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3. 8. 08:36


<쓰릴미>

 

일시 : 2017.02.14. ~ 2017.05.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작사, 작곡 : 스티븐 돌기노프 

연출 : 박지혜

출연 : 최재웅, 정상윤, 이창용, 강필석, 정욱진, 김재범 (나 ; 네이슨)

        김무열, 에녹, 송원근, 이율, 정동화, 정상윤(그 ; 리처드)

피아노 : 오성민, 이범재

제작 : 달컴퍼니

 

와.. 이 작품은...

정말 올인을 부르는 작품이다.

2010년 신촌에서 봤을때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최재웅, 김무열 두 사람이 또 다시 내 기억 속 레전드 쓰릴미의 순위를 뒤집었다. 

그야말로 초장보다 살을 가르고 피가 튀는 혈전이다.

강약강약이 아니라 끝없는 강강강강의 연속이다.

불꽃 튀는 두 사람의 그와 나를 다시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표가... 없다.

아마도 세상 어디에도 없을듯 싶다.

 

나는 내가 이 작품의 구석구석까지 다 알고 있노라 자부했는데

뜻밖에도 전혀 아니더라.

스무번 이상이나 본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처음 보는 작품처럼 봤다.

익숙하지만 또 낯설게

수시로 훅훅 치고 들어와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익숙했던 동선도 달라졌고,

나와 그의 어투와 표정, 행동까지도 미묘하게 달라졌다.

대사 하나 하나의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나가 내뱉는 말 속에 숨겨져있던 명확한 복선들.

엄청나다.

최재웅도 최재웅이지만

김무열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뮤지컬, 연극 통틀어 내가 지금까지 본 김무열 작품 중에 가장 좋았고

내가 본 쓰릴미 중에서도 최고의 리처드였다.

특히 후반부 나의 배신에 분노를 표출하는 장면은 압권이다.

연극이 아닌 실제 상황을 보는 느낌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감정 표출이 그야말로 끝장이더라.

 

최재웅, 김무열.

두 배우 모두 <쓰릴미>라면 이골이 났을텐데

어떻게 이런 표현과 감정전달이 가능한지 놀랍다.

게다가 이번 시즌 처음 합류한 이범재 피아니스트의 조심스러운 연주가

강강강강인 두 배우와 만나면서 극단의 효과까지 느껴졌다.

개인적으론 두루두루 놀라운 경험이었다.

익숙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다 안다고 믿었던 사람에게서 전혀 생각치도 못한 이면을 본 느낌.

 

<쓰릴미>는 역시나 진리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2. 19. 07:54

 

<얼음>

 

일시 : 2016.02.13. ~ 2016.03.20.

장소 : 수현재씨어터

대본, 연출 : 장진

출연 : 이철민, 박호산 (형사1) / 김대령, 김무열 (형사 2)

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주)수현재컴퍼니

  

나는 장진의 영화보다 장진의 연극을 훨씬 더 좋아한다.

장진 특유의 유머도 좋지만 보는 사람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기발한 모호함을 아주 좋아한다.

(얼마나 좋았으면 장진 희곡집까지 찾아 읽었을까!)

특히 신작 <얼음>은.

지금까지 장진의 영화와 연극을 통틀어 손에 꼽을 수 있는 수작이라고 말하고 싶다.

오랫만에 번특이는 장진스러움이 빛을 발하더라.

게다가 박호산과 김무열의 연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혁"이라는 인물을 마치 내 눈 앞에 실제하고 있는 사람처럼 만들었다.

무대에는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하지만

1인극 같기도, 2인극 같기도, 때로는 3인극 같기도 한,

아주 기묘하고(?) 특이한 작품.

특히 초반부에 혼자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박호산의 힘은 엄청나더라.

객석을 바라보고 앉아서 대사를 하는데

순간적으로 내가 "혁"이라는 착각마저 들었다.

실제 마주앉아 대화하는 것처럼 정확하게 들어맞는 타이밍과 시선처리를 보면서

귀신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김무열 역시도 제대 후 정말 오랫만에 인생 케릭터를 만난것 같다.

(제대 후 첫복귀작이었던 <킹키부츠>는 여러모로 좀...)

박호산, 김무열 두 배우의 환상적인 케미에 여러 번 감탄했다.

김무열의 혀짧은 김순경과,

박호산의 입 튀어나온 윤계장의 변신도 아주 재미있고 기발했다.

그야말로 장진 연출력의 정점을 보여주는 장면 연결과 배우 활용(?)이라 하겠다.

 

"얼음"이라는게 그렇다.

액체 상태의 물이 영하의 온도에서 고체의 상태로 변하는 게 얼음이다.

그리고 이 작품 속에서 이 "얼음"이라는 단어는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조형사(박호산)에 취조에서도 잠깐 언급되긴 했지만

"혁"이라는 인물은 mental disorder의 하나인 "다중인격" 처럼도 보인다..

"나"이기도 하고 "나"가 이니가도 한.

그래서 작품을 보고 난 후 진짜 범인이 누군지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물인지, 얼음인자 아니면 또 제 3의 무엇인지...

장진의 의도적인 연출이 제대로 관객들에게 적중했다.

성공적인 트릭에 오감이 짜릿하더라.

(생각해보니 이 작품과 유사한 자릿함을 장진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에서도 느꼈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50억짜리 대작 영화보다 긴장이 된다. 살면서 이런 순간이 있다는 것이 즐겁다. 본의 아니게 요즘 대학로에 예전 내가 쓴 공연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했던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 내가 무얼 할 수 있는, 지금 쓸 수 있는 작품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뭔가를 시도하는 새로운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장진감독의 말에 절대, 절대, 절대 찬성하는 바이다!

장진의 똘기는 연극에서 빛을 발한다.

아마도 당분간 그의 신작 소식이 들리면 귀글 쫑긋 세우게 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꽃의 비밀>도 꼭 챙겨봐야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2. 11. 08:34


<Kinky Boots>

일시 : 2014.12.02. ~ 2015.02.22.

장소 : 충무아트홀 대극장

작사, 작곡 : 신디 로퍼 (Cyndi Lauper)

대본 : 하비 피어스타인 (Harvey Fierstein)

연출, 안무 : 제리 미첼 (Jerry Mitchel)

번역 : 김수빈

협력 연출 : 김동연

협력음악감독 : 양주인

출연 : 김무열, 지현우, 윤소호 (찰리) / 오만석, 강홍석 (롤라)

       정선아, 최유하 (로렌) / 고창석, 심재현 (돈)

       이예은 (니콜라), 이우승 (조지), 앤절들 외 

제작 : CJ E&M(주)

 

개인적으로 쇼뮤지컬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선지 <라카지>나 <프리실라>도 재관람으로 이어지진 않더라. 

초연 <프리실라>는 동생때문에 한 번 더 봤고

<라카지>는 초연때는 챙겨봤는데 이번 재연은 아예 챙겨볼 생각조차 않았다.

사실 이 작품 <Kinky Boots>도 넘길 생각이었는데

국내 협력 연출 김동연이 내 발목을 잡았다.

결국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인팍 50% 할인으로 충무아트홀 3층 한자리를 예매했다.

결론은!

그렇게라도 보길 잘했다는거다.

김무열의 복귀작도, 오만석의 <헤드윅>급 여장도 다 제쳐두고

이 작품을 뉴페이스강홍석의 완벽한 원맨쇼다!

도대체 강홍석이라는 배우는 지금까지 어디서 뭘 하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나 샆다.

뭔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가진 배우다.

연기를 아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도, 노래도, 춤도 자신만의 필이 있다.

살짝 흑인의 소올도 느껴지고...

그리고 미 모든게 작품 속 롤라와 아주 제대로 맞아떨어진다.

정말 백만년만에 제대로 터진 잭팟의 탄생이다.

(이 녀석의 차기작이 뭐가 될지 무지 궁금하다.)


정선아 로렌은 비중이 적지만 존재감 하나는 정말 최고였고

김무열도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솔로곡에서 고음이 불안하긴 했지만...)

그리고 여섯명의 아름답고 늘씬한 앤젤 언니들!

당신들이야말로 <킹키부츠>의 진정한 주인공들이다.

나... 앤젤들 때문에 감동했다.

<라카지>를 보면서도, <프리실라>를 보면서도 대단하단 생각은 했지만

<킹키부츠>의 앤젤들만큼 날 감동시킨 언니들은 없었다.

단언컨데,

이 언니들이 업계 최고시다!

이 몸매에... 이 미모에... 이 기럭지에...이 춤사위에... 이 유연성에...

세상... 참... 잔인하다...

^^

그런데,

어메이징한 이 남정네들...

발 과연 멀쩡할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 14. 08:24

<The Promise>

부제 : 6.25 정전 60주년 군 창작 뮤지컬

일시 : 2013.01.08. ~ 2013.01.20.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극본 : 서윤미

작곡 : 최종윤

안무 : 김소희

음악감독 : 최종윤

연출 : 이지나

조명디자인 : 구윤영

무대디자인 : 서정주

무술감독 : 서정주

출연 : 지현우, 김무열, 윤학(정윤학). 이특(박정수), 이현

        박선우, 정태우, 배승길

주최 : 국방부, 국립극장

 

내가 군뮤지컬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 ^^

그리고 공연장에서 군복 입은 사람을 이렇게 많이 보게 될 줄도 몰랐다.

더불어 우리나라 6.25를 배경으로 만든 작품에 왠 젊은 외국 소녀들이 단체로 앉아있나 싶어 놀랐다.

(나중에 알았다. 이게 다 이특 효과라는 걸...)

관람한 이유는 출연진때문이 아니라 스텝들이 너무나 탐이 나서였다.

서윤미 극본에 최종윤 작곡, 그리고 이지나 연출까지...

오호라~~~!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최고의 스텝들을 도대체 국방부에서 어떻게 구워 삶았는지 정말 의문이다.

(이건 군인정신으로 밀어붙인다고 해서 될 일이 도저히 아닐 것 같은데...)

줄거리에 대한 기대는 솔직히 없었다.

뭐 대략 군인정신 충만한 사람들이 나와서(개중에 별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물론 등장할테고)

서로 반목하면서 극렬하게 대립하다가

결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 이 한 몸 헌신할 것을 비장하게 다짐하는 결말.

정말 딱 군뮤지컬이 아니면 절대 만들어지지 않을 내용이다.

(그런데 나중에 시놉시스 보고는 더 놀랐다. 너무 엄청나게 장대해서. 아무래도 시놉시스는 좀 수정이 필요할 것 같다)

이제 남은 건,

이 뻔한 줄거리를 가지고 어떤 구성과 어떤 사건들을 만들어내느냐는 거다.

거기다가 사건이 한 명에게만 집중되는 영웅주의 작품이여서는절대로 안될테고...

그러기에는 출연진이 이례없이 너무나 빵빵하다.

(왜 우리 오빠 비중이 그것밖에 안되냐며 국방부 홈페이지가 테러당하면 어쩌나 좀 걱정스러워서...)

 

결론을 말하자면,

뻔한 내용인데 요리를 썩 잘했다.

게다가 은근히 감동적이기도 하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 넘버도 꽤 많다.

확실히 사회에서 뮤지컬을 많이 했었던 지현우나 김무열이 작품의 전체적인 중심을 잘 잡아줬다.

(그래도 1막에서는 대사가 너무 안 들렸다. 배우의 탓은 아니겠지만...)

소대장역 지현우의 액션장면은 꽤 볼만했고

미스터 투의 멤머 선우의 은근한 활약도 튀지 않으면서 감동적이었다.

(선우 목소리 정말 좋다. 특히 노래 부를 때.)

"심장이 없어~~~"로 깨알같은 재미를 줬던 이현은 대사처리가 좀 미숙하고 노래를 너무 R&B스럽게 불러

적쟎게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뭐 이 정도쯤이야...

가장 놀라웠던 배우는 달호역의 윤학과 미스김의 이특.

아무래도 이특은 재대를 하게 되면

뮤지컬 관계자들이 무지하니 탐을 내면서 섭외 전쟁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작품의 연출자이기도 한 이지나 연출부터!

만약 이지나가 <라카지>를 다시 연출하게 된다면 이특은 단연코 자코프로 출연하게 될테다.

(싹수가 아주 제대로 보인다!)

개인적으론 슈퍼주니어의 노래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미안하다! 몇 명인지도 솔직히 모른다)

특히 이특은  예능프로에서 활약하는 모습으로만 익숙해서 노래를 어느 정도 하는 줄도 전혀 모른다.

노래하는 목소리가 어떤지조차도.

(단지 추론컨데 슈퍼주니어란 네임으로 그가 지금까지 부른 노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노래를 부르지 않았나 싶다.)

이특이 이런 목소리와 감정을 갖고 노래할 수도 있는 아이돌이구나...

일종의 충격이었고 놀라움이었다.

"미스김"이라는 극중 인물을 너무 성실히, 그리고 잘 표현했다.

여성스런 성격묘사도, 감정표현도 좋았고 노래도 극의 흐름과 분위기에 잘 맞춰 불렀다.

달호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였다.

이특!

이 녀석 단연코 물건이다!

아니 이런 물건을 왜 뮤지컬 관계자들이 여태 가만 둔 거지?

본인이 고사한건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이제 코가 제대로 꿰였다.

재대와 동시에 이특의 뮤지컬 인생은 봇물 터지듯 터질거다. 분명히!

 

이지나 연출은 이 작품을 자신의 이력을 되짚는 그런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바람의 나라>, <서편제>, <광화문연가>, <라카지> 등 성공한 이지나 연출의 익숙한 장면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것도 과하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게 수위 조절을 잘 했다.

일종의 이지나의 오마쥬라고 하겠다.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한 번만으로 끝내주길!

무대셋트는 살짝 조잡하고 음향은 형편없었지만

(특히 1막에서는 어쩜 그렇게 대사를 쏙쏙 잡아먹던지...)

조명과 안무는 훌륭했다.

특히 2막 마지막 전쟁장면은 마치 모던한 발레를 보는 것 같다.

<바람의 나라> 엔딩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역동적이면서 웅장한 것이 영상 속 전쟁의 참상과 대비되면서 극적인 효과를 만든다.

이 장면의 음악도 좋다.

음악과 안무가 만들어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라니...  

내가 군뮤지컬을 이렇게 재미있게 볼 줄은 정말이지 꿈에도 몰랐다.

스텝보고 갔다가 의외로 놀라운 경험을 했다.

한류가수 슈퍼주니어의 위력도 몸소 체험하고...

처음엔 무대 좌우로 영어자막이 나오길래 이건 또 뭔가 했는데 객석을 둘러보고 이해했다.

정녕 저 숱한 외국 소녀들은 이특 때문에 이 뮤지컬을 본거란 말인가!

솔직히 지금도 믿어지지 않지만

커튼콜에  이특이 등장했을 때 함성소리를 듣고 납득 제대로 했다.

한류가... 대단하긴 대단하구나...

 

참 재미있는 건,

이 작품은 커튼콜이 참 매력적이다.

군인의 신분인 김무열, 지현우, 이현, 정윤학(윤학), 박정수(이특), 정태우, 배승길이

한 명씩 나와서 거수경례를 하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의미심장할 수 없다.

연예인이 아닌 군인으로 무대 위에 서면서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은 생각과 감회가 오갔을까!

절도있는 거수경례 끝에 걸려있는 그들의 마음을 읽는 순간

작품의 내용과 상관없이 가슴이 찡~~했다.

 

가장 아름답고, 가장 활기차고, 가장 벅차오를 건장한 한 때를

이렇게 일시정지시킬 수밖에 없는 이 땅의 숱한 젊은이들이 우루루 머릿속으로 몰려온다.

숱한 그들의 젊음이

묘하게 짠하고 묘하게 아프다.

"충성!"을 외치는 그들의 손끝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9. 13:57

* 4월 5일 PM 8:00
  - 윤도현(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양요섭(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 4월 6일 PM 4:00
  - 송창의(한상훈), 리사(최여주), 김무열(강현우), 허규(강지용), 김태한(조진국), 구원영(안정숙)

 

작곡가 이영훈의 곡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광화문 연가>
기획단계만도 참 오랜시간이 걸렸다는데
드디어 완성돼서 광화문 한복판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 중이다.
원래는 송창의. 김무열, 허규 캐스팅으로 예약을 했었는데
윤도현, 김무열, 양요섭 캐스팅 표가 굴러들어와(?) 이틀간 세종문화회관을 찾았다.
기대감이 있었던가? 내가?
일단은 이영훈을 기억하고 아끼는 사람들의 특별한 마음이 이 작품을 만든 거고
또 30 여곡 뮤지컬 넘버의 원곡 자체가 워낙에 완성도가 높은 곡들이라
음악만 들어도 실망스럽지 않을 거라는 어느 정도의 믿는 구석은 있었다.
걱정했던 건 이영훈 곡이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오히려 그게 작품의 한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다.
그 곡들로 스토리를 구성한다면 좀 뻔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관람 후 전체적인 느낌은...
초연이라는 걸 감안했을때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나온 것 같다.
우려했던 것처럼 곡에 스토리를 끼워맞추느라 무리수가 따르긴 했지만
나름대로 그걸 현재의 상훈과 지용이라는 캐릭터가
스토리텔러(정확히 말하면 viewer의 입장)로 전면에 나서면서 조금 만회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개연성은 여전히 부족하지만
곳곳에 고민한 흔적이 역력히 드러나 그걸 보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참신함이었다.
목소리 톤이 좋은 배우들을 잘 선택했다는 느낌!
어느 한 배우 튀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듣기 좋은 합창단처럼 조화로웠다.
넘버 자체가 새로운 곡들이 아니라 한 시대를 풍미했던 대중가요라 
관객 입장에서 마음이 일찍 열린다는 장점도 분명 한 몫 했을 것이다.
학생 시위 장면이나 라틴댄스 장면이 별스럽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작품 전체에 잘 녹아있다.
확실히 이지나 연출의 힘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배우들의 열연은 말할 것도 없고
연출과 무대, 그리고 조명에도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스크린을 이용한 배경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광화문 연가>처럼 멋지고 적절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기립박수를 쳐도 모자랄 것 같다.
(여기서 자꾸 <천국의 눈물>의 그 허접스런 스크린이 자꾸 아른거린다... 또 다시 부끄럽다...)
덕수궁 돌담, 그 위로 활짝 피어있던 음표로 만든 라일락 꽃과 나뭇잎들,
정말 첫사랑처럼 내리던 하얀눈과 앙상하지만 따뜻했던 커다란 겨울나무,
(아무래도 그건 상훈의 분신이었던 것 같다)
여주가 밟고 가던 꽃잎가득한 길과,
"깊은 밤을 날아서"에 나오던 동화같은 애니메이션 배경,
교보문고와 분주하게(?) 들락날락하던 수많은 책들...
사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이 찰만큼 눈 속에 담기는 것들이 많았다.
삼각형의 구도로 놓여졌던 하얀 그랜드 피아노와 정사각형을 이용한 마름모꼴 무대.
상하 양 쪽 모서리 끝을 비추던 하얀 길 위로 현재와 과거의 상훈이 스쳐가는 모습.
시간과 공간이 묘하게 합치되면서 분리되는 그 모습이
아득하게 느껴질만큼 인상적이다.
양쪽 사이드와 오케스트라 피트석까지 이용한 빈 틈 없이 무대 사용 역시도
시간과 공간의 교차점을 표현해준다.
시간을.. 공간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솔직히 많이 놀랍고 감탄스러웠다.
(이 작품은 아무래도 1층보다는 2층에서 관람하는 걸 권하고 싶다.
 전체적인 무대와 배경, 조명의 변화를 충분히 느끼면서 관람한다면 훨씬 더 느낌이 좋을테니까...)

 
다양한 장르로 편곡된 이영훈의 주옥같은 곡들을 듣는 건 참 특별한 의미였다.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던 이영훈의 노래들,
"옛사랑", "슬픈 사랑의 노래", "소녀", "그녀의 웃음소리뿐", "사랑이 지나가면", "기억이란 사랑보다"...
무대를 보고 있으면 그 한 곡 한 곡에 저절로 애뜻함히 생기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뮤지컬 무대에서 본 배우 송창의는
상훈이란 배역을 너무나 잘 소화했고 노래 역시도 너무 훌륭했다.
딕션과 감정표현도 너무 좋았고...
현우역 김무열도 이영훈의 곡들과 목소리 톤이 상당히 잘 맞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비스트 멤버라는 양요섭군.
(사실 난 비스트도 모르고 양요섭도 모른다....)
또 아이돌스타 한 명 캐스팅 됐나보다 했는데 의외로 연기와 노래를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 더블캐스팅이었던 허규보다 양요섭에게 훨신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허규의 지용은 너무 가볍고 촐랑맞다는 생각을 했는데
양요섭은 천진하면서도 비밀을 간직해 묘한 안스러움까지 풍기더라.
아직 어린 나이고(게다가 무지 동안이라 고등학생인줄 알았다...) 처음 서는 뮤지컬 무대라는데
그게 믿겨지지 않을만큼 자기 배역을 충실하게 표현했다.
"시를 위한 시"를 부르던 그 떨리던 목소리란...
(이 녀석때문에 아이돌 스타의 뮤지컬 데뷔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하나 고민중이다... ^^)

작품 자체가 작곡가 이영훈에 대한 헌정공연의 의미가 물론 컸겠지만
마지막 부분 진국(김태한)과 정숙(구원영)의 상훈에 대한 신파적인 표현은
좀 노골적인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확실히, 꽤, 상당히 괜찮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비록 더 어린 세대들에게 이 이야기가, 이 노래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다 할지라도
그 시대를, 그리고 그 시대의 노래들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광화문 연가>가 오래 기억되고 남겨질 수 있다면 좋겠다.
왜냐하면 그들에게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광화문 연가>

 
                                                   <송창의 상훈 커튼콜>

                                                  <윤도현 상훈 커튼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8. 08:36
솔직히 내가 이 걸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잭 더 리퍼>와 함께 이상하게 끌리지 않았던 공연 <삼총사>
그런데 이걸 내가 봤다.
그것도 2010년 마지막 공연으로...
그리고 그 이유는 순전히 캐스팅 때문이었다.
달타냥 김무열, 아토스 서범석, 아라미스 민영기, 황제와 추기경 이정렬에 밀라디 서지영까지...
그러고보니 김법래씨에게 또 미안해진다.
한동안 이 양반 작품을 하도 안 봐서...
포르토스가 김법래였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뭐 김진수도 나쁘진 않았다.
(개그맨보다는 공연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는 김진수는 아무래도 방향전환을 잘 한 것 같다)



공연을 보다 보면
관객이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고
배우가 즐기게 되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확실히 출연하는 배우들이 즐기면서 하는 작품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스럽게 그 즐김은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한 번 관람이라 단정적으로 말할 순 없겠지만
중간중간에 그날의 상황이나 출연 배우에 따라 애트립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게 자주 여기 저기에서 빵빵 터진다.
거기에 소위 아이돌 스타가 공연하는 날이면
관객의 호응도는 아마도 콘서트장을 방불하지 않을까?
(아이돌 스타와 엄기준까지 제거하니 다행스럽게도 개인적으로는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졌다)
줄거리와 내용은?
뭐 그게 중요한가?
달타냥의 대사가 <삼총사> 내용을 통째로 담고 있다.
"정의는 반드시 살아있다!'



정말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민영기.
이 사람 언제쯤 내 타는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줄까?
극중 극인 오페라 장면의 짧은 부분만으로는 내 오랜 갈증이 도저히 해소될 수 없다.
이러다 조만간 민영기 금단현상에 시달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제발 민영기스러운 작품으로 한번쯤 컴백해주길...
기복없이 늘 최선을 다하는 서범석의 아토스는 탁월했다.
유준상과 아토스와 싱크로율이 서범석 아토스 때문에 상당히 모호해졌다.
뭐 그렇다고 그걸 굳이 확인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역시나 오랫만에 무대에서 본 서지영은 노래와 대사 전달력 모두 뛰어났다.
확실히 연륜과 무대 경험은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서지영은 실력보다 과소평가되고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더 자주 무대에서 본인의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길 기원한다.
김아선의 무대도 오랫만이라 반가웠고...
김아선, 김우형 두 오누이 요즘 참 분발하신다.
김아선이 <지킬 앤 하이드> 초연때 김소현과 엠마 역 더블 캐스팅이었는데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어쨌든 재미있다.
두 오누이가 <지킬 앤 하이드>로 바통 터치하더니 이젠 완전 결별이다.(ㅋㅋ)
공연 속에 여러 차례 나오는 검투장면은 솔직히 좀 멋있더라.
합을 제대로 맞추지 않으면 부상도 만만찮을 같은데 연습을 얼마나 한 건지 대단들하다.
맨 앞 줄에서 보면서 많이 움찔움찔했다.
(참 실감나데~~~ 실수도...ㅋㅋ) 
어쨌든 2010년 마지막 날을 <삼총사>가 재미있고 유쾌하게 마무리해줬다.
그래도 두 번 보게 될 작품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앰뮤지컬컴퍼니 작품은 이상하게 잘 안 보게 된다.
기관총으로 난사하듯 하나의 캐릭터에 무수한 배우를 캐스팅하고
거기다 꼭 아이돌 스타 한둘씩 넣는 스타 마케팅으로 공연장을 콘서트장으로 환골탈태시킨다.
덕분에 작품의 집중력과 완성도가 떨어지고
앙상블은 그 많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느라 적쟎이 고생중일테다.
더군다나 달타냥은 아예 4명이나 되고 아이돌스타 규현과 제이까지 있다.
(그런데 솔직히 난 이들이 누군지 모른다... 격세지감이랄까???)
그것도 6개월을 넘기는 장기공연도 아닌데..
그런 의미에서 확실히 <아이다>의 원캐스팅은 이변이랄 수도 있겠다.
마무리가 좀 이상해지긴 했지만
조만간에 <아이다>도 꼭 챙겨봐야겠다.
그러나... 성남은... 정말이지 참 멀다... 쩝!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6. 10. 08:26


2007년 초연된 <쓰릴미>는 류정한, 최재웅이 "나"를
김무열. 이율이 "그"를 했었다.
그리고 나는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초연의 <쓰릴미>를 놓쳤다.
그리고 재공연이 됐을 때도 또 다시 몇 번을 놓치고...
겨우 작년 봄에 김우형/정상윤, 김산호/정상윤 페어의 <쓰릴미>를 두 번 관람했다.
그때 받았던 충격이란...
정상윤이라는 배우의 새로운 발견은 놀라움 그 자체였었다.
극 자체가 보는 사람을 완벽하게 집중하게 만들긴 하지만
정말 끔찍하게 집중해서 봤던 공연이다.
그리고 그 여운이 얼마나 깊고 그리고 오래 가던지...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그리고는 또 얼마나 후회했던지... 류정한의 "나"를 보지 못한 것을...


       2007년 류정한(나), 김무열(그)                         2009년 정상윤(나), 김우형(그)

2010년 다시 돌아온 <쓰릴미>는 무려 4쌍의 페어가 "그"와 "나"로 나온다.
내가 선택한 페어는 "최재웅-나, 김무열-그"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예매 싸이트에서 완판이 된 페어다.
(무섭더라. 엄청난 속도로 좌석이 빠져나가는게...)
다행히 무대 위 양 싸이드에 위치한 배심원석 예매에 성공했다.
무대 정면을 볼 수 있는 좌석이었다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그래도 배심원석이 어딘가 싶다.
시야장애는 있지만 현장감 하나는 최고였으니까.
그리고 어쨌든 예매에 성공했으니...
(실제로 시야장애는 좀 있더라. 그것도 배우 최재웅의 탁월한 두상에 의한 시야장애 ^^)



<쓰릴미>는 1924년 시카고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유괴 살인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뛰어난 두뇌, 부유한 집안 등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소위 말하는 엄친아 두 명이
어린 소년을 유괴하고 급기야 살해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동성애와 방화, 유괴, 살인 등의 내용이 거부감을 줄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보고 있으면 극 속에 완전히 몰입하게 된다.
그 오묘한 긴장감과 부도덕이 주는 은밀함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들을 충분히 들쑤시고 자극한다.
기꺼이 공범자가 되어 협조도 은폐도 동조도 다 하고 싶다.
"그"와 "나"
동성애의 두 사람 사이에 어떻게든 붙어있고 싶은 심정이 절절해진다.



단 두 명의 배우와 한 대의 피아노로 이루어진 공연.
그 피아노의 변화를 따라가는 것 또한 놓쳐서는 절대 안 되는 부분이다.
내 귀엔 피아노가 마치 배우처럼 대사를 하는 것 같다.
감정의 변화와 분위기를 타이밍 정확하게 치고 들어오던 피아노.
예전 공연에서는 배우들의 동선보다 다소 아래 위치했던 피아노가
이번 공연에서는 공중으로 올라갔다.
덕분에 배우들의 동선은 더 자유로워졌고 피아노는 은밀해졌다.
(그리고 연주자, 정말 잘 연주하더라.)
몇 번씩 뒤집히는 반전과 치밀한 심리묘사.
몸싸움(?)같이 치열하고 처절하던 그와 나의 행동과 다툼같은 이유들이 
피아노 연주와 함께 숨통을 조였다 놨다를 수없이 반복한다.
"치명적인 유혹"
그건 다름 아닌 나를 향한 정확한 멘트였다.



무대석인 배심원석에서의 관람은 극의 타이트한 긴장감을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극중 "나"의 위치였던 오른쪽 배심원석은
가끔 최재웅의 표정을 보지 못하게 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그"의 김무열의 표정을 샅샅히 살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무열은 데뷔작인 <지하철 1호선> 때부터 느꼈던 건데,
표정이 참 풍부하고 조명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배우다.
그리고 내가 생각할 땐 본인 스스로도 그걸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적절하게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시켜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
(무대 위에서 이런 영민한 배우를 보면 무지 즐겁다)
<지하철 1호선>에서 제비 역을 했던 그를 보면서 "젊은 놈이 잘하네!" 했었는데
그도 이젠 제법 선 굵은 배우가 되어 무대 위를 부지런히 꽉 채우고 있다.
그 또래 배우들 중에서 딕션도 가장 정확하고 선명하다.
TV 에서도 꽤 비중있는 역할로 많이 나와서 일반인들에게도 상당한 인지도까지 확보한 상태.
최재웅과의 12회 공연 완판의 혁혁한 공을 세운 것도 그의 역할이 상당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웅도 우스개소리처럼 말했었다.
"우리 팀의 강점은 김무열이 있다는 것이다"



김무열의 축복받은 체격조건 역시나 그를 돋보이게 하는 큰 장점 중 하나다.
마치 양복 카탈록 모델을 보는 느낌 (^^)
저런 색깔의 수트가 어울리는 사람 별로 없을텐데 그에게는 상당히 썩 잘 어울린다.
솔직이 이번 공연에서 "그"가 입는 수트가 개인적으론 마음에 안 든다.
예젠엔 짙은색 수트였는데 이번 의상은 어쩐지 가벼워보이고 심지어 유머러스해보이기도 한다.
조끼에 커프스까지 갖춘 완벽한 수트에 이런 느낌의 노익장이라니...
그런데 김무열 "그"는 그 옷마저도 거든히 소화하더라.
오히려 히스테리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으니 신체조건의 탁월함을 무시할 수는 없겠구나 싶다.
특히나 무대 위에 서는 배우라는 입장에서는 축복받은 신체조건(^^)이라 하겠다.
김무열이 반대편 배심원석에서 조명을 받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면 종종 감탄을 하게 된다.
야누스적인 느낌이랄까?
대사와 노래를 부를 때 확연히 달라지는 목소리 톤도
이런 야누스적인 느낌을 갖게 만든다. 
해맑은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섬득함이라면 이해가 될까?



"나" 최재웅!
박정환과 함께 내가 열심히 찾아 보고 있는 무대 위 배우.
일단 나는 그의 독특한 대사톤이 참 좋다.
약간은 무성영화 시대의 변사를 떠올리게도 하고
상대방과 대화를 하는데도 늘 독백을 하는 것 같이 느껴지는 시니컬한 톤.
흔들리면서도 확신에 찬 눈빛은 특히나 <쓰릴미>의 "나" 역에 딱 적격이다.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나"
명확히 두드러지진 않지만 확실히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목소리 톤을 따라가면
그가 "나"의 심리상태를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거기에 피아노 연주가 함께 덮일 때 느껴지는 묘한 긴장감이라니...
엄청난 몰입으로 스스로 "나"가 되는 그의 모습은 처연해서 안스럽기까지 하다.
그 감정을 무대 위에서 완벽히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
(만약 극중 "나"가 완벽히 자신의 감정을 드러냈다면 <쓰릴미>는 긴장감은 완전히 허물어져 버릴 것이다)
최재웅은 확실히 <쓰릴미>에서 완벽한 공범자,
그 모습, 그 자체였다.
숨통을 조이는 긴장감이 아니었을까?
"나"를 연기한다는 것은....



... 안아줘, 만져줘. 사랑해줘!
널 갖고 싶어!
한 번이라도 날 제대로 느낀 적 있어?
날 만족시켜줘!
뭐든 할께, 자기야!
너 없인 나도 없어!
상관없어. 너와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이런 민망한 대사들은 최재웅은 참 절절하고 강하게 잘 친다.
사람들은 <쓰릴미>에서 "나"는 여성적이고 "그"는 남성적이라고 말하는데
나는 두 사람의 페어를 보면서 정확히 그 반대를 생각했다.
최재웅의 "나"는 남성적인 심리가 강하고
김무열의 "그"는 은근히 여성적이라고...



예전 공연에서는 포인트를 주듯 웃음이 주는 곳이 몇 군데 있었는데
이번 공연에서는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들이 빠져있다.
(최재웅, 김무열 페어에서만 그런가??? 다른 팀들은 못 봐서...)
그리고 나는 그게 아주 좋다.
뭐랄까 웃음조차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는 그 빡빡한 긴장감이...
단지 그 극의 웃음 요소라면 자주빛 수틀의자!
극의 분위기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클래식하고 상당히 귀부인스러운 자태의 의자는
바라보고 있기가 민망했다.
피아노가 위로 올라간 걸 빼면 개인적으로 예전의 무대 배경이 더 마음에 든다.
너무 인위적인 나무도 그렇고...
처음 "나"의 등장 장면에서는 관객 출입구를 그대로 이용해서 훨씬 좋았다.
배심원석도 나쁘지 않은 것 같고...
배심원석 덕분에 전체적으로 무대가 타이트해진 느낌이랄까?
그래서 극의 느낌과 잘 맞아 떨어진다.
(그리고 배심원석의 관람객들 상당히 신중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관람한다. 정말 배심원같이...)



최재웅은 노래 부를 때 목소리가 참 맑고 깨끗하다.
언듯 들으면 보이 소프라노 느낌이 들 정도로...
무심한듯 하지만 수시로 변화는 표정과 대사톤을 따라가는 것도 "나"의 심리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그래서 그의 무대는 나는 가능하면 소극장에서 보는 게 더 경이롭다.
김무열. 최재웅....
이 두 페어의 만남은 참 묘하다.
여러 곳에서 "이중성"의 경험을 보고, 듣고, 느끼게 되니까.
다시 보고 싶다.
그러나 그건 불가능하다.
미치겠다.
나 역시나 "너무 멀리 왔다. 그를 따라 여기까지..."

 

   * 2009년 너무 놀라운 경험을 줬던 "정상윤- 나, 김우형- 그"의 <쓰릴미> 



                              의미심장하게 웃던 정상윤의 ending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1. 7. 06:09



스티븐 손드하임의 문제작 <암살자들>
2005년도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초연됐을 때
관람 후 머리가 복잡하고 어지러웠다.
내 손에 한 자루 총이 들려있었다면 어쩌면
가차없이 대통령을 향해서가 아니라 내 머리통을 향해 쏘지 않았을까 생각했었던 기억도... ^^
엄기준, 오만석, 최재웅, 송영규, 박정환, 최민철, 김무열, 오세준, 홍윤희, 한혜숙...
지금은 정말 엄청난 배우들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어쌔신>
내용이 어쨌든 간에 일단 별들의 전쟁이라고 생각했었다.
당대 뮤지컬 좀 한다는 남자 배우들이 모두 참여했던 작품 <어쌔신>
그리고 나는 <어쌔신>을
명성과 출연진보다도
보고 난 후 곱씹을수록 묘하게 점점 더 좋아졌던 작품으로 기억한다.
손드하임의 매력은 내게는 그렇다.
두고두고 소처럼 오랜 되새김질을 하게 만드는 사람
<스위니토드>를 보면서도 <컴퍼니>를 보면서도 그랬다.
<어쌔신>과 달랐다면 두 작품은 모두 보면서 바로 느낌이 왔었다는 것.
하지만 어쨌든 손드하임의 작품 모두는 내게 곱씹을수록 더 깊은 매력으로 다가온다.


           <2005년 공연 포스터>              < 2009년 포스터>

--> 개인적으로 2005년도 포스터가 맘에 든다.
       2009년도 포스터는 너무 소란스럽고 수다스럽다. 

<2005년/2009년 어쌔신 Casting>

존 윌크스 부스    : 엄기준(2005) - 강태을(2009)                 찰리 귀토        : 송영규(2005) - 김대종(2009)
새뮤얼 비크        : 오만석(2005) - 한지상(2009)                 레온 촐고즈     : 최민철(2005) - 이   석(2009)
쥬세페 장가라     : 박정환(2005) - 이창용(2009)                 존 헝클리        : 김무열(2005) - 김대명(2009)
리넷 스퀴키 프롬 : 한혜숙(2005) - 임문희(2009)                 사라 제인 무어 : 홍윤희(2005) - 최혁주(2009)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2005)  - 최재웅, 이경수(2009)



역대 미 대통령을 암살한 9명 모두를 한자리에 불러 모으다...
이 발상 자체만으로도 지극히 매력적이다.
징하게 살 맛 나는(?) 지금의 우리 현실을 향해
유쾌한 한방을 날리는 개운함이라는 말도 꼭 해두자.
"대통령을 겨냥한 총구"라니...
무모할지라도,
상상만으로도 짜릿하지 않은가? 



사진은 많이 흔들렸지만 일부러 찾아본 캐스팅이다.
최재웅의 오스왈드!
얼마 전 계원예고때부터 절친이었던 조승우와 함께 촬영한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으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남우상을 수상하기도 한 최재웅.
(그의 "뇌전"은 참 인상적이었다. 그의 다음 영화를 나는 기대한다...)
초연때 그의 목소리는 그 숱한 별들 앞에서도 귀에 속속 들어왔었다.
그때 이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은 꼭 챙겨봐야지 혼자 다짐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그의 작품을 참 많이 안 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대가 좋다. 
느긋한 믿음감이라고 하면 이해가 될까?
(더불어 나 또한 너무 느긋해져서 다음에... 다음에... 하면서 놓쳐버린 그의 작품들이 숱하게 많다... ^^;;)
그런 그가 다음 작품으로 선택한 게 뮤지컬 <헤드윅>이다. 
당연히 나는 이번에도 그의 <헤드윅> 역시나 무지 궁금하다.
(헤드윅은 초연 때 조승우, 김다현, 송용진, 오만석 4명의 캐스팅를 전부 봤다. 그 이후엔? 안 봤다. 어쩌다보니...)
물론 무지 이쁘겠지... 그럼 다른 것들은?


          <오스왈드 & 발라디어 : 최재웅>                     <존 윌크스 부스 : 강태을>

프레스콜 사진 속에 담긴 그의 얼굴은 좀 불안했다.
그래도 무대 위에서 확인해야 옳은 거라 느긋하게(?) 생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그리고 찾게 된 신촌의 The Stage
전체적으로 극은 초연때보다도 너무 많이 가벼워지고 코믹해졌다.
초연때 거부감을 느꼈던 사람들이 많았기에 나름데로 쉽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이었을까?
좀 아쉽다.
아니 사실은 너무 많이 아쉽다.
블랙 코미디같은 날선 예리함과 이유있는 비꼼이 사라졌다.
초연의 기억을 미련맞은 소처럼 너무 오래 곱씹었던가?
장난기 넘친 발라디어에 순간 멈칫하다.
그러나 최재웅의 오스왈드는 오히려 더 깊어졌다.
이게 바로 그의 진면목이구나...
하나의 극 속에서 그는 뚜렷하게 구별되는 두 가지의 인물로 등장한다.
<어쌔신>의 대표 주인공을 사람들은 존 윌크스 부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실은 바로 오스왈드가 진짜 주인공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오스왈드의 선택에 의해 귀결되기에...
그의 선택이 없다면 결코 8명의 암살자들 모두가
시공을 초월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을테니까... ^^



스티븐 손드하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만든 사람이라고 하면 다들 무릎을 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런 류(어쌔신, 스위니토드)의 손드하임 작품들이 훨씬 좋다.
뭐 인간 자체가 우중중하고 전체적으로 조증모드라서 그럴 수도 있긴 하겠지만...
초연의 무대와 다르게
무대 양 편으로 피아노 두 대가 놓여있다.
피아노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배우들...
<쓰릴 미> 때도 그랬지만 단지 피아노 하나만으로
극을 전개시킬 수 있다는 게 신비스럽다.
그리고 더 신비한 건,
피아노 하나만으로도 그 느낌이 충분히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음악에 익숙한 사람에겐 어쩌면 너무 단조롭게만 들려 심심했을 수도 있었으리라.
그들에게 살짝 말해주고 싶다.
원래 암살은 단조롭고 은밀한 거라고...
비겁하게 숨어서 조용히 숨을 죽이며 기다리고 있다가
결정적인 순간이 오면 
결정적으로 더 비겁하게 몸을 숨기고 한 지점(가슴팍 또는 머리통)을 향해 총을 쏘는 거라고...
준비동작이 화려할수록
발각의 위험은 오히려 증가한다.



레온 촐고츠의 이석, 찰리 귀토의 김대종, 새무얼 비크의 한지상
세 명이 눈에 띈다.
레온 촐고츠의 촛점 없던 멍한 눈빛과
(이석씨의 성공적인, 그리고 현재진행형인 다이어트에 박수를...)
환상에 빠져 자신만의 "케세라세라" 의 세계에 빠져있던 찰리 귀토.
두 사람은 초연의 느낌보다 개인적으론 더 맘에 든다.
그리고 초연시 오만석의 했던 새무얼 비크 역을 했던 한지상.
군 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했던가.
아마도 그는 군생활 중 후회는 없겠구나 싶다.
적당한 광기와 빈정거림, 그리고 번특이며 굴러다니던(?) 눈동자.
상당히 파격적으로 나오는 인물 새무얼 비크(대사의 대부분이 욕설 같은 느낌이라서... ^^';;)
한지상은 대체로 두려움 없이 잘 해낸 것 같다.
한동안 그는 금단현상에 시달리겠구나... 무대 위의 시간들이 그리워서..
아쉬웠다면 하얀 옷의 산타...
어두운 극의 분위기와 선명하게 대비되기에 그리 어색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산타는 빨간색이여야 맞는 것 같다.
(습관이란 이렇게 무섭다. ^^)



존 윌크스 부스 강태을.
개인적으로 엄기준의 존 윌크스 부스도 맘에 들진 않았지만
강태을의 부스는 너무 코믹스럽다.
(이 사람이 요즘 뮤지컬계의 꽃미남이라고 불린다. 나는 딱히...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석했던걸까?
무대 위에서 제일 이해가 안 가는 인물이었다.
코믹해도 "신념"과 "확신"은 있어야 하는데 그의 부스에게선 그런 것들이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더 사격장 주인 같았다면 내 답답함이 이해가 될까?
그리고 리넷 스퀴키 프롬의 임문희.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실망했다는 말 또한 남겨두자.
역 자체가 상당히 "똘기" 흐르는 배역이긴 하지만
그렇게 극심한(?) 백치미까지 소유한 보기드문(?) 인물은 절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빨간 산타 복장의 오만석 새무얼 비크>

놀이동산의 페러이드를 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소극장 도전은 참 좋았는데
그 의도만큼 작품이 잘 나와주지 않은 것 같다.
오랫만에 다시 무대에 올려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많이 기대했었는데
결론은 기대한 것 보다 너무나 많이 아쉽다.
또 다시 미련한 소가 될 작정을 했었는데 돼새김할 게 별로 없다.
텅 빈 위를 들여다보는 미련한 소의 당혹감이라니...

중요한 건,
"정조준"이다.
정확한 목표를 향해 정확한 조준을 해야만 정확히 꿰뚫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런데 그들의 조준은 아무래도 좀 빗나간 것 같다.
목표물을 향해 잘 발사된 총알마저도
옆의 총알에 의해 궤도를 이탈하고 만다.
결국은,
방향을 잃은 총알 세례까지 피해야하는 
황당한 슬랩스틱 코믹버전 총격전을 본 기분이다.
공연이 끝나고 지상으로 복귀하는 어깨가
왠지 뻐근하고 묵직하다.

"그래, 결코 총질은 아무나 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선량한(?) 시민이 피해를 볼 수도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