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7. 5. 18. 08:57

 

<스모크>

 

일시 : 2017.03.18. ~ 2017.05.28.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작, 연출 : 추정화

작곡, 음악감독 : 허수현 

출연 : 김재범, 김경수, 박은석 (초) /  정원영, 고은성, 윤소호 (해) / 유주혜, 정연, 김여진 (홍)

제작 : (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작년 12월에 본 김경수의 초도 좋았고,

3월에 본 김재범, 고은성, 유주혜 캐스팅의 확 바뀐 스모크도 아주 인상깊었었다.

그래서 이번 관람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그런데... 음... 결론은,

고은성은 좋았고, 김경수는 의외였고, 김여진은 좀 과했다.

기대했던 김경수 초는 작년엔 그러지 않았는데 설정을 바꿨는지

목소리를 일부러 긁어내서 김경수 특유의 청량함이 느껴지지 않아 많이 아쉬웠다.

나는 현실 속 인물이 아닙니라... 라고 작정한듯 드러낸 것 같다.

어딘지 시종일관 비아냥거리는 느낌!

(시니컬이 아니라 확실히 비아냥이었다)

김여진 홍에게서는 고통의 보따리...라는게 실감되지 않았다.

정연 홍에게는 신여성의 강단이,

유주혜 홍에게서는 모성애가 강했는데

김여진 홍에게서는 난데없는 관능미가 느껴져 개인적으론 당황스러웠다.

 

후반부 초와 홍의 날 선 대립은 좋았고,

김경수의 성대를 긁는 발성도 이 부분에서는 괜찮더라.

고은성은 예전엔 노래 잘하는 배우라고만 생각했는데

연기력 역시 나날이  일취월장하는 중이라 여러가지로 훈훈하다.

저렇게 떡 벌어진 건실한 체격에 아이같은 해맑음이 있는 것도 신기하고...

특히 이 작품에서는 표정까지 살아있어 더 좋았다.

마지막 장면의 연출은 언제 봐도 압권!

다음번에 다시 돌아올 때도 엔딩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무대셋트는 수정했음 좋겠고....)

 

실존한 예술가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 계속해서 창작되는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상도 그렇고, 백석도 그렇고, 윤동주도 그렇고,

일종의 역린(逆鱗)같다.

망각의 강줄기를 거슬러 오라오는 느낌.

모두 다 잊지는 말아 달라고,

가끔은 기억해달라고 당부하는 것 같다.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 번 이렇게 외쳐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6. 24. 08:34

<Jack the Ropper>

일시 : 2013.05.29. ~ 2013.06.30.

장소 :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대본 : Lvan Hehna

작곡 : Vaso Patejdl, Eduard Krecmar

출연 : 정동하, 성민, 이창민, 박진우 (다니엘)

        신성우, 김법래, 조순창 (잭) / 이건명, 민영기 (앤더슨)

        이희정, 강성진 (먼로) / 서지영, 양꽃님 (폴리)

        소냐, 제이민, 김여진 (글로리아)

연출 : 왕용범

제작 : (주)뮤지컬아트, CJ E&M

 

맙소사! 성남을 갔다.

<Jack the Ripper>를 보려고.

9월에 디큐브에서 공연일정이 잡혀있어 굳이 성남까지 갈 필요도 없었는데 동생에게 제대로 낚여서 암튼 성남을 갔다.

개인적으로 M뮤지컬에서 제작하는 작품들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2009년 <살인마 잭>으로 초연됐을때부터 여지껏 관람하지 않았던 것도 그런 개인적인 이유 ^^

아이돌을 대거 섭외해서 하나의 역에 보통 네다섯명의 출연진을 명단에 올리니

이름을 기억하는 것조차도 숨가쁘다.

<삼총사>도 그랬지만 이 작품도 아마 한 번의 관람으로 끝내지 않을까 예상된다.

M뮤지컬!

아이돌 가수들에 민영기나 소냐, 서지영 같은 quality 높은 배우까지 캐스팅하는 걸 보면

참 엄청난 테크닉이고, 놀라운 인해전술이 아닐 수 없다.

MR 반주면서 티켓값은 당당하게 오케가 있는 수준으로 받는 대단한 뚝심과 함께

성남이면서도 주중과 주말티켓값을 따로 책정한 이 놀라운 배짱을 보고 있으면

도저히 감탄을 안 할해야 안 할 수가 없다.

(공연장에 앉았는데 오케스트라가 없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실제로 나는 이 작품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여러 버전의 동영상을 보고 넘버들도 많이 들어서 그런지 이젠 착각마저 하게 된다.

마치 몇 번은 본 것 같은 그런 기시감!

그래선가?

놀라울 정도로 긴박감과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찌됐든 연쇄살인마가 나오고, 살인마의 정체를 쫓는 작품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을만큼 너무나 느슨했다.

특히 1막에서 신성우 잭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거의 코믹물을 보는 느낌이었다.

그 30분 동안 심지어는 깜빡깜빡 졸기까지했다.

(그것도 대략 난감하고 많이 미안하게도 오피석에서 말이다.)

그 와중에 민영기 앤더슨이랑 서지영 폴리 참 애쓰는구나... 생각하면서.

그러다 눈이 번쩍 떠지는 거다.

신성우 잭 때문에!

목소리톤, 표정, 연기, 노래 모든 것에 깜짝 놀랐다.

그때까지 허접한 성남아트홀의 음향때문에 졸면서도 입을 댓발 내밀고 있었는데

신성우 잭의 등장과 함께 나온 입도 저절로 강퇴됐다.

(뭐야? 이 남자! 지금 이 허접한 음향을 압도하고 있는 거야?)

카리스마 장난 아니다!

나... 솔직히 신성우가 이렇게 노래 잘하는 줄 정말 몰랐다.

가수보다 테리우스 이미지가 더 컸었는데...

나름대로 내겐 엄청난 반전이 찾아왔다.

(여러가지로 상처받기 일보직전이었는데 신성우 잭때문에 다 잊어버리기로 했다.)

 

따지고보면 강성민 먼로와 김여진 글로리아를 제외하고는 주조연 배우들은 전부 평균 이상의 실력을 보여줬다.

2AM의 이창민은 <라카지>에서도 인상 깊게 봤었는데

벌써 세번째 작품이라 그런지 제법 뮤지컬배우스럽다.

(그런데 살은 좀 빼야 할 것 같다. 살짝 둔해 보여서...)

"내가 바로 잭"은 표현을 너무 잘해서 깜짝 놀랐다.

대선배 신성우에게 밀리지 않으면서도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졌다.

전체적으로 딕션도 노래도 연기도 믿음이 갔다.

아쉬웠던건 김여진 글로리아와 목소리톤이 안어울려서 듀엣 듣기가 불편했다는 거!

먼로 기자 강성민은 형님 민영기가 심어준 것 같은데 연기는 나쁘지 않았지만 솔직히 노래는 좀 아니었다.

너무 가볍게만 가는 것도 맘에 안들었고...

민영기 앤더슨의 "회색도시"와 " 이 도시가 싫어"는 역시나 민영기답게 너무나 좋았고

전체적인 스토리텔러로서도 아주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삼총사>의 아라마스 보다는 <잭 더 리퍼>의 앤더슨이

민영기의 풍부한 성량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어서 좋다.

(그나저나 "화성에서 꿈꾸다"는 다시 안 올리려나???? 민영기의 정조가 요즘 무지 그리운데...) 

폴리 서지영의 "버려진 이 거리에서"와 2막 후반부 "아주 오래 전 여기"는 정말 좋았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서지영은 자신의 실력보다 훨씬 덜 인정받는 배우인 것 같다.

그녀의 공연 레파토리가 너무 좁아지고 있다는 게 아무래도 가장 큰 약점이지 않나 싶다.

<삼총사> 아니면 <잭 더 리퍼>이니 내가 다 갈증이 날 지경이다.

더 늦기 전에 고정된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진가를 다시 한 번 발휘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

 

앙상블은 춤은 좋았지만 노래는 춤만큼은 좋지 않았고

2번의 마술 장면(?)들은  뭐랄까 좀 식상했다고나 할까?

전체적으로 코믹했다.

무대는 지금껏 본 회전무대 중에서 이 작품이 최고였던 것 같다.

이렇게 조목조목 따지면 크게 나쁠 것도 없었는데

참 신기한 건 전체적인 그림으로 보면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아니었다는 거다.

아마도 초반에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는 것과 

성남의 쓰나미급 음향이 큰 역할을 차지하지 않았나 싶다.

그렇다면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서울 공연 재관람을 생각해볼까?

솔직히 아직은 미지수다.

만약 인팍의 50% 굿티가 뜬다면?

그때는 좀 생각해보기로 하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2. 6. 06:15

<The Vagina Monologues>

일시 : 2011.12.02. ~ 2012.02.10.
장소 :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출연 : 김여진, 정애연, 정영주, 이지하
원작 : 이브 엔슬러 (Eve Enster)
연출 : 이유리
프로듀서 : 이지나


1998년 뉴옥 초연 이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는 <버자이너 모놀로그>가 어느새 한국 초연 11주년이 됐다.
2001년 초연 당시엔 파격적인 소재와 대사로 특정 단어를 블라인드로 처리해서 보도하고 일부 관객은 음란물과 다를 바 없다며 항의하기도 했단다.
지금 이런 이력을 들으면 격세지감이 느껴지지만 초연될 당시엔 공연계에 꽤나 큰 이슈가 됐었다.
지금같이 음난물의 홍수 속에서야 이런 내용쯤은 그저 코웃음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아직까지도 한국어 제목을 아무렇지 않게 발음하기엔 솔직히 난감함이 있다.

연극이 유명해지기 전에 책으로 먼저 읽었었다.
솔직히 그때는 별 감흥이 없었다.
연극으로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11년이 지나서야 겨우 보게 됐다.
처음 공연했을 때는 출연하는 배우가 한 명이었다는데
지금은 세 명의 배우가 나온다.
(마치 공개방송 토크쇼같은 느낌이다.)
정애연, 정영주, 이지하.
배우 정애연이 다른 두 명의 출연자에 비하면 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상당히 좋았다.
딕션과 감정표현, 말의 톤과 속도도 잘 조정하는 것 같다.
20년 가까이 뮤지컬만 했다는 정영주가 선택한 첫번째 연극 작품!
역시나 작품의 액센트 역할을 여기서도 여지없이 해낸다.
(정영주가 없었다면 다분히 밋밋하고 심각하게 느껴졌을 것 같다) 
극단적인 감정 연기가 필요한 부분은 배테랑 연극배우 이지하가 꼼꼼히 채워준다.



신비한 우주, 보지 - 산부인과 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음모 - 30~40대 중산층 여성의 이야기
그가 그것을 보고싶어했기 때문에 - 20대 커리어우먼과 그녀를 사랑한 남자친구 이야기
작은 짬지 - 동성애자 이야기
홍수 - 성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70대 할머니 이야기
보지 워크샾 - 처음으로 경이로운 오르가즘을 경험한 40대 여성 이야기
긴 머리 남자 - 남편에게 폭행당하는 아내 이야기
말하라 -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My angry Vagina

9개의 모놀로그 중 개인적으론 이지하 부분이 제일 맘에 들었다.
이 사람 참 연기 잘하는구나 다시 한 번 절감하면서...
핀 조명 하나를 받으면서 
덤덤하게 책을 읽어가다가
점점 격양된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솔직히 나는 조금 더 적나라하고 솔직한 작품이길 기대했다.
11년의 내공이 쌓인 작품이니 조금 더 그랬어도 돼지 않았을까?
의도적으로 연출된 몇몇 장면들은 기름과 물처럼 이질감이 느껴진다.
누가 봐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분명한데 절대 안 짰다고 우기는 그런 구성들.
그리고 작품의 클라이막스에 해당되는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 "말하라"는 
너무 교육적(?)이라 오히려 불편했다.
너는 왜 이런 진실을 다 잊고 사니!
너 참 나쁜 사람이구나! 
꼭 손가락질하면서 책망하는 것 같아서...
(당신들도 그렇게 살았쟎아요~~~ 라고 말하고 싶었다) 

기대가 너무 컸었나?
어쩌면 이날 느닷없이 펑펑 내린 흰 눈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커다란 창가에 앉아서 한참을 바라봤다.
순간 땅으로 떨어지는 하얀 눈이 글처럼 읽혔다.
또박또박, 그 행간의 여백들이...
그리고 어쩔 수 없이 기형도가 떠올랐다.
그걸로 어쩌면 모든 건 이미 끝난 건지도 모르겠다.
눈 속에서 나는 나만의 모놀로그를 읊고 있었다.
총.총.총.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4. 15. 23:19
 
그가 말했다.

"열심히 하고자하는 성실함보다 절박함이 더 큰 동기가 됐다" 라고....
그는 그때 한창 <베토벤 바이러스>라는 드라마에서 "강마에"라는 도무지 비현실적인 인물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살아내고 있을 때였다.

일부러 기억하겠다 작정한 것도 아닌데 우연히 보게 된 인터뷰 기사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담겨있다.

엄청난 이슈와 함께 "강마에 신드롬"을 만들어낸 <베토벤 바이러스>
이 드라마가 방영될 때,

신기하기도 하고 우습기까지도 했다.
전적으로 나라는 인간 때문에.


TV를 거의 보지 않는 나는 시간이 생기면 오히려 책을 손에 드는 편에 속한다.

그리고 확실히 책은 거의 모든 TV 방영물보다 훨씬 더 나를 웃게 만들었고, 그리고 내게는 훨씬 더 적극적이고 환상적이었기에...


그런 나를 늦지 않았을까 조바심치며 TV 앞에 주저앉게 만들고, 시간이 맞춰 귀가하게 만들고, 행여 놓쳤을 땐 기를 쓰고 다시 볼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게 만들었던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으로 그의 이름이 세간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하얀거탑>의 천재 외과 의사 "장준혁"을 연기했을 때도 난 한 번도 그 드라마들을 찾아보지 않았다.

이후에 그가 출연했던 <불량가족>, <꽃보다 아름다워> 두 편의 드마라 역시도 전혀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지금 나는 감히 그에게 열광한다.
그리고 나는 그 열광앞에 당당히 "감히"라는 말을 붙인다.

배우 김명민!
거기 없는 배우, 김명민!

그를 나 역시도 말하고 싶다.
2001년도 장진영과 함께 주연했던 <소름> .
내가 그를 배우로 처음 알게 된 영화.
영화를 좋아하는 개인적인 취향덕분이긴 해도 <소름>을 보고나서 궁금했다.

“뭐지? 저 사람...”
그런데 아무도 그를 아는 사람이 없단다.
그리고 그의 불운은 잘 짜여진 극본처럼 배우를 향한 그의 노력들을 무참히 강타했다.
도박같은 삶...
어쩌면 배우들은 도박처럼  “단 한 번” 그 한탕의 희망에 목숨을 거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금은 엑스트라, 카페 손님, 행인 1에 불과할지라도 언젠간 그래도 잭팟을 터뜨리게 될거란 은밀하고 처절한 희망 그리고 질투.
혹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여지없이 파괴되는 육신과 그리고 육신보다 더 피폐해지는 정신의 소유자가 될지도  모르는 사람들.
누군들 절망하는 삶을 꿈꿀까?
그게 배우의 삶이라면 누군들 그걸 원할까?
배우의 업은 평생을 떠도는 "유목민의 업"이란다.
나는 그 떠돔이라는 게 정처없는 방황이나 헤맴을 뜻하는 게 아니라 어디서든 정착하여 일구어내는 생명력의 다른 표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다면,
배우의 책임감은 "정착",
바로 그곳에 있어야 하는 건 아닐까?

그리고
그에 대한 다큐를 봤다.

무...서...웠...다....

한번도 그를 두고 무서움을 생각했던 적이 없었는데, 그는 이제 내가 아는 최고의 공포가 됐다.

차이가 있다면 그가 주는 공포의 밑바닥에는 깊고 숙연한 존경심이 내재한다는 사실...

배우를 깊게 존경할 수도 있다는 사실,

이제 알게 됐다......

 <내사랑 내곁에>라는 영화를 촬영하고 있는 그는 지금 루게릭병으로 몸이 마비되가는 "백종우"가 되어 있다.
그의 얼굴은 푹 꺼져 초췌했으며, 그의 육신은 힘을 잃었으며, 그의  눈빛엔 이미 그늘이 가득했다.
그의 모습에서 더이상  누구라도 이순신을, 장준혁을, 강마에를 떠올리진 못할 것이다.
정말 그는 완벽히 실종되버렸다.
단지 "백종우"만 있을 뿐....
그렇다면 그는 왜 매번 실종을 택하는가???

급기야 이제 나는 그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왜  그는 매번 현실에서 사라져버리는가?

그가 그려낸 인물들은 “똥덩어리”를 외치는 비상식적이고 비현실적인 인물들조차 너무나 현실적으로 변해버리는데 그는 왜 도무지 현실적이지 않을까?

그가 현실적이면 그가 창조한 캐릭터들이 비현실의 세계로 되돌아가기 때문에?
영화를 찍고 있는 박준표감독은 말한다.
"미친 것 같아요....연기에"
미친듯이 그를 몰입하게 만드는 연기자의 길을 그는 떠나려고도 했단다.
과거의 기억을 말하는 그의 눈가는 이미 젖어있다.


50:50의 법칙!
나는 이걸 밑바닥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50:50의 상황을 뒤집은 건 단지 1% 노력뿐이라고...
일단 49:51의 상황으로만 만들어 놓으면 그게 추진력이 되어 100:0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에 내 깃발을 꽂게 될 것이라는 믿음...
밑바닥에 내려온 사람은 겁이 없단다. 
더이상 나빠질 것이 없기에.
그러나 내 두 발로 그 밑바닥에 차고 다시 튀어오른다면 그 곳에서 반전이 시작될지도 모르는 일.
마치 그가 그랬던 것처럼...


 

"그는 정말 많이 말랐다"
지금 그와 함께 영화를 촬영하고 있다는 배우 김여진은 자신의 블로그에서 글을 남겼다.
얼마전 찍은 응급실 씬에서  그는 정말 환자 같았다. 온몸에 핏기라곤 하나도 없었고 추위를 탔다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몇번이나 '괜찮으세요?'라고 진심으로 묻게 되었다고 말한다.
57kg 그는 말한다.
"이건 무조건 말려야돼요!"
그의 최종 몸무게는 54kg이란다. 180에 가까운 그의 키를 생각할 때 그쯤 되면 그는 정말 앙상한 종우가 될 것이다.
또 다시 두렵다.
자신의 몸을 이미 백종우에게 그대로 다 내준 그가 아무렇지 않게 무조건 말려야 된다고 말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마저도 감동하게 만들고 숙연하게 만드는 그가.... 
어떻게 현실적인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사람,
어쩌면 연기를 통해 신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조차도 나는 이제 그와 관련을 시킨다면 그대로 믿을 수 있을것 같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연습하는 건 정말 강심장을 가진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라고 말한다.
자기는 그러지 못해 연습하고,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거라고.
그가 말하는 그 "연습"이라는 곳에서 허구에 불과한 인물이 디테일을 갖는 실제 사람으로 변해 현실 속을 이렇게 뚜벅뚜벅 걸어다니게 되는 건가....
아니면,
우리는 정말 무시무시한 <괴물>을 한명 알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
혹, 그가 정말 괴물일지라도
나는 그를 위해, 그가 입김을 불어 살려내는 캐릭터들을 위해 괴물같은 응원을 보낼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영원히 거기 없는 배우가 되어 줄 것이기에...

김명민!
그는 확실히 거기 없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