 지금 버겁다.
내가 보지 못한 뭔가가 아직 그곳에서 나를 잡아 끌고 있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14. 05:42
카리예 박물관을 나와서 예윕 자미를 가기 위해서
또 다시 열심히 헤맸다.
역시나 적재적소에 나타나서 도움을 주는 터키 현지인 덕분에
1.25 TL 로컬 버스(동네 마을 버스?)를 무사히 탈 수 있었다.
안내 책자에도 노선이 자세히 나와있지 않아 어떻게 가야하나 혼자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제 헤매고 걷는데 재미를 넘어 쾌감이 느껴질 정도다.
(이런 길치도, 이런 저질 체력도 너끈히 받아주는 도시, 터키~~)

 



에윕 술탄 자미(Eyup Sultan Camii)!
이슬람의 예언자 무하마드의 애제자 에부 에윕 엔사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단다.
(당연히 누군지 모른다. ^^)
에윕이라는 인물은  674~678 년에 성전의 기수로 활약했고
콘스탄티노플 공략 때 전사했다고 책에 써있다.
그가 죽은 뒤 8세기나 지나 그의 무덤이 발견됐고
메흐메트 2세가 그 자리에 자미를 지을 것을 명령해서 지금의 에윕 술탄 자미가 탄생됐다.
그 이후 이곳은 새로운 술탄이 즉위할 때 성검 수여식이 거행되는 국가적인 장소로 사용됐다.
지금도 에윕의 무덤에는 참배를 위한 발길이 계속되고 있단다.
이런 성스러운 이력때문인지
다른 자미보다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도 많고 코란을 독경하는 소리도 끊이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나 복장규정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여자는 스카프를, 남자는 긴바지를 꼭 입고 가야 한다는데
그날 복장이 반바지에 티셔츠라서 쫒겨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자미 가운데와 벽 주위에는 발을 씻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이슬람 자미의 특징 중 하나는 꼭 발을 씻고 들어가간다는 거!)



내가 찾은 날이 일요일이었는데 아마도 결혼식이 있었는지
여러 쌍의 신랑, 신부와 가족들로 자미 마당이 북적였다.
그 틈을 이용해서(?) 자미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다행히 쫒겨나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기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자니
왠지 나까지도 숙연해지고 간절해진다.
코란을 읊는 사람들의 눈빛은 아이처럼 맑고 깨끗했다.
1층 마나렙 근처는 오직 남자들만 기도할 수 있는 곳인지 여자들이 한 명도 없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통해 2층에 올라가야 에삽을 쓴 여자들이 기도하는 곳이 보인다.
(터키의 남존여비 사상은 우리나라보다 은근한듯 하지만 오히려 더 심한 것 같다)
창을 통해 비치는 햇빛 속에서
자미의 밝은 곳은 찬란했고, 어두운 곳은 고요했다.
왠지 더 오래 있기에는 복장이 너무 미안해서 서둘러 마당으로 나왔다.
그리고 혼났다.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님(랍비?)이 반바지 입은 나를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뭐라고 하신다.
죄송하다고 고개를 몇 번씩 숙였는데 이해를 하셨는지는 모르겠다.



에윕 술탄 자미를 오른편에 바짝 두고 피에르로티 찻집을 향해 산언덕을 올라갔다.
피에르로티 찻집(Pierre Loti Kahvesi)!
프랑스 작가 피에르로티가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을 너무나 좋아해서
이곳에서 차를 마시면서 작품을 썼다고 해서 유래된 이름이다.
찻집까지 케이블카로 쉽게 올라갈 수 있지만
가능하면 꼭 걸어서 올라가길 권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골든혼과 주변 경치는 안내서의 말과 피에르로티의 고백이 거짓말이 아님을 증명한다.
촉각까지 살아 있는 풍경이랄까!
바라보고 있으면 시선에 따라 몸의 일부가 톡톡 말을 건다.
바람도 그려질 것 같고, 햇빛도 만져질 것 같은 풍경들.
길 양편에 있는 공동묘지를 따라 걸어서 올라가고 걸어서 내려오다보면
죽음이 일상의 공간처럼 아무렇지 않게 느껴진다.



터키 여행 중에 의외의 곳에서 느닷없이 공동묘지가 나타나고는 했는데 
그걸 바라보는 시선은 두려움이나 꺼림직한 고개 돌림이 아니라
오히려 친근함과 평온한 고요였다.
이곳도 그랬다.
내가 결코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무덤임에도 나는 그네들이 다정했다.
그리고 여기에, 다정한 그네들 옆에 내 자리도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도 품었다.
이곳에서라면 결코 깰 수 없는 잠도 기꺼이 달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얗게 비어 있는 묘비명에 슬쩍 내 이름을 써두고 싶었다.

죽음은 때론 불같은 질투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