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11. 30. 08:40

 

<살짝 넘어갔다 얻어맞았다>

 

일시 : 2015.11.05. ~ 2016.11.18.

장소 : LG 아트센터

원작 : 츠치다 히데오 

번역 : 이홍이

각색 : 김은성

연출 : 김광보

출연 : 유연수, 김영민, 유병훈, 이석준, 유성주, 한동규, 이승주, 임철수

제작 : LG아트센터

 

작년<사회적 기둥>에 이어 올해 11월에도 김광보 연출과 LG 아트센터가 만났다.

그것도 드림팀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김광보 연출의 몹시도 아름다운 8명의 남자배우들과 함께.

(이 8명의 배우를 교차 캐스팅이 아니라 한꺼번에 볼 수 있다는것도 신비였다)

작품은,

재미있고 유쾌했지만

단지 유쾌함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횔림과 쏠림이라는 인간의 본성과 그 이면을 유머러스하지만 정확하게 끄집어냈다.

누구 한 명 정상적인 인간도 없지만

누구 한 명 똑똑하지 않은 인간이 없다.

"편가르기"라는 인류의 위대한 대립구조는

모든 이유를 불문하는 막강하고 치열한 "파워게임"이다.

나는 그 사생결단이 순간순간 진저리치게 끔직하고 무서웠다.

단지 가상의 "선" 하나가 생겼을뿐인데

자연스럽게 이 편 저 편이 갈리고,

편이 갈리니 없던 분열도 생기고.

분열이 생기니 희생을 부르는 싸움이 벌어진다.

확실히 "쏠림"은 일종의 "광기"가 맞긴 맞더라.

 

개인적으론 스토리보다는

fade in, fade out 이 명확한 8명의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8명의 배우들 중 배역이 정해졌던 사람은 간수였던 유연수와 한동규 두 사람 뿐이었고

나머지 배역은 모든 배우들이 모든 역할을 리딩하면서 역할을 정했단다.

김영민은 내 안의 치졸함을 최대한 끌어냈다고 말했는데

그 뿐만 아니라 8명의 배우들이 뿜어내는 치졸함은 누구 한 명 우열을 가르기가 힘들 정도였다.

(참 들 못났네, 못났어.... 그랬더랬다....)

김광보 연출의 전작 <나는 형제다>처럼 영화적인 뉘앙스가 풍긴것도 재미있었

무대와 조명은 아주 인상적이었다.

빨갛게 점등되는 좌우 출입 문 위의 불빛과

공중에 매달린 9개의 전등이 위태롭게 보였던건 비단 나 혼자만의 착각은 아니었을거다.

균형감이 묘하게 기웃둥하던 무대도 극의 느낌과 잘 맞아떨어지더라.

 

권력의 줄다리기란 참 무섭다.

그게 교도소든, 직장이든, 학교든, 가정이든.

그리고 그 크기가 크든, 작든 간에.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이구허의 마지막 대사가 아직도 메아리처럼 들린다.

......선은 분명히 있었어. 내 마음 속에 있었어.

      지금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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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5. 9. 17. 08:21

<나는 형제다>

 

일시 : 2015.09.04. ~ 2015.09.20.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작 : 고연옥 

연출 : 김광보

무대 : 황수연

출연 : 이승주, 장석환, 이창직, 강신구, 유성주 외 서울시극단

제작 : 서울시극단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의 일곱번째 작품이자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으로서의 김광보 연출의 첫번째 작품 <나는 형제다>

이 작품은 2013년 미국 보스톤 마라톤 대회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테러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그때 터진 압력솥에는 범인들이 하나씩 모은 쇠조각들이 들어있었고

김광보 연출과 고연옥 작가는 그걸 영화의 컷처럼 연출했다.

 

인정머리없이 툭툭 끊기는 장면들은 두 형제의 성장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하나의 장치였다.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테러리스트가 되는가!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이야기의 내면은 그러나 너무 아프고 슬프다.

세상의 악과 부조리를 이해하고 견디기에

형제는 여러 의미로 너무 많이 무지했다.

그들이 보여준 선행을 악행으로 갚는 사람들이 나는 꼭 환상같았다.

영화같은 현실들.

현실을 피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는 형의 말이 비극적으로 들렸던건

결말이 그려졌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모든 인간들은 연결되어 있어!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그렇다면 두 형제의 테러에 우리 모두는 공범이고

그래서 나는 그들의 형제고, 우리 모두도 역시 형제다.

 

"난 오래전부터 여기에 서서 죄악 위에 또 다른 죄악의 집을 짓는 너희들을 보았지.

 그 집에 들어갈 수 없었던 덕분에 나는 꽤 착한 사람이 되었어.

 사람의 마음은 선과 악을 함께 살아.

 그 속에서 선은 악이 되고 악은 선이 돼.

 그게 마음의 활동이야

 ..............

 기억해!

 너희들은 날 버렸지만 난 혼자가 아니야.

 끝까지 나는 형제다!"

 

폭탄이 터지기 직전 형의 마지막 대사는 이런 뜻이기도 하다.

"너와 나는 끝까지 함께다! 너와 나는 형제다!"

Bumb!

다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나 역시 주제도 모르면서 잘난 사람 욕이나 하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일 수 있고

터널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와 비슷한 인간을 찾아 나대신 그를 경멸하는 인간일 수 있고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한 존재일 수도 있다.

 

인간의 가치라는게 뭘까?

이 작품을 보고 난 후 나는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됐다.

많이... 불편하다.

내 등 뒤엔 과연 무엇이 있을까...

 

* 작품 속에서 이승주는 정말 끔찍하게 아름다웠다.

  '관객들이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다던 바람은 이제는 확실히 이룬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그의 이름 석자가 들어간 작품이라면 지금처럼 앞뒤불문하고 무조건 찾아볼 것이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에게서 김영민과 이석준의 필모그라피가 함께 보인다.

  그건 유사성이나 카피의 개념이 아니라

  두 배우의 장점을 흡수해 자신만의 다름으로 만들어낸 창조물이다.

  이번 작품을 보면서도 나도 모르게 몇 번이나 감탄사을 내뱉었는지...

  아름다운 힘을 가진 배우고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는 배우다.

  사실 작품의 시놉을 보고 김광보 연출이 이승주를 형으로 선택하겠구나 짐작했는데

  예상은 적중했고, 그 적중은 또 다시 옳았다.

  역시 김광보의 배우다.

  그래서 11월 LG 아트에서 올려질 작품이 엄청나게 기대된다.

  <살짝 넘어갔다가 얻어맞았다>

  김광보의 배우들 모두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어쩌면 내가 연극 제목과 똑같은 상태가 될 수도 있겠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4. 23. 08:01

<M.Butterfly>

일시 : 2014.03.08. ~ 2014.06.01.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 김다현, 전성우 (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유성주, 이소희, 빈혜경

제작 : 연극열전

 

이석준 르네에 이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SBS 연기자 공채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스스로 연극배우의 길을 택한 보기 드물게 용감한고 뚝심있는 젊은 배우 이승주.

솔직히 치기어린 객기라고 생각도 들었고,

TV 신인 연기자의 연기수업, 혹은 얼굴 알리기용 멘트라고도 생각했다.

그런데 김광보 연출의 <내 심장을 쏴라>를 보니 그게 아니더라.

대선배 김영민에게도 밀리지 않았고, 작품에도 끌려다니지 않았다.

그 후 다시 이승주를 무대에서 본 건 작년 국립극단의 "삼국유사 프로젝트"에서였다.

처음엔 몰랐었다. 그가 그 이승주라는 걸.

<로맨티스트 죽이기>에서 그의 연기는 개인적으로 충격적일만큼 인상적이고 강렬했다.

불과 몇 년 만에 81년생의 이승주는 작품을, 배역을 온전히 책임지는 여엿한 배우로 무대 위에 서었다.

(개인적으로 <로멘티스트 죽이기>를 보면서 이승주에게 무지 열광했었다. 물론 혼자 조용히... ^^)

 

<엠나비>의 앵콜공연에 그가 캐스팅 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출중한 외모때문에 당연히 "송 릴링"일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르네" 란다.

조금 이해가 안됐지만 모델을 빰치는 그의 기럭지가 아무래도 송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겠다 싶긴 하다.

이승주와 김다현이 나란히 무대에 선다면?

미모에 관한한 제대로 포텐 터지겠다.

그야말로 관객들 안구정화시키는 All kill할 외모들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은 이번에도 전성우로!)

 

이승주의 르네를 보면서 스스로 "엠나비"가 되어야만 했던 한 남자의 진실이

아주 절실하고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건 이석준 르네와는 완전히 다른 표현이었다.

81년생의 젊은 배우가 감당하기엔 쉽지 않은 배역이었을텐데 놀랍다.

끌려가지 않고 이야기를 품고 가더라.

확실히 배우더라. 이승주는!

 

이승주가 표현한 르네는,

겶코 자신의 욕망에 속거나, 환상속에 살았던 인물이 아니다.

극단적이긴 했지만 그 결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확고한 "르네의 선택"이었다.

송이 남자였다는 사실을 르네가 정말 몰랐을까?

나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르네는 송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고.

그래서 기꺼이 송의 "엠나비"가 되기로 작정했던 거라고.

그러니까 이 작품은 완벽한 여성을 만나 그 여자의 환상을 선택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했던 또 한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여자를 만나는 일이라는 르네의 말.

이 대사는 그냥 스치고 지나버릴 그런 대사가 아니었다.

적어도 이승주 르네에겐....

르네는 송 릴링에게 자신의 모든 수치심을 바쳤다.

이걸 이해할 수 있을까?

그걸 이해한다면 르네도,

르네의 선택도 다 이해될 수 있다.

 

* 작품 속에 집중과 몰입을 다 바친 배우의 모습은 언제나 아름답다.

  이날 온전히 소진(消盡 )된 두 배우의 커튼콜 모습은 

  오랜 여운으로 남겨질만큼 깊은 감동이었다.

  나는 두 사람이 훨씬 더 좋은 무대배우가 될거라는 걸,

  더  큰 책임감과 아름다운 진념으로 무대를 지켜낼거라는 걸

  추호의 의심없이 믿는다.

  작품도, 배우도...

  참 독하게 아름답다.

  두 배우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그 눈빛!

  두고두고 못잊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3. 5. 08:13

<은밀한 기쁨>

일시 : 2014.02.07. ~ 2014.03.02.

장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본 : 데이빗 해어 (David Hare)

연출 : 김광보

출연 : 추상미 (이사벨), 이명행 (어윈), 우현주 (마리온)

        유연수 (톰), 서정연 (캐서린), 조한나 (론다)

제작 : 맨씨어터

 

추상미의 출산 후 첫복귀작이라는 홍보성 문구는 사실 관람 여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진 못했다.

추상미보다는 이명행과 우현주, 유연수가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감이 내내 관람일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이명행은 전작에서는 이석준과 연기하더니만 이번엔 추상미다.)

데이빗 해어의 탄탄한 원작에 대한 믿음도 있었고.

게다가 김광보 연출까지!

이조합은 어찌됐든 무조건 봐줄 필요가 있다.

예상하고 기대했던 그대로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제대로 황홀했다.

안타깝게도 추상미가 제일 약하고 부자연스럽더라.

다른 배우들은 배우라는 생각이 잊게 만들만큼 자연스럽고 치열했는데

이사벨 추상미는 지금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게 여실히 보였다.

대사톤도 신파조 비슷하면서 좀 작위적이었고 딕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떨지는 편이다.

장밀 너무나 열심히 "연기"를 하고 있어서 오히려 좀 민망했다.

그리고 이명행 배우!

후반부로 갈수록 <푸르른 날>을 떠올리게 했다.

그의 보여준 어윈은 아주 섬득했고 소름끼쳤고 그리고 아주 정직했다.

감정표현과 딕션, 연기가 지금까지도 생생하다.

 

척.척.척.

<은밀한 기쁨>은 "~~척"에 대한 삼엄하고 경고이자 심판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주위 모든 사람이 착한 이사벨에게 착한 선택을 강요한다.

그것도 매번 일방적으로.

"넌 착하니까..."

그런데 사실 이 모든 사건과 결말은 순전히 이사벨의 무한 이기심과 환상이 만들어낸 참혹함이다.

아주 무책임하고, 아주 잔인하고, 아주 교묘하게....

모든 분란의 중심은,

그러니까 아버지의 젊은 미방인 캐서린이 아니라 착한 둘째딸 이사벨이었다.

그리고 그런 이사벨의 모습에서 나는 결코 구원될 수 없는 "악마"를 봤다.

나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욕을 먹고 손가락질을 받지만

착한 사람은 주변 사람을 욕먹게 한다.

 

극의 후반부 이사벨을 던진 통곡같던 어윈의 외침.

"당신은 지금 악마를 상대하고 있어!"

그런데 어윈은 알고 있었을까?

악마를 상대하는 이사벨 그녀가 사실은 더 큰 악마, 악의 근원이었다는 걸.

강요된 살인자가 되버린 어윈의 절규.

그게 나는 내내 살려달라는 마지막 조난신호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의 분노와 욕망 그리고 더 깊은 본능적인 추잡함까지도 다 끄집어 발가벗겨버렸던 이사벨.

아무렇지 않은듯, 등을 떠밀려 이렇게 밖에는 할 수 없었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든 표정들이

나는 참아내기가 참 힘들었다.

 

"은밀한 기쁨"이란 단어는

수녀가 죽을 때 신을 만나는 희열을 뜻한단다.

그렇다면 타살처럼 보이는 자살을 실현한 이사벨도

은밀한 기쁨을 지나왔을까?

그리고 마침내 신을 만났을까?

악마를 상대하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천사인척하는 악마를 상대하는 것에 비한다면

오히려 쉽다.

 

그녀는 모든 걸 망쳐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4. 2. 28. 19:25
며칠전부터 목이 잠기기 시작했다. 
목감기가 시작됐구나 생각하고 감기약을 챙겨먹었는데 뭔가 감기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라 당황스러웠다.
급기야 쉰목소리가 나기 시작하더니 점점 말하기가 힘들어졌다. 
감기증상이 동반되지도 않아 이비인후과를 찾았더니 목 안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성대결절 초기란다.
네? 성대결절이요?
당황스러웠다. 성대결절이라니!
이런거 노래하는 가수한테나 오는거 아닌가?
어쨌든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기는 했는데 가장 좋은건 1주일 정도 말하지 않고 쉬는거란다.
불가능한걸 하라니 조금 절망적이더라.
뱃속의 아기들을 초음파로 검사하면서 엄마들에게 하나하나 설명을 해줘야하는데 말을 하지 말라니...
큰일이야 날까 싶어  어제 진료를 받고 오후에도 일을 했더니 급기야 사단이 났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
그래서 오늘 오전은 쉬고 오후에 출근하기로 했는데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배려로 오후도 쉬게 됐다.

이상하다.
평일에 이렇게 쉬고 있는 내 모습이 영 어색하다.
목소리가 없어지니 좋은 점이 많다.
다른게 들리고 다른게 보인다.
하루종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도 2권이나 읽었다. 터키와 스페인에 관련된 책.
(내가 지금 꿈꾸고 있는 다음 여행지는 스페인이다. )
지금은 김광보 연줄의 연극 <은밀한 기쁨>을 보려고 대학로에 나와있다.
아주 느리게 천천히 걸어다니니 시간도 천천히 흐른다.
행복하다는 생각! 
진심으로 했다.
이렇게 느리고 천천히 살 수 있다면 이대로 평생 목소리를 잃어도 좋을것 같다는 위험한 상상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는 늘 밥벌이에 있다.

괜찮냐는 동료들의 문자에 많이 미안했다.
월요일까지 최대한 원상복귀하겠다고 답을 하면서도 제발 그렇게 되길 스스로도 바라고 있다.
행복하긴 하지만 늘 행복할 수만은 없는거니까...
그러니 내 목소리는 돌아와줘야한다.
도대체 내 목소리는 나를 잃고. 나를 잊고 지금 어디를 헤메고 있는걸까?
성대결절이라니, 세상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0. 21. 05:52


일 시 : 2010.10.07 ~ 2010.10.24.
장 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원 작 : 정유정
극 본 : 고연욱
연 출 : 김광보
출 연 : 김영민, 이승주, 이남희, 윤영걸, 손진환, 이용근, 
         문욱일, 박노식, 강   일, 윤다경, 정승길, 권택기, 
         백지원, 최현숙, 김송일, 김순애, 최하영

제 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이었던 정유정의 소설 <내 심장을 쏴라>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인데 연극으로 만든다는 소리를 들어 기대하고 있었다.
내년 개봉 예정으로 영화로도 만들고 있다는데...
특별한 느낌을 갖게 했던 건 공연하는 장소 때문이기도 하다.
오래된 일이긴 하지만 드라마센터에서 다른과랑 연합으로 철학 수업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졸업하고 거의 10년이 지난 후에 드라마센터를 찾은 적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연극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전무송, 전양자, 박상원이 출연했던 <세일즈맨의 죽음>이었다..
그때도 학교는 이미 용인으로 이전했지만 드라마센터 여전한 모습이라 놀랐었다.
그런데 이번에 찾은 드라마센터도 여전히 똑같더라.
로비는 리모델링을 해서 깔끔해보이긴 했는데
극장 내부는 의자가 교체된 것 말고는 별로 바뀐 게 없다.
특히나 로비에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쌀쌀한 날씨에 밖에서 기다리느라 많이 추웠다.
연극도 기대됐지만 오랫만에 모교를 찾은 마음에 구석구석 돌아다녀봤다.
참 많이 변했다.
창작 수업을 듣기 위해 숱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던 계단들과
축제때마다 각과의 천막으로 안 그래도 좁았던 뒷뜰(?)이 빽빽해졌던 모습.
또 거기서 전을 부치고 골뱅이를 무치돈 어설픈 모습들이 떠올라 웃었다.
(그때 나 하트 모양 전 부쳐서 팔았는데...)
매점이 있던 자리는 황량해졌고...
하긴 내 추억과 기억도 황량해지긴 했다.
뭐 벌써 20여 년이 다 되가고 있으니...



연극은 출연 배우만으로도 탐이 났다.
무대는 정신병원인 수리 희망 병원 502호
오랫만에 무대에서 보는 김영민이 주인공 이수명으로
신인 이승주가 또 다른 주인공 류승민으로 나온다.
거기다 연극 이(爾)의 연산군 이남희가 최간호사로
"향숙이 이뻤다"라는 대사 하나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박노식,
개인적으로는 연극 <짬뽕> 이후에 정말 오랫만에 본 윤영걸,
그리고 손진환, 이용근까지...
어디서 이런 배우들을 다 모았나 싶게 출연진이 좋다.
아마도 김광보 연출의 힘이 컸으리라.
그의 섬세한 연출은 연극계에 이미 정평이 나있다.
거기다가 최상의 콤비라고 불리는 고연욱 극본과의 세 번째 작품.
김광보의 연출은 항상 그렇듯 나쁘지 않다.
애매한 극장때문에 공간을 이용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게 솔직히 치명적이다..
그걸 스크린으로 어찌어찌 대처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조잡한 스크린 때문에 오히려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자주 고민하게 한다.
비전문가적인 소견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차라리 벽 전체를 스크린처럼 이용하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페러그라이딩 장면은 극에서 아주 상징적이고 의미있는 부분인데
스크린에 무더기로 날아가다 점점히 사라지는 모습은 너무 작위적이라 보기가 불편했다.
그래도 스크린이 요트 장면에 비하면 이건 양반이다.
솔직히 이 장면은 대략 난감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열악한 무대 상황을 감안한다면 나쁘지 않았다.
이 연극.
참 극과 극의 평가가 엇갈리는 작품이겠다 싶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면 극 자체가 산만해서 이해하기가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남희가 연기한 최간호사의 어투가 거슬렸을지도.
그런데 나는 최간호사 캐릭터가 너무 맘에 들었고 극에 딱 맞는 어투였다고 생각한다.
사무적이고 변화가 전혀 없는, 시종일관 같은 톤을 유지하는 대사들,
어떻게 보면 첫무대를 선 초보 배우같은 어투기도 하다.
그런데 극의 중간 중간 이 어투들이 아주 살짝 무너질 때가 있다.
대비되는 그 순간들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배우 이남희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정말 너무 심하다 싶게 어려 보이는 배우 김영민.
불혹의 나이에 외형적으로 25살의 공황장애 역할이 이렇게 잘 어울리다니...
본인도 이런 얼굴이 한방에 간다고 걱정하던데
나도 개인적으로 궁금하다.
도대체 배우 김영민이 언제쯤에 나이가 들어보일지가...
<추적>에 이어 두번재 연극 무대였던 탈렌트 이승주의 연기도 놀라웠다.
기라성같은 연극 배우들 앞에서 제 몫을 너무 잘해내더라.
자칫하면 코믹하고 우습게 보일 것 같은 엔딩의 패러그라이딩 장면도
본인이 워낙 진지하게 연기해서인지 몰라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딕션과 톤이 좋다.
드라마로 돌아간다면 두 편의 연극이 확실히 그에게 좋은 자산이 되주겠다 싶다.


전부 21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 중에 제대로 된 대사조차 없는 배우들이 상당수다.
대사없이도 2시간 동안 계속 정신병자 연기를 해야했던 배우들.
아름답다는 생각을 할만큼 그 모습 자체가 감동적이었다.
연극은 기대했던 것 만큼 잘 나오진 않았다.
결말은 다소 신파적이이고 매우 교훈적(?)이다.
절규하듯 소리지르는 수명의 대사!
"날 쓰러뜨리고 싶다면 내 심장을 쏴라. 그렇지 않으면 난 절대로 안 죽어!"
그래도 이 소설 자체를 연극으로 만든 것 자체가는 정말 장하다.
영화는 모르겠지만 연극적으로 풀어내기가 참 난해했을텐데...
아마도 연출의 힘, 배우의 힘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만약 이 연극에 김영민이나 이남희가 출연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객석이 휑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왠지 씁쓸하다.
아무래도 내게도 "트위스트 어게인"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심장이 뛰는 소리!
나도 정말이지 미치게 듣고 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