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 책거리2010. 2. 26. 06:02
 <희망을 여행하라> - 이매진피스 임영신, 이혜영


희망을 여행하라

혹시 “공정여행(Fair Travel)"이라는 말을 아십니까? 그럼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단어는요?

공정무역(Fair Trade)이란 상품의 최초 생산자에게는 지속적인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정당한 가격이 지불되고, 소비자에겐 윤리적이고 건강한 제품을 구입하게 하는 새로운 글로벌 지원사업을 말합니다. 여기서 윤리적인 제품이란 아동노동을 착취하지 않고, 환경도 파괴하지 않는 그런 제품을 뜻하죠. 제품을 공급하는 나라는 대부분 제3세계 국가로 빈곤과 낮은 교육 수준, 열악한 환경의 공격을 받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나라에도 현재 공정무역 제품들이 상당히 많이 들어와 있고, 얼마 전에는 홈쇼핑을 통해 공정무역 커피가 판매되는 걸 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공정무역의 대표 브랜드(정확한 표현은 아니지만...)를 꼽자면 우리가 잘 아는 “아름다운 가게”를 들 수 있습니다.

공정여행은 우리가 아는 공정무역과 넓게는 그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정여행(Fair Travel)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소비하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을 말합니다. “여행”이라는 행위를 통해 여행지의 숲이 지켜지고, 그 곳의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고 나아가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입니다. 더불어 여행자와 그 여행자를 맞이하는 원주민이 서로를 성장시키는 여행이죠.

“여행”을 준비할 때 우리는 제일 먼저 “어디로” 떠날지를 생각합니다. 그러나 공정여행을 실행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를 먼저 생각한다고 하네요. “어떻게”하면 그곳의 자원과 사람, 그리고 환경을 덜 파괴하는 여행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행의 들뜸과 흥분보다는 책임을 먼저 생각하는 여행이죠.

관광과 공정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라보는 “시선”에 있다고 합니다. 관광은 여행을 상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소비”하는 행위이지만 공정여행은 “관계”에 그 시선을 맞춥니다. 그곳 원주민들과의 관계, 환경과의 관계, 재화의 공정한 분배에 대한 관계...

  

이제 여행에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여행을 단지 “관광”과 “쇼핑”의 이벤트로 끝낼 것인가 아닌가는 온전히 여행자의 선택에 달려있다는 책임감을 강조한 의미죠.

누구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을 겁니다. 나를 무한한 자유와 행복감에 빠져들게 하는 여행이 어쩌면 현지인에게 피해를 주고 고통을 주는 행위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현지인 포터를 동반한 트레킹에서 그들의 싼 인권비에 놀라면서도 그 인권비의 얼마가 그들에게 돌아가는지, 그들의 등짐을 보면서 진기명기를 보듯 감탄만 했는지도 모릅니다. 코끼리 등에서 별천지를 구경하면서 그들의 머리를 내리찍은 따거의 고통을 가늠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코끼리의 가죽은 아주 단단해서 전혀 아파하지 않는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면서 말입니다. 그러나 코끼리의 이마에는 새로운 생채기에서 새로운 핏줄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등 위에 올라탄 우리는 결코 보지 못합니다.

우리는 가이드의 말을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하는 착한 여행객이니까요...

“여행”은 다른 문화를 단지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것이며 경험한다는 것은 그 문화에 대한 존중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런 이유로 누구든 타인의 공간을 방문할 때는 예의를 지켜야만 하죠.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 사는 나라이기에 그 나라를 함부로 다룰 이유가 전혀 없다는 말입니다.

기억할 수 있을까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인을 상대로 한 “기생관광”의 핵심지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인이 동남아시아의 미성년자 성매매 관광의 최대 수요국으로 부상한지 오래죠. 이런 통계를 보면 어쩐지 여행이 범죄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미성년자 성매매는 확실히 불법행위죠.)

그렇다면 “여행”을 통해 우리가 원했던 건 정말 무엇이었을까요?


이 책 <희망을 여행하라>는 여행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책임을 묻는 책입니다.

여행을 구경을 하는 관광으로만 즐길 것인가 아니며 사람과 자연을 만나 배움을 얻고 함께 관계를 맺는 소통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죠.

꼭 전쟁과 외교로만 나라가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국의 문화를 잃는다면 삶의 역사를 잃게 되는 것이죠. 우리 역시나 문화를 잃었던 과거가 있습니다. 우리가 끝끝내 문화를 지키고 보전해 나갔던 건 결국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진보”에 대한 강한 희망이었습니다. 

지금의 거대 기업의 관광산업을 보고 있으면 과거 식민지 문화의 거대 부활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행을 통한 인권 유린, 아동노동 착취, 환경 파괴는 결국 그 나라 문화를 파괴하고 급기야는 삶의 터전까지 파괴하기에 이르죠.

관광산업에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삶의 터를 빼앗기고 멸종의 위기에 처해있는 부시맨과 마사이족들. 그들은 지금 다국적 기업의 관광산업 볼거리로만 그 명맥을 겨우 유지하고 있을 뿐입니다. 신께 올렸던 신성한 제의는 관광지의 이벤트로 아무런 믿음과 기원 없이 매일 밤 끝없이 부활하고 있죠.

이제 관광지가 된다는 것은 삶의 존엄과 더불어 진실의 기록과 기억마저 삭제해 나가야 하는 냉혹한 정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먹고, 마시고, 버리고, 그리고 떠나는 여행!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모든 여행도 이 과정의 반복은 아니었을까요?


리얼리티 투어, 에코 투어. 대안 여행, 윤리 여행. 공동체에 기반을 둔 여행...

“관광객”은 단지 구경하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고 “여행자”는 만남과 배움을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라고 이 책은 말합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피스보트(Peaceboat) 그리고 학생 안식년으로 알려진 영미권의 갭 이어(Gap Year)는 이런 공정여행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2년 일본 역사교과서에서 일본의 아시아 군사침략을 “진출”로 표현한 것에 대해 세게 곳곳에서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을 때, 이제까지 자신들이 배워 온 역사가 진실인가 하는 의문을 품은 일본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다면 현지에 가서 우리들의 눈으로 확인해 보자'고 생각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것이 피스보트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피스보트는 1년에 네 차례 지구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하는 일본의 NGO 단체로 벌써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죠. 피스보트는 이제 일본과 아시아의 역사를 넘어 지구의 환경, 인권, 여성, 분쟁, 빈곤문제 등 다양한 세계의 모습을 직접 만나 그곳 사람들에게 듣고, 배우며 여행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제교류, 연대, 자원봉사, 구호활동 까지도 펼치고 있죠.

이 피스보트의 가장 큰 매력은 승객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자주기획”이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자주기획”이란 승객들 스스로 세미나나 스터디를 만들어 토론도 하고 공연 기획 등을 통해 승객들에게 의미있는 공연을 그들 스스로 보여주는 일련의 프로그램을 말합니다. 

피스보트에 탑승한 600여명의 세계의 젊은이들은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고민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 배우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며 소통하게 됩니다. 하나의 진정한 지적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죠.

“Gap Year"는 영국과 미국의 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는 제도로 신입생이 입학 전 1년간 입학을 유보하고 세상을 경험한 후 공부를 시작하도록 하는 방법이죠. 영국의 윌리엄 왕자가 세인트앤드루스 대학에 들어가기 전 1년간 입학을 유보하고 갭 이어의 시간을 가져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갭 이어의 목적은 자신이 살아가야 할 세계를 이해하고, 이제부터 하게 되는 학문에 대한 진정한 목적과 의미를 찾는 자기배움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인 휴학과 근본적인 차이는 학교가 직접 제도를 마련해 대학시절 전에 세상을 경험하고 자신을 돌아볼 시간과 경험을 권장하는 공교육의 일부라는 사실이죠.

우리가 아는 취업을 위한 하나의 스팩용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 책은 요즘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소위 해외봉사에 대한 위험성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자신의 결단과 뚜렷한 목적의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단지 취업에 필요한 가점을 얻기 위한 하나의 필수코스가 됐다고 꼬집고 있죠. “해외연수”나 “외국어능통”조차도 이제는 흔한 스팩이 되어 버렸다는 뜻입니다. 해외봉사같은 스팩을 하나 가짐으로 글로벌 인재, 희생정신, 책임의식에 대한 홍보효과를 기대한다는 엄중한 지적이기도 하죠.

그들에겐 이것 또한 “관광”의 한 형태에 다르지 않습니다.

“시선의 폭력”이라고 이 책은 말하네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반성” 그 이전의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반성‘이나 ”각성“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로구나 하는 처절함. 이건 분명 생존과의 사투라는 생각.

“공정함”

어쩌면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공정함이 여행으로 스며들 때, 그 여행은 이미 배움과 이해를 넘어 소통과 관계의 세계로 우리를 진화하게 만듭니다.

여행을 바라보는 당신의 시선은 “진화”를 보고 있나요, 아니면 “파괴”를 보고 있나요?

몰랐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죠.

“진화”의 반대말이 “파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광,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7. 06:27
오랫만에 참 좋은 여행서를 봤다.
여행서라기 보다는 사색서라고 해야 하나?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사람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꿈꾸게 하는 그런 책.



여행의 기쁨과 흥분만 생각했었지
그 여행으로 인한 자연과 환경의 파괴
그리고 현지인의 고통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
엄청난 일을 하고 다니면서 좋아했었구나...
끔직한 반성을 공포처럼 느끼게 만든 내용.



여행은 “리얼리티 투어”다

“리얼리티 투어”는 인권, 환경, 지속가능한 개발, 예술과 문화, 평화, 여성, 종교, 노동과 경제 등 9개의 주요한 주제를 가지고 세상을 만난다. 만남은 이해를 낳고, 이해는 변화를 낳고, 변화는 행동을 낳은 것! 국가와 국가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지역과 공동체가 만나는 새로운 국제화의 물꼬를 여행으로 트고 있는 것이다. 바로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다.

 

Fair Travel(공정여행)이란 우리가 여행에서 쓰는 돈이 그 지역과 공동체이 사람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여행, 우리의 여행을 통해 숲이 지켜지고, 사라져가는 동물들이 살아나는 여행,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고 경험하는 여행, 여행하는 이와 여행자를 맞이하는 이가 서로를 성장하게 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이다.




공정한 무역으로서의 여행(Fair trade in Tourism)
지속가능한 관광의 핵심개념으로 우리가 여행할 때 쓰는 돈이 다국적기업을 통해 회수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와 개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고 그 지역에 뿌리 내리고 살아온 원주민의 권리가 보장되며(그들이 관광산업에 참여하든 하지 않든), 동등한 관계 속에서 협의와 조정이 가능한 평등성이 보장된 개발과정의 정의까지 내포한 보다 깊고 넓은 의미에서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여행이다.




 <공정여행자가 되는 10가지 방법>

1. 지구를 돌보는 여행 : 비행기 이용 줄이기, 1회용품 쓰지 않기, 물을 낭비하지 않기

2. 다른 이의 인권을 존중하는 여행 : 직원에게 적정한 근로조건을 지키는 숙소, 여행사를 선택하기

3. 성매매를 하지 않는 여행 : 아동 성매매, 섹스관공, 성매매 골프관광 등을 거부하기

4. 지역에 도움이 되는 여행 :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 음식점, 가이드, 교통시설 이용하기

5. 윤리적으로 소비하는 여행 : 과도한 쇼핑 하지 않기, 공정무역 제품 이용하기, 지나치게 깎지 않기

6. 친구가 되는 여행 : 현지 인사말을 배우고 노래와 춤 배우기, 작은 선물 준비하기

7.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여행 : 생활 방식, 종교를 존중하고 예의를 갖추기

8. 상대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키는 여행 : 사진을 찍을 땐 허락을 구하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여행

9. 기부하는 여행 : 적선이 아니라 나눔을 준비하자, 여행 경비의 1%는 현지의 단체에!

10. 행동하는 여행 : 세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여행에도 페어 플레이가 필요하단다.
여행을 "소비"의 시선으로 보는 게 아니라
"관계"의 시선으로 볼 때 진정한 책임여행이 시작된다고.
"어디로" 떠날지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를 먼저 생각하는 여행.
"관광객"은 구경을 하기 위한 사람이고 "여행자"는 만남과 배움을 위해 여행을 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어떤 여행을 하면서 즐거워 했던가!
앞으로 여행을 준비한다면
아마도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지게 되지 않을까?

포터의 몸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과 형편없는 노동의 댓가
코끼리의 이마를 찌르는 따거의 고통
리조트의 화려함에 희생된 비정규 노무자가 된 현지인들.
삶의 터를 잃고 생계의 위협마저 받고 있는 그들,
결코 싼 여행이 횡재가 아님을 절감하게 하는 무서운 책이다.

지금까지 나는 여행에서 무었을 꿈꾸었던건가!
그리고 그 꿈이라는 게 얼마나 큰 파괴였던가!
내가 남긴 흔적들이 무섭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