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24. 08:30

<여신님이 보고계셔>

일시 : 2013.05.03. ~ 2013.08.25.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 한정석

작곡 : 이선영

연출 : 박소영

제작 : 극단 연우무대

출연 : 최호중, 김종구, 이준혁 (한영범) / 박해수, 임철수 (이창섭)

        정원영, 박정원, 윤소호 (류순호) / 강정우, 문상현 (조동현)

        최성원, 안재영 (신석구) / 김남호, 주민진 (변주화)

        이지숙 (여신님)

 

이 작품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박햬수" 때문이다.

예그린 페스티벌 동영상에서 박햬수의 모습이 꽤 인상적이었는데 장직 본공연에서는 참여하지 않아 사실 서운했었다.

내심 최호중, 전성우, 박해수 캐스팅을 바랬건만

전성우가 <쓰릴미>로 넘어가느라(?) 내 로망은 깨지고 말았다.

워낙에 작품 자체가 탄탄해서 누가 하든 입소문은 계속 될테지만

개인적인 희망사항은 단지 희망사항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다.

(또 모르지! 언젠가 이 조합으로 공연되는 날이 올지도...)

지난 1월 공연때와 무대와 음악이 또 달라졌다.

충무아트홀 무대는 배우들이 몸을 가렸던 구조물이 바닥에서 천정까지 이어지는 철구조물이라서

아무래도 무인도 느낌이 덜했었고

객석과의 거리도 너무 가까워 여신의 동선이 좀 애매해져 버렸었다.

이번 무대는 난파된 배가 너무 조잡하게 보여진 걸 빼면 전체적으로 훨씬 좋았다.

아무것도 없는, 마무도 살지 않는 버려진 공간처럼 보여져서...

음악은 라이브가 아닌 것 좀 아쉽지만

플롯과 듀바, 첼로가 추가되면서 더 클래식하고 예뼈졌다.

그래선지 "꿈나무 위에"와 "꿈결에 실어"는 훨씬 더 동화적이고 순수하게 다가온다.

대신 "누구를 위해"나 "악몽에게 빌어"는 좀 약해져버렸다.

특히 "악몽에게 빌어"는 예전만큼의 섬득한 공포가 느껴지지 않는다.

조명도 조금 밋밋해진 것 같고...

개인적으로 이 넘버는 전성우가 제일 잘 표현한 것 같다.

소년의 간절한 순수와 전쟁이라는 극한의 공포가 부딫치는 모습을  

전성우만큼 잘 표현한 순호는 아마 당분간 없지 않을까 싶다.

(살짝 전성우에 대한 향수에 젖었다.)

정원영의 순호는 뭐랄까?

억지로 꾸며진 소년 같아서 사실 낮설었다.

 

박해수 이창섭은 예상대로 쎘다.

내가 바랐던 이창섭 느낌 그대로다.

북한사투리도 임철수보다 훨씬 자연스럽다.

이렇게 쎈 사람이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면 그게 또 그렇게 재미있고 인상적일 수 없다.

표정이 극과 극을 달리는 모습을 보는 것도 너무 좋았고

예전보다 많이 좋아진 넘버소화력도

현실감 가득했던 그의 연기도 아주 좋았다.

윤소호 순호가 그랬던가!

박해수 이창섭은 연습하면서도 너무 무서웠다고.

어떤 느낌이었을지 이해하겠다.

박해수 이청섭,

보길 참 잘했다.

살짝 기대했던 김종구 한영범은

이준혁보다 딕션은 안 좋았지만 연기는 안정적이었다.

그래도 역시 한영범은 최호중.

노래도, 연기도, 능청도 최호중 한영범이 최고다.

 

이번 공연에서는 여신님의 활약(?)이 훨씬 더 부각된것 같아 좋았다.

에피소드도 조금씩 깊어졌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관여하는 여신님의 그림자도 더 진해졌다.

그것도 아주 비밀스럽고 은근하게...

배우 이지숙의 목소리는 꿈결같이 예뻤다.

"꿈결에 실어"를 부를 때의 목소리는 정말 여신의 그것과 같다.

"보여주세요"는 아주 다정하면서도 강렬하다.

자신만의 목소리 장점을 잘 이용하는 배우같다.

그녀때문에 이 작품이 조금 더 특별해졌다.

그녀에게도 아마 그렇치 않을까?

 

어쩌면 이 작품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맑은 평온을 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자신만의 여신!

이제 당신 마음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라고.

그러면 여전히 살아계신 자신만의 여신을 만날 수 있을거라고.

이 작품은 내게 계속 귓속말을 남긴다.

"여신님은 살아 계시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8. 05:55
공연관계자들에게 월요일은 일요일이다.
주말동안 하루 2회 공연을 해야하는 그들에게 공연이 없는 월요일이란,
다가올 일주일을 위해 무슨 일이 있어도 푹 쉬어야만 하는 그런 날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석준의 뮤지컬 이야기쇼는 어쩌면 일종의 반란이자 일탈이다.
season 1 뮤지컬 이야기쇼가 막이 내린지가 벌써 4년 전 인가?
딱 1번 관람했었는데 그때가 season 1의 100회 특집이었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초연팀이 꾸미는 무대였다.
배우들조차 그렇게 한 자리에 모여본 적이 없다면서 감격스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서영주 베르테르의 순간적인 감정 몰입은 엄청났었다.
노래 부르기 바로 전까지 박장대소를 하며 웃던 사람이
전주가 나오자마자 바로 베르테르가 돼서 눈가가 촉촉해지더라.
사회자였던 뮤지컬 배우 이석준에게도 감탄했었는데...
순발력과 재치, 그리고 출연진 한 사람 한사람에게 관객의 시선과 관심이 가도록 유도하는 진행솜씨란!
왠만한 전문 MC들도 울고 가겠다 싶었다



뮤지컬 이야기쇼는 재능 기부 공연이다.
공연 제작비를 제외한 수익금 전액은 "함께하는 사랑밭"이라는 곳에 기부된다.
"함께하는 사랑밭"은 소외층 구제 활동 및 올바른 기부 문화에 앞장서는 NGO 단체란다.
충무아트홀이 장소를 제공해서 주최를 하고
전문 공연 기획팀 ACT11이 제작에 참여한다.
이렇게 월 2회 콘서트가 열리면 초대되는 배우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게 된다
월요일이라 부담스럽긴 하지만
2주마다 티켓이 오픈되면 정말 빠른 속도로 매진이 된다.
티켓을 구하기 위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도 하고...
(동생이 예약한 모양인데 못간대서 내가 대타로 갔다. 전혀 예정에도 없었는데...)
출연진을 거의 당일 공개하는 것도 특징이라면 특징!
이야기쇼에 나올 정도의 배우라면 어느정도 기본기는 있는 배우라서
그다지 출연진 공개가 중요하지 않는 것도 있겠다.
공연 배우들의 의외의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여러가지로 매니아층을 엄청나게 확보하고 있는 팬텀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핸드폰 이벤트 역시도 이야기쇼만의 독특한 재미이기도 하다.



season 2 열 두 번째는 무대에서 감초역할을 하는 뮤지컬 조연배우 5명이 출연했다.
김남호, 김동현, 이훈진, 임기홍, 정철호.
다섯 명의 배우가 명품조연이라는 타이틀로 한무대에서 만났다.
실제로 한 작품 속에서 이들을 함꺼번에 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워낙에 개성이 강한 배우들이고 중복되는 캐릭터들이 많으니까...
무대 위에서 재미있고 유쾌한 배우들이라 2시간 반이 넘는 긴 시간동안 정말 즐겁고 재미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연으로서의 어려움과
캐릭터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는 좀 짠해지기도 했다.
(주연만 대우하는 더러운 세상~~~의 한 단면을 봤달까?)
관객들은 작품 속에서 그들의 진지함과 심각함을 좀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건 일면 비극이다.
이들이 무대에서 아무리 진지한 모습으로 등장해도
이미 관객들은  코믹의 요소만 부지런히 찾아낼 뿐이다.
이런 캐릭터의 부딪침은 배우 입장에서는 여러가지로 참 속상한 일이지 싶다.
더블 캐스팅 없이 거의 혼자서 오랜 기간 공연하게 되니까 
부상을 당해도 그냥 공연을 해야하고 그렇게 생긴 각종 후유증에 대한 보상 역시도 전무한 게 현실이다.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말해 무엇할까?
공연 배우들의 처후 개선이 정말 시급하고 절실한 문제이긴 하다.
배우라는 직업은 일종의 업(業)이란다.
힘들고 어려운 업이지만
그 업의 기쁨과 고통을 아는 그들이 이제 무대 밖에서도 좀 더 편안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는 우리도 더 편할 수 있을테니까.
편안하게 행복할 수 있다면,
정말 충분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