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2. 8. 29. 08:21

<허탕>

부제 : 장진의 풍자 심리극

일시 : 2012.06.15. ~02.12.09.02.

장소 : 도숭아트센터 소극장

대본 : 장진

연출 : 장진

출연 : 김원해, 이철민 (죄수1) / 김대령, 이진오 (죄수2)

         이세은, 송유현 (죄수3)

기획.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연극판으로 돌아온 장진은 참 바쁘다.

<리턴 투 햄릿>, <서툰 사람들>에 이어 <허탕>까지 쉼없이 세 편의 연극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대본에, 연출에, 그리고 때때로 관객과의 대사까지 아주 바쁘다.

투자자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이제 영화를 그만 하겠노라 했던가!

그 말이 그냥 한 번 해 본 말은 진정 아니었나보다.

어쩌다보니 장진매니아처럼 이 세 작품을들 전부 봤다.

일부러 챙겨서 본 편이긴한데 솔직히 <허탕>은 마지막까지 관람을 고민했었다.

부조리극이라니...

이게 뭔 소린가 싶었다.

장진이 스물 한 살 군복무시절에 쓴 작품이라고 했나!

1995년 정재영, 정은표 두 배우에 의해 초연으로 올려졌고

4년 뒤 1999년 앵콜 공연에서 정재영, 신하균, 임원희, 정규수 등이 출연했었다.

바야흐로 장진사단이란 말이 오르내리기 시작한 때가 아닌가싶다.

그리고 2012년 무려 13년 만에 다시 <허탕>이 무대에 올려졌다.

대본 수정이 약간 있다고는 하지만 1995년 공연됐을 때는 확실히 센세이션이라 불릴만 했겠다.

솔직히 욕도 좀 먹었을 것 같고...

장진은 확실히 남다른 사고와 시선을 가진 사람임에 분명하다.

(이직도 생각난다. SBS 영화프로그램에서 바바리를 휘날리며 한 코너를 책임졌던 그의 모습이...ㅋㅋ)

이십대 초반의 재기발랄한 장진식 상상력의 산물들을 생각하면

아직까지 좀 뿌듯하고 으쓱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류는 장진 스타일이 아닌가?)

장덕배, 유화이(이 작품에선 서화이), 유달수.

급기야 장진 작품 속 뮤즈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들처럼 먀냥 친근하다.

이러다 장덕배, 유화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주책없이 아는 척 할지도 모른겠다.

 

<리턴 투 햄릿>의 김원해, 김대령이 죄수1(장덕배)과 죄수2(유달수)로 나온다.

전작에서도 느낀 거지만 김원해의 연기는 확실히 탁월하다.

어린 두 배우를 이끌어가면서 극의 중심을 잘 잡는다.

(어린 배우라는 건 어디까지나 김원해 입장에서.)

극의 후반부 심리드라마를 이끌어갈 때 목소리와 분위기가 확 바뀌는 걸 보고 섬득했다.

세 명의 인물 중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

김대령과 송유현은 20대 배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두 배우 다 나이가 제법 있어서 놀랐다.

김대령은 <리턴 투 햄릿> 때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처음엔 동일인이 아닌 줄 알았다는...)

후반부 송유현과 김원해의 연기는 서로 팽팽한 줄다리기를 보는 느낌이었다.

대사가 주는 재미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의외로 철학적이고 약간의 고발적인 요소도 있다.

 

내가 이해력이 떨어져서인지는 모르겟지만

결말은 좀 이해가 불가다.

(난해라고 표현하기에도 좀 그렇고...)

열린 결말이라는 설도 있긴 하던데 글쎄...

여자와 아이는 죽고,

죄수1인 어디 갔다 올 데가 있다면서 문을 열고 나가버리고.

혼자 남은 죄수2는 자신이 죽인 여자에게 톱날을 갈아달라고 말한다.

(혹시 여자 안 죽은건가? 죽은 거 맞는데....)

혹시 이래서 부조리극이 된건가???

이 모든 게 일종의 트루먼쇼는 아닐까 강한 의심도 들었다. 

사방에 설치된 카메라도 그렇고...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이유도 모른채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것 같 같은 황망함이 들었다.

 

문득 죄수1의 대사가 맴돈다.

"얼마나 억울하니? 신도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헤맨 나날들이..."

장진한테 제대로 한 방 먹은 건가!

그런건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27. 06:23

<리턴 투 햄릿>

일시 : 2011.12.09. ~ 2012.04.08.
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대본 : 장 진
연출 : 장 진
제작 : 문화창작집단 수다, (주)연극열전
출연 : 김원해, 서주환, 김지영, 장현석, 김대령, 조복래, 이엘, 강유나


연극열전 4번째 시리즈 그 첫번째 작품인 <리턴 투 햄릿>
영화감독 장진의 연극 연출 복귀작으로 화재가 된 작품이다.
갑자기 연극판에서 부지런하기로 작정했는지
장진 연출은 이 작품 외에도 <서툰 사람들>이라는 연극도 2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역시 장진은 장진이다.
개인적으로 장진식 유머와 위트를 좋아한다.
재치있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예리함이 있다.
결코 과하지 않게 그러나 인상적으로.
오랫만에 대학로에서 젊은 배우와 젊은 연출가의 참신한 작품을 보게 돼서 개인적으로 기쁘다.
어찌보면 대학 워크샾 작품을 보고 있는 듯한 묘한 참신함과 신선함도 느껴진다.
비교적 젊은 배우들이 주가 된 작품이라 자칫 가벼워질 수도 있었는데
그 아교 역할을 배우 김원해와 조복래가 확실하게 붙잡아준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된다.
건축 디자이너(?)인 양진석이 과연 김원해가 하듯 무대 위에서 조율과 포용을 아우를 수 있을지가...
뭐 본인이야 더 캐릭터 분석하느라 고민에 고민이겠지만 말이다.



무대 뒤 분장실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은
관객에겐 엿보기라는 관음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모든 공연 예술은 일종의 관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 <햄릿>의 색다른 해석은
대한민국의 지금을 풍자하고 까발리는 썩 괜찮은 도구로 활용된다.
햄릿의 비극성에 빗댄 대한민국의 희극성이라고 할까!
실제로 관등성명 운운하는 장면은 김문수 도지사의 어이없는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줬고
늘상 봐서 이제 오히려 식상한 대한민국의 청문회 장면 역시 이 연극을 통해 다시 들여다보니 재밌다.
("잘 기억이 안 납니다~~~" 이 말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개 특허 줘야 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 이분법적인 편가르기 역시도 익숙한 대한민국의 정치판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급기여 성질을 부르며 퇴장하는 모습까지도...
역시 장진식 코드와 유머로 작품을 꽉 채웠다.
다만 마당놀이 형태가 너무 길어졌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졌는데
너무 오래 계속되다보니 밑천이 드러난다는 느낌!
특히나 젊은 배우들의 사투리는 점점 민망할정도로 어색해진다.
엑센트로 느껴졌던 부분이 오히려 지루하게 느껴진다.
공연시간도 꽤 길어지면서
젊은 배우들과 노련한 배우들과의 집중력과 연기력 차이가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하는 것도 단점!
처음엔 분명 참신하고 재미있었는데
그 참신함이 자칫하면 지루함으로 빠질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나 결론은 너무 신파적이고 교육적(?)이라 의외다.
(이건 장진식 스타일이 아닌 것 같은데...)



2012년 내 첫 관람작이 된 <리턴 투 햄릿>
어찌됐든 부담없이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연극임에는 분명하다.
연극을 지루하고 심각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그런 작품.
더불어 좀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이 연극을 보고 있으면 코믹공화국 대한민국이 보인다.

개인적으론 끝까지 좀 더 실랄하게 까발리고
좀 더 노골적으로 보여줬으면 더더더 좋았을 작품!
(그랬으면 너무 추했을라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