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12. 5. 05:50
조승우, 최재웅, 조정은, 김선영 캐스팅으로 초반에 한 번 봐서
이번에는 조승우를 제외한 다른 캐스팅으로 다시 한 번 <Zorro>를 봤다.
먼저 뮤지컬 전용 극장이라는 블루스퀘어의 열악한 환경에 경의로운 감탄을 보낸다.
결국 뼈마디가 노곤하고 허리가 아파 3시간이 넘은 이 공연을 다시는 못 보겠다 결정했다.
사실 예매한 날짜가 두 개 더 있는데 취소했다.
이번 관람도 수요일 낮공연 20% 할인이라는 떡밥만 아니었으면 눈도 주지 않았을거다.
초반에 1층 VIP에서 배우들의 표정과 감정을 봤었다.
그래서 이번엔 일부러 전체적인 조망을 보려고 2층에서 관람했다.
S석에서 봤는데 이 자리가 <엘리자벳>에서는 R석으로 둔갑해서 나왔다.
(조만간에 전석의 VIP화 내지는 전석의 R석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 씁쓸하다)
인터미션 시간에 어르신 한 분이 고함을 치셨다.
"사람은 다니게 만들어야 할 것 아니야!"
공감 백배다.
한 사람이 이동하려면 그 줄의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일어나야 한다.
오랜 시간 관람해야 하는 관객들에게 허리 한 번 펴주게 하려는 세심한 배려라 눈물겹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아주 화기애매한 신체접촉이 발생한다.
1층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2층은 왠만한 친밀도를 넘어서는 빽빽한 간격이다.
낯선 사람도 없던 정도 절로 생기겠다.
마른 체격인 나도 여러모로 불편하고 민망한데 체격 있는 사람들은 3시간 동안 고역이겠다 싶다.
내 돈주고 뭐하나 싶기도 하고...



일단 초반에 봤을때보다 배우 조승우의 힘이 너무 많이 딸린다.
노래와 대사는 그런데로 괜찮은데
액션은 솔직히 좀 심각한 수준.
재빠르고 영리한 여우(zorro)의 모습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겠다.
솔직히 보는 내가 다 숨이 찬다.
그러다보니 대역과의 몸놀림 차이가 너무 눈에 띄게 많이 난다.
결투 장면도 너무 느슨하고 약해졌다.
헉헉대는 조로를 친절하게도 기다려주는 병사들의 웃지 못할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무지 힘들거라는 거 충분히 이해는 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띠가 나니까 좀 ㅠㅠ;;)
박건형이나 김준헌 조로가 지금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조승우 조로의 현재 모습은 그렇다.
그래도 노래는 초반에 봤을 때보다 훨씬 더 감정이 실려 있다.
깨알같은 깨방정도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조정하는 것 같고
대사의 감정전달은 정말 탁월한 것 같다.



구원영 루이자는 배꼽친구같아 보이지 않고 좀 연상처럼 느껴진다.
그동안 다른 작품에서 코믹한 조연을 많이 해서 그런지 성장한 루이자의 모습이 어쩐지 어색하다.
(어릴적 모습도 순수함보다는 반푼이에 가깝다)
워낙에 이 역에 잘 어울리는 조정은의 루이지를 먼저 봐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대사, 노래, 감정 등이 왠지 다 조금씩 어긋난다.
그녀의 강한 "ㅅ" 발음도 귀에 거슬리고...
문종원 라몬은 많지도 않는 노래가 가사 전달이 안타깝게도 전혀 안 된다.
<아이다> 이후의 모든 작품에서 <아이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재웅의 라몬도 이해가 어려웠는데 문종원의 라몬은 이해 불가다.
이렇게 눈과 목소리에 힘을 주다가는 딕션을 깡그리 잃어버릴 수 있겠다 싶다.
딕션이 불확실한 배우라... 그건, 좀...
이영미 루이자.
어쩔 것인가!
김선영의 루이자를 먼저 봐버린게 문제지!
한때 이영미가 김선영보다 무대에서 더 여우같았고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역전이 된 상태!
심지어 춤까지도...
목소리에 힘을 조금 빼고 템포도 반 박자 좀 느리게 하면 더 좋지 않으까 오지랍넓은 생각을 자꾸 하게 된다.
(자주 그녀에게 텔렌트 전원주 아줌마가 오버랩된다. ^^;;)



이제 점점 이런 류의 조연 캐릭터로 자리를 잡아가는 배우 박성환.
감기가 심한 것 같은데 자기 몫을 정말 충실히 잘 해내는 것 같다.
이 작품에서 배우 박성환이 감당하는 몫이 점점 커지는 느낌이다.
원캐스팅이라 참 힘들텐데... (솔직히 안스럽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에서 보는 걸 권해주고 싶다.
춤을 보기에도 조명의 변화를 보기에도 2층이 훨씬 좋다.
말많은 3층에서도 한 번 볼까 싶었는데
어쨌든 <Zorro>는 이걸로  끝이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다.
휴~~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4. 21. 06:12


또 다시 봤다.
Jekyll & Hyde.
이번 시즌 네 번째 관람이고 이 말에 '벌써'라는 수식어를 달기에는 상당히 많이 뻘쭘하다.
이번 시즌만도 10번 이상 본 사람이 수두룩할테니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시즌 자체 막공이라고 생각하고 예매했던 공연이다.
류정한의 마지막 지킬 선언에 이어, 김선영의 마지막 루시 선언...
아마도 류지킬의 막공 루시가 김선영이었다면 굳이 예매까지 하는 수고를 보이진 않았을거다.
김소현 엠마를 피하고 김준현, 홍광호 지킬을 피하고나니 남들에게 필사적이었던 조승우 지킬이 김선영 루시때문에 어부지리가 됐다.(음하하 ^^ 묘한 쾌감이 있다.)

OD 컴퍼니에서 차기작으로 계획되어 있던 <라만차>를 엎고 8월까지 이 작품을 계속 가기로 했다니 장사가 소문보다 훨씬 더 잘되는 모양이다. 
거기다가 8월 이후로는 지방공연이란다.
역시 지킬은 OD 최고의 효도상품이 아닐 수 없다. (근데 어째 좀 뒷끝이...)

조승우가 영화 촬영으로 5월 초에 빠지면서 
그럴싸하게 새로운 지킬을 뽑겠다며 대대적으로 오디션을 본 모양인데 
공개된 캐스팅은 내 예상과 정확히 일치한다.
<아이다>를 마친 김우형의 지킬 복귀와
<오페라의 유령>의 크리스틴 최현주가 <몬테크리스토>를 마치고 새롭게 엠마로 투입된다.
그러니까 오디션은 일종의 쇼였던 셈...
세상에 짜고 치는 고스톱은 많다.
조승우도 빠지는 마당에 안전하게 가고 싶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래도 10년의 관록 OD이고 신춘수인데,
한 명 쯤은 정말 완벽히 새로운 new face가 있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했건만... 

 

 

조승우 지킬!
첫 대사부터 오래 누적된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피폐함이 여실히 느껴졌다.
넘버들을 부를 땐 클라이막스에서 아주 많이 낮춰부르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렇게 낮춰부르는게 이젠 거의 정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
동작 하나 하나에,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무거운 피로감이 뚝뚝 넘쳐나게 흐른다.
보는 입장에서 참 안스럽고 조마조마해서 몹시도 불편하고 그래서 더불어 혼곤하게 피곤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건,
이런 불편한 피로감이 오히려 묘한 긴장감을 줬다는 사실이다.
This is the moment를 부르기 전에 지킬이 집사 풀에게 던지는 대사 한 마디.
"우리 아버지의 한참때를 기억해?"
나 역시 확실히 그리고 똑똑히 기억한다.
조승우 지킬의 한창 때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즌의 조승우 <지킬 앤 하이드>가 감동적인 이유는,
확실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섬세하고 깊이있는 연기에 있다.
솔직히 넘버들은 예전의 모습에 비하면 너무도 많이 "허약"해졌지만 (이 단어 정말 절실하다....) 
그의 연기는 그 어느때보다 지금이 가장 감탄스럽다.
Jekyll에 가까운 Hyde,
Hyde에 가까운 Jekyll의 모습은 작품 자체를 완벽하게 반전시킨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나는 Jekyll의 고집과 집념이 너무나 Hyde스러워 때때로 신물이 났다.
대사 톤도 오히려 Jekyll일때 빠르고 강팍했고, 
Hyde는 느리고 진중해 오히려 따뜻했다.
점점 Hyde에 지배당하는 Jekyll을 보는 건 연민이고 아픔이고 괴로움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그렇게까지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은 개인적으로 아주 의미있게 생각하는 두 장면 중 하나인데
(나머지 하나는1막 후반부의 절절한 4중창)
이번 시즌에서는 단 한 번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날 절규에 가까운 조승우 지킬의 연기를 보면서 솔직히 진심으로 아득했다.
그 순간만큼은 조승우 Jekyll이 통제하고 있었던 게
비열하고 잔혹한 Hyde가 아니라 확실히 "나"였다!
이 날 공연을 보면서 이제 다시 조승우 Jekyll은 보지 말자 다짐했다.
눈 뜨고 볼 수 없을만큼 아프고 불쌍해서
깊은 연민과 달래질 수 없는 슬픔으로 내 몸 마디마디가 다 쓰라리고 아팠다.
누군가 직접 내 몸에 대고 거친 망치질을 하고 있는 느낌!
만약 또 이런 느낌을 받게 된다면 
공연장에서 어쩔 수 없이 거칠고 강팍한 통곡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김선영 루시!
뮤지컬계의 여신이라고 불려지는데 솔직히 그 찬사조차도 그녀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2004년 겨울인가 2005년 봄인가 그녀가 처음 루시로 캐스팅 됐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 그녀는 무대 위에서 아주 수줍었고 어색했으며 그리고 춤도 뻣뻣했었다.
오히려 한참 어린 소냐 루시가 무대 위에서 더 여유로웠고 관능적이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선영 루시가 엄청난 관능미를 발산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그녀의 루시는...
뭐랄까? 아주 깊은 은밀함과 처연함으로 가득하다.
dangerous game에서 소냐는 극도의 관능미가 느껴지지만
선영 루시는 극도의 보호 본능과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어떻게든 그녀를 하이드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다는 절박한 간절함.
꼭 거미줄에 걸린 여리고 순한 생명을 보는 느낌이다.
지금까지 딱 한 번 봤었다.
내가 본 그녀의 모든 공연을 통틀어 무대 위에서 그녀가 소위 삑사리라는 것을 내는 걸...
(그때도 Jekyll & Hyde 무대이긴 했다)
그녀는 신앙에 가까울만큼 절대적인 믿음을 져버리지 않고 
언제나 안정적으로 연기했고,
늘 아름다운 고음을 완벽에 가깝게 거뜬히 표현했다.
(그래도 그 정체불명의 빨간 모자는 정말 안습이다...제발~~~!)
가끔은 궁금하기도 하다.
그녀에게 슬럼프라는 게 있기는 할까?.
안정적이라는 게 어쩌면 변화없고 평이하다는 말의 완곡한 표현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안정감은 노련함과 완벽함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김선영이라는 배우는,
배역의 중요도나 포지션이 아니라
그녀 자체로서 이미 빛이 나는 절대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다.
(이런걸 "미친 존재감" 혹은 "아우라"라고 표현해야겠지!)
이번 시즌을 끝으로 그녀 역시도 류정한처럼 배우로서의 그녀 삶에서 루시를 떠나보낸다.
그러나 난 여전히 기대하고 기다린다.
또 다시 어떤 시작을 선택함으로써 스스로 빛을 발할지를... 
 

 
조정은 엠마는 자리를 잘 잡은 것 같다.
그러나 최현주 엠마가 들어오면 솔직히 좀 위태로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최현주라는 배우가 워낙에 발성이 좋고 하모니와 발란스를 잘 맞춰서...
혹시 그녀가 들어오면 지킬, 어터슨, 엠마, 덴버스경의 4중창이 다시 웅장해질 수 있을까?
그렇다면 자체 막공이라는 이날의 다짐이 무효가 될 수도 있는데... ^^
어터슨 이희성은 여전히 과도하게 흥분하는 것 같고
주교 김태문과 프룹스 이용진도 웃음 코드가 너무 강하다.
(그리고 여전히 도플갱어같은 머리 스타일이고...)
예전보다는 공연이 전체적으로 점점 가벼워지는 건 개인적으로 많이 아쉽다,
지킬 한 쪽으로만 무게감이 집중되는 것 같아서 어째 불안불안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Jekyll & Hyde>는 명물허전이다.
보면 볼수록 지킬을 연기하는 사람에 따라 새로운 발견과 감동을 찾게 된다.
Jekyll 자신의 고백처럼 딱 그런 공연이다.

"이젠 멈출 수가 없어요. 중독처럼..."

그래서 정말이지 이제 그만 선전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2. 22. 06:23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감독 박칼린.
<남자의 자격 - 하모니> 덕분에 이제 그녀는 유명인사가 되버렸다.
칼린리더십이 나올 정도니까...
뮤지컬 오케스트라 피트석에서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는 건 든든함이었다.
첫느낌 참 강력했었는데...
아마도 이국의 모습때문에 더 그랬겠지만.
그녀가 에세이를 냈다.
<그냥 Just Stories>
재미있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건!
그것도 누군가 직접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걸 들여다보는 건!



박칼린.
미국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이에 태어난,
그래서 태생부터 이미 다양성을 몸에 담고 태어난 아이.
그녀도 말했다.
...... 어린 시절의 나를 형성한 것은 다양성이었다. 다양성은 내게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바로 내 삶의 규칙인 '균형과 중심'을 가져다주었다. 중심이라는 가치는 어떤 것에 있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치 않고, 선과 악, 남과 여, 흑과 백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에너지와 음양의 조화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수많은 다양성과 우리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중심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나는 음악과 무대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 아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 색깔과 향을 담을 수 있는 창작이란 '선한 해위'에는 이 중심이라는 가치 없이는 보편성을 지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

책을 읽으면서 폭푹감동까지는 아니지만 잔잔한 그녀의 이야기 속에
열정과 행복, 그리고 자신의 일에 대한 아름다운 충성심(이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을 느낄 수 있었다.
충성심이라고는 하지만 그건 주종의 관계나 도제의 관계와는 다른 표현이다.
자발적인 집중력과 완전한 몰입이라고 할까?
그녀의 눈은 참 예리하고 정확하고 그리고 끈기있다.
그녀의 귀는 눈보다 10배쯤은 더 예민하고 정확하다.
그리고 그건 그녀의 일에 절대적으로 중요하고 필요한 요소다.
그녀는 그러니까 잘 갖춘 음악감독이다.
공연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훔치고 싶도록 부러웠던 제 3의 감각을 그녀는 가지고 있다.
작년에 <남자의 자격>으로 그녀가 소위 인기스타가 됐을 때
솔직히 많이 걱정스러웠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음악감독이니까...
왜 그런 감정 있지 않은가?
자신이 너무 좋아하고 아끼는 뭔가를 다른 사람에게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않는 그런 아주 아이적인 소유욕 ^^



단상(短想)같은 글들이 의외의 울림을 준다.
박칼린의 inner circle 전수양, 오민영, 최재림 세 명의 동지들과의 인연도 애뜻하고
그녀가 diamonds in the rough라고 말한 박준면, 김선영, 정선아의 아름다움 반짝임에도 공감했다.
100년에 한 번 나타날까 말까 하는 배우라고 평가한,
누가 "발견"하거나 누구의 손에서 '개발'되는 사람이 아닌
스스로 모든 걸 다 하고 있는 "조승우"와의 첫 만남도 재미있다.
<의형제>라는 뮤지컬에서 "더벌이" 역으로 나온 조승우를 보고 <명성황후>의 고종역에 캐스팅 했다는 그녀.
몇 년이 지난 후에 조승우가 그녀에게 고백했단다.
"사실 그날 공연한 사람 나 아니었음. 더블이었던 형이었음"
읽으면서도 나 역시도 당황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인연(캐스팅)이라는 건 다 정해져있다는 게 정말 맞는 말 같다. 
그리고 그녀의 뮤지컬 <아이다>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녀가 <아이다>에 남다른 애정이 있는 것 같다고...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알았다.
그녀에겐 <아이다>같은 전생의 기억이 흔적으로 남아 그녀의 모든 생애을 따라다니고 있다는 것을...
(나도 바래본다. 그녀가 그 사람과 언젠가 만나지기를...)

Everything and anything's possible!
이걸 위해 그녀는 하루하루  정열을 다해 살아가나보다.
그 정열과 열정으로 잘라도 아프지 않은 손톱과 발톱 또 머리카락까지 아파봤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섬득하도록 무섭고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열정이다.

열정은 참으로 동적인 거다. 그리고 참으로 놀라운 힘을 가지고 있다.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뭔가를 향해 질주하게 만드는 힘, 육신이 지쳐도 계속 달리게 하는 힘, 어떤 비판 속에서도 영혼을 불사르게 하는 힘. 열정은 끊임없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달리게 한다. 그 어떤 목적에 다다를 때까지 우리를 채찍질 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위해 달리는가, 무엇을 향해 이 모든 지식을 안고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걸까.
모든 것 끝에 남는 게 이거 하다다. 퀄리티(quality), 즉, 어떤 질, 그 '무엇'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한 질'의 것인지가 그 존재의 생명력이다. 언급했듯이, 모든 것은 다양한 양상으로 존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균형 속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국 퀄리티뿐일 것이다.


나는 무대에 서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그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까지도 전부 존경스럽과 부럽다.
발칼린의 말대로 "약속과 신뢰의 공간"인 무대!
공연중인 무대는 조금의 오차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그런 공간이란다.
잔혹하고 냉혹한 시선과 평가가 뒤따르는 곳이지만
그곳은 매순간, 일 분 일 초 조차도 정교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절대적으로 살아있는 무엇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곳에서 필요한건 "최고와 최선"일 뿐이라고...

...... 내가 얘기하는 최고와 최선은 단순히 눈앞의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노력이 아니다. 그것은 어마어마한 생명력과 무궁무진한 에너지를 가진 '열정'이란 감정 속에 깊숙이 박혀 있는 것이다.
최고와 최선은 늘 언제나 그 정도가 향상되는 것이고, 이것을 향하여 달리는 일에는 열정이란 것만이 필요할 뿐이다. 우리 모든 삶의 일 속에 최고와 최선이 불명히 있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시간과 상태가 있다. 나는 삶을 표현하기 위해 음악과 무대를 선택한 것 뿐이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이상 나의 전부를 넣어 그것을 표현하고 싶다. 몸속의 세포 하나하나가 하고 있는 일에 감동을 받기를 바란다. 그 세포들이 지지고 볶으면서 거대한 에너지가 발산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노력과 에너지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 가장 뜨거운 곳에 있어야 한다. 한 발짝이라도 거기서 물러난다는 것은 결국 무언가 하나를 포기했다는 것을 증명한 것과 다름없다. 가장 뜨거운 곳에서 물러난다는 것, 그것은 이미 살아 있다는 것에서 멀어지는 일이다 ......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귀에는 내내 <아이다>가 꽃혀있었다.
덕분에 "박칼린"도 "아이다"도 더 잘 이해가 됐고 아름답게 느꼈다.
이 둘의 궁합은...
참 절실했구나 절감하면서...

아! 나도 구름투어 한 번 하고 싶다.
꼭 누구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 7. 05:57
1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뮤지컬 <영웅>
참 작년에 이 작품때문에 폭풍눈물 많이 흘렸었는데...
공연 보면서 잘 우는 편이긴 하지만 <영웅>만큼 시작부터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첫 곡 "단지동맹"에서부터 어떤 묵직한 것들이 시종일관 가슴팍을 때린다.
안중근 역에 트리플 캐스팅된 정성화, 양준모, 신성록.
내가 보고 싶었던 캐스팅은 양준모 안중근이었다.
그리고 2010년의 마지막 날 정말 백만년만에 국립극장 대극장을 찾았다.
(예전에 <불의 검>과 <라만차>가 초연 됐을때 출근도장 찍던 곳이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초연의 무대가 훨씬 마음에 들지만
양준모 안중근은 인상적이고 진심으로 다가왔다.
아주 진지하고 책임감있게 안중근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은
아름답고 참 이쁘더라.
조심성있으면서도 어떤 묵직한 사명감 같은 것도 느껴졌다.
서울과 대구를 오가며 <오페라의 유령> 팬텀을 병행하는 힘든 스케쥴임에도 불구하고
그가 안중근이라는 배역에 얼마나 애정과 깊은 존경을 담고 있는지가 보여서
그 모습 자체로도 깊게 감동적이었다.
대사 하나하나를 얼마나 꼭꼮 씹어 야무지게 전달하던지...
그리고 그의 노래는,
늘 느끼는 거지만 참 거침없고 시원하다.
때로는 겁없이 덤비는 당당함이 느껴지기도...
재판 장면 "누가 죄인인가?" 에서의 당당함과 결의가 느껴졌고
"동양평화"를 부를 때는 목소리가 아득하고 잔잔하면서도 은근한 힘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장부가"
스스로 호흡을 가다듬으며 점점 감정을 이입하는 모습과 
흔들림없이 크라이막스를 향하는 엄청난 성량에는
절로 깊은 탄성을 나오더라. 
물론 내면의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가령 1막의 왕웨이의 죽음에 절규하는 부분)
혼자서 너무 격하게 감정을 폭발시켜서 당황스럽긴했지만
연기적으로 더 다듬어지고 세공되면
확실히 꽤 괜찮은 그리고 오래동안 무대에 남을 배우가 되리라 기대된다.
30대 초반인 그에게는 앞으로의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양준모는 영리하고 성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배우임에 틀림이 없다.
<영웅>이 다시 공연된다고 했을 때
아무 망설임없이 양준모 안중근을 선택할 수 있었던 건
아마도 오랫동안 지켜보면서 점점 커지는 그에 대한 믿음과 확신때문이었으리라.
그리고 이번에도 그는 역시나 그 믿음에 성실하게 보답했다.
점점 나는 그의 성장과 발전이 궁금해진다.
그러니 기다리고 지켜볼 밖에... 



이상은 설희는 여전히 김선영 설희를 무지 그립게 했다.
<명성황후>에서는 오히려 이태란보다 더 좋았었는데
이 공연에서는 여러가지로 안습인 모습이여서 안타깝다.
(김선영은 확실히 독보적인 아우라가 있다)
전체적으로 군무신들이 더 역동적으로 변했지만
장면 구성은 개인적으로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설희와 이토의 장면은 뭉턱 짤려져 한 곳에 모여졌다.
극의 흐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아련함과 감정변화를 보여주기엔 초연의 방식이 더 좋았던 것 같다.
굳이 설희의 흔들리는 마음을 황후까지 들먹이며 다잡는다는 설정이
어쩐지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이미 이상은의 목소리가 충분히 비장한데
가사까지 너무 비장해주셔서 다리 위에서의 노래가
마치 설희의 장부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재앙 수준이었던 김내관과 최재형.
아무래도 이 두 사람을 배우 장기용 한 사람이 연기한 건 불상사가 아닌가 싶다.
목소리가 너무 중후해서 구별이 안되고
그리고 목소리만으로는 내관이 곧 임금이시다. ^^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는 역시나 명불허전이고
(조휘가 살이 좀 많이 쪘더라... 얼굴이 훤한것이 달덩이 같아서...)
어머님 조마리아 민경옥은 또 여지없이 날 울렸다.
아마도 안중근 어머님이 살아오신대도
이 분에게 안중근 엄마 하라고 자리를 내주시시지 않았을까?
인간적인 이토 조승룡의 목소리도 여전히 너무 좋았고...
(조승룡의 '청년 장준하"를 못 본 건 정말이지 천추의 한으로 남는다...)
작년에 조승룡과 더블이었던 이희성 이토는
분노 게이지가 자주 상승되셔서 은근히 혈압 걱정을 했었는데...



확실히 <영웅>는 나에게 자족과 그침을 힘겹게 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일부러 느즈막히 관람했다.
나름데로 지름신을 피해보고자.
그리고 지금 열심히 자중하는 중이다.
그런데 솔직히 좀 힘들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12. 9. 08:38

벌써 2년 전 일이다.
병원 송년회로 <지킬 앤 하이드> 단체 관람을 했었다.
그때 관람 Tip으로 병원 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있었다.
엉성하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쓴 거니까...
또 다시 지킬 앤 하이드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킬 앤 하이드>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오늘은 책이 아니라 좀 다른 걸 소개해 보려구요.
우리 병원 송년회 때 보게 될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책의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잘 몰라도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마도 없지 않을까요?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1886년 발표한 원작의 제목은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Dr. Jekyll & Mr. Hyde)>입니다.
이 책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건 아니구요,(이미 다들 잘 아실테니까...)
우리가 보게 될 뮤지컬 <J & H>를 뮤지컬 넘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려구요.

먼저 1막.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가 있는 의사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구별하는 약을 만들게 됩니다.
그러나 생체실험을 반대하는 위원회의 거부에 급기야 자신의 몸에 주사 바늘을 꽃게 되죠.
이 부분에서 나오는 뮤지컬 넘버 “This is the moment”라는 노래는 모든 뮤지컬 남자 배우들의 꿈의 넘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킬의 고뇌와 결단을 표현해야 하는 이 곡은 듣는 사람은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부르는 사람은 저음과 고음의 영역을 넘나들어 죽을 듯이 힘든 곡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J & H" 남자 배우 오디션에선 항상 이 곡이 지정곡으로 등장하죠.
이 노래를 잘 소화한다면 공연을 이끌고 나갈 기본은 된다고 평가하게 됩니다(실제로 이 곡을 흔히 말하는 삑사리 없이 부르기란 왠만한 내공이 없다면 불가능하다고 하네요...)

주사약이 온 몸이 퍼지게 되면....
드디어 선한 지킬의 몸에서 하이드가 서서히 등장하게 됩니다.
1막과 2막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같이 등장하는 넘버가 두 곡이 있는데 이 부분에서 그 첫 번째 곡을 만나게 됩니다.
“The Transformation”이란 곡이죠.
실험에 대한 결과를 궁금해 하고 있는 지킬의 몸에서 뭔가가 서서히 나오면서 그의 몸짓, 말투, 표정, 시선까지 변화시킵니다.
하이드...
무대 위를 장악하는 그의 모습을 드디어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죠.
“Alive 1”
하이드로 변신한 지킬이 드디어 하이드의 힘과 사악한 본능을 강하게 느끼게 되는 부분입니다. 하이드는 악의 속성에서 자유를 느끼게 되죠.
악의 은밀한 비밀에 대한 신비감 그리고 파괴를 향한 갈증이 예고되면서 무대 위를 압도하게 됩니다.
“Alive 2”는 1막의 ending 곡입니다.
하이드의 살인행각은 무대 위에서 그대로 그려집니다.
하이드의 불의 심판을 직접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실제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사탄 편에 서서 끊임없이 충돌하며 파괴하겠다는 하이드의 외침에 잠시 등골이 오싹할 수도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1막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랩니다. 아마도 제 안에도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닌지...)



이제 2막이 시작됩니다.
하이드는 단지 지킬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했었지만 이젠 점점 더 지킬의 대부분이 되어 가는 걸 그 자신도 막기가 힘들어 집니다.
지킬은 분리된 자신의 두 모습과 싸워야 하는 육체적인 고통 이외에도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이드에게서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죠.
사랑하는 약혼녀 엠마는 물론이고 하이드의 먹이감 루시까지도요.
“Dangerous Game”
이 뮤지컬 전체에서 가장 끈적끈적하고 어찌 보면 선정적인 느낌까지 주는 곡입니다.
하이드와 루시가 부르는 이중창으로 그가 사악한 인간임을 알면서도 육체적인 쾌락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루시의 절박함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입니다.
지킬의 부탁으로 도시를 떠날 준비를 하는 루시...
“A New Life”라는 노래와 함께 새 인생을 시작하려는 루시의 등에 결국 하이드는 칼을 꽂게 됩니다.
하이드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들 깜짝 놀라는 장면이죠.
여기저기서 비명소리 들립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아마 많은 분들이 놀라실 겁니다.
참 여러번 봤는데 저 역시도 매번 놀랐으니까요...
루시의 주검 앞에,
하이드는 서서히 지킬로 돌아옵니다.
또 다시 지킬과 하이드가 함께 등장하며 부르는 노래가 등장할 차례네요.
J & H 의 압권이라고 할 수 있는 “Confrontation”
(이 곡을 한 곡을 부르고 나면 배우의 몸무게가 2~3kg 쯤 빠지는 건 우수운 일이라고 하네요)
지킬과 하이드가 한 소절씩 번갈아 부르며 팽팽한 대결구도를 만들죠.
그야말로 생사를 가르는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 만화나 코미디에서 반은 여자, 반은 남자처럼 꾸미고 나와서 노래 부르는 거 보신 기억 있으시죠?
그런 식이긴 하지만 느낌은 훨씬 더 강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머리를 풀어헤친 하이드와 머리를 묶은 지킬을 한 사람이 동시에 연기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정확하게 구분이 되는 두 명의 목소리와 행동(특히 손놀림에 주의해 보세요 ^^)
그리고 조명의 분리까지...
실제로 전 이 부분을 연기하고 쓰러져서 동료 배우에 의래 끌려서 퇴장하는 배우를 본 적도 있답니다.
다행히 다음 씬을 계속 연기하긴 했지만 보는 저도 많이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네요.
마치 제가 하이드를 만들어 낸 것 같은 죄책감이...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이 발동한거죠)

결말은...
그래도 선이 승리는 해야 하겠죠.
그런데 그 승리를 이끌어 가는 건 결국 지극한 아픈 사랑에 의해섭니다.
결국...
누구의 승리하고 할 수 있을까요?
지킬? 아니면 하이드?
결정은 직접 보게 될 사람이 선택할 문제이긴 하겠지만요...

* 찾아봤더니 저희가 보는 날 캐스팅이,
홍광호(지킬), 임혜영(엠마), 김선영(루시)네요.
일단 루시 역할의 김선영 씨... 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자입니다.
전 가수 소냐가 하는 루시가 최고라고 생각했었는데 저한테 여지없이 한 방 크게 먹인 배우 되시겠습니다.
(꽤나 얼얼했습니다... ^^)
홍광호 지킬... 이런 큰 역할은 처음 하는 배웁니다.
느낌은 조승우 지킬과 흡사하다는 평이 있던데 일단 노래 실력은 좋습니다.
다른 두 명의 지킬보다는 디테일에 더 신경쓰지 않을까 생각되네요.(제가 이 사람 공연을 3개 정도 봤었는데 디테일과 감성 전달이 좋더군요.)
엠마 역의 임혜영 씨는 제가 직접 본 작품이 없어 잘 모르겠으나 요즘 흔히 말하는 열심히 크는 배우라는 평가가 있네요.
이 뮤지컬은 97% 지킬에 의해 이끌어가는 공연입니다.
(실제로 지킬과 하이드가 극 전체에 약 98% 정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그날 지킬의 컨디션이 공연의 전체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게 되죠.
이 역을 맡는 배우는 자부심도 대단하지만 그 무게감에 절로 살이 빠진다고 하네요.
최종 오디션까지 올랐다가 스스로 고사한 배우도 있을 만큼 배우로써의 존재감과 책임감에 엄청난 압박을 주는 역할이죠. 한번 연기하고 다시 못하고 있는 배우도 있구요.
그런 걸 보면,
관객이라는 게 참 호사스런 자리란 생각도 듭니다.

단,
그 몹쓸 놈의 혼연일체 무아지경의 경지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말입니다.
내 안의 또 다른 나....
정면으로 맞설 준비 되셨나요?
그가 찾아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0. 7. 05:59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돌아온다.
2004년부터 한 번도 빼먹지 않고 공연될 때마다 관람했던 작품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뮤지컬 붐이 일어나게 한 장본인 되시겠다.
나도 꼽아보면 지금까지 거의 20번 정도 관람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김우형을 제외한 모든 지킬을 다 봤었다.
초연의 조승우, 류정한 그리고 서범석, 민영기, 홍광호, 심지어 브레드 리틀까지...
이번 2010년 <지킬 앤 하이드>는 10월말 제대하는 조승우 지킬이 과연 언제쯤 공연을 시작할지와
그리고 새로운 캐스팅의 활약이 관건이 될거다.
일단 기본적인 티켓 파워는 꼭 조승우가 아니더라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겠지만
조승우가 투입이 되고 나면 엄청난 잭팟이 터질테고,
(나는 조승우 지킬을 볼 생각을 접었다. 도무지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들의 귀신같은 클릭을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그들의 클릭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뭔가가 분명 있다. 그게 뭐지???)
여기에 일본 사키에서 온 김준현 지킬이 어느 정도까지 제 몫을 해줄지가 궁금하다.
조정은의 엠마는 기대 이상일 거라고 충분히 예상햘 수 있고
첫 뮤지컬 대뷔인 선민의 루시는 자신의 색을 어떻게 찾을 것인지가 관건이 되겠다.
신춘수 대표는 갸날프고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루시로 보여주고 싶다는데 
성공여부는 무대에 서봐야 알 것 같다.
쇼케이스 노래를 들어보니 발음도 부정확하고 노래에 너무 기교를 많이 넣는다.
그래서 분명 한국어로 부름에도 불구하고 마치 팝송처럼 들린다.
아무래도 내겐 김선영 루시가 정답인듯 싶다.



샤롯데에서 2010년 11월 30일부터 2011년 3월 31일까지
4개월동안 장기간에 걸쳐 공연될 <지킬 앤 하이드>
공식적으로도 자신에게 마지막 지킬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류정한의 모습도 꼭 지켜보고 싶다.
무대 위에서 100%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류정한.
그는 아무래도 그의 마지막 지킬을 떠나보내기 위해 엄청난 파워로 무대를 채우리라.
이 작품 이후의 뮤지컬 배우로서 류정한은
또 다른 기점을 맞게 되지 않을까?
김선영 루시 또한 이번 공연을 자신의 마지막 루시일거라 말했는데
그런 모습들이 난 아름답다.
왠지 물러날 때를 잘 아는 사람들 같아서...
아마도 자신들의 자리를 새로운 후배들이 채우는 모습을 많이 보고 싶으리라.
류정한의 바람처럼 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 두 사람이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과 루시말고 다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그들에게도 관객에게도 많이 특별하지 않을까?
개인적으로는 김소현eh 이번 공연으로 엠마와 아듀했으면 좋겠다.
그녀의 목소리에 이제 너무 나이가 느껴진다.
(이건 노련함과는 또 다른 의미이다)
그리고 배우로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한가지 이미지에 너무 고정된 것 같다.
크리스틴이나 엠마...
고정관념을 깨고 싶지 않는 건지, 깰 수 없는 건지 솔직히 늘 궁금하다.


                 <지킬 : 김준현>                       <엠마 : 조정은>                   <루시 : 선민>

새로운 <지킬 앤 하이드>의 캐스팅.
쇼케이스에서 부른 김준현의 "지금 이 순간"을 들어봤는데 더 많이 집중해야 할 듯.
물론 일본 사키에서 주연으로 공연할 정도면 노래와 연기가 어느 정도 검증됐다고 할 수 있지만
사키와 한국의 무대는 확실히 다르다는 걸 그도 알테니까...
뮤지컬 <잭 더 리퍼>의 앤더슨 형사에 이어 한국에서 두번째 무대.
모든 남자 배우들의 꿈의 배역인 지킬이 된 김준현.
느낌도 남다르겠지만 책임감도 엄청 느껴지겠다.
더구나 <지킬 앤 하이드>에 관한한 전문가 수준의 귀와 눈을 가졌다고 믿는 마니아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다.
또 다른 스타 탄생이 예고될까?
아직은 모르겠다.
결국은 늘 그랬듯 스타 탄생이 되긴 하겠지만...
미친 가창력이라는 소리를 듣는 홍광호 지킬.
1번 관람했긴 하지만 그는 섬세함이 부족하고 같은 공연 속에서도 기복이 심하다.
개인적으로 발라드와 CM송을 섞어 놓은 것 같은 그의 창법은 나와는 잘 안 맞는듯...
그래도 그에게는 두번째 지킬 무대니까 아무래도 많이 좋아지길 할테지만
"미친 가창력"이라는 찬사에 너무 믿음과 자신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는 그가 조승우 지킬의 카피본 같다)




류정한 지킬, 김선영 루시, 조정은 엠마.
개인적으로 내가 보고 싶은 캐스팅이다.
이들 외에 조연들도 궁금하긴 한데 아직 공개가 되지 않아서 궁금하다.
2008년도에는 솔직히 주교 역할이 좀 실망스러웠었다.
물론 지킬의 역량에 의해 끌고 가는 작품이긴 하지만
조연이나 앙상블의 하모니 역시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그야말로 지킬을 맡은 배우가 무대위에 동료들에 의해 작살이 날 수도 있다.
(과거에 그런 장면을 목격해서...)
10월 26일 티켓팅이 시작되면 그야말로 예매전쟁이 시작될테다.
제발 이번만큼은 한 번으로 끝내자고 스스로 부탁하면서
귀신같은 클릭질을 위해 틈틈히 연습이나 해야겠다. (^^)


                                      <김선영, 조정은 "In his eyes">


                                        <김준현 "This is the moment">


                                         <선민 "Someone like you">

 
                                    <소냐 " The New Lif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9. 24. 06:30
작년 9월부터 1년동안 달려온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1년의 대장정을 마치고 아쉬움과 자축의 의미로 기획된 4번의 갈라 콘서트.
<Music of the night>
윤영석, 양준모, 홍광호 3명의 팬텀과
김소현, 최현주 2명의 크리스틴
정상윤, 손준호 2명의 라울과
그리고 영원한 팬텀 브래드 리틀까지...
고백컨데 이 공연을 예매했던 건 순전히 브래드 리틀 때문이었다.
그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그의 팬텀을 놓친 걸 나는 아직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는 중이다.)



33만명 역대 최다 관객 동원,
대형 뮤지컬 최다 공연 401회.
2001년 국내 초연시 만들어낸 자신들의 모든 기록을 다시 새롭게 갱신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초연의 멤버 윤영석, 김소현의 감회도 새로웠겠지만
세계 최연소 팬텀의 홍광호의 감회도 남다랐으리라.
(2막에서 윤영석에게 자리를 내주는 아픈 기억까지 있었으니...)
나의 4번의 관람에서 홍광호 팬텀은 없었지만
양준모 팬텀과 최현주 크리스틴의 조합은 좋은 기억으로 담겨있다.
후반부의 양준모 팬텀을 다시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그의 조금 더 완성된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닿지 않았다)



프로그램 선곡이 다양하고 알차서 관객 입장에서도 귀가 즐거운 공연이었다.
초반부는 <오페라의 유령> 곡들로 꾸몄고
후반부엔 배우들이 좋아하는 노래들을 선보였는데
최현주가 선택한 "The girl in 14G"가 기억에 남는다.
성악과 재즈를 넘나드는 귀엽고 발랄한 이 곡은 확실히 최현주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탁월한 선곡이었다.
그리고 양준모와 정상윤이 부른 "Man of La Mancha"도...
두 사람의 깜찍한 바이크 댄스와 패러디 대사들 때문에 관객들이 무지 즐거워했다.
세 명의 팬텀이 부른 Il Divo의 "Hero"는 그야말로 만감이 교차하더라,
정말 너무 열심히 부르는데 세 사람의 목소리가 합쳐지면 좀 안습으로 변하는게...
뮤지컬 투란도트의 "Newwum Dorma"를 들으면서
윤영석이라는 배우를 정통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 보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Guest Stage!
브래드 리틀이 전부 4곡을 불렀다. 
<미녀와 야수>의 "If I can love her"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 스타>의 "Gethsemane"
김소현과 함께 <지킬 앤 하이드>의 "Take me as I am"
<Love never dies>의 "Til I hear you sing" 까지.
브래드 리틀의  목소리, 성량, 그리고 믿기지 않는 호흡은 들을 때마다 역시 감동적이다.
이 사람의 뮤지컬 무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기대와 설렘을 하게 만드는 환상적인 목소리였다.

박은태, 조정석, 김선영의 무대.
김선영은 <캣츠>의 "memory"를 불렀는데 아마도 <미스 사이공> 서울 공연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목소리에 조금 피곤이 묻어난다.
박은태는 <모차르트>의 넘버를 불렀고 (노래는 잘한다)
양준모의 친구(^^) 조정석은 <헤드윅>의 넘버 "The origin of love"를 불렀다.
그가 <헤드윅>을 다시 하게 된다면 한 번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처음에 프로그램이 나왔을 때는
<미스 사이공>의 "Why god, Why?"가 있었는데 그 곡이 빠져서 살짝 서운하긴 했다.
이 노래를 누가 부르게 될까 기대했었는데...
어쨌든 전체적으로 나쁘지 않은 콘서트였고
아쉬움이 있다면 주연배우 7명만으로 꾸며진 공연이었다는 게 좀...
"프라마돈나"나 극중극 한장면쯤 포함시켰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뭐, 그래도 내 입장에서는
브래드 리틀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무지 만족스러운 공연이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사람,
정말 서울에서 뮤지컬 한 편 공연했으면 좋겠다.
그럼 무지 행복하겠는데...
<Love never dies>로 come back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그렇다면 정말 브라보! 일텐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25. 05:46


제 목 : 경남 창녕군 길곡면
일 시 : 2010.0730. ~ 2010.09.19
출 연 : 이주원(종철 역), 김선영(선미 역)
장 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극 본 : 프란츠 크시버 크뢰츠
번안, 연출 : 류주연

<연극열전3rd>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몇 달 전에 유주연 연출의 <기묘여행>을 인상깊게 보기도 해서 연극열전에서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공연된다고 했을 때 놓치지 말고 찾아봐야지 생각했었다.
게다가 서울 문화의 밤 행사에 이 연극이 포함되어 있어서
8월 21일 총 2회 공연은 만원이라는 정말 파격적인(?)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게 왠 횡재냐 싶었다.

 
이 연극은 독일작품이다.
프란츠 크시버 크뢰츠라는 사람의 극본으로 도시 하층민의 삶을 있는 그대로 그려낸 작품이다.
독일 원제는 "오버외스터라이히" 라는데 독일에 실제 있는 작은 도시 이름이란다.
우리나라에선 연출 류주연이 직접 번안을 하면서 제목을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라고 정했다.
(실제로 경남에 창녕군 길곡면이라는 곳이 있긴 하다)
2007년 초연됐고 거의 매년 재공연된 작품이다.
꼭 제목처럼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 아니라도 대한민국 어디든 다 상관이 없다.
아웅다웅 지지고 볶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괜찮다.
어차피 인간이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마찬가지니까.


                          김선영(선미)                                         이주원(종철)       

초연때부터 함께 부부로 출연한 김선영, 이주원은
실제 부부가 아느냐는 소리를 들을 만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그런데 부부라고 해도 정말 믿겠다)
원작자는 각 나라에서 이 연극을 공연할 때는 꼭 사투리로 공연해달라는 조건을 붙였단다.
도시 하층민의 삶을 그린 이야기에 표준말을 또박또박 쓰는 것도 좀 우습긴 하겠지만
사투리가 아니라면 연극의 재미가 아무래도 줄어들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는 약간은 수다스럽고 구시렁구시렁 거리는 경상도 사투리를 선택했는데
김선영, 이주원 두 배우 모두 고향이 경상도라 사투리의 묘미가 한층 자연스럽고 재미있다.
실제로 이 연극에서 구시렁거리는 부분이 많이 나오는데
100% 전부 두 배우의 애드립이란다.
두 사람도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전혀 모른다고...
그리고 선미 역의 김선영은 실제로 임신중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기에 대한 사랑과 보호본능이 극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역시 엄마는 늘 언제나 강하다.
(그런데 왜 아빠들은 겁쟁이가 많은건지...) 

 


결혼 3년차!
여유돈이라고는 통장에 들어있는 120 만원이 전부이고
두 사람의 한 달 수입은 대략 300만원 정도. (아내는 그나마  비정규직이다)
그래도 알콩달콩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살아가던 두 부부에게 변화가 닥친다.
계획하지 않았던 임신.
아내는 생명을 지키고 싶어하지만
남편은 아내에게 낙태를 하자며 설득 아닌 설득을 한다.
소위 돈 없으면 애 낳기도 힘든 세상에 남편은 덜컥 겁이 나버린거다.
남편은 말한다.
"아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아빠냐가 중요하다" 고...
왜 끊임없이 나쁜 것만 찾으려고 하느냐는 아내의 질문에
남편은 "그게 현실이다!" 며 무시할 수 없는 한 마디를 내뱉는다.
남편의 말에 화가 나기도 하지만 보는 입장에서도 솔직히 할 말은 없다.
이 말이 사실이긴 하니까...
김용택 시인의 말이 떠오른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자녀에 관한 문제라고...
맞는 말이다.
연극 속에서 남편 역시나 그 현실이 덜컥덜컥 겁이 날 수밖에 없었을거다.



급기야 아내와 남편은 한 달 지출을 조목조목 종이에 적어가며 계산기를 두드린다.
집세, 자동차, 대출금, 보험금에 심지어 부모님 용돈, 화장품, 미장원비, 술, 담배, 우유 값까지 끄집어내 계산한다.
(이 부분이 이 연극에서 가장 롱테크로 진행된다. 유치하지만 그야말로 사생결단으로 점점 치열해지는 장면 ^^)
월 300만원 수입에 지출은 2,955,000 원.
아내가 직장을 그만 두는 전제하에 한 달 수입을 200만원으로 잡고
(그러기 위해선 남편은 야간 운전까지 해야한다)
이제는 줄일 수 있는 목록들을 하나하나 삭제하기 시작한다.
차를 팔고, 술 담배를 끊고, 물만 마시고,
화장품은 립스틱만 바르고 머리를 기르고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거의 모든 것을 안 하기로 작정했는데도 나온 금액은 1,934,000 원.
눈 앞에 남은 건 잔액 66,000 원의 현실이다.
(보는 나까지도 어쩔 수 없이 씁쓸해진다)


결론은,
어쨌든 아기를 낳기로 하니까 등장조차 하지 않는 아기 입장에서는 더없는 헤피엔딩이다.
하지만 엔딩에서 남편이 연주하는 루이 암스트롱의 어설픈 섹소폰 연주처럼 과연 부부의 현실도 누부신 "What a wonderful world" 가 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심스럽다.

유쾌하고 즐겁게 보고 나오긴 했지만
정말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현실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아이 없이 두 사람만 행복하고 즐겁게 살겠다는 딩크족이 아니라면 결혼한 부부는 자녀를 낳아 함께 키우면서 살아가게 된다.
그걸 우리는 일반적으로 "평범"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점점 우리가 알고 있는 이 평범이라는 기준이 점점 평범 이하로 자리이동이 되고 있으니 부모 입장이라면 퍽퍽한 세상살이가 될 수밖에 없다.
아이의 세상을 wonderful world로 만들어주기 위해 부모는 소위 삑사리 가득한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른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문제는 장 담그는 게 무서워서가 아니라
내 항아리에서 자생으로 생기는 구더기는 그런데로  봐줄 수 있어서 기껏 장을 담궜는데
멀쩡한 내 장에다가 누가 자꾸 구더기를 넣으려고 하는 사회에 있다.
그래서 연극의 말미에 나온 "절망에서 살인! 이라는 신문기사가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재미있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너무 좋았고.
연출과 무대도 너무 좋아서 전체적으로도 상당히 좋았던 작품임에는 분명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고 나와서는 너무 많이 참담해지는 연극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연극을 보면서 단지 코메디라고만 여길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그 참담함이 배가 된다.
에이! 그만 생각하자!
열심히 연습하면 삑사리 없는 "What a wonderful world"를 연주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그러니 살자... 살자... 살자...
치열하게 살든, 연습하듯 살든, wonderful 하게 살든. 삑사리가 작렬하게 살든,
어쨌든 살기나 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17. 06:22

결국 또 다시 보게 됐다.
얼마전 열렸던 뮤지컬 어워즈에서 <미스 사이공>의 킴, 김보경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정작 본인은 기대하지 못한 일이라 호명되자 많이 감격스러워하며 당황해하더라.
그녀가 연기하는 킴을 보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할 수밖에 없으리라.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열정과 진심은
뮤지컬을 보는 내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독하게도 만든다.
그녀 때문에 얼마나 많이 울고 또 울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다. 그녀는...

고양시와 성남을 거쳐
이제 서울 충무아트홀 대극장까지...
긴 시간을 참 자기관리 잘 하는 배우들의 프로정신에 감탄하게 된다.
이렇게 함께 대장정을 하고 있는 나 역시도 ^^


김보경 킴, 마이클리 크리스, 김성기 엔지니어.
이 트리플의 조합을 나는 매번 고집했다.
다른 캐스팅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항상 이 세 사람이 나오는 날을 찾을 수밖에 없다.
이날도 류정한의 새로운 소극장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 예매를 과감하게(?) 취소하고
이 트리플을 선택했다.
(솔직히 정말 고민 무지 많이 했다...)
그런데 보고 난 후의 느낌은...
포기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이 트리플의 무대는.
정말이지 완전 소중하다.
"엔지니어" 김성기는 외국 스탭들조차도 완벽한 엔지니어라며 칭친이 자자하다는데
볼수록 그 말뜻에 공감하게 된다.
힘들텐데도 극의 전체적인 흐름을 매번 참 잘 이끌고 간다.
그리고 요즘들어 나는 김성기의 "레미제라블"을 점점 더 상상하게 된다. (상상이 이뤄졌으면... )
김보경 킴과 마이클리 크리스가 부르는
"sun & moon"과 "last night of the world"는 정말 매번 감동적이게 아름답다.
그 두 사람의 조화는 지금까지도 내겐 여전히 환상적이다.
연달아 100번쯤 들어도 반복해서 다시 100번 더 듣고 싶다고 생각할만큼.
(이쯤되면 확실히 중독이다)
김보경 킴과 김선영 엘렌의 "I still believe" 역시도.



무대는 고양시와 성남보다 약간 작아진 느낌이다.
그리고 1막 Dream land 장면에서는 조명이 조금 더 어두워진 것 같다.
2막에서도 춤 추는 bar-girl 들이 약간 어두운 곳으로 들어가 있었다.
선정성 운운하는 게 염려됐던건가???
(뭐, 나쁘지니 않다. 아무도 잘 모를테니까...)
그 사이에 "지지" 역이 더블 캐스팅으로 바뀌어있었고 이날은 구민진이 아닌 다른 배우였다. (이름이 잘...)
그리고 무엇보다 달라진 건 그 사이에 "탬"이 너무 많이 커버렸다는 사실.
이날 공연에서는 3살이라고 하기에는 발육상태가 너무 남다른 아이가
기어서 등장해 깜짝 놀랐다. (정말 아이들은 금방, 그것도 쑥쑥 큰다. ^^)

충무아트홀 대극장은 볼 때마다 음향이 항상 이상했었는데
이날 공연의 음향은 깨끗했다. 
워낙 딕션이 좋은 배우들이 모여있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대사며 노래가 아주 선명하게 잘 들렸다.
그리고 "투이" 역의 이경수는 볼 때마다 새로운 발견을 하게 한다.
이 사람의 다음 작품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매번 나를 그 현장 속에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으로 만들어 버리는 헬리콥터 장면.
이날도 여지없이 무너뜨리더라.
이상하다.
그런 상황들이 나는 너무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그래서 보고 있으면 참 많이 힘들다.
서로를 찾는 크리스와 킴을 보는 것도,
자신들을 데려가달라며 철조망에 매달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도,
그들을 버리고 헬리콥터에 오르는 미군을 보는 것도
그대로 현실이 된다.
어떻게 매번 이 장면을은 나에게 이런 감정을 고스란히 옮길 수 있을까?
그냥 보고 있으면 너무 아프고 안타깝고 속상하고 화가난다.
내가 너무 깊게 빠져버렸나???

사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솔직히 잘 모르겠다.
어느날 나한테 조용히 선물하게 될지도...
혼자서 많이 울고 싶어질 때,
아마도 그런 때가 오면 선물하게 될지도...


                     김보경, 김선영의 <I Still Believe> - 뮤지컬 어워즈 실황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4. 29. 06:37

처음엔 고양시 아람누리를 찾아갔었다.
5년 전 놓쳤던 <Miss Saigon>이 다시 공연된다 했을 때도 사실 난 좀 무감했었다.
충무아트센터의 음향이 개인적으로 믿음직스럽지 않아
아람누리를 찾았을 때까지도...
(솔직히 말하면 4대 뮤지컬이라니 한 번은 봐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결국은,
고양시를 거쳐 성남까지 찾아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일부러 김성기, 김보경, 마이클리의 casting을 선택했다.
더블 캐스팅이니 다른 팀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굳이 이 팀을 다시 선택한 건 고양시에서 느꼈던
전율에 가까운 감동이 잊혀지지 않아서였다.
오케스트라 피트(OP)석에 좋은 자리가 있어 다행히 예매를 할 수 있었다.
얼굴 표정을 아주 자세히 볼 수 있겠구나 내심 기대하면서도
혹시나 MR 반주로 가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다행이다. 음악감독 김문정이 피트에 자리하고 있다 ^^)
그리고 이들은 나를 또 다시 아프게 만들었다.



세계 4대 뮤지컬의 하나인 <Miss Saigon>의 시작은 작은 사진 한 장에서였다고 한다.
대본과 가사를 쓴 알랭 부브리(Alain Boublil)와
음악과 대본을 만든 클로드-미셸 쇤버그(Clude-Michel Shonberg)는
우연히 잡지에서 한 장의 사진을 보게 됐단다.
조그만 베트남 소녀가 호치민 공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는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깊은 절망과 슬픔으로 딸을 바라보고 있는 어머니의 시선이 보인다.
어머니는 지금 자신의 딸을 아버지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어쩌면 다시는 그녀는 딸을 못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문제의 사진>

두 사람은 이 사진을 보고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마치 자신이 그 아이의 엄마인 것처럼,
자신의 어린 자식이 영원히 자신의 곁을 떠나는 것처럼 괴롭고 아팠단다.
그리고 프랑스 군인과 일본 게이샤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프랑스 소설 <Madame Chrysanthemum>,
마지막으로 자식을 위해 모든 걸 헌신한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까지...
이렇게 한 장의 사진과 한 편의 소설, 한편의 오페라는
세기의 뮤지컬 <Miss Saigon>로 다시 태어난다.



두 번째 관극은 첫 번째 놓첬던 부분들을 보게 하는 즐거움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OP석에서 본 그들의 얼굴 표정과 작은 연기 하나하나는
성남까지 찾은 수고를 대번에 날려주고도 남는다.
확실히 마이클 리의 발음은 5년 전 공연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고
(물론 완벽하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의 감정 몰입은 지금 생각해도 역시 대단하다)
김보경의 킴은 어머니로서 더 강해졌다.
따지고 보면 고작 20살 어린 나이의 엄마인건데...
2주간의 짧은 크리스와의 사랑은
킴을 3년간 버티게 했고 그리고 그 3년의 시간은 그녀 인생의 모든 시간이기도 하다.
스무 살의 나이로 평생을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을 그녀 김보경은
때로는 순수하게 때로는 아름답게
때로는 가슴 아프게 때로는 강인하게 연기해냈다.
알 것 같다.
왜 뮤지컬 여배우들이 <Miss Saigon>의 킴을 꿈꾸는지...
그건 완벽하게 배역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없기 때문일거다.
그렇다면 그녀 김보경은,
확실히 "킴"을 이해하고 있고 "킴"과 이미 동일화되어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겠다.



킴과 크리스 뿐만 아니라
이 팀들의 무대가 나는 너무나 감동적이고 황홀하다.
(이런 유치한 표현밖에 쓸 수 없다는 게 정말 너무나 억울하다)
김성기 엔지니어도, 김선영 엘렌도, 이경수 투이도 나를 완전히 몰입시킨다.
첫 번째 관극 때 안타깝게도 나는 이경수 투이를 제대로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번 관극에서는 그의 목소리와 연기 역시도 섬뜩하다는 걸 느꼈다.
(어느 순간 그는 나를 완전히 압도해버렸다)
투이의 입장에서 본다면 킴을 향한 변하지 않는 사랑은 또 얼마나 절절한 순애보인지...
투이 이경수의 목소리에 담긴 격정과 분노를 나는 어이없게도 이제야 이해했다. 
투이와 크리스가 교차되면서 시작되는 헬기장 장면은
이 날도 여지없이 나를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생각만으로도 옴 몸이 아득해지도록 아프고 잔인한 기억이다.
또 다시 묻게 되는 질문 하나.
도대체 당신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죠?



어쩌지?
이 팀들 고스란히 다시 또 보고 싶다.
나는 조만간 충무아트센타를 다시 기웃거리게 되지 않을까?
"아마도"가 아니라 "확실히" 말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