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3. 3. 25. 08:26

지식소매상 유시민이 정치를 그만 두겠노라 선언했다.

솔직히 너무나 반가웠다.

그가 정계은퇴를 선언해서 반가웠던 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 유시민에 대해서라면 나는 잘 모른다.)

얼마 남지 않은 인생의 후반부를 기쁨으로 충만한 삶이 되게 하기 위해 돌아간다는 그의 결절이 반가웠다.

돌아갈 곳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어쩌면 나는 그의 귀거래사(歸去來辭)를 일종의 부러움과 질투의 시선으로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지식소매상으로서의 그의 글들을 다시 읽을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큰 즐거움이자 행복이다.

정치은퇴를 선언하면서 함께 나온 <어떻게 살 것인가>를 읽으면서

정치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조차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참담함이 막막하다.

 

...... 내게 정치는 내면을 채우는 일이 아니라 소모하는 일이었다. 이성과 감정, 둘 모두 끝없이 소모되는 가운데 나는 인간성이 마모되고 인격이 파괴되고 있음을 매일 절감했다.

나는 정치의 일상을 즐기지 못했다. 글쓰기는 지성과 영혼을 건드리는 작업이지만 정치는 국가권력을 다루는 사업이다. 국가권력의 본질은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간주되는 폭력이다. 합법적이고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폭력이라 할지라도, 폭력으로는 사람의 영혼을 구원하거나 마음을 행복하게 할 수 없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은 합법적이고 정당한 폭력을 선용함으로써 사람들이 저마다 원하는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권력이 걸려 있기 때문에 정치는 글쓰기와 달리 거의 언제나 살벌한 대결과 가시 돋힌 공격, 분노, 경쟁심, 질투, 굴욕과 같은 감정의 격동을 동반한다 ......

 

그의 말대로 그는 정치가로서 실패했는지도 모른다.

권력투쟁으로서의 정치가 내포한 "비루함과 야수성"을 인내하고 소화할 힘이 너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안철수를 그렇게 염려하는지도...

대한민국 정치의 비루함과 야수성을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그가 굳이 현실 정치를 택했던 이유는 도대체 뭘까?

유시민은 이 질문에 대해 책으로 답한다.

"지난 10년간 정치는 내 직업이었다. 내 일이었다. 그런데 글쓰기와 달리 정치는 내게 일인 동시에 놀이일 수는 없었다. 정치활동의 일상적 과정이 내게는 즐겁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를 직업으로 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원래 직업이란 안정적 수입을 가져다주는 생업을 의미한다. 적어도 내게는 정치가 생업으로서 적합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왜 정치를 했는가? 내게 정치는 연대의 한 방법이었다.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 정치는 스무 살에 야학교사를 한 것과 방식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것이었다."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하라!"를 외치는 유시민에게 정치란,

존엄과 신뢰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리고 존엄과 품위는 자기 힘으로 삶을 이끌고 가야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은 무엇으로 그들의 존엄과 신뢰를 국민들에게 보여줬고, 또 앞으로 보여주게 될까?

안타깝게도 희망적인 답을 기대하기엔 아직 요원하다.

"존엄"은 "가치(value)"를 따질 수 없는 것이라는데 대한민국의 정치는 폭력을 휘두르면서까지 "가치" 하나에 목숨을 건다.

고귀하고 위엄있는 정치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제발 "조폭정치"라는 오명만이라도 씻을 수 있다면 나는 정치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겠다!

"가치"를 중시하겠다면 소속정당의 가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가치를 위해서

핏발을 세우고 주먹질을 하길 진심으로 바래본다.

진심으로 "타인의 고통과 기쁨에 공명"하면서 "함께 사회적 선을 이루어나가는 최고의 행복"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한 번이라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런 "신념"을 가진 정치인이 나와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 사람들은 저마다 옳다고 믿는 삶의 원칙이 있다. 그런 것을 모두 합쳐서 신념이라고 하자. 나름의 신념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삶의 목표와 방법을 설정하고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위의 준칙을 세울 수 있다. 그런데 신념의 역할은 인생의 철학적 토대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신념은 때로 삶 그 자체가 된다. 사람은 신념을 위해 살기도 하고 신념을 위해서 죽기도 한다. 신념은 단지 머리에 든 생각에 머무르지 않는다. 일, 사랑, 놀이가 되고 아름다운 사회적 연대와 참혹한 국가 범죄를 만들어낸다. 이렇게 신념은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채우기도 한다.

신념에 따른 삶과 죽음이 훌륭하려면 먼저그 신념이 훌륭해야 한다. 신념 자체가 훌륭하지 않으면 그 신념을 따르는 삶도 훌륭할 수 없다.... 훌륭하게 살기 위해서는 훌륭한 신념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삶에서 더 중요한 것은 신념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대하는 태도이며 그 신념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신념이 잘못된 것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을 잘못 선택하면 삶이 죄악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고결한 이상, 바위처럼 굳건한 신념은 아름다울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이상과 신념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을 써도 정당하다는 생각은 자신과 타인의 삶을 치명적으로 위협한다 ......

 

정치인 유시민은 그의 고백처럼 확실히 "실패"했다.

신념을 실천하지 못했고, 신념을 지키지 못했고, 신념과 끝까지 동행하지 못했다.

게다가 "연대"에도 실패했다.

유시민이 현실정치에 패배했음을 나 역시 인정한다.

그러나 신념을 배반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을 붙들고 놓치 않는 것 역시 어리석고 무모한 일이다.

굳이 인생시계의 후반부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인간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행복해야 한다.

즐거워야 한다.

아름답게 사랑해야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는에 대한 대답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답을 먼저 찾으면 그 길이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

 

이 글을 쓸 때 유시민이 어떤 심정이었을지 조금은 알 것 같다.

나는 그가 새로운 "연대"를 시작했노라 믿고 싶다.

그는 다시 글을 쓰면서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그리고 연대할 것이다.

그래서 반갑다.

지식소매상 유시민의 귀환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0. 15. 07:36

<꽃이다>

부제 : 2012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

일시 : 2012.09.22. ~ 2012.10.07.

장소 : 백성희장민호극장

극작 : 홍원기

연출 : 박정희

출연 : 정재진, 이용이, 서영화, 이승훈, 김정호, 유병훈, 호산,

        이서림 외 9인

 

2012년 국립극단에서 기획한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번째까지 올려진 지금까지의 작품을 보고 난 느낌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전율" 그 자체다.

극본에서부터 연출, 출연하는 배우와 그 배우들의 무대 의상, 

심지어 무대셋트와 음향, 조명 하나하나까지 전부 심혈을 기울인 티가 역력하다.

과연 이렇게 정성이 담 작품을 한 편당 달랑 3만원을 내고 봐도 되나 싶어 미안한 마음까지 든다.

(게다가 나는 조기예매 30% 할인까지 받아 2만원 조금 넘는 금액으로 관람했으니 미안한 심정은 더 크다)

이런 호사를 이런 가격으로 누려도 정말 되는 걸까!

관객을 자꾸 미안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니...

국립극단이 이 가을에 나를 색다른 경험으로 이끄는 중이다.

고전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해석하고 푼다!

실제로 작품들이 올려지기 전까지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이 이야기들이 표현될까 궁금했었는데 

최종 결과물들은 경의에 가까운 신비와 신선함이다.

객원 배우들이 많이 출연하긴 하지만 한 무대에서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오랜 믿음과 모종의 끈끈함이 작품 속에 묻어 있다. 

(이런 은밀함, 정말 매력적이다!) 

 

삼국유사 "헌화가"의 주인공 수로부인.

절세미인으로 유명한 수로부인은 그 빼어난 미모때문에 여러번 신물(神物)에 납치되기도 했단다.

이 작품 속에서도 용신(龍神)의 제물로 자진하는 장면이 나온다.

참 재미있는 건,

음모와 계략으로 이용할 신물의 암약이 한 여인의 정체성을 찾는 의외의 결과를 낳는다는 거다.

용신의 뜻 선포와 함께 여자에서 한 인간으로 거듭나는 수로부인.

깨달은 여인에게 꽃을 받치는 행위(헌화)는 어찌보면 지극한 당연한 일이다.

"꽃"은 그러니까 "깨달음"의 다른 의미이리라.

꽃은 어디서나 한순간에 피고 진단다.

그러나 피어 있음에 취하지 말고 그 향기와 열매를 다음 세상에 나눠줘야 한단다.

꺽지 말고 꺽이지 읺으면 이 세상은 한 송이 꽃!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만과 기만의 꽃을 버리고 스스로 꽃이 되란다.

네가 꽃이라고! 우리 모두가 꽃이라고!

이렇게 교훈적(?)인 내용을 이렇게 시(詩)적이고 몽환적으로 풀어낸 신비가 놀랍다.

한판 걸판진 굿판같은 작품이고, 구구절절 한많은 살풀이 춤 같은 작품이다. 

 

지겹다, 못난 것들의 안달.

역겹다, 가진 것들의 뼛댐.

더이상 게워낼 것도 없는 구역질 세상!

 

극에서 무당 검네가 내뺕는 대사가 가슴을 친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내곡동 사저 관련 기사를 봤다.

 MB의 형님 이상은이 출국금지 조치가 나기 1루 전에 알아서 이미 출국하셨단다.

 그야말로 진정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다.

 뭘 좀 아는 놈이란 MB 형제를 두고 하는 말이 분명하다

 정말 지겹고 역겹다. 구역질 나는 세상!

 껌껌바다 용신님께서 꽉 좀 물어가셨으면 좋겠다.)

 

힘과 권력의 상징인 순정공과 수로부인,

그리고 민초의 상징인 마을 아낙네와 무당 검네.

이 두 상징은 묘한 대립과 힘겨루기를 반복하년 극을 긴장감으로 이끈다.

거기에 문예부흥으로 대국 신라를 꿈꾸는 득오와

무력으로 평양까지 치고 올라갈 야망에 젖은 호일랑 두 화랑의 대립,

권력의 두 주체(?)인 순정공과 수로부인의 대립.

수로부인과 용각시 아리와의 대립, 마을 아낙네와 검네와의 대립 등등등...

이 숱한 대립들은 마치 펄펄 살아있는 활어처럼 무대 위 여기저기를 펄덕댄다.

(무대 주변을 혜자처럼 물이 감싸고 있어서 더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헤다 가블러>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보여준 김정호와 호산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검네 이용이, 수로부인 서영화, 득오 이승훈의 연기도 압권이었다.

경력과 내공이라는 건 정말 무시 할 수 없는 힘이구나.

나는 이 작품을 보면서 또 다른 "권력"에 도취되고 매혹됐다.

 

연극 <꽃이다>는 "권력"과 "앎"에 대한 이야기다.

권력이란 놈은,

비천함의 정도에 정확히 비례하는 힘을 갖는다.

비천하면 비천할수록 그 힘은 크고 강하다.

그러나 비천한 권력은 또한 올곧은 "앎" 앞에서는 반드시 몰락한다.

그 몰락의 끝에 진한 향과 열매를 맺는 "꽃"이 핀다.

아니, 반드시 그렇다고 믿고 싶다.

삼국유사 프로젝트 두번째 작품을 보면서 나는 지금의 현실이 그대로 비춰저 암담했다.

 

우리는...

언제 꽃을 볼 수 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6. 24. 06:29
영조 시대가 배경인 팩션 소설을 읽다.
저자 마르크 함싱크(Marc Hampsink )는 1973년 부산에서 출생,
7살에 벨기에로 입양돼 유럽에서 완벽하게 외국인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그는 모국에인 네덜란드어 외에 영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라틴어, 한문 등
총 13개 국어를 그것도 능통하게 구사할 줄 아는 멀티링구어란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어는 없다...쩝!)
이 책은 한 가지 언어로 쓰여진 게 아니라
마르크 함싱크가 구사할 수 있는 온갖 언어로 쓰여졌다고 한다.
(아마도 표현의 묘미에 더 적합한 언어를 선택했겠지만)
그래서 원고가 번역가의 손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경악을 했다고...



글의 서두에 밝힌 내용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이 글은 영국계 보험회사에 다니는 저자의 일,
즉 보험 조사에서 시작됐단다.
보험 의뢰기 들어오면 그것이 가치가 있는지 조사하고 판단하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란다.
극동의 조그만 나라 한국에서 대략 18세기 경에 쓰인 <진암집(晉菴集>이라는 책 역시
그런 절차를 밟기 위해 작가의 손에 들어왔다.
책의 저자는 조선의 21대 왕 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진암 이천보였다.
그런데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막 시작된 시기 조선에서 벌어진 비밀스런운 사건이
이 책 속에 도사리고 있었던 거다.
정사인 <조선왕조실록>에는 이천보가 67세의 나이로 천수를 누리고 조용히 병사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그 외의 다른 기록들은 모두 끔찍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기록되어 있단다.
그리고 이천보뿐만 아니라 당시 좌의정 이후, 우의정 민백상도 그 자살 행렬에 합류했고...
250년 전 삼정승의 잇따른 자살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세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그러니까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다.



어느 늦여름 밤.
조정의 최고 권력인 영중추부사, 좌의정, 우의정이 비밀스런 회동을 한다.
깊어진 세자의 병과 증세에 대한 의논을 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어느날, 어의 한 명이 집에서 죽은 체로 발견된다.
죽은 어의는 바로 세자의 병이 무엇인지 단서를 가지고 있던 유일한 목격자였다.
총명하고 어진 세자를 고통과 광기로 내몰게 한 병의 정체는 도대체 무었이었을까?
급기야 아비의 노여움까지 받아 좁은 뒤주 속에 갇혀 죽는 운명까지 이르게 한 병의 정체는?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이 책에는 세자의 지병이 성병, 즉 매독이었다고 밝힌다.
그리고 그 배경엔 다름 아닌 화완옹주의 사가에서 출입한 한 여승이 연계되어 있다.
이 책에서는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권력에 욕심을 낸 화완옹주가 자신의 동생을 왕위에 오르지 못하게 하려고
사가의 여자를 끌어들인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이쯤 되면 좀 독하지 않는가?
권력의 향기라는 게...

이야기는 아주 참신하다거나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다만 이 모든 이야기를 이국의 이방인에 의해 쓰여졌다는 사실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작가는 한국어도 모를 만큼 한국에 대해 무지한 완벽한 외국인으로 성장한 사람이다.
이국의 눈엔 동양의 역사는 어느 정도 신비로 보이겠겠지만
우리의 옛 역사와 관련된 명칭과 단어들을 찾느라 여러 날 고심했을 것을 생각하니 숙연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 수고를 생각하고 읽으면 
이야기 구성도 꽤나 치밀하고 꽉 차있다.
다만 인물 내부로 깊숙이 들어가지 못한 약점이 있긴 하지만
한 번 손에 잡고 읽어보라고 권할 만한 책이다.
작가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읽는다면
오히려 놀라움을 느끼게 될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7. 06:12


매주 목요일마다 합정동에 있는 양화진 문화원에서 열리는 목요강좌.
지난 번에 작가 박완서의 강연을 찾았고
지난 목요일 안철수의 강연이 있다고 해서 다시 한 번 찾았다.
이 사람의 강연을 직접, 그것도 무료로 들을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 흥분됐다.
8시 시작인데 사람들은 6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중스타 못지 않은 인기 ^^
일부러 이 강연을 듣기 위해서 KTX를 타고 부산에서 올라온 남자분도 있었다.
그리고 그럴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는 강연이었다.
왜 사람들이 안철수를 이야기하는지 이 강연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강연 제목은,
<컨버전스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먼저 동영상을 잠깐 보여줬는데
예전에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에 나왔던 내용이었다.
대략 정리하면 이랬다.
운이란 기회와 준비가 만났을 때다.
선택을 할 때는 과거와 미래를 잊어버려라
인생을 효율성이 다가 아니다
(그랬다면 자신은 계속 의사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자기에게 기회를 주라
내가 조직에서 할 일은 "영혼을 불어넣는 일"이다.
(이 내용들은 그의 책 "영혼이 있는 승부"를 보면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강연은 상당히 깔끔하고 그리고 구체적이며 선명했다.
PT 자료들도 번잡스럽지 않고
요점들만 간략히 정리되어 있었고.
크게 보면 대략 5가지 정도 이야기를 했다.
정리를 해보면,



1. Apple's iPod / iPhone / iPad
  - 창조적인 질문   으로 혁신적인 디자인을 만들다
  - 닌텐도 VS play station
  - 닌텐도와 Apple의 공통점 : 수평적 네트워크 비지니스



2. Lessons learned form iPhon (Broadmindedness)
  ① See the world through two eye (두 개의 시선)- 시야의 범위를 넓혀라
  ② Horizontal thinkg (수평적 사고방식) - 타인의 적극적인 협조를 구할 수 있다
  ③ Balanced point of view (균형 감각) - 끊임없이 조정하려는 과정
  ④ Cautious tale (신중한 판단) 


          <Toyata's  "T-Type" People>
 
   Expertise :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Broadmindedness :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3. Specialists, Responshibility in the Age of Convergence (컨버전스 시대의 전문가의 역할)
 ① To specific area : work as an expert
 ② To general  public : inform them of accurate information

4. Compentency of an Expert
 ① 20 C : Competency = Knowledge
 ② 21 C : Competency = Knowledge X Communication
  ====> "A-Type" people



    Experlise :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  
    Broadmindednes
: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과
                                   포용력
     Communication :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

 


5. Stability and Prospect
 - Life if the antonym of stability
   안정은 언제 찾아오나? - 정답은 : 죽으면...)
   안정을 버리고 새로운 길을 찾은 안철수
   (의사 -> 프로그래머 -> CEO -> 교수)
   7년 동안 의사와 프로그래머를 병행하면서 3시에 기상


* 다음은 안철수 교수가 학기 마지막에 KAIST 학생들 한 명씩 전달하는 Advice tip 이란다.
  도움이 되는 글귀들이 있어 옮겨본다.
  그리고,
  "You are an entrepreneur of your own life!"
   안철수 교수가 마지막 슬라이드로 당부한 글귀다.



* 다음은 강연 후에 질의응답을 정리한 부분이다.
  여기서도 역시 도움이 되는 tip이 많았다.

o 안철수가 생각하는 "창의력"이란?
  - 좋은 질문 을 할 줄 아는 능력

o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① 좋은 답
 ② 이해관계자와의 의사소통
 ③ 인사평가 시스템

o 딜레마에 빠졌을 땐?
 ① 과거의 성공과 실패는 잊어라
 ② 주위의 평가에 연연하지 마라
 ③ 미래의 결과에 미리 욕심내지 마라
=> 더 의미가 있고 더 재미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선택하라
    (자기가 하고 싶은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그러니 시도를 해보라) 

o 권력(Power) VS 책임감
o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것 ->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지 마라!
                                           자기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라 (고민은 축복이다)
o 삶에 이름이 아니라 "흔적"을 남기고 싶다.


내가 두려워하는 건 지금 뭘까?
강연을 듣고 난 후에 뿌듯한 마음도 있지만
왠지 내가 한참은 부족한 사람인 것 같은 착찹한 마음도 있다.
나는 삶이 아니라 나에게 흔적이 아닌 상처를 남기고 살고 있는 건 아닌가...
깊게 깊게 고민하고 깊게 깊게 행동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6. 17. 06:38
영화인 225명이 어제 16일에 시국선언을 했다.
지난 9일에는 종교계에서는 처음으로 108분의 스님들의 시국선언이 있었다.
그리고 15일에는 명동성당에서 천주교 사제단 1178 인의 시국선언까지....
"MB,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고...
최대 규모의 시국선언.

M



"...... 충격적인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초유의 사태에도 불구하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현 정부의 부도덕한 행태와 죽음마저 또 다시 음해하는 정치검찰의 패악을 목도하며 이나라 민주주의가 천 길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음을 우리는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한 정치개혁과 권위주의 청산 그리고 국가기관의 독립성 확보라는 전임 정부의 노력에 의해 권능을 회복했던 사정기관이 스스로 독립성을 훼손하고 권력의 수족이 되어 표적수사라는 정치행위에 골몰하도록 방치한 결과, 전직 대통령이 순명의 길을 걸어 이에 항거한 오늘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시대를 살아가는 수행자로서 한없는 자괴감과 부끄러움에 얼굴조차 가눌 수가 없습니다......"

                                                                                                                        - 불교계 시국선언문 일부


"...... 이명박 정부는 작년 백만의 촛불을 광화문의 컨테이너로 가로막았고, 올해는 오백만의 국화행렬을 서울광장의 차벽으로 둘러치면서 대화와 소통이라는 당연한 요구를 범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거듭 국민을 모독하는 불경이다. 최근 대통령의 사과나 내각의 총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통령은 일찌감치 말의 진정성을 잃어버렸고, 실용정부의 배후라 할 기득권 세력의 양보와 반성이 없는 한 그 어떤 유화 조처도 근본적인 치유가 될 수 없다. 대통령이 이토록 국민의 줄기찬 요구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헌법준수 의무를 저버릴 바에야 차라리 그 막중한 직무에서 깨끗이 물러나야 옳다는 것이 우리 사제들의 입장이다......"                                                                                               
                                                                                                                       - 사제단 시국 선언문 일부



이제 나는 두렵다는 생각이 점점 구체화된다.
제발 귀 좀 열었으면......
미국에서 그는 웃음이 나올까? 



               류승완 감독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영화인 시국선언 전문>

그렇게 좌우로 가르며 상처내고 증오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절박한 생존마저 철저히 소외시키면서 위선과 기만으로 국민을 유린하는 시대입니다.
원칙과 소신은 공허한 이상일 뿐이고
우리 모두 함께 쌓아온 소중한 민주주의가 마치 헌신짝 버려지듯 내팽개쳐지고 있습니다.
더욱 견디기 힘든 것은
우리가 이런 현실에 무감해지길 바라는 권력의 의도이고
그것에 순응해 가는 우리의 삶입니다.
그런 삶 속에서의 영화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다시 살아 보고자 합니다.
국민을 다스리겠다는 권력의 오만한 자세가 너무나 역겹지만,
우리도 방조와 무관심의 혐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책임을 나누며
이 땅의 주인으로서 당연한 권리로 반성의 기회를 주려 합니다.
부끄러워할 줄 알고 책임질 줄 아는
각성과 쇄신의 기회를 주려 합니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겸허하고 진정한 사과를 요구합니다.
우리는 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반민주주의적인 행위들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합니다.

우리는 결코 이 땅에서 거꾸로 흐른 시간들을 잊지 않을 것이고
온 몸과 온 가슴으로 온전히 기록하여 역사에 전할 것임을
당당히 천명합니다.
지금의 우리가 훗날 우리에게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게으르지 않았음을 말할 때
떳떳할 수 있기를 약속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는, 그 증거일 것 입니다.


2009. 6. 16.
영화인 일동


강봉래, 강소영, 강원숙, 강이관, 강철우, 공미연, 김주영, 김진열, 김지현, 김경묵, 장성연, 권정삼, 박광수, 김동현, 황철민, 공수창, 구성주, 권정인, 권종관, 김경만, 김경욱, 김경진, 김경형, 김국형, 김남정, 김대승, 김도학, 김명준, 김문성, 김미현, 김선아, 김성수, 김성우, 김성욱, 김성홍, 김성훈, 김승규, 김시무, 김신태, 김연호, 김영, 김영덕, 김영로, 김영심, 김영혜, 김유성, 김윤아, 김재수, 김정권, 김정영, 김조광수, 김종현, 김지영, 김진상, 김태용 김태은, 김태형, 김태훈, 김현석, 김현수, 김현정, 김현정, 김현정, 김현주, 김홍록, 김화범, 나현, 남태우, 노재원, 류맹철, 류승완, 류장하, 류진옥 류형진, 모성진, 모지은, 민규동, 민병훈, 박경미, 박관수, 박대영, 박미령, 박범, 박부식, 박상백, 박성경, 박성호, 박성호, 박영훈, 박유희, 박은영, 박은형, 박지성, 박지연, 박지영, 박지예, 박찬욱, 박철희, 박흥식, 박흥식, 박희성, 방은진, 변성찬, 변영주, 변재란, 봉만대, 봉준호, 부지영, 서경미, 서미성, 서은정, 서제인, 설인재, 성수아, 손소영, 손정우, 송경식, 송미선, 송태종, 송해성, 신성은, 신은실, 신찬비, 신창길, 신창환, 신철, 심광진, 심산, 심현우, 안상훈, 안영진, 안정숙, 양유정, 양종곤, 양해훈, 염찬희, 오기민, 오기현, 오상민, 오영필, 오주연, 유창서, 윤덕현, 윤성호, 윤인호, 윤종빈, 윤주형, 윤혜숙, 이경희, 이근아, 이길성, 이동은, 이동훈, 이마리오, 이미경, 이미연, 이병원, 이봉규, 이상윤, 이성은, 이수연, 이안숙, 이애자, 이영, 이용연, 이원재, 이은경, 이은경, 이정범, 이정욱, 이지선, 이지연, 이진영, 이철하, 이태윤, 이필훈, 이현명, 이혜경, 이혜란, 이혜진, 임순례, 임우정, 임찬상, 임창재, 임필성, 장준환, 장희선, 전수일, 정병각, 정서경, 정연주, 정윤철, 정재은, 정주현, 정지영, 조근식, 조민호, 조민희, 조석순애, 조영각, 조인숙, 조종국, 조창호, 주유신, 주진숙, 최광희, 최동훈, 최설, 최영진, 최용기, 최은화, 최정운, 최정인, 최주연, 최지원, 최현용, 최홍석, 추창민, 하기호, 한상범, 한지승, 허경, 허인무, 홍성은, 황동미 (가나다순/225명)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4. 23:11

 

오랫만에 대학로에 나가 연극 한편 봤다.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이해제의 작품 <설공찬전>
고전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한 연극,
고소설은 귀신이 강림해서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연극에선,
사촌 아우의 몸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아비에게 못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권력을 얻으려 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다. 충격적이고 실랄하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꼭 보게 만들고 싶은 연극,
솔직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짜 빙의된 자들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려려면 최소한 해학이나 풍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순전 막가파들의 투전판 같으니....



아비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난 아들 설공찬은
효를 행하기 위해 20일의 기한을 받아 사촌동생의 몸을 빌어 이승으로 돌아온다.
관직에 오르기 위한 숙부와의 거래.
그러나 현실의 부정함과 아비의 간절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로 투전판같은 세상을 휘젖는다.
오늘날의 위정자들께서도 아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하지 마시라고.....
그런 빙의된 모습으로 살다가는
언젠가 영매에게 쫒겨 쥐고 있던 모든 건 훌훌 놓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손 안의 것 전부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당신네들은 그 손을 여기 두고 가실텐가????
아무리 가지려고 쥐고 또 쥐어도
당신 손이 거머쥔 것이라고는 "귀신놀음",
그 뿐이라는 걸 저기 저 사람들이 모두 알았으면 좋겠네.

"가진 손보다 빈 손이 더 무겁구나..."
무섭고 두려운 말이 아닌가 !
투전판 위의 당신들에겐 !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