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끄적 끄적...2013. 6. 4. 07:55

회를 거듭할수록 말도 많고 탈도 점점 많이지고 있는

그래서 공정성에 대해 심각하게 의구심을 품게되는 뮤지컬 어워드가 어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최됐다.

벌써 7회인데 왜 이리 잡음이 끊이지 않는지...

몇 주 전에 발표된 후보자들을 보고 좀 많이 황당했었다.

한 작품에 두 명이 같은 수상후보에 올라오고

한 배우가 다른 작품으로 같은 타이틀에 후보자고 올라오고

연출이나 안무 후보자들도 거의 몇몇의 사람들이 여러번 반복해서 올라왔다.

발표된 후보자들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상을 안 줄래야 안 줄 수 없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그냥 좀...

점점 더 이상해지는 것 같아서...

 

올해의 뮤지컬: 레미제라블
창작 뮤지컬상: 그날들
남우주연상: 정성화(레미제라블)
여우주연상: 정선아(아이다)
남우조연상: 문종원(레미제라블)
여우조연상: 옥주현(레베카)
남우신인상: 지창욱(그날들)
여우신인상: 박지연(레미제라블)
극본상: 장유정(그날들)

인기스타상 : 제시카, 규현
작곡·작사상: 윌 애런슨, 박천휴(번지점프를 하다)
연출상: 로버트 요한슨(레베카), 로렌스 코너, 제임스 파우웰(레미제라블)
안무상: 서병구(라카지)
음악감독상: 정재일(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무대상: 정승호(레베카)
의상상: 유미양(살짜기 옵서예)
조명상: 잭 멜러(레베카)
음향상: 김지현(레베카)

 

<레미제라블>과 <레베카>, <그날들>은 예상됐던 거고

<레미제라블>이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신인상, 연출상 등 5개 부분을

(정확히 말하면 연출상을 2명이 수상했으니 4개 부분)

<레베카> 역시도 여우조연상, 연출상, 무대상, 음향상, 조명상 등 5개 부분을 수상했다.

초연 창작뮤지컬은 <그날들> 뭐 살짝 구색을 맞춰준 것 같긴 하지만

창작뮤지컬상, 극본상, 남우신인상 등 3개를 수상했다.

한 마디로 대충 잘 나눠가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예전같으면 좀 정성껏 포스팅을 했을텐데

이번 뮤지컬 어워드는 그럴 맘이 별로 안 생긴다.

그저 간단히 기록하는 정도로 해두자!

(나름대로의 보이콧이라고나 할까!)

 

개인적으로 인정할만한 수상자는

여우주연상, 여우신인상, 음악감독상, 의상상, 작곡작사상, 안무상 정도!

참 내가 써놓고도 민망하다.

연말쯤에 있을 뮤지컬 대상 시상식이나 좀 기대해볼까!

그래도 몇몇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특히 <JCS>의 음악감독 정재일.

당신은 나를 9년 전의 나로 되돌려놨다.

그러기 정말 쉽지 않은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14. 08:24

<The Promise>

부제 : 6.25 정전 60주년 군 창작 뮤지컬

일시 : 2013.01.08. ~ 2013.01.20.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극본 : 서윤미

작곡 : 최종윤

안무 : 김소희

음악감독 : 최종윤

연출 : 이지나

조명디자인 : 구윤영

무대디자인 : 서정주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지현우, 김무열, 윤학(정윤학). 이특(박정수), 이현

        박선우, 정태우, 배승길

주최 : 국방부, 국립극장

 

내가 군뮤지컬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그리고 공연장에서 군복 입은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도 몰랐다.

더불어 우리나라 6.25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에 왠 젊은 외국 소녀들이 단체로 앉아있나 싶어 놀랐다.

(나중에 알았다. 이게 다 이특 효과라는 걸...)

관람한 이유는 출연진때문이 아니라 스텝들이 너무나 탐이 나서였다.

서윤미 극본에 최종윤 작곡, 그리고 이지나 연출까지...

오호라~~~!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최고의 스텝들을 도대체 국방부에서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건 군인정신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될 일이 도저히 아닐 것 같은데...)

줄거리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없었다.

뭐 대략 군인정신 충만한 사람들이 나와서(개중에 별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등장할테고)

서로 반목하면서 극렬하게 대립하다가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할 것을 비장하게 다짐하는 결말.

정말 딱 군뮤지컬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내용이다.

(그런데 나중에 시놉시스 보고는 더 놀랐다. 너무 엄청나게 장대해서. 아무래도 시놉시스는 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이 뻔한 줄거리를 가지고 어떤 구성과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내느냐는 거다.

거기다가 사건이 한 명에게만 집중되는 영웅주의 작품이여서는절대로 안될테고...

그러기에는 출연진이 이례없이 너무나 빵빵하다.

(왜 우리 오빠 비중이 그것밖에 안되냐며 국방부 홈페이지가 테러당하면 어쩌나 좀 걱정스러워서...)

 

결론을 말하자면,

뻔한 내용인데 요리를 썩 잘했다.

게다가 은근히 감동적이기도 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넘버도 꽤 많다.

확실히 사회에서 뮤지컬을 많이 했었던 지현우나 김무열이 작품의 전체적인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그래도 1막에서는 대사가 너무 안 들렸다. 배우의 탓은 아니겠지만...)

소대장역 지현우의 액션장면은 꽤 볼만했고

미스터 투의 멤머 선우의 은근한 활약도 튀지 않으면서 감동적이었다.

(선우 목소리 정말 좋다. 특히 노래 부를 때.)

"심장이 없어~~~"로 깨알같은 재미를 줬던 이현은 대사처리가 좀 미숙하고 노래를 너무 R&B스럽게 불러

적쟎게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가장 놀라웠던 배우는 달호역의 윤학과 미스김의 이특.

아무래도 이특은 재대를 하게 되면

뮤지컬 관계자들이 무지하니 탐을 내면서 섭외 전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작품의 연출자이기도 한 이지나 연출부터!

만약 이지나가 <라카지>를 다시 연출하게 된다면 이특은 단연코 자코프로 출연하게 될테다.

(싹수가 아주 제대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미안하다! 몇 명인지도 솔직히 모른다)

특히 이특은  예능프로에서 활약하는 모습으로만 익숙해서 노래를 어느 정도 하는 줄도 전혀 모른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어떤지조차도.

(단지 추론컨데 슈퍼주니어란 네임으로 그가 지금까지 부른 노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싶다.)

이특이 이런 목소리와 감정을 갖고 노래할 수도 있는 아이돌이구나...

일종의 충격이었고 놀라움이었다.

"미스김"이라는 극중 인물을 너무 성실히, 그리고 잘 표현했다.

여성스런 성격묘사도, 감정표현도 좋았고 노래도 극의 흐름과 분위기에 잘 맞춰 불렀다.

달호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이특!

이 녀석 단연코 물건이다!

아니 이런 물건을 왜 뮤지컬 관계자들이 여태 가만 둔 거지?

본인이 고사한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이제 코가 제대로 꿰였다.

재대와 동시에 이특의 뮤지컬 인생은 봇물 터지듯 터질거다. 분명히!

 

이지나 연출은 이 작품을 자신의 이력을 되짚는 그런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바람의 나라>, <서편제>, <광화문연가>, <라카지> 등 성공한 이지나 연출의 익숙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잘 했다.

일종의 이지나의 오마쥬라고 하겠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내주길!

무대셋트는 살짝 조잡하고 음향은 형편없었지만

(특히 1막에서는 어쩜 그렇게 대사를 쏙쏙 잡아먹던지...)

조명과 안무는 훌륭했다.

특히 2막 마지막 전쟁장면은 마치 모던한 발레를 보는 것 같다.

<바람의 나라> 엔딩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역동적이면서 웅장한 것이 영상 속 전쟁의 참상과 대비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 장면의 음악도 좋다.

음악과 안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라니...  

내가 군뮤지컬을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스텝보고 갔다가 의외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류가수 슈퍼주니어의 위력도 몸소 체험하고...

처음엔 무대 좌우로 영어자막이 나오길래 이건 또 뭔가 했는데 객석을 둘러보고 이해했다.

정녕 저 숱한 외국 소녀들은 이특 때문에 이 뮤지컬을 본거란 말인가!

솔직히 지금도 믿어지지 않지만

커튼콜에  이특이 등장했을 때 함성소리를 듣고 납득 제대로 했다.

한류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참 재미있는 건,

이 작품은 커튼콜이 참 매력적이다.

군인의 신분인 김무열, 지현우, 이현, 정윤학(윤학), 박정수(이특), 정태우, 배승길이

한 명씩 나와서 거수경례를 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의미심장할 수 없다.

연예인이 아닌 군인으로 무대 위에 서면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회가 오갔을까!

절도있는 거수경례 끝에 걸려있는 그들의 마음을 읽는 순간

작품의 내용과 상관없이 가슴이 찡~~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활기차고, 가장 벅차오를 건장한 한 때를

이렇게 일시정지시킬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숱한 젊은이들이 우루루 머릿속으로 몰려온다.

숱한 그들의 젊음이

묘하게 짠하고 묘하게 아프다.

"충성!"을 외치는 그들의 손끝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2. 6. 5. 13:53

어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오만석의 단독 사회로 제 6회 뮤지컬 어워즈가 열렸다.

케이블 TV에서 생방송으로 생중계를 해서 런링머신 위에서 두 시간 가량을 폭풍 시청했다.

(덕분에 지금 다리가 심하게 후달거린다.)

예상대로 조강현이 남우신인상을 조승우, 옥주현이 남녀주연상을 수상했다.

개인적으로 <닥터 지바고>라는 공연의 질과 호불호, 흥행 여부을 떠나

이 작품으로 조승우가 남우주연상을 받기에는 그 역할(?)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조승우 아니었으면 총제적 난국의 <닥터 지바고>는 엄청난 재앙의 난파선이 됐을테니까...

라이센스 뮤지컬 <엘리자벳>이 8관왕을,

창작뮤지컬 <셜록홈즈>기 5관왕을 차지했다.

LEHI의 집념있는 선전과 지조(?)에 큰 박수를 보낸다.

두번째 <셜록홈즈> 이야기도 올해 공연될 예정이라니 또 한 번 기대를 해봐도 괜찮을 듯.

창작뮤지컬 활성화에 레히가 공헌한 부분을 무시하진 못할 것 같다.

덕분에 올 해에 창작 뮤지컬이 꽤 많이 공연됐다.

<파리의 연인>, <막돼먹은 영애씨>, <커피프린스>, <풍월주>, <블랙메리포핀스>를 필두로

7월 공연을 앞두고 있는 <번지점프를 하다>와 <콩칠팔 세삼륙>까지.

이젠 K-pap처럼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동남아로 진출할 때도 멀지 않았지 싶다.

시상과 상관없이 뮤지컬배우들이 전체적으로 신나고 즐겁게 무대를 즐긴 것 같다.

너무 격식없이 자유분방했노라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보면서 참 좋았다.

무엇보다 그들을 위한 축제가 아닌가 말이다!

수상 소감들도 너무 솔직하고 재미있었다.

평생 출 춤을 <조로>의 이네즈를 하면서 다 춘 것 같다던 김선영.

안티팬이 많이 생길 것 같다며 김준수에게 미안해하던 조승우.

그래고 케이블엔 시상식 자체가 없어서 6년동안 <막돼먹은 영애씨>를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상을 타 본 적이 없었다는

개그멘 김현숙의 한맺힌(?) 수상 소감도 인상적이었다.

 

매번 이런 시상식이 개최될 때마다 잡음이 많았던 걸로 기억되는데

그래도 올 해엔 별로 그런 소리도 많이 들리지 않는다.

나눠먹기식의 수상도 아니었던 것 같고...

시상내역도 대폭 줄긴 했지만 내실은 조금 더 괜찮아진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창작뮤지컬 부분이 없어진 건 좀 서운하다.

아직까지는 엄청난 자본의 외국 라이센스 뮤지컬과 싸우기에는 창작 뮤지컬의 힘이 약한 것 같아서...

그래도 <셜록흠즈>는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요즘 대학로에 나가봐도 좋은 창작 공연들이 참 많아졌다.

아마도 내년 제 7회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창작품의 선전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 

힘내라! 우리 뮤지컬! 

 

 ◇ 제6회 더 뮤지컬 어워즈 수상자(작)

▶ 올해의 뮤지컬 - 엘리자벳
▶ 올해의 창작뮤지컬 - 셜록홈즈
▶ 연출상 - 노우성(셜록홈즈)
▶ 남우주연상 - 조승우(닥터지바고)
▶ 여우주연상 - 옥주현(엘리자벳)
▶ 남우조연상 - 박은태(엘리자벳)
▶ 여우조연상 - 김선영(조로)
▶ 남우신인상 - 조강현(셜록홈즈), 지현준(모비딕))
▶ 여우신인상 - 김현숙(막돼먹은 영애씨)
▶ 작곡작사상 - 최종윤·노우성(셜록홈즈)
▶ 극본상 - 노우성(셜록홈즈)
▶ 안무상 - 정도영(스트릿 라이프)
▶ 음악감독상- 김문정(엘리자벳)
▶ 무대상 - 서숙진(엘리자벳)
▶ 의상상 - 한정임(엘리자벳)
▶ 조명상 - 잭 멜러(엘리자벳)
▶ 음향상 - 송대영(엘리자벳)
▶ 인기스타상 - 김준수·김선영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23. 15:46


차범석 5주기를 기념하기 위한 헌정공연 <산불>이 임영웅 연출로 무대에 올려졌다.
1962년에 초연된 <산불>은
2007년에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마지막으로 공연됐었다.
많은 사람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더니 무려 4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항상 공연기간이 짧아서 이례적인 매진사태를 만들었고
어떻게든 보겠다고 현장에 찾아가도 왠만한 자리를 구하기가 하늘이 별따기였단다.
워낙에 출연 배우들이 쟁쟁하기도 했겠지만
그만큼 원작이 갖는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렇더라) 



차범석은 <산불>이라는 작품을 통해
한국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 본성과 욕망, 갈등을 그야말로 과장없이 드러냈다.
그런데 요즘 세대들이 이 작품을 보고 "사실주의 최고봉"이라는 찬사에 동의할지는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전쟁이라는 참상이 그들에겐 너무 추상적인 단어이기에...
우리 세대는 그래도 부모님이 전쟁을 겪었기때문에 듣은 이야기라도 종종 있지만
(그리고 어릴 때 반공교육도 꽤 받았다. 비록 "공산당이 싫어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저 멀리 아프칸을 떠올려 주는 것만도 고맙다 하겠다.
전쟁의 참상은...
감히 내 손으로 끄적거릴 그런 내용이 아니다.
단지 죽음의 극한 상황에서 보여지는 삶의 욕망.
그리고 그 욕망 속에서 은밀하지만 강하게 피어나는 욕망과 애욕.
육체적인 전쟁에서 또 다른 육체적인 욕망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예전엔 믿어지지 않았는데 지금은 알겠다.
그게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다는 걸...
그 유일한 욕망이 사람을 살아 남게 할 수도 있다는 걸...

 

 

6ㆍ25 전쟁 후 피폐해진 소백산맥의 산골마을
대나무숲, 하늘이 뚫린 듯 쏟아지는 눈, 지랄맍게 만발한 봄꽃과 불타는 산.
제작비 8억원이 들었다는 무대는 실제 마을을 그대로 옮겨온 듯 하다.
실사 크기의 초가집 2채와 산길,
실제 대나무 200그루를 무대에 세웠다는데 마지막에 공비토벌을 위해 산불로 타들어가는 무대 모습은
이런 표현이 적당할지 모르겠지만 섬득한 장관이었다.
제작자 신시컴퍼니 박명성 대표가 말했다.
"대극장 뮤지컬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연극에서도 중장년 관객을 흡수하고 싶어 도전과 모험을 하게 됐다" 라고...
대형 라이센스 뮤지컬도 아닌 연극에 8억원의 제작비라!
도전과 모험이 확실하긴 하다.
작품 자체와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너무 훌륭하고 좋았는데
문제는 극의 시작과 막이 전환될때 들리던 피아노와 구음자.
그래도 처음엔 들어줬었다.
그런데 이게 점점 점입가경이다.
음이탈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던 구음자의 소리는 사실주의 최고봉이라는 연극을
순식간에 시트콤으로 전락시킨다.
나중엔 정말 미안한 말이지만 끌어내리고 싶더라.
(사람들이 실제로 그럴까봐 피아노 연주자와 구음자를 무대 아래에 배치했을까???)
작품만큼이나 이 되도 않던 퍼포먼스가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겠다 싶었는데
실제로 그렇더라...
차라리 강부자 선생님의 실랄하고 살벌하던 푸짐한 쌍욕을 무한 반복 재생하는게 골백번은 나았을 것을...
(지금도 이 구음자 생각하면 등골이 다 오싹하다)
 



6.25 전쟁의 포화 속에서 과부들만 남은 두메 산골.
전쟁에 남편을 잃고 시할아버지와 시어머니(강부자), 바보 시누이를 건사하며 사는 점례(서은경)는
부상당해 마을로 내려온 빨갱이 규복(조민기)을 대나무밭에 숨겨놓고 보살피다 서로 정이 들고 만다.
그러다 그 모습을 이웃집 과부 사월(장영남)에게 들키고 둘은 모종의 합의(?)를 한다.
두 사람이 밤마다 그분을 번갈아 가면 돌보기로...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신고하겠다는 사월의 육체적 욕망을 결국 점례는 따를 수밖에 없게 된다.)
"점례만이 그 사람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권리가 어디 있어?"
"점례에게 소중한 남자는 내게도 소중하니까"
코믹한 대사이기도 하지만 인간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사라 등골이 다 오싹하다.
급기야 남자가 씨가 마른 과부마을에서 사월은 임신을 하게 되고
숨어있는 공비토벌을 위해 조상대대로 내려온 점례네 대나무밭은 붉은 화염에 휩싸인다.
점점 붉게 물드는 마을과 넋을 잃은 듯 서있는 점례의 모습.
처절한 삶이란, 불타는 욕망이란 붉은 환영과 매캐한 연기,
그 자체다.

 

강부자, 권복순, 서은경, 장영남의 연기는 흠잡을 수 없을만큼 치열하고 아름다웠다.
노익장을 과시하는 배우들이 TV 화면이 아닌 무대 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도 대책없는 감동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실제로도 엄청난 감동이고 울림이었다.
이들 외에도 함께 출연한 모든 배우들의 열연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시할아버지와 정말 바보같던 시누이까지...
(이 대목에서 구음자가 다시 떠올라 막막하다... 음이라도 정확하던가...)
이 작품이 해오름이 아니라 규모가 더 작은 곳에서 공연됐었으면
아마 느껴지는 감동이 더 크지 않았을까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이게 어딘가!
드디어 <산불>을 봤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