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7. 19. 08:17

 

<R&J>

 

일시 : 2018.07.10.~ 2018.09.30.

장소 :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

원작 : 세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 

극작 : 조 칼라코 (Joe Calarco)

우리말 대본 : 정영 

연출 : 김동연

출연 : 문성일, 손승원(학생1:로미오) / 윤소호, 강승호(학생2:줄리엣, 벤볼리오, 존 수사)

        손유동, 강은일(학생3:머큐쇼, 캐풀렛 부인, 로렌스 수사) / 이강우, 송광일(학생4: 티볼트,유모,발사자) 

제작 : (주)쇼노트

 

amo, amas, amat, amamus, amatis, amant.

네 명의 남학생이 주문처럼 읖조리던 라틴어.

나는 사랑한다, 너는 사랑한다. 그(그녀)는사랑한다. 우리는 사랑한다. 너희는 사랑한다. 그들은 사랑한다.

금기에 대한 도전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매력적인 도발임에는 분명하다.

그건 일종의 꿈이고,

꿈을 열망한다는 건,

꿈을 실현하겠다는 거고

꿈을 실현한다는건,

그 꿈을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세익스피어의 고전 <로미오와 줄리엣>

이보다 더 매혹적이고 해석이 가능할까?

그리고 이보다 더 매혹적인 배우들이 또 있을까?

수시로 바뀌는 배역에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이 괴물같은 배우들을...어찌하면 좋을까!

경외감을 넘어 두려움까지 느껴질 정도다.

문성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특유의 집중력과 표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 녀석은 아무래도 천재인것 같다.)

윤소호도 자칫하면 동성애 코드로만 보일 수 있는 역할을 과장없이 잘 표현했다.

단지 줄리엣이었다.

진심으로.

손유동은 로렌스 신부일때 발성과 표현이 너무 좋았고

송광일은 수시로 씬스틸러였고 그래서수시로 놀라웠다.

하긴, 다 소용없다.

네 명의 배우 모두 다 결정적이었고,

네 명의 배우 모두 다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감이라

모든 장면이 크라이막스였고

모든 장면이 카타르시스였다.

붉은색 천에 공꽁 감춰둔 금서(禁書)를 이들이 열었다.

극 중에서도 그랬고,

내게도 그랬다.

오랫만에 텍스트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이 작품 속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가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9. 28. 08:48

 

<M. Butterfly>

 

일시 : 2017.09.09. ~ 2017.12.03.

장소 : 아트원씨어터 1관

극본 :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연출 : 김동연

출연 : 김주헌, 김도빈 (르네 갈리마르) / 장율, 오승훈 (송 릴링) / 서민성, 권재원 (툴롱/판사)

        황만익, 김동현 (마크) / 송영숙 (친/스즈끼) / 김유진 (헬가), 강다윤 (소녀 르네)

제작 : 연극열전

 

사실 관람 순간까지도 좀 걱정됐다.

일종의 편견이긴한데

<에쿠우스>와 이 작품은 김광보 연출에 익숙한 상태라

개인적으로 다른 연출가에 대한 심리적인 거리감 같은게 있다.

아마 이 작품도 <프라이드>와 <킬 미 나우>의 김동연 연출이 아니었다면 그냥 넘겼을지도.

게다가 르네역의 김주헌은 내겐 너무 낯선 배우라

찌질과 처절을 어가는 르네를 어떻게 감당할지도 걱정됐다.

(그런데 이 배우... 프로필 사진과 실제 모습이 많이 다른 것 같다. 외형이 아니라 느낌이...)

 

전체적인 느낌은,

"어?...좀 이상하네 -> 괜찮아지네 -> 괜찮네 -> 좋네" 

딱 이런 과정이었다.

인터뷰에서 밝혔듯 김주헌은 연기할 때 에너지가 과한 편이었다.

그래서 초반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극중극이라는 형태가 그 과함을 결국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들더라.

개인적으론 지금까지의 르네 중에서 가장 강하고 드라마틱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김동현 연출이 왜 김주현이란 배우를 르네로 선택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됐다.

마담 버터플라이를 만나 스스로 마담 버터플라이가 된 르네.

결국 나를 속인건 나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믿음이다.

그걸 김주헌 르네는 처절하고, 확고하게 보여줬다.

그래도 이번 <M버터플라이>의 최고 수훈은 송 릴링 "장율"이다.

지금껏 내가 본 송 중에서 최고의 송이다.

<프라이드>를 보면서도 신예라는게 믿기지 않았는데

이번 작품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송 릴링의 실제 인물인 쉬 페이푸의 진술 그대로 남자와 여자 모두를 매료시켰다.

“그냥 여성을 표현해야 하는 것을 넘어서 송 릴링이 표현하는 여성, 남자에게 완벽한 여성을 표현하는 것이 정말 어려웠다. 그 부분을 계속해서 고민해나가고 있다”

그의 고민의 결과는...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스물 여덞 장율.

이 배우의 다음 모습이 궁금해진다.

자신의 이상 혹은 목표를 완성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는 예술가의 집념.

이 녀석에게서...

마담 버터플라이가 보인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7. 4. 19. 13:48

 

<맨 끝 줄 소년>

 

일시 : 2017.04.04. ~ 2017.04.30.

장소 :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원작 : 후안 마요르카 (Juan Mayorga) 

번역 : 김재선

연출 : 김동연 / 리메이크 연출 : 손원정

출연 : 박윤희, 우민화, 백익남, 김현영, 유승락, 전박찬 / 코러스 : 나경호, 유옥주

제작 : 예술의 전당

 

묘한 작품이다.

한없이 끌리면서도 보면 볼수록 왠지 모를 화가 치미는 그런 작품.

관음과 상상이 주는 폭력성은

가히 정유정의 <종의 기원>을 떠올리게 한다.

혼자 생각해봤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까지 상상하는게 허용해야 될까?

이 질문의 핵심은,

상상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닌 상상을 해도 되느냐, 안되느냐의 문제다.

가능의 아니라 범위의 문제.

 

지금껏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않았던 맨 끝 줄에 앉아 있는 소년 클라우디오.

그러나 한 편의 작문숙제로 이 소년의 존재감은

맨 끝 줄에서 조금씩 맨 앞 줄로 위치 이동하더니

급기야 교사 헤르만의 자리까지 위협하는 상황까지 직면한다.

그야마로 파란(波瀾)이 아닐 수 없다.

 

클라우디오를 연기는 전박찬의 무의건조한 표정과 대사에는

소년의 활기가 아닌 세상을 다 살아버린 노파의 염증이 느껴진다.

다른건 다 죽었는데

눈(目)과 머리만 살아 끝임없이 누군가를 관음하고 있는 조로(早老)의 소년.

그 시선과 사고가 범죄로까지 이어지는건 아니지만 

범죄 그 이상의 찜찜함과 불편함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작품도, 배우들의 연기도, 코러스의 활용도 나무랄데 없는데

이 묘한 찜찜함에서 벗어날 길이 도무지 없다.

절대 악(惡)이 아닌 절대 오(誤)의 공모자가 된 듯한 느낌.

이 느낌을 어찌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