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6. 08:13

<Next to normal>

일시l : 2013.01.06. ~ 2013.05.0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 (Tom Kitt)

연출 : 변정주

출연 : 박칼린, 태국희 (다이애나) / 남경주, 이정열 (댄)

        한지상, 서졍수 (게이브) / 오소연, 김유영 (나탈리)

        이채훈, 최종선 (헨리) / 박인배 (의사)

제작 : (주)뮤지컬헤븐

 

두번째 <Next to normal>을 관람을 앞두고

심난하고 속상한 일이 많아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디프레션 된 상태였다.

솔직히 공연을 취소할까도 생각했는데

함께 보기로 한 직장 후배때문에 묵직한 마음을 이끌고 공연장을 향했다.

묵직하고 복잡한 마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위로받기를 바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그랬는데... 그랬는데...

다행이다.

덕분에 위로받았다.

상처맏은 마음에 고운 손길이 지나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여준 건 과연 누구였을까? 아니 무엇이었을까?

평범한 그 주변 어딘가에 가기 위해

다들 힘겹게 버티고 싸운다는 앤딩곡 "light"의 가사는,

확실히 내게 약이 됐다.

우리이 삶이라는 게

행복만을 위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만 행복하단다.

그래서 유령에 쫒겨도 가야만 한단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위로는 없다.

적어도 지금의 내겐!

 

 

이번 관람은 박칼린과 한지상만 빼면

지난번 관람과 캐스팅이 완전히 다르다.

재관람을 해도 댄은 꼭 이정열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아 그냥 남경주 댄으로 봤다.

남경주와 최정원!

이미 뮤지컬계의 역사가 된 두 사람이건만

묘하게도 나랑은 이럴 수 있냐 싶을 만큼 정말 징글징글하게 안 맞는다.

아무래도 내게 남경주의 최고작은 <라카지>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라카지> 하나는 건졌으니 다행이다 싶다.

(불행하게도 최정원은 아직까지 한 작품도 없는데....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높다.)

남경주 댄은 힘을 너무 많이 빼서

어떤 부분에서는 성의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내에게 진이 다 빠져버린 남편의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정열 댄은 아내를 향한 일말의 희망을 절대로 놔버리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한지상은 <JCS> 유다와 병행한다는 게 무리였던지

1막에서는 고음부분을 시원스럽게 뽑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두 작품을 같이 한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박칼린 다이애나!

그녀의 정체(?) 뭘까?

그녀는 후반부 갈수록 관객 한명 한명을 다이애나로 만들어버린다.

그 숱한 다이애나들은 또 이 작품을 보면서 각자의 next to normal을 꿈꾼다.

나도 그 숱한 다이내나 중 한 명이었다.

 

김유영 나탈리와 최종선 헨리,

둘의 조합은 나쁘진 않았지만

첫정이라 그런지 오소영, 이체훈 조합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

특히 최종선을 김유영보다 키가 커서인지 무대에서 계속 구부정하게 서있는 게 영 불안해보인다.

프로필 사진 상으로만 봤을때는 좀 가볍고 코믹하게 생겨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작품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이체훈 헨리 같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은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동선과 무대 조명이 정말 좋다.

특히 2막 후반부에

게이브의 동선에 따라 변하는 명암의 대비는 끔찍할 정도다.

그리고 무대 전체 조명의 색감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따라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거!

요즘 heeling이라는 단어가 그야말로 대세인 것 같은데

이 작품이야말로 내게는 진정한 heeling이다.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디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늘 고맙고 예쁘고 다정하고 미안한 작품이다.

엄마의 품같은 그런 작품.

아! 어쩌나.

벌써 눈물나게 그립다.

이제 다 끝났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8. 3. 06:16


오랫만에 연극 한 편을 봤다.
<연극열전3> 여섯 번째 작품 <너와 함께라면>
연극 <웃음의 대학>을 쓴 일본 작가 미타니 고우키의 작품으로 역시 코믹이다.
연출은 내가 좋아하는 이해제,
출연 배우들도 탐나는 배우들이라 미리부터 예매했던 작품이다.

기간 : 2010.07.23 ~ open run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1관
출연 : 서현철(아버지), 추귀정 (어미니), 
         큰 딸 (이세은). 작은 딸 (김유영)
         남자친구 (송영창), 남자친구 아들 (박준서)
         이발소 직원 (조지환)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말, 무지, 엄청, 유쾌하고 황당하게 재미있는 연극이다.
보는 내내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마치 웃음소리를 계속 틀어놓은 시트콤처럼...)
2시간 동안 시종일관 사람을 쥐고 흔들면서 박장대소하게 만든다.
모든 상황이, 모든 대사가, 모든 행동이 전부 다.
그런데 그게 억지스럽지 않고 아주 자연스럽게 동화되고 있다는 사실.
사실 코믹물은 억지스런 짜맞추기 같아 개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데 이 연극은 전혀 그렇지 않다.
너무나 황당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 상상을 해보자.
내가 부모인데 28살 꽃다운 나이의 큰 딸내미가
어느날 결혼을 하겠다며 애인 사진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가족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덧붙인다.
가족들이 "청년 사업가"로 알고 있는 
그 사람이 사실은 "청년 사업가"가 아니라는 거다.
그 오해의 부분이 차라리 "사업가" 라는 부분이라면 천만 다행일텐데
문제는 "청년"이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는 거다.
딸의 남자친구는 73세의 파파 할아버지.
딸의 할머니와 같은 해에 태어난 분으로 엄연한 경로 우대증 소지자시다.



어찌어찌해서 아빠와 여동생에게는 이 사실을 밝혔는데 문제는 엄마!
엄마에게 사실을 말하려고 하는 게 
오히려 거짓말에 거짓말 꼬리 잡기가 되고 만다.
노령의 남자친구는 여자친구의 집에 찾아와
한참 젊은 예비 장인(?)에게 "아버님!, 아버님!"을 연발하며 점수를 따기 위한 필살기 중이시다.
(섬뜩섬뜩한 귀엽성이 있더라. ^^)
설상가상으로 노인의 아들까지 찾아와 이야기는 더 꼬인다.
아들은 엄연히 남편이 있는 그 집 어머니를 자신의 아버지와 사귀는 분으로 착각하고
구렛나루를 휘날리며 "엄마! 엄마!"를 연발한다. 
급기야 건장한 아버지는 이웃집 게이 남자로 둔갑해 버리고
이발소 종업원의 멀쩡한 눈은 졸지에 사시가 되버린다.



마치 탁구 경기를 보는 것 같다.
서로 받아치는 대사들은 탄력성 있고 하나하나 똑똑 튄다.
(원래 거짓말이라는 속성이 그렇긴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가 감탄스러울정도로 능청맞다.
늙은 남자친구 역을 맡은 송영창이 예비 장인을 향해 날리는 필살기는 은근히 귀여운 게 중독성이 있다.
큰 딸 역의 이세은은 첫 연극 무대 데뷔인데 사실 좀 놀랐다.
연기 잘하는 배우들 틈에서 대략 묻어가겠거니 했는데
딕션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철없는 표정연기가 일품이더라.
작은 딸 김유영은 <스프링 에웨이크닝> 이 후 두 번째 작품인 것 같은데 신인같지 않은 안정감이 있다.
약방의 감초같은 역할...
거짓말의 퍼레이드는 오히려 그녀의 입에서 더 부풀려지고 한층 업그래이드 된다.
story-maker 역할이 바로 그녀인듯 싶다.
커튼콜때 그녀의 코에서 튕겨나온 땅콩은 내 손에 정확히 맞았다. (브라보~~)



연극에서 누구보다도 돋보였던 사람은 역시 아버지 역의 서현철.
예전에 <판타스틱스>라는 뮤지컬에서 유랑극단 대표로 나왔을 때도
얼마나 맛깔스럽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던지 연신 감탄하면서 봤었는데
이번 연극은 서현철이라는 배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케 하는 작품인 것 같다.
소위 "물 만난 고기"라고나 할까?


말투와 표정, 행동들 하나하나가 전부 다 재미있고 유괘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것도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너무 자연스러워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맨발에 파자마 바람, 헝클어진 머리로 편안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고 있는 아빠에게
쓰나미같이 벌어지는 가공할만한(?) 상황.
상당히 불편하고 거북스런 상황을 이렇게 유머와 위트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다.

출연하는 배우들 7명 모두가 아주 똑 떨어지게 연기를 잘 한다,
과장스럽긴 해도 그 과장이 어디까지나 이 연극속에서는 오버처럼 느껴지지 않고 잘 어우러진다.
그래서 2시간 동안 충분히 즐겁고 유쾌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다시 보라고 해도 처음 보는 것처럼 큰소리로 웃을 수 있을 것 같다.
그야말로 <너와 함께라면>
분명히 재미있고 유쾌한 시간을 다시 한 번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만에... 오랫만에...
박장대소하면서 기분 좋아지는 연극 한 편을 봐서 아직까지도 흐뭇하다.
끈적끈적해서 불괘지수 높아지는 이 여름에
시원한 청량감마저 느껴지는 그런 연극 한 편을 만나다.
<너와 함께라면>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