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5. 4. 13. 08:29


<M.Butterfly>


일시 : 2015.03.11. ~ 2015.06.07.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무대미술 : 이태섭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 이석준, 이승주 (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 전성우 (송 릴링) / 빈혜경, 김보정 (르네)

       손진환, 유연수 (똘룽) /  유성주, 한동규 (마크) 

        정수영, 이소희

제작 : 연극열전

 

<M.Butterfly>가 돌아왔다.

그것도 초연, 재연 배우들이 전부 다!

삼연의 첫공연, 김영민 르네와 김다현 송을 예매해놓고 얼마나 설래이던지...

무엇보다 오랫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한 김영민을 볼 수 있다는게 가장 행복했다.

그동안 얼마나 무대가 그리웠을지 눈에 선했다.

작년 연말 김광보 연출의 <사회의 기둥들>에서 마주친 김영민 배우와의 아주 짧은 대화가 생각났다.

(일면식도 없는 내가 쑥스럽게 물었는데 특유의 웃음을 보이며 대답해주더라...)

"객석이 아니라 무대에서 뵙고 싶은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네. 곧 좋은 작품으로 찾아뵐께요. 꼭 보러 와주세요"

김영민 배우가 LG 아트센터에서 잠깐 스친 관객과의 짧은 대화를 기억할리 없겠지만

어쨌든 우린 서로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는 무대로, 그것도 <M. Butterfly>로 돌아왔고,

나는 꼭 보러 와달라는 말에 답하듯 그의 첫공연을 보려고 연강홀을 찾았다.

혼자만의 감회이긴 했지만 나는 꽤나 고무된 상태였다.

왜냐하면 그의 복귀작이 꼭 김광보 연출의 작품이었으면 했으니까...

김영민은 확실히 그렇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보다 무대 위에 있을 때가 가장 멋지고 아름답고 그답다.

 

 

<M.Butterfly>

이 작품은 어째서 볼 때마다 점점 더 아플까?

특히 폭격처럼 몰아치는 후반부를 견디는건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라고...

하지만 스스로를 속이고 환상 속으로 자신을 유폐시켜야만 했을 만큼 르네의 사랑은 완벽하고 절박했다..

그래서 그 환상이 깨지는걸 견디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다고 판단했다.

그게 완벽한 한 여자를 지켜내는 완벽한 방법이며

그게 모든걸 다 알면서도 비밀을 묵인한 이유라고...

이건... 완벽한 사랑이다.

다른 어떤 것도 감히 끼어들 수 없는 사랑.

기만으로 버텨내는 사랑.

그 절박한 환상을 무너뜨리는 현실 속 송의 모습이 나는 너무나 밉고 원망스럽다.

나는 전적으로 르네를 지지할 수밖에 없기에...

(르네의 환상 속에, 르네의 현실 속에 내가 있다) 

 

김영민 르네는 폭풍같았다.

초반에는 살짝 격양된듯도 보였지만 이내 자신의 호흡과 속도로 끌고가더라.

(그 격양된 찌질함이 초연때와 또 다른 느낌을 줘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김영민 르네와 김다현 송의 후반부는

서로 깊게 찌르고, 빠르게 빼는 전쟁터였다.

르네에게 동의하면서 한편으로는 송에게 연민을 느끼는 나를 보면서

<M.Betterfly>의 M은

마담(Madam)도 무슈(Mousieur)도 아닌 나(Me)라는걸 깨달았다.

 

환상 속에서만 살아지는 사랑.

나는 그걸 안다.

M. 버터 플​​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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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끄적 끄적...2014. 8. 18. 08:33

<프리실라>

일시 : 2014.07.08. ~ 2014.09.28.

장소 : LG 아트센터

극본 : 스테판 엘리엇, 알란 스콧

연출 : 사이먼 필립스

협력연출 : 딘 브라이언트

안무 : 로스 콜먼, 앤드류 홀스워스

음악 감독 : 스테판 스퍼드 머피

출연 : 조성하, 고영빈, 김다현(버나뎃) / 마이클리, 이지훈, 이주광(틱)

        김호영, 조권, 유승엽 (아담) / 장대웅 외

제작 : 설앤컴퍼니, CJ&E(주)

 

정말 몰랐다.

내가 <프리실라>를 또 보게 될 줄은... 

이렇게 된 건 내 의지는 전혀 아니었고,

동생이 예매해놨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 못가게 돼서 대산 관람을 했다.

다행히 아담 김호영을 제외하고는 버나뎃과 틱이 첫번째 관람과는 달라서 살짝 기대감이 들긴 했다.

만약 똑같은 캐스팅이었다면 분명히 졸았을거다.

쇼뮤지컬의 화려함이 너무 버거워서 요즘엔 급기야 졸음까지 밀려오는 기현상이 발생하는 중이라...

 

두번째 관람이라 그랬나?

익숙해져서인지 피로감이 덜했고 제법 신나게 즐기기까지 했다.

몸은 피곤했는데 첫곡 "It's raning men"이 나오니 저절로 우쭈쭈 신이 나더라.

솔직히 박자에 맞춰서 짠하고 등장한 남자 앙상블들 표정과 동작을 보면 신이 안날래야 안날수가 없다.

바로 주라기공원의 공룡으로 빙의돼 미스언더스탱딩 우창의 길어도 너~~~~뮤 긴 몸매에 감탄하며 물개박수를 날렸다.

어? 나 왜 이렇게 재미있게 보고 있지?

스스로 의아해 하면서...

 

김다현 버나뎃은 고영빈과는 또 다른 드랙퀸이더라.

뭔가 더 애드립이 강하고 대사나 전체적인 뉘앙스가 훨씬 찰진 느낌.

(하긴 김다현이 버나뎃에 안어울린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

김호영 아담의 "Meterial girl" 퍼포먼스는 두번째라 그런지 파격적인 느낌은 덜했지만

"La Traviata" 립싱크는 여전히 신기하고 대단하더라.

입과 동작이 그렇게 딱딱 맞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연습을 해야 하는걸까?

감탄하면서 혼자 결정했다.

이건 립싱크가 아니라 그냥 김호영이 부르는 걸로 하자... 라고!

이지훈 틱도 마이클리 틱에 비해 발음이 안정적이라 보에 편했다.

그래도 확실히 노래는 마이클리가 백만배는 좋더라.

벤지와의 "always on my mind"도 마이클리가 실제 아빠라서 그런지 더 뭉클하고 감동적이다.

그래도 한국어 대사의 묘미를 살리는건 이지훈 쪽이 압승!

이날 공연에서 날 완전 살살 녹인 배우는 벤지 아역 이주호.

첫번째 관람때도 이 녀석이었는데 보면 볼수록 너~~무 사랑스럽고 귀엽고 이쁘다.

이 녀석 보고 있으면 없던 부성애와 모성애도 마구마구 샘솟을듯 ^^

그야말로 극강의 "귀요미" 등장이다.

 

이날 앉았던 자리 때문인지

2막에서 앙상블에게 끌려나가 무대에서 올라가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배우들이 내려오길래 뒷줄에 있는 사람 데려가겠지 하고

넋놓고 박수치고 있었느데 불시에 기습(?)을 당했다.

극강의 몸치라... 나를 데리고 간 앙상블 배우에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한마디 하더라.

"다들 못해요...."

내 눈엔 나만 못하던데...

이걸 추억이라고 해야하나, 악몽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까지 고민중이다. 

끌려가면서도 벌어질 사태가 걱정스러워 배우에게 한마디 하긴 했었다.

"후회하실텐데요!"

뭐 어쨌됐든 내 의지는 아니었고, 경고(?) 또한 분명히 했었으니까...

 

그나저나 드랙퀸 언니들.

커튼콜까지 체력 너무 좋으시다.

이쯤되면 인정을 안할래야 안 할 수가 없겠다.

체력, 미모, 몸매, 재능, 노래 모두모두 다 인정!

정말 엄청난 언니들이다!

깨끗이 무릎 꿇는다.

You win~~~!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21. 08:14

<쌍화별곡 (Song of Two Flowers)>

시 : 2012.09.11. ~ 2012.09.30.

장소 : 유니버설 아트센터

출연 : 김다현, 박완 (원효) / 김호영, 김순택 (의상)

        정선아, 이진희 (요석공주, 선묘낭자)

        정영주, 이성훈, 이종성

대본 : 이희준

작곡 : 장소영 

작가 : 이희준

연출, 안무 : 이란영

무대디자이너 : 오필영

제작 : 핀엔터테인먼트

 

연극 <꿈>에 이어 또 다시 원효와 의상 이야기다.

그리고 또 김다현이다!

갑자기 배우 김다현의 작품욕(?)이 범상치 않다.

<M.Butterfly>, <라카지>에 이어 <쌍화별곡>에 연달아 출연중이고, 이 작품 지방공연(대구, 부산)이 끝나면 또 다시 곧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락 오브 에이지>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쉼없는 행보다.

확실히 군대를 가기 전과 후의 김다현은 좀 달라졌다.

뭐랄까, 조금 더 과감해지고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할까?

꽃다현이라는 이미지때문에 은근히 배역에 한계가 있는듯 했는데

지금은 그걸 많이 깨고 있는 중인것 같다.

무대를 책임지는 현명하고 아름다운 배우로 열심히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한동안은 배우 김다현이 표현하는 다양하고 광대부면한 캐릭터를 기대해도 돼지 않을까?

(진보적인 진화는 항상 아름답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으로 창작된 뮤지컬 <쌍화별곡>

이 작품은 서병구와 함께 뮤지컬 안무의 쌍두마차로 활약중인 이난영의 첫 연출 데뷔작이다.

그래서 작품에 춤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1막 첫 장면 "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신라 화랑들의 군무장면 말고는 눈을 확 끌어담기는 안무는 없었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뮤지컬 <불의 검>이 많이 생각났다. 왜일까?)

음악은 "나가수"로 더 유명해진 장소영이 맡았다.

어찌됐든 인정할 건 인정하자!

개인적으로 장소영의 뮤지컬 작곡 실력은 뛰어나다.

"형제는 용감했다"나 "피맛골 연가"처럼 이 작품도 뮤지컬 넘버들이 다양하면서 재미도 있다.

오히려 왠만한 후크송보다 금방 귀에 담기고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이희준의 가사도 참 좋다.

그리고 무대와 조명, 의상 빼놓을 수 없겠다.

요근래 본 창작 뮤지컬 중에서 제일 괜찮은 무대 구성과 장치였다.

이런 경우가 참 애매해진다.

하나하나를 따로 떼어내서 보면 괜찮은데

이게 한 곳에 모이면 이상하게 뭔가 조화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

김다현도 다분히 라카지의 앨빈 느낌이 중간중간 강하고 들고

노래와 진행방식은 어쩐지 "피맛골 연가"와 "불의 검"을 떠올리게 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전체적으로 좋았다.

<화성에서 꿈꾸다>에서 눈여겨 봤던 김순택의 모습을 오랫만에 무대에서 확인한 것도 개인적으론 즐거움이었다.

지금 약간 슬럼프인것 같은데 이 작품이 바닥을 차고 일어선느 계기가 되길 바래본다.

연기가 노래를 따라가지 못해서 늘 안스러웠는데

의상역에서는 그래도 가능성이 보여준 것 같다 다행이다.

정선아는 좀처럼 실망이라는 걸 시키는 않는 배우라는 걸 또 다시 확인시켜줬고

노래가 조금 더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까지 남겼다.

오랫만에 무대에 선 <빌리 엘리어트>의 마이클 이성훈은 솔이 역과 설총역을 또 너무 기막히게 잘 해줬다.

빌리때로 생각했지만 이 녀석 참 대단한다.

이 녀석이 무대 배우를 계속 하게 된다면 아마도 범상치 않게 크지 않을까?

아이인데 어른 찜쩌먹을 만큼 능청스럽게 연기를 잘한다.

그리고 노래도 빌리때보다 훨씬 더 잘 불러 놀랐다.

이 녀석의 미래...

많이 기대된다.

그런데...그런데...

유니버설 아트센터 2층의 음향은 정말 최악이다. 

대략 난감에 할 말이 없다. 

 

극을 너무 가볍게 끌고 간 게 조금 아쉽다.

좋은 뮤지컬 넘버들이 코믹한 상황과 대사들, 때문에 오히려 빛을 잃었다.

"죽음이란 무엇인가", "깨어있으라", "새벽이 오네", "일체유심조, "무애가", "그 누가 위로해주나", "금강삼매경론"

생각나는데로 꼽아봐도 좋은 넘버가 이렇게나 많은데...

뭐랄까?

개인적으로 <피맛골 연가>보다 느낌이 훠~~얼~~씬 좋아서 그래서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다.

원효와 의상, 

신라시대의 지성이었다는 두 사람의 고민과 우정 꿈이 보여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동성애 느낌이 강해서 당황스럽다.

(다분한 선입견일지 모르겠지만...)

이 작품...

잘 됐으면 좋겠는데...

song through musical의 장점만을 더 부각시키고

너무 과하게 산재되어있는 코믹 요소들을 과감하게 쳐내면 좋겠다.

넘버가 너무 아깝다...

이 작품이 어떻하든 잘 살아남아서 정말 꽃을 활짝 피울 수 있다면 좋겠다.

진심으로 이 작품이

깨어있어 차갑고 단단한 겨울밤을 뚫고 새벽을 맞이할 수 있길...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살아있는 날 결코 길지 않으리니.

깨어있으라! 새벽처럼

문득 죽음이 다가오는 그 순간에도

깨어있으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9. 10. 08:24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김다현이 <라카지>를 두고 자신의 두번째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단다.

(첫번째 터닝 포인트는 <헤드윅>이었다고...)

일단 겉모습만 봐도 비주얼상으로는 정성화보다 김다현의 완승이다.

아기 아빠라는데 어쩜 그렇게 곱고 이쁜지...

정성화가 몸집 두툭한 약간은 수다스런 아줌마 모습이라면

김다현은 세련미 철철 넘치는 소위 말하는 청담동 사모님 분위기다.

라카지걸들의 군무도 눈에 아른거리고 또 김다현이 이 작품에 갖는 애뜻함도 남달라 다시 한 번 관람했다.

게다가 이번 관람은 마담 딩동 전수경만 빼고는 지난번과 완전히 다른 캐스팅이라 다른 느낌이 들기도 했다.

개인적으로는 김다현 앨빈이 정성화 앨빈보다 여러가지로 훨씬 좋았다.

1막 마지막 노래 "I'm what I'm"도 훨씬 더 애절하고 안스러웠다.

2막 "The best times"도 더 괜찮았고...

사실 좀 놀랐다.

김다현이 이렇게 연기를 잘 했던가 하고...

조지에겐 참 사랑스러운 아내였고

장미셀에겐 너무나 따뜻하고 포근한, 아들에게 한없이 인내하고 지켜주는 엄마였다.

김다현의 앨빈은 천상 딱 여자였다.

아름다운 여자가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니

저절로 무장해제가 된다.

아름답다. 이 여자!

(이건 정성화 앨빈에게서 느끼지 못한 감정이었다.)

 

고영빈 조지는 지금껏 내가 본 그의 작품 중 가장 편하게 관람했던 작품이다.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놓아버리고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영빈의 무대를 보고 있으면 매번 어떤 강박증같은 게 느껴졌었는데

<라카지>에서는 전혀 그런 느낌이 없었다.

춤추는 모습도 편안해보였고

김다현 앨빈과 대사를 하는 장면도 편안해보였다.

아마도 고영빈에게도 이 작품이 터닝 포인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이라는 건 확실히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

남경주같은 능청스러움과 단단함을 느끼기엔 아직 부족했다.

(뭐 아버지 역할을 하기엔 고영빈이 좀 애매한 나이이긴 하다)

그래도 고영빈의 편안함을 봤다는 게 어딘가!

앞으로 고영빈이라는 배우가 좀 대담(?)해지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김다현만큼 기대를 많이 했던 김호영 자코브!

개인적으로 <라카지> 초연은 참 의외의 결과를 내게 안겨줬다.

자코브는 누가 봐도 딱 김호영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배역인데

이게 또 나는 이지송의 훨씬 더 재미있고 특색있고 좋았다.

아마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에 대한 놀라움도 있었겠지만

이런 류의 김호영 연기 대한 일종의 식상함일 수도 있겠다.

(그도안 김호영이 이런 류를 좀 많이, 그것도 하나같이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하긴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아름다운 청년이 빨리 군대를 다녀왔음 좋겠다.

 

이동하 장미셀은 무난했고,

(철없는 스무살 청년의 모습은 이창민이 더 어울리긴 했지만)

딩동 부부는 좀 위태위해했다.

아무래도 전수경은 점점 뮤지컬 배우의 색깔이 모호해지는 느낌이다.

이번 관람에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말춤밖에 없으니....

대사나 연기는 나쁘지 않은데 노래가 이상할만큼 불안정히다.

목 상태가 심각한건가????

 

그래도 역시 이 작품의 진정한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라카지걸들이다!

발에 역기를 매달고 춤을 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엄청난 에너지 소모일텐데 다들 대단하다.

특히나 1막 후반부 라카지걸들의 쇼는 정말 환상 그 자체다.

노래없이 10여분간 춤으로만 이뤄지는 이 장면은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도 나온다.

앨빈의 노래에서 이어지는 장면.

메튜 본의 <백조의 호수>를 떠올리게 블랙 스완의 그로테스크한 춤은

무희(?)들의 섬득한 표정과 함께 괴기스런 춤동작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기다 현란한 캉캉춤은 또 어떻고...

사실 <라카지>를 다시 관람한 이유의 90% 정도는 이들 라카지걸 때문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존경스러울 정도다.

이들의 모습이 사실은 앨빈의 모습보다 더 비애스러웠다.

그래도 앨빈은 남편도 있고, 아들도 있고, 그리고 드랙퀸이라는 명성도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라카지>를 앨빈의 이야기가 아닌 라카지걸들, 그들의 이야기로 이해하고 기억하려고 한다.

막공을 하루 남겨놓고 다시 본 <라카지>

즐거웠고 유쾌했지만 또 그만큼 서글펐다.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소수자가 떠올라서...

왜냐하면 나도 뭐가 됐든 소수자에 해당하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8. 08:15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정성화의 세 번째 게이 역할.

참 재미있는 건 <거미여인의 키스> 때도 느낀거지만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상당히 뚝배기스런 외형을 가진 정성화가 게이 역할을 하면 코믹하면서도 묘한 페이소스와 함께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같은 배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다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세월에 따라 배도 두둑하게 나오면서 적당히 처지고 

얼굴과 몸 여기저기엔 더이상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주름이 늘어나고

주변에 상광없이 자기중심적은 걸판진 수다를 떠는 굳은 심지의 소유자.

이제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더 많이 띄게 되면서 성별이 모호해지는 중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제 3의 성(姓)을 가진 그들, 아줌마!

외모에서부터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정성화의 아줌마 연기는

그래선지 더 측은하고 안스럽다.

 

여장을 한 정성화와 김다현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정성화가 그랬단다.

김다현의 여장한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꼈다고.

어디 정성화뿐이랴!

한때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던 김다현을 향한 질투,

아직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지나에게 <라카지> 연출을 의뢰했을 때 그녀가 요구한 게 한가지였단다.

앨빈 역은 꼭 정성화가 해야 한다는 조건.

이지나 연출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배우 정성화를 믿었던걸까?

드랙퀸과 정성화라?

일단 그 조합은 참 암담하고 그림이 안 나온다.

<거미여인의 키스>와 <위험한 상견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낮설다.

 

뮤지컬 <라키지>는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0년 동안 연극,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었고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층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30년 전에 게이 가정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상당한 용기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목격한 쇼뮤지컬 <라카지>

일단 재미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거기가 의외의 감동과 통쾌함도 있다.

출연하느 배우들은 역시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잘한다.

심지어 뮤지컬을 처음 한다는 2AM의 이창민조차도 장미셀 역을 너무 능청스럽게 잘한다.

처음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대단한 배우들은 역시 라카지걸들!

(이 건장한 남정네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로테스크한 진한 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의상 무게만도 엄청날텐데 대단한 체력이고 대단한 에너지다.

역기를 발에 달고 춤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보는 관객들은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알카자쇼를(?) 대한민국에서 보는 재미가 솔솔하지만

실제 라카지컬을 하는 남자 배우들은 참 죽을 맛이겠다 싶다. 

(이 남정네들 나보다 더 유연하고 나보다 더 다리 잘 올라간다.)

1막 후반부에 라카지걸들이 보여주는 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조그만 새장에서 추는 그로테스크한 춤을 비롯해서

탱고와 캉캉 등 각종 춤을 보여주는데 절로 입이 쩍 벌어진다.

솔직히 내 눈에 알카자쇼보다 더 대단하더라.

알카자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확고하게 믿는, 트렌스잰더가 대부분이지만 

라카지걸들은 진짜 남자 아닌가!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2AM 이창민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자코브역의 이지송.

게이스런 연기의 달인 김호영과 더블 캐스팅 된 게 부담스러웠을텐데 너무 잘 어룰렸다.

노래와 연기,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고 귀엽던지...

이런 하녀 하나쯤 있으면 인생이 정말 해피할 것 같다.

(갖고 싶다~! 자코브!)

처음엔 이지송이 김호영만큼 배역에 어울릴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점점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미안해질만큼 너무 멋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배역이었고 배우였다.

딩동 부부 천호진과 전수경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고 노래도 거의 없지만

마지막 라카지오폴에서의 모습은 관객들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의외의 재미를 주는 이런 역할들 참 매력적이다.

접시 가지고 실랑이 하는 부분은 전수경의 목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잘 살지 못했다.

노래도 잘 안 들리고 음도 불안정하고.

그래도 딩동 부인같은 캐릭터는 역시 전수경이 고수다.

조지역의 남경주.

처음이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매력을 이렇게 제대로, 완벽하게 느낀 게.

이상하게도 남경주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특별한 감동도 재미도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은 남경주가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남경주가 아니라 조지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제작발표회때 남경주가 그랬다지?

"김다현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성화는 결심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그런데 무대 위에서 마담 자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정말 사랑이 담긴 그런 눈빛이었다.

섬세했고 다정했고 그리고 깊이가 있었다.

출연 분량이 상당한데 시종일관 흐름을 잘 잡고 노래와 춤도 훌륭했다.

이래서 남경주 남경주 하는구나 비로소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시카고>의 남경주는 또 어떤 모습일까가 좀 궁금해져버렸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참 나랑 안 맞는 뮤지컬배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라카지>를 보면서 세 명의 배우에게 놀란 셈인가?

이창민, 이지송, 남경주.

아니지, 환상적인 라카지걸들을 빼놓으면 절대 안되지!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았고

특히 정성화가 부르는 넘버들은 확실히 애틋하고 특별하다.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I am What I am"은 각 버전들마다 다 매력적이고

여성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소리에서 최선의 앨빈으로 노래하는 정성화의 모습은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 아름답고 우아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외면과 내면의 오버랩은

이지나 연출이 그렇게 강력하게 정성화를 원했던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울컥하고 애잔했던 넘버는,

남경주가 아내 앨빈을 보면서 아들에게 부르는 "Look over there".

남경주의 감정표현이 정말 훌륭했다. 

 

이런 류의 쇼뮤지컬.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은 꽤 괜찮았다.

아팠고 애잔했고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라카지오폴의 새들은 멋지게 울었다.

이제 울음을 그치고 멀리 날아올라도 되겠다.

 

<La Cage>

 

1. prelude

2. We Are What We Are

3. A Little More Mascara

4. With Anne n My Arm

5. With You On My Arm

6. Tonight of All Nights?

7. Song On The Sand (La Da Da Da)

8. La Cage Aux Folles

9. What I Failed to Tell You

10. I Am What I Am

11. Song On The Sand

12. If YOu Wish to Attend

10, Maculinity

11. Look Over There

12. Coktail Counterpoint

13. The Best Of Times

14. Look Over There

15. The Final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21. 06:00

<M.Butterfly>

 

일시 : 2012.04.24. ~ 2012.06.06

장소 :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

연출 : 김광보

출연 : 김영민(르네 갈리마르), 김다현, 정동화(송 릴링)

        손진환, 정수영,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

제작 : 연극열전

 

개인적으로 김광보 연출을 무지 좋아해서 그가 만드는 작품은 꼭 챙겨보는 편이다.

게다가 그가 연출하는 작품에 김광보의 뮤즈(?)라고 할 수 있는 김영민까지 출현한다면 그 작품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must see" 해야 할 필수 항목이 된다.

실제로 이 작품을 연출하기로 결정한 후 김광보 연출도 "르네 갈리마르" 역에 김영민을 가장 먼저 떠올렸단다.

김광보, 김영민.

역시 환상의 콤비다.

<내 심장을 쏴라> 이후 2년만에 네번째 연극열전이 선택한 두번째 작품에서 이 콤비가 다시  만났다!

작품을 보기 전부터 솔직히 나는 충분히 매혹당했다.

 

연극 <M.Butterfly>는 프랑스 외교관과 중국 경극 배우 사이에 벌어졌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1986년 전직 프랑스 영사 버나드 브루시코는 자국의 법정에 서게 된다.

죄명은 그가 사랑한 중국 경극 여배우에게  국가 기밀을 유출한 협의다.

그런데 또 다른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가 사랑한 여자가 사실은 중국의 스파이었고 남자였다는 사실이...

작품이 공연될거란 소식을 들었을때

과연 스파이 송 릴링 역을 누가 하게 될까 궁금했었다.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이쁜 배우 김다현의 캐스팅은 예상했었지만

배우 정동화는 개인적으로 좀 의외의 캐스팅이었다.

그래서 그 의외의 캐스팅을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해설자이자 작품의 중심 인물은 르네 길마르.

자칫하면 어수선하고 산만하게 느껴질 인물은 김영민은 역시 멋진 집중력으로 감당해냈다.

철없이 떼쓰는 소년의 이미지와 지적인 청년의 이미지가 묘하게 겹쳐지는 아우라를 지닌 배우 김영민.

특히 후반부 르네 갈리마르가 감옥에서 깨진 거울을 보면서 얼굴에 화장을 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그 대사들, 그 감정들.

스스로 자신이 사랑한 버터플라이가 되는 모습이 눈물이 날만큼 처연했다.

나는 정말이지 무대 위에서 빛나는 김영민 특유의 선량한 눈빛과

무심한듯 감정을 담는 말투가 너무나 좋다.

이야기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다가도

어느 틈에 빈틈없이 작품 속을 꽉 채우는 그 엄청난 존재감이 믿어지지 않는다.

르네 갈리마르가 송 릴링에게 치명적으로 매혹당한 그 이상의 매혹이다.

김영민의 몰입과 집중을 보면서 나는 갈리마르가 이해됐다.

그에게 송 릴링은 그저 자신이 사랑한 한 사람일 뿐이라는 사실을...

송 릴링 정동화.

솔직히 그의 여장 모습은 그가 인터뷰에서 말 한 것처럼 다분히 트렌스젠더적이었다.

때론 미안하지만 섬득할만틈 괴기스럽기도 했다.

(외모로 따지자면 김영민이 훨씬 더 이쁘고 얼굴 선도 더 고혹적이다)

일부러 여성스럽게 내는 목소리는 어색하고 몸짓은 작위적이었다.

사실 조금 실망하려는 중이었다.

역시 김다현 송 릴링으로 볼 걸 그랬나 싶었다.

그런데 2분 간의 변신 후 정동화의 모습은 너무나 압도적이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 녀석의 복근도 한 몫 했을테지만

솔직히 정동화의 송 릴링은 황홀했다.

그런 작품이 있다.

앞부분에 비해 뒷부분이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이야기가 느슨해지는 작품이 있는가하면

처음엔 그저 밍밍하고무난하다 후반부에 극적으로 강렬해지는 작품이 있다.

김영민, 정동화의 <M.Butterfly>이는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 참 잘 만났다.)

정동화의 마지막은 여자의 맨얼굴을 처음 보는 것 같은 낯섬과 신비감이 있었다.

역시 멋지다, 이 녀석!

그리고 두 배우의 조합은 내겐 묘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서로 신뢰하는 눈빛을 보면서 관객 입장에서 진심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두 배우뿐만 아니라 정수영, 손진한, 한동규, 이소희, 김보정의 열연도 감동적이었다.

처음보다 보면서 점점 괜찮았던 작품.

그리고 보면서보다 보고 난 후가 더 괜찮았던 작품.

가볍지만 진중한 작품.

우수꽝스럽지만 심오한 작품.

<M.Butterfly>는 내게 그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1. 15. 13:16
오만석,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초연때 4명의 헤드윅을 다 봤었다.
여장이 가장 예뻤던 건 역시 김다현 (여자보다 더 예쁘다. 꽃다현... 이기적이더라...)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송용진 헤드윅이었노라 나름데로 결론을 맺었다.
조승우 헤드윅은 숱한 여성들의 비명소리에 묻혀 입만 댓발 나왔던 기억...
(대부분 제 뭐래니? 하고 옆엔 사람의 도움을 받았다...
 관객들이여! 제발 타이밍에 맞춰 소리를 지르든 떡실신을 하시든 하라!)
오만석 헤드윅은 심야 공연이라 심신이 피로한 중에  
오만석 손 잡겠다고 내민 누군가의 손에 뒷통수 얼얼했던 기억이 새롭다.
(아프긴 했지만 덕분에 정신 하나는 바짝 들더라...)
그래도 오만석의 "The origin of love"는 정말 눈물나게 아름답고 서글프더라.



역대 헤드윅의 모습들로 꾸며진 포토존은 어딘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진다.
사진을 보니 개인적으로
송창의, 엄기준,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땠을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
OST는 정말 너무나도 환장하게 좋은데 초연 이후 왠지 안 보게 된 뮤지컬.
(아무래도 악을 쓰며 방방 뛰기에는 기력이 너무 처절했던게지...)
윤도현의 가세로 새롭게(?) 불이 붙은 헤드윅을 다시 보게 된 건
순전히 최재웅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나는 왜 항상 최재웅, 박정환에 여지없이 끌려다닐까???)
최재웅에게 헤드윅 가발이?
어쩐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무거운 가발 때문에 살짝 처진 눈꼬리가 더 내려가는 건 아닌지 솔직히 걱정스러웠다.



군대에서 열심히 대본 읽고 있을 조승우가
절친 최재웅에게 권한 뮤지컬이란다.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에 이어 이 남자, 참 친구 말 잘 듣는다 싶다.
(뭐 결론적으로 따지자면 나쁜 선택은 아니었지만...)
은근히 조승우라는 배우, 캐스팅 디렉터를 해도 되겠다 싶다.
의외의 발견 이츠학 최소영에 놀라다.
노래도 잘하고 무엇보다 사람이 그렇게 긴 다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확실히 너무나 이기적이다. ^^



최재웅의 헤드윅은...
생각보다는 헤드윅(?)스럽지 않았다.
목소리 톤의 변화가 별로 없었고 관객들과 소통을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했다.
엥그리 인치 밴드는 오랫동안 헤드윅을 해 왔기 때문에
완벽에 가깝다.
간혹 최재웅 헤드윅이 이질감 느껴지는 존재처럼 다가오기도 했다.
오히려 헤드윅일 때의 최재웅보다
토미 노시스일 때의 최재웅이 훨씬 괜찮다.
그래도 그만의 표정과 감정표현들은 상당히 괜찮은 부분들도 많이 있었다.
모호한 느낌...
헤드윅의 존재가 원래 그렇긴 하지만...
어쩐지 그에겐 헤드윅이 딱 적합한 작품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변화는 놀랍다.
나는 그가 헤드윅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여자도 아니고 남자도 아닌 헤드윅을 무대에서 연기하기 위해
배우들은 엄청난 메이크업에 무거운 가발을 쓰고, 몸의 털을 밀고, 화려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마지막 토마토를 으깨는 장면을 위해서는 
피나는  몸만들기가 필수!
군살없는 몸매에 매끄러움까지 갖춰야 하는 난코스가 남자 배우들을 기다린다.
이런 도전만으로도 어쩌면 <헤드윅>은  욕심이 생기는 배역이리라.



여자가 되어야 하는 남자와,
남자가 되어야 하는 여자의 이야기
헤드윅은 확실히 참 괜찮은 작품임은 분명하다.
아름다운 OST의 향연과 그리고 심장을 울리는 엄청난 비트.
내노라 하는 국내 유명 세션으로 구성된 라이브 밴드 엥그리 인치의 연주
공연장 안은 콘서트장이 되어버린다..
거기다 연민과 안스러움, 슬픔과 허무함까지.
충격적인 내용들이 반복되다가도
어느 순간 유머 또한 잃지 않고 톡톡 튀어나온다.

문제는 그러니까 그거다.
헤드윅을 누가 하느냐...
최재웅!
그의 선택은 모호했다.
그래서 지금 나는 좀 방황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