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9. 2. 05:36


<Rent>
일시 : 2011.08.28 ~ 2011.10.09.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출연 : 강태을(로저)/브라이언(마크)/김지우(미미)/ 김경선(조앤)/
        조진아(모린)/박주형(엔젤)/이든(콜린)/서승원(베니)
연출 : 박칼린
대본, 작곡 : 조너선 라슨

참 대단한 뮤지컬을 보고 왔다.
내 기억 속의 <Rent>를 속속들이, 무참하게, 구석구석, 샅샅히, 아낌없이 완벽하게, 예의도 없이 망쳐버린 2011년 <Rent>.
이건 어느 것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충무아트홀 대극장에서 <Rent>가 공연된다고 했을때 걱정스럽긴 했는데 그게 이렇게 구체적으로 거대하게 현실화되니 참 암담하다.
작곡가 조너선 라슨이 지금 공연되는 <Rent>를 봤다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겠다.
(다시 대동맥이 파열될지도...)
이게 정말 내가 젊은 시절을 다 바쳐 만든 그 작품이 맞냐고...

2002년부터 음악 감독으로 참여했던 박칼린이 연출로 나서면서 말했다.
“전에 표현하지 못했던 스토리를 더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캐릭터의 배경과 그 친구들이 어디를 향하는지, 깊은 감정을 표현하려 했다”
연출과 배우가 완벽하게 따로 노는 뮤지컬을 만들어놓고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욕심이 과했거나,
<Rent>를 너무 잘 안다고 과신했거나 
그것도 아니면 <Next to normal> 연습에 너무 치중했거나다.
아! 무지 화난다.
<Rent>의 그 주옥같은 넘버들을 단 한 곡도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있자니
어이 상실을 넘어 분노 게이지 상승이다.
어쩌다 <Rent>가 코믹버전의 막장으로 재해석(?)되는 비운을 겪게 됐을까 싶어 애도의 심정마저 생긴다.





박칼린 연출은 캐스팅 당시 역대 최고의 캐스팅이라고 자신했지만
미안하게도 보고 난 느낌은 역대 최악의 미스 캐스팅이다.
그나마 봐줄 수 있는 인물은(정말 "그나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더 김지우(미미)와 조진아(모린) 정도.
역대 <렌트>와 따져보면 꼭 그런 것도 아닌데
지금껏 공연된 <렌트> 중에서 최고의 고령화 <렌트>가 탄생됐다.
가난에 찌른 젊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젊지도 않고 예술가도 아닌 그냥 찌든 사람들, 그 자체다.
(<렌트>를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다는 게 가능해?)
 
브라이언(마크)의 발음은 김조한이나 박정현을 떠올리며 억지로 참아준다고 해도
(그런데 자막 넣어줬으면 정말이지 골백번 감사하겠다)
강태을(로저)의 안스럽던 노래와
본인은 시크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시종일관 변함없이 한 우물을 파던 일관된 표정은
저 사람이 과연 배우가 맞나 의심스럽게 한다.
경력이 꽤 됐음에도 불구하고 어쩜 볼 때마다 한결같이 나를 어이없게 만드는지...
(그래서 기본기가 중요하다고 말하나보다. 기본기부터 어떻게 다시 안 되겠니???)
김호영 엔젤과 성기윤 콜린이 얼마나 완벽하고 아름다운 커플이었는지
박주형과 이든을 보면서 골백번 느꼈다.
엔절이 죽는 장면은 또 어찌나 사이버틱하던지...
어제 공연이라면 앤절은 요양원이 아니라 정신병원에서 죽은거다.
(몰라! 알 수가 없어!)
김경선 조앤도 대략 난감이다.
역할 자체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아 수시로 당황스러웠다.
김경선과 조진아가 김선영 모린과 김영주 조앤의 1/10 만큼만 해줬어도 이렇게 암담하고 당황스럽진 않았겠다.
미미의 시원하다못해 천박한 옷은 또 어떻고...
정말이지 쓰고 있는 나도 미치겠다!
어떻게 눈에 보이는 게 다 "아! 옛날이여~~"를 읊게 하는가 말이다.
(정말 이러기도 힘들다)

 

내가 아담 파스칼과 안소니 랩의 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그래도 무대에 올렸는데 기본은 해줘야하지 않나?
그것도 <렌트>인데....
2007년 조승우 로저 <렌트>를 보면서도 2% 부족하다고 느꼈었는데
2011년 <렌트>에 비교하면 2007년 아주 훌륭하고 완벽하다고 칭찬할만 하다.
앉아서 보고 있는데 도저히 박수를 칠 수가 없더라.
(심지어 <랜트>를 보면서 졸기까지 했다)
어쩌면 주연 배우들 사이에 발란스가 그렇게 안 맞던지...
오히려 앙상블이 백배는 더 잘하더라.
그리고 앙상블을 돋보이도록 연출한 박칼린의 연출력은 인정!
(이것 하나만!)
런 로저에 조형군 마크, 윤공주 미미가 이날 공연자들과 얼마나 다를지는 모르겠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투껑보고 놀랄까봐
도저히 두 번은 못 보겠다.
도대체 이들은 <렌트>를 어쩌자고 이 모양으로 만들어버렸을까!
아이고~~~
정말 막막하다!
"탄탄해진 스토리와 강력해진 음악으로 돌아왔다"는데
돌아온 애들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걸까?
혹시 렌트해줬나???



- OST

1. Seasons Of Love 
2. Rent
3. One Song Glory
4. Light My Candle
5. Today 4 U
6. Tango: Maureen
7. Out Tonight
8. Santa Fe
9. I'Ll Cover You
10. La Vie Boheme A & B
11. I Should Tell You
12. Take Me Or Leave Me
13. Without You
15. What You Own
16. Finale B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6. 10. 06:20
우려했었다.
그래서 볼까 말까를 두고 고민하다가 50% 할인 티켓이 있어서 티켓팅을 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고민했다.
연극까지야 이해를 하겠는데 뮤지컬로 바뀐 <엄마를 부탁해>는 왠지 조심스럽고 위험해보였다.
그리고...
연극은 안 봐서 모르겠지만 뮤지컬을 확실히 그랬다.
미국과 영국에서 경이로운 판매부수를 올리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기사와
MBC "나는 가수다"에서 임재범이 부른 "빈잔"의 피쳐링으로 일약 신데렐라가 된 차지연.
이 두 가지만으로도 광고효과는 엄청났다.
이도 저도 모르겠다면 마당놀이로 유명한 "김성녀" 의 장년층 관객 확보까지...
게다가 가요계의 마이다스 손으로 유명한 김형석이 음악을 담당했다지 않는가!
탄탄한 원작에, 연기력 검증된 배우들에, 음악까지...
일단 태생은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격이다.



 

이 작품을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래가 이만큼은 나와야 뮤지컬이다 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작품은 뮤지컬보다는 연극이라고 분류하는 게 옳을 것 같다.
"미안하다"는 메인테마가 있긴 하지만 작품을 보고 난 후에 귀에 남는 OST가 전혀 없다.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집요한 최면성 후크송이라도 한 곡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바람마저 생긴다.
(개인적으로 후크송을 정말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노래가 주는 임팩트가 전혀 없고
대사는 주로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난장판 싸움질이다.
나는 그래도 좀 더 따뜻하고 안온한 느낌이길 바랬는데...
배우들이 질러대는 고함은 보는 내내 괴로웠고(엄마를 잃어버린 게 괴로운게 아니라)
맨 앞자리에서 자꾸 고개를 외면하게 만든다.
마치 누가 더 목소리를 크고 짜증스럽게 내는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어머니 이야기가 아닌가 말이다.
원작자 신경숙이 이 작품을 봤으면 뭐라고 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남편 남진우 교수가 안식년이라 외국에 체류중인게 다행이다 싶다)
신경숙의 작품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엄마를 부탁해>는 첫문장부터 나를 속수무책으로 무너뜨렸었는데
이 뮤지컬을 보면서는 단 한번도 울지 않았다.
(이상하다... 나는 공연을 보면서 뚝하면 울어서 옆사람을 무안하게 만드는 편인데...)



 

오랫만에 이계창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은 있었지만
이계창, 차지연, 김경선 세 명 모두 배역에 어울리지 않았다.
한 태(胎)에서 나온 자식들이 아니라 한 명씩 입양해서 모인 가족들 같다고나 할까?
김경선이 차지연의 동생으로 나온 건...
아무리 무대 위에서라지만 아닌 것 같다.
후반부에선 정말 김경선이 장녀같더라.
약국, 공사장  장면도 어색하고 난감했고
(오지랍 넓은 약사 아저씨는 또 왜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던지...)
난데없이 등장하는 "ㄱㄴㄷ" 노래는 급기야 작품을 상당히 뽀뽀뽀스럽게 만든다.
그런데 미안하게도 요즘 어린이프로도 이렇게까지 유치찬란 조잡하진 않다.
에피소드 연결하는 방식도 산만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지가 않다.
소리지르던 배우들이 마지막에 뚝뚝 눈물 흘리는 모습을 마주하는 건 난감한 그 이상이었다.
(내가 너무 독한년이라서 그런가???)
맨 앞에서 하도 어이없는 표정으로 앉아있어서 내내 미안하더라.
엄마 김성녀를 빼고 모든 배우들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른다.
이러다 단체로 득음하는 건 아닌지...
충무아트홀 대극장이라는 명함이 무색할 정도로 휑한 무대는 또 어쩌란 말인가?
무대 사용 평수로 대관료를 받는 것도 아닐텐데
그 넓은 공연장을 왜 그렇게 과하게 아껴가며 사용했는지...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는
엄마의 부재 또는 실종을 결코 죽음으로 곧장 연결시키는 게 아니었다.
죽음보다 더 근원적인 어떤 것이어야 했는데
이 작품은 시작부터 내내 엄마의 죽음을 죽어라 암기하고 복기하게 한다.
작가 신경숙도 말했었다.
작품 속에서 엄마가 죽었다고 단정짓지는 말아달라고...
자신은 엄마의 죽음을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고...
내가 생각하는 <엄마를 부탁해> 역시도 진혼곡이 아니다.
그러기엔 우리들 엄마가 너무 안스럽지 않은가!
마지막 장면에서 공중부양 중이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앞에서 장녀(차지연)가 말한다.
"우리 엄마를 가여워해주세요.
 우리 엄마를 잊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우리 엄마를 부탁해요!"

미안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엄마를 가여워해서는 안 된다.
그럴 자격이 우리에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당하다 못해 노골적인 결말에 나는 그만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원작의 그 절절함과 간절함은 도대체 어디로 실종되버렸는가!
무대위 피에타상보다 더 공중부양된
엄마를 부탁해...를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