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4. 11. 19. 08:48

<On Stage>

일시 : 2014.11.18. ~ 2014.11.23.

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출연 : 김도현, 김재범, 박영수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

 

지난 2월에 <On Stage season1>이 반응이 좋았는지 채 일 년이 되지 않았는데 season2가 시작됐다.

그때 서로 절친이라는 김재범, 최재웅 회차를 챙겨 봤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김재범이 출연하는 회차를 무시하진 못하겠더라.

정상윤이 출연하는 <쓰릴미>팀도 보고 싶었는데 이날 예매해놓은 연극이 있어서 아주 깔끔하게 포기했다.

아쉬움은 12월에 있는 정상윤 단독콘서트로 만회하는걸로! 

(이 콘서트도 제대로 피켓팅이라 최고로 섭섭한 자리를 겨우겨우 예매했다.)

처음 이 세 명의 배우가 함께 토크콘서트를 한다길래 의아했다.

어떻게 둘씩은 연관성이 있지만 셋은 도무지 관련이 없는 것 같아서...

역시나 박영수가 그러더라.

"세 사람이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비틀즈코드가 하나도 없다고..."

그래도 세 사람의 나이차가 묘하고 친밀한 위계질서(?를 만들어줬고

김재범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어선지 크게 어색하진 않더라.

MC 없이 출연배우들이 직접 진행하는 방식이라 산만한 느낌도 있긴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런 산만함이 나쁘진 않더라.

어수선하지만 살짝 풀어진 인간적인 모습이 편안하고 평범해보여 좋았다.

배우들에게도 이런 무대도 가끔씩은 꼭 필요하겠구나 싶었다.

내가 작품 속 인물이 아니라 그냥 나로 설 수 있는 자리.

<On stage>의 의미가 그런게 아닌가 싶다.

난 알아요 - 서태지와 아이들 (김도현, 김재범, 박영수)

My Galsses - 쓰릴미 (김재범, 박영수)

담배 - 싱글즈 (김도현)

달의 노래 - 화성에서 꿈꾸다 (박영수)

Empty chair empty table - 레미제라블 (김재범)

풍선 - 다섯손가락 (김도현, 김재범, 박영수)

Say it to me now - Once (박영수)

아픈 진실 - 셜록홈즈 (김도현)

다행이다 - 이적 (김재범)

Gethsemane - JCS (박영수)

Confrontation - J & H (김도현, 김재범)

교실 이데아 - 서태지와 아이들 (김도현, 김재범, 박영수)

난 알아요(앵콜송)

 

세 명의 배우들이 준비한 곡들은 나름대로 공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가장 무리수를 둔 배우는 본인 스스로도 고백했듯이 젊은피 박영수!

배우로서 자신의 로망인 노래로 정성껏 선곡했던데 한결같이 너무 어려운 넘버였다.

솔직히 고백하면... 많이 힘겨워 보이더라.

특히 Gethesename는 엄청난 무리수였다.

하지만 자신이 부족하다는걸 아예 처음부터 드러내고

그 상태에서 어떻게든 열심히,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꼭 조카의 재롱을 보는것 같은 흐뭇함...

아주 오랫만에 "달의 노래"를 들으니 <화성에서 꿈꾸다>가 쓰나미처럼 그리워졌다.

(물론 민영기 버전의 정조가... ^^)

김도현은 "담배"가, 김재범은 "empty chair empty table"이 제일 인상적이었다.

개인적으론 솔로곡보다 두명씩 꾸민 무대가 훨씬 좋았다.

김재범, 박영수의 "My Galsses"에는 혼자 향수에 젖었고

김재범, 김도현의 코믹과 진지를 오가던 "confrontation"은 최고였다..

(비록 두 배우는 심하게 민망해했지만!)

 

세 배우들이 자신들한테 기대치를 갖고 있다면 많이 낮춰달라면서

혹시라도 다른 회차와 비교해서 글올리지 말라고 우스개소리도 했지만

나는 그런 평범한 어수선함이 의외로 아주 편안하고 보기 좋더라.

(내가 너무 old한 탓이겠지만...)

자기네는 컨셉도 없다고 했는데

내 생각엔 세 배우의 오마쥬가 이 토크쇼의 컨셉이었던것 같다.

티켓을 찾는데 걸린 시간이 황당할만큼 길어서 시작 전까지 많이 불쾌했는데

두 명의 순수장년(?)과 한 명의 순수청년 덕분에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도 부탁컨데,

티켓 수령 부분은 어떻게든 해결을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첫인상부터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면

출연배우에게도 관객에서도 결코 좋지 기억이 될테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10. 21. 07:53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아마도...

<The Devil>이 2014년 나의 최다관람작이 되지않을까 싶다.

솔직히 이젠 더이상 뭔가 코멘트를 쓴다는게 민망할 정도다.

그냥 간단한 느낌만!

오랫만에 한지상 X를 봤는데

역시나 흥이 감당 안되게 과하더라.

(누군가는 그러더라. 나훈아의 feel이라고.)

이날 나를 그야말로 맨붕에 빠지게 만든건 "Big Time"에서 한지상이 페도라를 들고 나온거였다.

커튼콜에 들고 나오는건 상관이 없는데

극 중간에 페도라를 챙겨 나온건 정말이지 너무 과하더라.

존이 노래 부르고 있는데 X가 2층 오른쪽 바닥에서 뭔가를 줍길래 주의깊게 봤더니 문제의 페도라였다.

(정말이지 망할 놈의 페도라!)

세상에나!

순간 쇼뮤지컬로 장르 전환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넘버인데... 그놈의 페도라가... 

너무 과하고, 과하고, 또 과했다.

(아무래도... BC 라운지 한지상 X를 놓아야 할 것 같다. 비록 50% 할인이라도...)

지금 바라는건,

이번에 시작한 MBC 새주말 드라마 <장밋빛 인생>이

배우 한지상에게 절제와 섬세함의 미덕을 되살려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래도 위로가 됐던건 김재범이다.

세 명의 존파우스트 중 스토리를 가장 명확하게 끌고가는 배우가 김재범같다.

락뮤지컬 발성은 살짝 약하지만

섬세하고 분명한 연기가 이 모든 걸 상쇄시키고도 남는다.

특히 "Deny"에서의 연기는... 압권이다.

장은아 그레첸은 좀 지친 기색이 보였는데

그게 후반부로 갈수록 오히려 역할과 맞아떨어져서 나쁘지 않았다.

 

이날  커튼콜 앵콜송은 가위바위보를 안하고

그냥 세 배우가 번갈아가며 불렀는데 그 모습도 보기 좋더라.

서로 다독이면서 수고했다고 격려하는 모습이 너무 훈훈하고 아름다웠다.

아주 짧았지만 정말 많이 궁금했던 김재범의 봉산탈춤도 보고...

어쨌든 다행이다.

한지상에 놀란 가슴, 김재범에게 위로받아서...

충.분.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30. 07:45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The Devil>

회차가 그리 많지 않은 박영수 X까지 확인했다.

락뮤지컬은 처음이라 초반에 고전을 면치 못하기도 했고 성대에 무제가 생겨 스케쥴이 바뀌기까지 했다.

게다가 서울예술단 가을 공연인 <뿌리 깊은 나무> 때문에 10월 5일 이후로는 스케쥬에서 완전히 빠져있어서

이 녀석을 언제쯤 봐야하는지를 좀 고민했었다.

그래서 선택한 캐스팅이 박영수X에 김재범 존, 차지연 그레첸.

김재범은 장은아와 어울리긴하지만 내 생각같은 캐스팅을 만나는건 쉽지 않더라.

살짝 고민했던 박영수 X의 느낌은...

일단 비주얼만큼은 그 어떤 X보다  최강이더라.

슈트를 입은 모습도 그야말로 압권이었고.

살짝 야누스적인 느낌도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는 참 좋았다.

그리고 눈빛!

그 눈빛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문제는 락발성이 박영수에게는 너무 많이 힘겨워 보였다는거.

너무나 열심히 하는데 샤우팅할때마다 참 많이 안스러웠다.

X의 노래...

정말 어려운거구나 또 다시 절감했다.

개인적으로 느낀 영수 X의 장점은 아주 깨끗하고 맑다는 거다.

심지어 black X일때조차도...

그런데 그 느낌이 난 참 좋더라.

선과 악의 대결에서 결국 승리하게 되는건 선이라는 무언의 메세지 같아서... ^^

white X 의 느낌이 너무좋아서 특별공연에 박영수도  white X로 한 번쯤 해줬으면 좋겠는데

이건 그냥 바람으로만 남겨둬야 할 것 같다.

이날 다시 확인했더니  X의 넘버 "제안"은 목소리만 나오는게 역시나 맞더라.

(도대체 한지상은 왜 이 넘버에서 black X로 등장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을까???)

 

김재범 존은...

가히 "지킬 앤 하이드" 보는 것 같았다.

노래도 그렇고 연기도 그렇고 점점 더 진가를 발휘한다.

"난 절대 변하지 않아!"

인간의 오만에 대한 경고와 무너짐, 그리고 구원.

이 모든 과정을 김재범은 아주 설득력있게 그리고 여백없이 보여줬다.

"절대'라는 말은 정말이지 "절대"로 없는 모양이다.

차지연 그레첸은 여전히 연상녀에 여전사의 느낌이고...

내가 너를 대신함으로써 너의 죄를 사해주리라... 가 아니라 내가 네 앞에 있는 모든 악을 다 무찔러주리라...

딱 그런 느낌 ^^

X보다 카리즈마를 우습게 능가해버리는 카리즈마가 때론 불편하기도 했다.

차지연이 X를 했어도 좋았을거란 생각이 들 정도로.

 

어찌됐든 확실한건,

이 작품은 정확히 나를 저격했다.

그래서 앞으로 몇 번을 더 보게 될지 솔직히 전혀 모르겠다.

자꾸 끌어당기니 지금으로선 마냥 끌려가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

그리고 이렇게 일방적으로 끌려다니는건.

정말이지 공정치 못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8. 08:04

<The Devil>

일시 : 2014.08.22. ~ 2014.11.0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작사 : 이지나, 이지혜

작곡 : Woody pak, 이지혜 

연출 : 이지나

음악감독 : 신은경

출연 : 마이클리, 한지상, 박영수, 이충주 (X)

        송용진, 김재범, 윤형렬 (존파우스트)

        차지연, 장은아 (그레첸)      

제작 : (주)페이지1, (주)알디웍스

 

<The Devil> 네번째 관람.

그리고 김재범 존파우스트 첫번재 관람.

역시나 김재범이다.

표현도, 연기도, 인물에 대한 몰입도, 노래도 엄청나다.

김재범을 확인하기 전까지 송용진 존파우스트가 제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두 사람이 무게중심이 비슷하다.

아마도 매번 볼 때마다 두 배우가 역전의 역전을 거듭하지 않을까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송용진 존은 차지연 그레첸과 잘 맞는것 같고

김재범 존은 장은아 그레첸과 잘 맞는것 같다.

마이클리는 솔직히 어떤 조합이라도 good이다.

(역시나 대단한 배우다, 마이클리는!)

 

송용진 존은 "Black Monday"와 'Guardian Angel"이 정말 좋았고

김재범 존은 "죽어버린 이여"와 "퇴색한 눈동자"가 정말 좋았다.

대체적으로 송용진은 woody pak의 노래가,

김재범은 이지혜의 노래가 더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

두 배우의 연기톤이 완전히 다르긴한데 김재범의 표현은 역시나 압권이더라.

손의 움직임과 순간적인 목소리톤을 달리해서

존이라는 인물의 변하는 순간 순간들을 아주 확실하게 너무 잘 표현했다.

때때로 정말 "악마"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도 많았다.

만약 이 작품을 처음 보려는 사람이 있다면

김재범 존을 먼저 보고 나중에 송용진 존을 선택하길 권한다.

그렇게하면 이 작품을 조금 더 쉽게 이해하게 될거다.

그만큼 김재범 존이 표현이 맥락과도 잘 맞고 전체적으로 설득력도 뛰어나다.

아무래도 김재범이 롹발성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넘버에서 송용진만큼의 파워는 없지만

그래도 뭔가 예민하고 시니컬한 김재범만의 보컬느낌이 있어서 그것도 참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은아 그레첸과의 느낌이 아주 좋더라.

(차지연 그레첸과는 왠지 연상연하의 느낌일 것 같아서...)

 

장은아 그레첸은 두번째 관람이었는데

첫번째보다 몰라보게 달라졌다.

제2의 차지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했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겠다.

제 2의 누구누구가 아니라 장은아로도 충분하다.

개인적으론 "Mad Gratchen"은 차지연보다 장은아의 느낌이 훨씬 좋았다.

차지연이 "내가 널 상대해주마!" 였다면

장은아는 "나를 바치겠으니 그는 놓아주라" 더라.

그야말로 존의 죄를 대신하는 속죄양, 딱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엔 미켈란젤로의 "피에타" 이미지.

미켈란젠로의 피에타를 보면 마리아가 예수보다 상대적으로 크다.

혹시 이 작품도 그런 이미지를 표현하려고 그레첸을 일부러 큰 여배우로 섭외한건 아닐까 혼자 심각하고 고민했다.

(정말 정말 개인적인 생각...)

 

그리고 마이클리X는...

언제나 그렇듯 역시나 아름답다.

그가 부르는 "그 이름"과 "피와 살"은 소름이 돋는 정도가 볼 때마다 더 강해진다.

이제는 마이클리가 한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날이 오는게 점점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지금도 이렇게나 아름다운데...

무대를 대하는 그의 진심은 정말 신비더라..

마이클리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할만큼 정말 정말 좋은 배우다.

 

<The devil>은 배우도 작품도

내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작품이다.

심지어 커튼콜의 가위바위보까지도 너무나 좋다.

오랫만이다.

나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거.

방법이 없겠다.

당분간은 이대로 푹 빠져 지내는 수밖에...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7. 15. 08:14

<Death Trap>

일시 : 2014.07.09. ~ 2014.09.21.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대본 : 아이라 레빈 (Ira Levin)

연출 : 김지호

출연 : 박호산, 김도현, 윤경호 (시드니 브륄)

        김재범, 전성우, 윤소호 (클리포드 앤더슨)

        오미란, 이수진 (마이라 브륄) / 한세라, 정다희 (헬가 텐 도프)

        정윤민, 유병조 (포터 밀그림)

제작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김수로 프로젝트 9탄 <데스트랩>

프로듀서 김수로에게는 정말이지 박수와 찬사를 보낼 수밖에 없겠다.

벌써 아홉번째 작품이라니!

게다가 매번 캐스팅 또한 절묘하니

초연으로 올려지는 작품의 첫공조차도 망설임없이 예매하게 만든다.

박호산 시드니와 김재범 클리포드.

<데스트랩>을 이 두 배우로 시작한건 확실히 "신의 한 수" 였다.

보는 내내 두 배우의 디테일한 연기와 합(合)에 저절로 신명이 나더라.

사실 김재범과 박호산의 나이 차이가 많지 않아서 그림이 잘 그려지진 않았는데

실제로 무대에서 만난 두 배우는 그대로 시드니고 클리포드더라..

코믹스릴러라는 장르는 배우의 역향이 정말 중요한데

(균형을 잃게되면 코믹하지도 쓰릴하지도 않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기에...)

두 배우는 마치 오랫동안 이 작품을 공연해온 느낌이다.

신선하면서도 참 노련했다.

디테일이 좋은 배우들의 무대는 확실히 좋다.

 

그리고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드었던 헬가역의 한세라.

그녀! 정말 물건이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웃음 포인트를 확실히 살려준다.

게다가 티이밍까지 어찌나 환상적이던지!

말투며 못짓, 연기까지 존재감이 확실해서 나도 모르게 헬가의 등장을 계속 기다리게 되더라.

마이라 브륄 역의 오미란의 연기가 살짝 공중에 뜨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배우들의 힘과 연기가 정말 좋았다.

원래 연극은 멀티 캐스팅이라도 재관람을 안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

김도현 시드니와 전성우 클리포드가 너무 궁금해서...

개인적으로 클리포드 역에 전성우가 적격일 것 같고

김도현은 워낙 코믹물에 강한 배우라 박호산과는 완전히 다른 시드니가 나올 것 같다.

그리고 한가지 더!

무대 셋트와 음악 정말 좋았다.

특히나 막이 전환될 때 나오는 음악들은 아주 절묘하더라.

 

<데스트렙>

두루두루 첫 단추를 정말 잘 끼웠다.

오랫만에 재관람 의욕 돋는 연극을 만나니 엄마미소가 지어진다.

고맙다, 김수로 프로젝트!

지금처럼 지지말고 계속 선전해주길 진심으로 부탁한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5. 12. 07:54

<내 아내의 모든 것>

일시 : 2014.05.05. ~ 2014.06.29.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연출 : 양정웅

무대 : 전경란

영상 : 김장연

출연 : 류현경, 심은진 (정인) / 김재범, 전병욱 (두현)

        김도현, 조휘 (성기) / 송형은, 이나영

제작 : 수필름

 

2012년도였나?

류승룡, 이선균, 임수정 주연의 동명의 영화를 영화관에서 봤었다.

그때 류승룡의 뻔뻔하고 느물한 카사노바 연기에 얼마나 웃었던지... 그리고 잠깐이었지만 류승룡의 난타를 영화로나마 볼 수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그게 또... 살짝 코믹한 카사노바 역할이 의외로 류승룡에게 너무 잘 어울려서 깜짝 놀랐었다.

그렇더라도!

이렇게까지 연극을 챙겨보게 된 건 순전히 출연배우들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재범때문.

역시나 이런 찌질한 역할은 김재범이 제격이다.

개인적으로 이선균보다 훨씬 더 좋더라.

김재범은 로코물을 연기할 때 가볍게만 연기하는게 아니라 묵직한 뭔가를 하나 던져준다.

코믹한 장면도 아주 맛깔스럽게 잘 살리고 타이밍도 무지 좋더라.

김도현 성기와의 밀땅도 아주 재미있었고...

 

솔직히 말하면 카사노바역은 조휘로 보고 싶었는데

프리뷰 캐스팅이 안맞아 김도현으로 봤다.

그런데 이게 대박이더라.

아주 오랫만에 김도현을 무대에서 본건데

(작품은 끊임없이 계속 하는 배우긴한데 이상하게 안챙겨보게 되더라)

그야말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 몸으로  "성기"라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캐릭터에 딱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자칫하면 과장된 표현으로 일관될 수도 있었을텐데 절절하게 잘 연기했다.

두 남자배우들의 맞춤연기때문인지 정인역의 류현경이 아무래도 살짝 밀리는 느낌.

후반부에 정인이 우는 장면은 솔직히 많이 어색하더라.

멀티맨 송형은과 멀티걸 이나영의 다방면에 걸친 활약은 눈부셨고

공연 시작 전과 중간중간 라이브 피아노연주와 노래를 부른

나이 지긋하신 재즈뮤지션도 인상적이었다.

(얼굴이 알려진 분이시던데 성함이 당췌 생각안나서...)

드라이브 장면과 샌드 아트 등 무대 영상도 괜찮았고

마지막에 영화처럼 앤딩크레딧이 올라가는것도 특이하더라.

무엇보다도 섹슈얼로 일관되거나 닭털같이 가볍기만 한 로코물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연극 속에서 만나는 영화적인 기법도 꽤 흥미롭고 재미있었고!

재관람 의사가 강력하게 생기는건 아니지만

한번쯤 일부러 찾아봐도 괜찮을 작품.

 

때로는 이런 발랄한 "유쾌함"이 명약이 되주더라.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2. 27. 08:00

<On stage>

일시 : 2014.02.21. ~ 2014.02.23

장소 :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1관

출연 : 최재웅, 김재범

주최 : 아시아브릿지컨텐츠(주)

 

자주 보게 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소극장 토크쇼를 참 좋아한다.

그냥 두런두런 둘러앉아서 소소한 이야기를 과장없이 들려주고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하는 그런 자리.

게릴라성 무대이긴 하지만 오랫만에 그런 공연(?)을 봤다.

총 4팀이 4일간 이어간 릴레이(?) 토크쇼 on stage.

솔직히 4팀 전부 다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마지막팀 공연만 봤다. 

한국예술종합대학교 절친이라는 김재범과 최재웅.

몰랐었다.

두 사람이 동기라는 것도, 절친이라는 것도.

(뭐 꼭 알아야 되는건 아니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분위가가 많이 비슷하긴 하다.

둘 다 <쓰릴미>의 "네이슨"스러운 것이!

두 사람이 함께 부른 첫곡도 네이슨 아니랄까봐 "Nothing like a fire"더라.

4인조 라이브밴드의 연주도 수준급이었고

무대 조명도 화려하지 않고 깔끔해서 좋았다.

특히 기타소리가 유난히 귀에 들어와 연주자가 누굴인지 궁금했었는데

<JCS>의 기타리스트였단다.

작년 <JCS>는 정말 여운이 깊다.

오랫동안 두루두루.

 

 

Nothing like a fire - 쓰릴미 (최재웅, 김재범)

작은 씨앗 - 나쁜 자석 - 김재범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 김재범

서른 즈음에 - 김광석 - 최재웅

태양에 눈이 멀어서 - Trace U (최재웅)

둥지 - 김재범

갈무리 - 최재웅

너에게 - 서태지와 아이들 (최재웅, 김재범)

포스트잇 Q&A Talk  (깔창, 학창시절, 장단점, 작품,

부르지 못한 노래 - 풍월주 (김재범)

The origine of love - Hedwig (최재웅)

그땐 그랬지 - 카니발 (최재웅, 김재범)

 

본인들은 가요무대라는 표현을 했지만 선곡 정말 좋더라.

약간 old한 가요를 부르는 것도

자신들이 출연했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것도 좋았다.

특히 두 사람이 같이 부른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와 카니발의 "그땐 그랬지"는 정말 정말 정말 좋았다.

혼자 부른 곡 중에서 제일 좋았던 건

김재범은 "작은 씨앗"이었고 최재웅은 역시나 <헤드윅>의 "The origin of love"

두 사람의 작품 속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내 머리속에서 지나가기도 하고...

관객들이 미리 적어 포스트잇으로 붙여놓은 질문들은

짧긴 하지만 전부 대답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성의있었고

깔창이야기, 서로의 장단점, 학창시절 에피소드, 구렛나루 헤어스타일, 개그코드 등을 이야기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아주 편안하고 꾸밈없고 평범한 모습들.

보는 내내 저 둘은 친구라서 정말 행복하겠다 싶어 부럽더라.

별 말을 않해도 눈빛 하나로, 표정 하나로 서로의 기분상태를 다 알 수 있는 그런 관계,

그래서 어떤 반응도 더이상 필요하지 않는 관계.

진짜 친구. 

솔직히 너무 보기 좋아서 감히 질투조차 못하겠더라.

좋겠다. 두 사람은!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2. 18. 08:28

<나쁜 자석>

일시 : 2013.12.06. ~ 2014.03.02.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대본 : 더글라스 맥스웰 (Douglas Maxwell)

각색, 가사, 연출 : 추민주

작곡, 음악감독 : 조윤정 

출연 : 김재범, 송용진 (고든) / 정문성, 이동하 (프레이저)

        김종구, 김대현 (폴) / 박정표, 이규형 (앨런)

제작 : 악어컴퍼니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다.

죽음같은 실종 혹은 실종같은 죽음을 겪어야만 하는 그런 사람.

그리고 그걸 기억속에 봉인한채 애써 외면해버리려는사람과 애써 추억이라고 포장하고 스스로 화해했노라 믿어 버리는 사람.

하지만 나는 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죄책감의 표현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유년의 기억은 누구라도 "끼리끼리(낄낄이)"였다.

그건 친밀함과 어울림의 표현이기도 하지만

우리 끼리 외에 그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강한 거부의 표현이기도 하다.

함께 있지만 수시로 부정당해야만 하는 사람.

그게 너무 치열해서 묵직한 통증이 되어버린 관계.

그래다 결국 봉인시켜 굳건히 닫아버리고 모르는 것처럼 외면하는 세계.

그러나...

봉인된 세계는 어느 날 아무런 예고도 없이 불시에 열린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한 편의 잔혹동화는 서서히 시작된다.

하늘정원의 세계도, 나쁜 자석의 세계도 결국은 모두 비극이다.

그러니 누구라도,

스스로의 유년과 절대로 화해하지 말지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5~6년 전에 이 작품을 한 번 봤었다.

(처음엔 이 연극 제목도 <나쁜 자식>인 줄 알았더랬는데..)

사실 그때는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했었고 그저 난해하고 충격적인 작품이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관람에서는 배우들 섬뜩한 연기가 작품을 이해할 수 있게 이끌었다.

아주 끔직했다.

보는 내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김재범과 이규형은 그렇다고 치고

이동하와 김대현이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었나?

4명의 배우 모두 무서운 집중력이고 놀라운 표현력이었다.

개인적으로 욕설이 난무하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만은 꼭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다.

솔직히 무서울 정도다.

 

애초부터 존재하지않는 인물같았던 김재범 고든은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순간에조차 존재감이 느껴졌다.

허리를 잔뜩 숙이고 몸을 거의 접은 상태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김재범 고든은 무생물에 가까웠다.

한번도 웃지 않는 무생물같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드디어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기 시작했다면!

어쩌면...

처음부터 고든은 존재하지 않았던 건 건지도 모르겠다.

각자 다르게 만들어내고기억하는 각자의 고든만 있을 뿐.

고든과 프레이저 둘이 폐교에서 나뉜 대화는 그런 이유로 묵직하게 감겨온다.

"내가 죽으면 귀신이 돼서 돌아올께. 기다려줄래?"

프레이저는 몰랐을거다.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고든과 하나가 되버렸다는 사실을...

순간 <식스센스>급의 서프펜스가 등골을 훓고 지나간다.

 

처음엔 고든만이 외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4명 모두 외롭고 지치고 힘든 사람이다.

친하다고 말은 하지만 서로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결코 단 한 명도 없다.

오히려 드러낼 수 없는 비밀이 밝혀질까봐 전전긍긍하는 사람들.

이제 겨우 29살에 불과한데

"우정"이라는 20년의 시간이 마치 그들의 한평생 같다.

그리고 29살의 그들의 청춘 역시도 모두 끝이 났다.

끝장을 보며 떠나버리는 3명의 친구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진심으로 말해주고 싶었다.

너희 탓이 아니라고.

너만 그런게 아니라고.

우리 모두 때로는 밀어내고 때로는 끌어당긴다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21. 08:28

<연애시대>

일시 : 2013.10.05. ~ 2013.12.29.

장소 : 대학로 자유극장

원작 : 노자와 하사시

연출 : 김태형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조영규, 김재범, 이신성 (리이치로)

        황인영, 심은진, 손지윤 (하루)

        채동현, 이원 (나가토미,기타지마)

        소정화, 이수진 (가스미,다미코)

        윤경호 (가이에다), 황미영 (사유리)

 

2011년 김영필, 주인영 캐스팅으로 이 작품을 봤었다.

두 배우의 연기는,

연극 속 대사를 그대로 인용하자면 "치고 빠지는 호흡이 아주 좋았"었다.

재미도 있으면서 코끝이 찡하기도 했고, 아주 치열하기도 했었다.

그야말로 밀당의 진수를 김영필과 주인영이 보여줬었다.

게다가 정선아(사유리)와 김나미(가스미, 다미코)의 맹활약까지.

이런 캐스팅 아마도 다시 나오긴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2013년 <연애시대>

김재범과 채동현이 아니었다면 아마도 그냥 넘겼을 작품.

(인팍 모닝티켓 덕분에 프리뷰를 만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으로 관람했다.)

2011년 캐스팅이 워낙에 막강해서 어쩔 수 없이 자꾸 비교하게 되더다.

전체적으로 작품이 가벼워졌다.

(도대체 왜 자꾸 공연들이 가벼워질까?)

노자와 하사시의 원작도 읽었는데 이렇게 가볍지는 않았는데...

그래선지 결혼식 장면과 영안실 장면이 교차되는 부분이 좀 붕 떠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재범은 이 장면에 사람 참 뭉클하게 만들더라.)

수정된 부분들도 눈에 띄는데

개인적으론 기타지마 교수 아내가 하루에서 이혼신청서를 맡기는 부분이 사라진 건 아쉽다.

그 부분 대사도 생각난다.

"그게 뭐였다고 생각하세요? 사랑이었어요"

그때 분명 하루의 마음이 움직였었는데...

다음 장면은 약속이라도 한 듯 다미코가 리이치로와의 결혼신청서를 하루에게 맡기는 장면이었다.

장면으로 인물의 심리와 미묘한 갈등이 잘 교차시켜서 아주 인상적으로 느꼈던 장면이었는데...

 

듣기 거북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던 황미영의 사유리는 과장이 너무 심했고

채동현은 나가토미는 너무 평범했지만 기타지마는 나쁘지 않았다.

하루와 리히치로의 툭툭 거리는 장면을 레슬링 경기처럼 친구들이 중계하는 장면은 참신하고 적절했다.

소정화의 가스미와 다미코는 둘 다 과장이 심했고 두 인물의 구별이 별로 없었다.

2011년에 김나미 배우가 이 두 역할을 정말 환상적으로 표현했었는데...

가즈미일 때는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더니

다미코로 나올 때는 또 그렇게 천상 여자일 수 없더라.

(그때 "아야"가 남자 관객이었다. 남자처럼 생겼지만 딸이야~~라던 김나미 가스미의 멘트에 객석이 완전 빵 터졌었는데...)

소정화는 그냥 소정화 같아서...

 

이 연극은 대사들이 정말 좋은데

2011년 공연 만큼 대사의 묘미와 뉘앙스를 잘 살리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다.

불협화음의 "One summer night"이 철이와 미애의 "너는 왜?"로 바뀐 것도 개인적으론 아쉽다.

노래처럼 이 작품 자체가 하루와 리이치로의 "One summer night" 처럼 느껴졌었는데...

다시 실패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같은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다시 사랑한다면 싸우는 여자와 도망치는 남자는 변할 수 있을까?

연극은 변할 수 있다고 답하지 않는다.

단지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들의 새끼손가락에는 보이지 않는 인연의 붉은 실이 묶여 있단다.

어떤 사람들의 붉은 실은 너무나 선명하고 단단해서 누구도 자르거나 엉키게 할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가장 큰 게 연애라는 말도.

변하는 게 옳은 건 아니다.

때론 최대한 숨겨야 할 때도 있고, 때론 더 많이 보여줘야 할 때도 있다..

그런게 사랑이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10. 11. 08:21

<블랙메리포핀스>

일시 : 2013.08.01. ~ 2013.09.27.

장소 : 동국대학교 이해랑예술극장

대본,작곡,연출 : 서윤미

프로듀서 : 김수로

출연 : 김재범, 이경수, 박한근 (한스)

        김성일, 윤소호 (헤르만) / 문진아, 이하나 (안나)

        김도빈, 최성원 (요나스) / 홍륜희, 최정화 (메리)

제작 : 아시아브릿지켄턴츠

 

김재범 한스와 김성일 헤르만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다.

그리고 확실히 두 사람의 호흡은 정말이지 너무나 치열하고 거침없었다.

김성일 헤르만이 불처럼 타올랐다면

김재범 한스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불과 얼음의 만남!

결국 한스와 헤르만 두 사람은 물이 되어 섞인다.

그렇게 되기까지 두 사람이 상대를 향해 보이는 치열함이 나는 또 너무나 좋다.

그건 반목과 대항을 위한 치열함이 아닌

무의식 깊은 곳에 같은 상처와 고통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보여줄 수 있는 날선 대립이었다.

그래서 그 대립의 밑바당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과 위로가 가득하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못하든!

이 작품...

너무 오래 하면 배우들에게 못할짓이란 생각을 했다.

안나의 실험장면은 나조차 말리고 싶을만큼 너무 많이 처절했기에...

요나스여야 했던 김도빈은 참 힘들었겠다.

대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얼핏 보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배역처럼 느껴지지만

시종일관 기억과 사투를 벌이는 그의 모습을 보는 건 아프고 힘든 일이었다.

몸으로 그 모든 걸 표현해야했던 그는,

아마도 매번 공연이 끝나고나면 온 몸의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을 것 같다.

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배역!

배우에게 참 못할 짓이다.

김성일 헤르만.

이 끔찍한 고통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을거라며 오열하던 장면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것 같다.

(김성일은 시종일관 정말 헤르만이었다. 그 표정과 눈빛이라니...)

안나 이하나도 김성일 헤르만과의 합이 훨씬 더 좋다.

이 작품을 다시 보고 싶었던 이유!

아무래도 김성일 때문이었나보다.

배우로서 김성일은 김재범, 이하나, 김도빈을 완벽하게 서포트했고

헤르만으로서 김성일은 한스와 안나, 요나스 모두에게 집중했다.

네 사람이 함께 하는 몸동작도 발란스가 정말 좋았고!

신예 최정화가 메리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최정화 메리의 머리 모양을 보면서 <헤드윅>을 떠올린 건 나 뿐이었을까?)

이젠 커튼콜의 표정과 비장함(?)도 어느정도 이해가 된다.

커튼콜에서 연주자들을 실루엣으로라도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내 코드에 잘 맞는 작품이다.

 

행복해지기 위해 기꺼이 불행과 동행하겠다는 이들의 선택.

문득 네 사람의 그 다음이 궁금해졌다.

한스와 헤르만, 안나와 요나스는,

바람처럼 정말 행복해졌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