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7. 08:09

<유럽 블로그>

일시 : 2014.10.21. ~ 2014.01.18

장소 : 대학로 TOM 1관

대본 : 정민아

연출 : 이재준

출연 : 김수로, 강성진, 김도현, 박영필(온종일)

        성두섭, 김경수, 임병근 (하동욱)

        홍우진, 서경수 (유석호)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연우무대

 

누군가 그러더라.

<유럽 블로그>는 공공의 적(?)이라고...

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에게 여행에 대한 그리움과 부러움을 가슴 뻐근하게 심어주는 나쁜 작품이라고!

여행을 꿈꾸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그것도 배낭여행의 사작이라는 유럽을... 

확실히 <유럽블로그>는 "여행 조장 음악극"임에는 분명하다.

티켓부터 어찌나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던지...

티켓에 프린트된 하늘빛과 구름빛을 보는 순간 지중해의 바다와 하늘이 떠올랐다.

아... 떠나야겠구나...

티켓을 들고 나도 모르게 속삭였다.

과거의 여행조차도 추억하는 동안은 늘 현재진행형이라는데,

두번의 유럽여행이 눈 앞의 현실처럼 펼쳐졌다.

유럽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그랬다.

"또 다시 여기에 올 수 있을까?"를 생각했고

돌아와서는 "또 다시 그곳에 갈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혼자서 오래 앓았다.

여행이 주는 익명성의 행복이 그립고 또 그리웠다.

시간의 흐름을 바꿔놓는 유일한 힘, 여행!

낯선 곳에서의 우연은 때론 필연이 된다.

이들처럼. 

의도한건 아닌데 초연도 프리뷰로, 이번 재연도 프리뷰로 봤다.

일단 스토리가 초연때보다는 정돈이 돼서 좋더라.

초연때는 동욱이 망막변성 비슷한걸로 시력을 잃는 설정이었는데 솔직히 좀 그랬다.

세 명의 타인이 우연이 만나 함께 여행을 하면서 서로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는건

흥미롭고 유쾌하고 즐거웠다.

개인적으론 무대와 영상은 초연때가 훨씬 좋았다.

특히 영상이 이야기에 직접 끼어드는게 오히려 이질감이 느껴지더라.

(초연처럼 BGM 느낌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영상을 보면서 배우들이 "여기 너무 좋다!", "여기서 살고 싶다" 라고 계속 말하니

어딘지 강요당하는 느낌이랄까?

(일종의 반복적인 들이댐의 부작용 ^^)

영상 자체도 초연땐 풍경 위주였는데 이번엔 인물 위주라서 살짝 아쉬웠다.

그래도 참 좋더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어줘서.

떠나야겠다는 다짐하게 만들어줘서.

 

극 속에서 동욱이 이런 말을 한다.

"열심히 살면 다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열심히 살수록 점점 더 열심히만 살아야 되더라."

열심히 사는게 잘사는건 결코 아니더라.

때로는 기우뚱거리고 절뚝거리면서 가파르게도 살게 되더라.

우당탕 넘어져도 결국은 어떤 이유로든 또 다시 일어나게 되더라.

그러더라.

그러니 뚝뚝 털고 일어나자.

삶은 여행이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7. 07:40

<Death Trap>

일시 : 2014.07.09. ~ 2014.09.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 아이라 레빈 (Ira Levin)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호산, 김도현, 윤경호 (시드니 브륄)

        김재범, 전성우, 윤소호 (클리포드 앤더슨)

        오미란, 이수진 (마이라 브륄) / 한세라, 정다희 (헬가 텐 도프)

        정윤민, 유병조 (포터 밀그림)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김수로 프로젝트 9탄 <데스트랩> 두번째 관람.

재미있는건,

같은 작품인데도 재관람 여부에 따라 받게 되는 느낌이 참 다르다는 거다.

별로였는데 재관람이 폭풍같은 반전이 선사하기도 하고, 그와 반대로 첫관람이 훨씬 더 흥미롭고 강렬해서 아쉬운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은?

일단 첫관람의 박호산, 김재범보다는 역시나 코믹성이 강했다.

작품의 전체적인 뉘앙스도 확실히 다르고...

김도현 시드니는 처음부터 아내에 대햔 애정이 전혀 없음을 그대로 관객에게 보여준다.

전성우 클리포드는 경우는 왠지 망상에 빠진 소년의 느낌이더라.

개인적으로 김도현, 전성우의 조합은 전체적으로 조증(躁症)의 느낌이었다.

전성우는 뮤지컬에서는 전혀 못꼈는데 연극에서는 묘한 사투리톤이 있다.

<M 버터플라잉>에서는 살짝 의심되는 졍도였는데 이 작품에서는 확연히 들리더라.

그리고 이 녀석은 연극보다는 뮤지컬을 할 때가 확실히 더 매력적이다.

 

아마도 스토리를 다 알고 봤기 때문이겠지만

첫관람만큼의 긴장감이나 재미는 느껴지지 않았다.

연기적인 부분도 박호산, 김재범 쪽이 더 설득력있고 집중이 잘됐다.

(두 배우는 뮤지컬 무대도 물론 좋지만 연극무대에 섰을 때가 훨씬 더 매력적이다.)

그래도 김도현이 표현하는 코믹의 힘은... 참 쎄다...

자칫하면 억지스럽고 과장되는 개그가 될 수 있는데 조절을 잘한다..

그런 배우가 있다.

코믹에 유난히 강한 배우,

(그렇다고 김도현이 코믹물에만 강하다는 의미는 결토 아니니 오해는 금물!)

전성우는 생각보다 이 작품에서 어울리지 않아서 살짝 놀랐다.

김재범, 전성우, 윤소호 세명의 크리포드 중에서 배역과 가장 흡사한 배우가 아닐까 기대했었는데

아마도 아직 연극적인 내공은 부족한듯.

확실히 공연판에서는 연륜과 경력을 무시할 수 없는 모양이다.

연극의 경우는 더욱 더.

 

시드니의 아내 마이라는 오미란, 이수진 둘 다 너무 어색했고

(굳이 꼽자면 오미란 쪽이 아주 조금은 괜찮은편이고...)

유병조 포터의 코믹함은 김도현 시드니와의 코믹함과 잘 어울렸다.

다른 배역은 일부러 첫관람과 완전히 다른 캐스팅으로 선택했고 유일하게 헬가만 한세라로 고정했는데

두번째 보는 헬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미있고 흥미롭더라.

말투며 표정, 행동이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고 엉뚱하던지!

그녀를 이 작품 최고의 히로인이라고 말해도 될 것 같다.

 

기대했던 김도현, 전성우 조함까지 관람했으니

이걸로 <데스트랩>은 끝을 내려한다.

윤경호 시드니와 윤소호 크리포드가 살짝 궁금하긴 하지만

세번째 보게되면 어쩔 수 없이 많이 지루해할 것 같다

코믹쓰릴러를 보면서 내내 지루해한다면!

좀 민망한 일이지 않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6. 27. 08:16

<Murder Ballad>

일시 : 2014. 05.03. ~ 2014.06.29.

장소 : DMC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김신의, 조순창 (Michael)

        홍륜희, 진아, 소정화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작년 연말과 올 초까지 정말 징하게 봤던 뮤지컬 <머더 발라드>

하도 많이 봐서 대학로 공연은 그냥 넘기려고 했는데 굿티 50% 할인으로 2층 맨 앞자리를 예매했다.

아마도 <그날들>까지 당분간 강태을을 보긴 힘들 것 같았고

나머지 캐스팅도 딱 내가 원하는 배우들이라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다.

게다가 2층은 1층의 광적인 커튼콜에서도 살짝 비켜갈 수 있어서 개인적으론 정말 좋았다.

 

오랫만에 본 <Muder Ballad>는...

너무나 좋더라.

익숙한 넘버들도 여전히 매력적이고

초연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해서 배역과의 일체감이 엄청났다.

그냥 그대로 Tom이고, Sara고, Macheal이더라.

이날 공연이 막공이라는 홍경수는 정말 멋지더라.

분노를 폭발하는 장면은 지킬 앤 하이드의 "confrontation"을 보는 느낌이었다.

"You belong to me"는 정말 탐의 목줄을 따버릴 기세더라.

이 장면 보면서 홍경수가 <지킬 앤 하이드>를 해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 잘 할 것 같다... 근데 OD가 홍경수를 캐스팅할까???))

강태을의 "I'll be there"는 오랫만에 들어도 참 애절하고 아프다.

"Mouth tatto"도"Answer me"도 참 좋았다

(Tom은 역시 강태을이 최고!)

 

처음 간 비발디파크홀의 음향은 괜찮은 편이었고

2층 맨 앞 줄은 시야도 꽤 좋은 편이다.

단지 롯데아트센터보다 무대가 작아서

배우와 관객이 그대로 부딪쳐 보기에 많이 갑갑했다.

(특히나 체격조건 좋은 강태을이 움직이기에는 더 좁아보이더라)

아예 과감하게 bar석을 없애는게 좋지 않았을까 싶다.

 

<Murder Ballad>

이제 다시 보긴 힘들 것 같아 혼자 애틋해져버렸지만

막장의 줄거리를 떠나 이 작품은

참 정확하고 정직한 이야기다.

 

언제나 그렇다.

금지된 것에 대한 유혹은

늘 강렬하고,

완벽하게 치명적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1. 12. 08:33

<Murder Ballad>

일시 : 2013.11.05. ~ 2014.01.26.

장소 : 롯데카드 아트센터

작사 : 줄리아 조단(Juila Jordan)

작곡 : 줄리아나 내쉬 (Juliana Nash)

한국어 가사 : 이정미

연출 : 이재준

음악감독 : 원미솔

안무 : 정헌재

출연 :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Tom)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 (Sara)

        홍경수, 김신의 (Michael) / 홍륜희, 문진아 (Narrator)

프로듀서 : 김수로

협력 프로듀서 : 최진, 임동균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주)쇼플레이

 

김수로 프로젝트가 선택한 일곱번째 작품 <Murder Ballad>

김수로가 뉴욕에서 이 작품을 보고 10분만에 라이선스를 사야 되겠다고 생각했단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김수로풍의 허풍기가 느껴지긴 했지만

실제로 보고 난 느낌은...

김수로의 안목이 탁월했다는거다.

막장의 줄거리는 워낙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익숙한 코드라 이젠 낯설지도 않고 오히려 식상한 쪽이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눈과 귀를 확 잡아끄는 묘하고 강한 매력이 있다.

넘버도 너무나 좋거 가사 번역도 훌륭하다.

라이선스 쏭스루 뮤지컬 경우 특히나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가사가 많이 어색해지는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서 놀랐다.

심지어 누가 한국어 가사를 손봤는지 찾아보기까지 했다.

(이정미란다. 뉘신지는 잘 모르지만 진심어린 찬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주 은밀하고, 자극적이고, 위험하고, 파괴적인 작품.

<Muder Ballad>의 첫느낌은 그랬다.

 

사랑 그건 몸의 흔적이 삶의 낙인이 되네

사랑 그건 살을 도려낸 삶의 흉터가 되네

 

극중 Sara와 Tom이 부르는 넘버가 내내 귓가에 남아있다.

비밀을 간직하기로 작정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위험한 은밀함.

같은 사람과의 다시 사랑하기로 결정했다면 

결말은 오직 파멸 하나뿐일까?

그게 답의 전부일까?

어쩌면 나는 이 막장의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과거를, 현재를, 미래를 비춰보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 작품에 이렇게까지 미치게 휘말리고 있는 중인지도...

나처럼 위험한 이 작품을.

나는 앞으로 몇 번은 더 보게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탐과 마이클, 사라 중에 누구에게 점점 더 동의하게 될까?

이 작품에 빠지게 되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강태을의 Tom.

<그날들>에서 본 배우 강태을의 모습이

내게 <Murder Ballad>을 첫공 선택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었다

그의 노래와 연기가 아주 탁월했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Tom이라는 배역에 너무나 잘 어울렸다.

배우와 작품 속 인물이 잘 어울린다는 건 확실히 양쪽 모두에게 행운이다.

이로써 강태을과는 <그날들>과 <Murder Ballad>두 작품으로 완벽하게 그리고 극적으로 화해를 한 셈이다.

장은아의 sara와 강태을 Tom의 케미 아주 좋았고

둘은 은근히 퇴폐적인 느낌이라서 작품과도 잘 어울렸다.

장은아 Sara가 성두섭, 한지상 Tom과는  어떨지 좀 걱정되긴 하지만

두번째 뮤지컬 작품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느낌이 좋았다.

똑똑하고 현명하게 자신의 보이스와 잘 맞는 역할을 아주 잘 선택했다.

미친 가창력 몽니 김신의.

처음에 그가 Tom이 아니라는 게 너무 이상했는데 후반부에서 그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다.

감정적으로 가장 극과 극을 오가야만 하는 Micheal.

초반부의 연기는 사실 좀 오글거리긴했다.

그래도 후반부의 폭발적인 모습은 확실히 김신의스러웠다.

(그게 좀 문제이긴 했다. 마이클이 아니라 몽니 김신의가 더 많이 보여서...)

마지막으로 나레이터 문진아.

문진아가 이런 작품, 이런 역할에도 잘 어울린다는게 개인적으론 놀라운 반전이었다.

나레이터가 이 작품의 key이고 제목과도 제일 관계있는 인물일거라고 예상은 했는데

막상 예상한 그대로의 결말을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바로 이어지는 커튼콜때문에

결말의 임펙트가 충분히 살지 못한 건 역시나 너무 아쉽다.

마치 지금까지가 인트로고 커튼콜이 본공연같은 느낌이랄까?

개인적으론 극이 시작되기 전에 배우들이 객석까지 나와 관객과 너무 가까이 있는 것도 좀 불만이다.

Tom과 Sara, Micheal로 있었던 게 아니라

단지 강태을과 장은아, 김신의, 문진아의 접객을 받는 것 같아서...

심지어 배우들을 어셔로 알고 티켓을 보여주면서 좌석을 찾아달라는 아저씨도 있더라.

노파심일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가까이 있다 극이 시작되면 집중이 될까 실기도하고...

(너무 속좁은 개인적인 생각인가!)

stage석은 괜찮은데 bar 석은 앞자리 관객의 시야방해를 만드는 건 좀 문제다.

1열에 앉아서 bar 석의 관객을 몸과 머리를 피해가면서 관람하느라 좀 피곤했다.

그리고 배우들이 눈을 마주칠때마다 어찌할줄 몰르는 관객의 모습을 보는 것도

커튼콜에 배우들과 달리 멀뚱하게 서있는 관객을 보는 것도 좀 그렇더라.

적당한 거리라는 건 확실히 필요한 것 같다.

bar석을 예매하는 관객에게 부탁 하나 하자!

좋아하는 배우를 가까이 볼 수 있다는 밀참감에만 현혹되지 말고

무대 위에서 확실히 미칠 자신이 없다면 bar석은 과감히 피해주는 용기를 보여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꼭 bar석에서 봐야겠다면,

그냥 모든걸 던져버리고 과감히 미쳐라!

그래야만 작품도 살고,배우도 살고, 관객도 산다.

격하게 공감되지 않나???

 

그런데 Sara와 Micheal,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 다음 관람은 기대하고 기대하고 있는 최재웅 Tom과 임정희 Sara.

  게다가 stage석이다.

  최재웅만으로도 난 기꺼이 미칠 준비가 됐다! ^^

  (bar석만큼 과감히 미칠 자신은 없어서 stage석에서 최선을 다해 미쳐볼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1. 08:28

<연애시대>

일시 : 2013.10.05. ~ 2013.12.29.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원작 : 노자와 하사시

연출 : 김태형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리이치로)

        황인영, 심은진, 손지윤 (하루)

        채동현, 이원 (나가토미,기타지마)

        소정화, 이수진 (가스미,다미코)

        윤경호 (가이에다), 황미영 (사유리)

 

2011년 김영필, 주인영 캐스팅으로 이 작품을 봤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연극 속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치고 빠지는 호흡이 아주 좋았"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코끝이 찡하기도 했고, 아주 치열하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밀당의 진수를 김영필과 주인영이 보여줬었다.

게다가 정선아(사유리)와 김나미(가스미, 다미코)의 맹활약까지.

이런 캐스팅 아마도 다시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2013년 <연애시대>

김재범과 채동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넘겼을 작품.

(인팍 모닝티켓 덕분에 프리뷰를 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관람했다.)

2011년 캐스팅이 워낙에 막강해서 어쩔 수 없이 자꾸 비교하게 되더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벼워졌다.

(도대체 왜 자꾸 공연들이 가벼워질까?)

노자와 하사시의 원작도 읽었는데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는데...

그래선지 결혼식 장면과 영안실 장면이 교차되는 부분이 좀 붕 떠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범은 이 장면에 사람 참 뭉클하게 만들더라.)

수정된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개인적으론 기타지마 교수 아내가 하루에서 이혼신청서를 맡기는 부분이 사라진 건 아쉽다.

그 부분 대사도 생각난다.

"그게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사랑이었어요"

그때 분명 하루의 마음이 움직였었는데...

다음 장면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미코가 리이치로와의 결혼신청서를 하루에게 맡기는 장면이었다.

장면으로 인물의 심리와 미묘한 갈등이 잘 교차시켜서 아주 인상적으로 느꼈던 장면이었는데...

 

듣기 거북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던 황미영의 사유리는 과장이 너무 심했고

채동현은 나가토미는 너무 평범했지만 기타지마는 나쁘지 않았다.

하루와 리히치로의 툭툭 거리는 장면을 레슬링 경기처럼 친구들이 중계하는 장면은 참신하고 적절했다.

소정화의 가스미와 다미코는 둘 다 과장이 심했고 두 인물의 구별이 별로 없었다.

2011년에 김나미 배우가 이 두 역할을 정말 환상적으로 표현했었는데...

가즈미일 때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다미코로 나올 때는 또 그렇게 천상 여자일 수 없더라.

(그때 "아야"가 남자 관객이었다. 남자처럼 생겼지만 딸이야~~라던 김나미 가스미의 멘트에 객석이 완전 빵 터졌었는데...)

소정화는 그냥 소정화 같아서...

 

이 연극은 대사들이 정말 좋은데

2011년 공연 만큼 대사의 묘미와 뉘앙스를 잘 살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불협화음의 "One summer night"이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로 바뀐 것도 개인적으론 아쉽다.

노래처럼 이 작품 자체가 하루와 리이치로의 "One summer night" 처럼 느껴졌었는데...

다시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한다면 싸우는 여자와 도망치는 남자는 변할 수 있을까?

연극은 변할 수 있다고 답하지 않는다.

단지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의 새끼손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붉은 실이 묶여 있단다.

어떤 사람들의 붉은 실은 너무나 선명하고 단단해서 누구도 자르거나 엉키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라는 말도.

변하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때론 최대한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때론 더 많이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그런게 사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5. 16. 06: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2.05.08. ~ 2012.07.28.

장소 :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1관

대본, 연출, 작곡 : 서윤미

안무 : 안영준

프로듀서 : 김수로

제작 : 아시아브릿즈컨텐츠

출연 : 정상윤, 장현덕 (한스) / 강하늘, 전성우 (헤르만)

        임강희, 송상은, 정운선 (안나)

        김대현, 윤나무 (요나스)/ 추정화, 태국희 (메리 슈미트)

 

 

젊은 연출가 서윤미가 대본에 작곡, 연출까지 한 창작 초연 뮤지컬.

김수로 프로젝트 3번째 작품 <블랙메리포핀스>를 보다.

일단, 와~~우!

탄성 한 번 질러주고!

정말 오랫만에 괜찮은 창작 뮤지컬을 본 것 같아 흐뭇하다.

<풍월주>와 더불어 오랫동안 기대했던 작품인데 일단 두 작품 중 하나는 합격이다.

(아직 <풍월주>는 안 봐서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기대치를 넘어선다.

배우들의 엄청난 몰입도에 놀랐고 음향이나 음악, 조명, 무대에도 놀랐다.

물론 <쓰릴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보이는게 흠이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선전이고 놀라운 발전이다.

초연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만큼 탄탄하고 괜찮다.

와 ~ 우!

 

 

첫장면을 그림자 놀이로 연출한 것도 묘한 신비감을 준다.

아쉬움이 있다면 첫장면 뒤에 한스가 타자기를 칠 때까지 약 1분 30초나 되는 긴 시간 동안 발생한 막막한 공백이다.

바닥에 떨어진 커튼을 치우고 무대를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그 대책없는 긴 시간.

단지 무대 소음만이 지배하는 이 시간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할 것 같다.

차라리 아무 소리 없이 극도의 침묵으로 채웠다면 긴장감이 극대화됐을텐데...

커튼은 자동장치같은 걸로 처리하면 안될까?

배우들이 주섬주섬 말아서 챙겨들어가는 게 어쩐지 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무대 소음들을 기꺼이 참아낼 수 있을 만큼 괜찮은 작품이다.

네 모서리에 놓여진 네 개의 의자와 사각의 중앙 무대로

배우들이 연기할 때 떨어지는 조명도 색감과 활용도가 훌륭하다.

세세한 부분까지 상당히 신경을 썼다는 게 눈에 보인다.

배우들의 손동작들은 마치 수화(手話)같다.

분명이 눈으로 보는 동작인데 온전히 "말"로 들린다.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의 손동작 장면은 가히 압권이다.

때때로 숨막히는 긴장감이 느껴져 보면서도 온 몸이 찌릿했다.

어떻게 저런 표현 방법을 생각했을까?

 

얼마전 장안의 화재를 남기며 성황리(?)에 끝난 <쓰릴미> 때

무지 기대했던 장현덕 배우에게 많이 실망했었는데

이 작품을 보면서는 다시 긍정적 마인드로 방향전환하기로 했다.

(솔직히 <쓰릴미>때와는 전혀 다른 배우 같다)

극의 무게중심을 잘 잡아가고 절제와 흥분 등 감정표현에 넘침이 없이 대체적으로 성실했다.

장현덕 배우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작품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헤르만 전성우와 안나 송상은.

무대에서 처음 본 전성우는 뭐랄까 야누스적이면서 중성적인 매력이 있었다.

딕션과 노래도 좋았고 특히 미성의 목소리가 매력적이다.

배우들과 장면과의 타이밍도 너무 좋았고, 손동작할 때의 느낌은 정말이지 너무 섬세해 아름다웠다.

미성때문인지 전체적으로 신비스런 느낌도 있고...

다른 작품을 하게 되면 꼭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다섯 배우 중에서 제일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지금 살짝 고민중이다. <밀당의 탄생>을 볼 것인가 말 것인가를...)

<스프링에워이크닝>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던 송상은 안나.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이 대담하고 엄청난 몰입도를 보인다.

후반부에서는 마치 무대 위에서 안나가 실제로 아버지에게 폭력을 당하고 있는듯 긴박하고 절박했다.

너무나 안타깝고 안스러워서 그 모습 보고 있는 게 힘들 정도다.

아버지 송영창 연기력을 물려 받았을까?

송상은의 다음 작품 <번지점프를 하다>도 기대가 된다.

메리 슈미트 태국희는 처음에 조금 페이스를 못 잡았는데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좋아졌다.

한스와의 대면이나 유언장 장면에서는 목소리 하나로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서 놀랐다.

아직까지 정체파악(?)이 어려운 요나스 윤나무는 아무래도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객적은 소리지만 막내인데도 요나스가 다른 형제분들에 비해 좀 노안(?)이신 것 같다.

 

<블랙메리포핀스>

아마도 꽤 여러번 보게 될 것 같다.

여러번 보면 부족한 점이 하나 둘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괜찮은 작품이라는 사실 하나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것 같다.

이로써 오랫만에 버닝할 작품 하나 추가됐다.

화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