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10.28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2
  2. 2009.05.18 달동네 책거리 45 :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읽고 끄적 끄적...2009. 10. 28. 06:25
맥주와 양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최신작을 읽다.
처음엔 그랬다.
IQ(아이큐)84인줄...
지능지수 84인 누군가의 이야긴가... 하고 ^^



1984년 하나의 달이 존재하는 평범한(?) 세계
그리고
1Q84 달이 두 개인 또 하나의 모호한 세계
크고 동그란 노란색 달.
동그랗긴 하지만 작은 초록색 달
리틀 피플과 반리틀 피플의 세력(?)의 팽팽한 긴강감!



선과 악은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간다고 한다.
중요한 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가 아니라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 것!
그리고 그 균형 자체가 바로 "선"이 된다는 사실.



난해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야말로 닥치는 데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었었다.
한참을 읽고 났더니.
내가 꼭 맥주를 손에 들고 물이 말라버린 우물에 웅클리고 있는 양이 된 것 같아서
혼자 몹시 당혹스러웠던 기억... 



어느 날, 아오마메는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지나오다
달이 두 개가 떠 있는 1Q84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상이 바뀐 것도,
눈 앞의 세상이 바뀐 것도 아닌데
그녀는 조금씩 그러다 결국 지배적으로 1Q84의 세계에 개입되고 만다.
그녀가 10살 때 부터 간직했던 사랑하는 사람 덴코마저도...
그 두 사람은 20여 년이 지난 시간까지 단 한번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들의 사랑은 모호하고  희미하다
그리나 비현실적인 만큼 지독히도 끈덕지다.



아오마메...
그녀의 직업은 근육 스트레칭을 가르치는 엑스퍼트다.
하지만 깊숙하고 은밀한 직업은 가학적인 남편, 혹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남자들에게
날카로운 아이스픽을 목덜미에 밀어 넣는 일을 한다. 
그들을 저쪽 세계로 처리하는 일종의 cleaner.
덴고...
어릴 적 수학천재로 명성을 날렸지만
지금은 입시학원의 수학강사이며 
결정적인 것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꽤 글을 쓰는 작가지망생이라고 할까?
그는 문예 편집자 고마쓰의 제안으로 17세 소녀의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의 리라이팅 작업을 하게 된다.
그 소설은 소녀의 이름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히트를 친다. 
동시에 덴고는 모호한 1Q84의 세계와 연결된다.
마치 자신의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처럼...



이 책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로 작정한다.
모호한 세계는 오래된 두통처럼 괴롭다.
모른 척 하고 싶은데 자꾸 머리 속을 돌아다닌다.
무라카미와 나와의 궁합을 따질 여력도 지금은 솔직히 없다.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신비주의라고 해야 하나?
이 사람은 늘 내게 교통정리를 하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읽을 수록 매력적인 글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규칙적인 수학공식같다.
그러나 결코 쉽게 풀리지는 않는 세기의 문제라고나 할까?
(혹시 내가 지금 1Q84의 세계 속으로 넘어와 있는 건가?)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면 일상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말라.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이다.
현실이란 한없이 냉정하고 한없이 고독한 것이다.

만성적인 무력감은 사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손상시킨다.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 안톤 체호프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5. 18. 06:30
 <옛날 영화를 보러갔다> - 윤대녕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은어낚시통신>으로 유명한 작가 윤대녕의 첫 장편소설입니다.

이 소설은 원래 1995년에 발표됐었는데 작년에 몇 군데 손을 본 후에 다시 개정판으로 출판했습니다.

좀 무서운 내용이죠.

왜냐하면 외면하고 싶은 그래서 잊어버리고 싶은 기억을 들춰내는 이야기이니까요.

어느 한 때의 시간을 송두리째 도려내고 싶다는 소망!

그런 소망을 품었던 사람에겐 이 책이 참 아프고 힘든 책이 될 지도 혹 모르겠네요.

<기억>을 이야기 할 때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은?

끝나지 않고 반복되는 <시간>일 겁니다.

나는 끝장이 나도 결코 끝장나지 않을 <시간>!

이 소설의 시작도 이렇게 시간에서 비롯됩니다.

되새떼... 

겨울이 되어 찾아온 이놈들은 이듬해 봄이면 다시 되돌아갑니다. 그리고 또 겨울이면 찾아오죠. 어찌 보면 새라는 건 반복되고 순환되는 시간의 분신인지도 모르겠네요.


한 남자에 대해 말하려고 합니다.

번역 에이전시를 통해 간간히 들어오는 번역일을 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벼랑 끝에 서 있는 듯 위태위태해 보입니다.

이 사람에겐 세 개의 시간이 있네요.

현실, 그리고 과거, 그리고 기억하지 못하는 더 먼 과거.

과거가 없는 사람은 나이테 같은 성장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멈춰 서면 곧장 낭떠러지로 떨어지게 된다고요....

기억나지 않는 시간을 가진 사람의 삶이란 그렇다면 온전한 삶이라고 말할 순 없을 듯 하네요.

내가 날마다 남이 되는 삶...

이 사람, 그래도 잘 살아가는 듯 합니다.

머릿속 퓨즈가 끊어지기 전까진 말이죠.

어느 날, 에이전시를 통해 그에게 3개월의 기한을 준 번역이 의뢰됩니다.

그리고 그날 그는 “E"라는 이니셜의 인물로부터 한 장의 팩스를 받게 되죠.

E는 말합니다.

“과거로 돌아오는 벌레 구멍을 찾게....."

이제 그는 연속적으로 찾아오는 기이한 일들을 하나씩 겪으면서 잊어 버렸던 기억과 만나게 됩니다.

그는 고백하죠.

“먼 과거로부터 누군가 내게 다가오고 있어. 누군가 밧줄을 이용해서 나를 잡아끌고 있는 것 같아.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가 완전히 잠에서 깨지 않을 정도의 조용한 완력으로”

이 남자가 기억을 찾아내는 일은 참 더디고 그리고 심지어 몽환적이기까지 합니다.

순간순간 남자는 데자뷰에 빠져들기도 합니다.

지독한 혼돈이고 그리고 더 지독한 고통이죠.

그러다 “꽝!” 하는 정오의 대포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곧 그가 잊었던 먼 과거는 어느새 “현실”로 성큼 다가와 버리게 되죠.


우리 몸속에는 누구에게나 시계가 하나씩 들어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면 과거의 나를 볼 수 있다고 하네요.

단지 누구도 더 이상 돌리고 싶어 하지 않을 뿐.

그 기억이란 게 나를 움켜쥐고 할퀴고 상하게 한 기억이라면 차라리 시계바늘을 뽑아내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순간, 정삼각형의 균형은 여지없이 무너지게 될테지만요.

(이런 생각들, 저는 참 공포스럽습니다....)

시간은 곡선운동을 한다고 합니다. 둥그렇게 말리면서 원을 형성한다고요. 그래서 그 시작과 끝이 서로 이어지면서 무한히 되풀이 된다고요.

“우리가 무엇을 하든 간에 시간은 끊임없이 우리를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아무리 무덤 속에 앉아 있다 하더라도 시간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쩌면 우리는 “시간”을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잃어버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분명 찾을 수 있지만 굳이 찾으려 하지 않는 거지도요.

하지만 시간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그 소유에 대한 책임까지도 함께 잃어버려지는 건 결코 아닐 겁니다.


“옛날 영화를 보러 갔다 !”

영화를 보러 가기 전과 후의 세계는 이제 완전히 달라져 버립니다.

옛날 영화가 끝이 나면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회복된 새로운 공간 안에 서 있게 될지도 혹 모르겠습니다.

“옛날”과 “오래된”의 차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둘 다 과거의 시점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옛날“이란 단어가 왠지 더 구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된”이란 말 속엔 망각 혹은 잊음에 대한 일말의 허용이 보였기 때문이죠.

어쩌면 “옛날”을 “오래된”으로 교묘하게 바뀌고 싶은 제 내면의 고백인지도 모르죠.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내 “옛날”을 추궁하는 것 같아 맘이 많이 불편하기도 했습니다.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

제 과거에 대해서 아직 전 관대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완전히 동일한 시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던가요?

그래서 과거의 나와 완전히 동일한 나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요.

“시간”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우리 또한 모두 그걸 알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평등”을 믿는 거라고 하네요.

이제부터는 결코 잃어버리지 않겠다 다짐하면 살아가면서 느끼게 되는 견딜 수 없는 고통, 용서되지 않는 시간, 이 추운 겨울의 막막함, 혼자라는 두려움 혹은 서툰 사랑 하나하나까지도 뜨겁게 가슴에 끌어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네요.

“살아가야지! 살아가야지!”

이 책은 그렇게 나를 다독거리며 응원합니다.

그렇다면,

응원 받은 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당신이 대답할 차례가

이제 온 것 같습니다.


부디 산 자가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게 되길...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