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8. 4. 9. 09:09

 

<트레인스포팅>

 

일시 : 2018.03.10. ~ 2018.05.06.

장소 :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원작 : 어빈 웰시 <Trainspotting>  

연출 : 추민주

출연 : 김종구, 문태유(마크) / 송유택, 신주협(스퍼드) / 고상호, 손유동(토미) / 정민, 양승리(벡비)

        김바다, 홍승안(식보이) / 정연, 조지승(앨리)

제작 : NEO production

 

벌써 한 달이 가까이가 됐다. 이 연극을 본지.

간단한 코멘트도 기록하지 못한건,

이 연극을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기 때문이다.

내가 꼰대가 됐다는걸...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영화로도 유명하다는데 영화도, 원작소설도 다 못봤다.

시놉은 보긴 했는데 살짝 걱정이 되긴 했다.

누군가는 그러더라.

마약으로 시작해서 마약으로 끝난다고.

100% 공감한다.

솔직히 걱정 됐다.

마약 투약하는 장면을 저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줘도 되는건가 싶어서...

(유경험자는 저게 뭐냐 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이 연극을 보게된건,

순전히 뮤지컬 <팬레터> 때문이었다.

지금도 헤어나오지 못하는 중인데

<팬레터>에 나오는 배우들 대부분이 이 연극에 출연해서 선택했는데

개인적으론 문화충격이었다.

것도 엄청난 데미지의....

그래도 배우들의 열연엔 박수를 보낸다.

특히 김종구의 연기는 너무 좋더라.

감각적인 무대연출도 인상적이었고

조명, 음악도 참 좋았따.

 

하지만,

70~80% 할인을 한대도 다시 보진 못할것 같다.

문화충격이... 너무 커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3. 30. 08:11

 

 

<로기수>

 

일시 : 2016.02.16. ~ 2016.04.03.

장소 :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작사 : 장우성

작곡 : 신은경

음악감독 : 변희석

무대 : 오필영

연출 : 김태형

출연 : 이승원, 윤나무 (로기수) / 김종구, 홍우진 (로기진) / 임강희, 이지숙 (민복심) / 박정표, 정순원 (배철식)

        장인수, 권동호 (돗트) / 최영민(프랜), 김민건(이화룡), 김성수(황구판), 김지혜(장개순), 장인수(돗트)

제작 : (주)아이엠컬처

 

2015년 3월 초연 프리뷰를 봤으니까 정확히 1년 만의 재관람이다.

초연의 느낌이 워낙 좋았어서 많이 바뀌었다는 말에 솔직히 재관람이 망설여졌다.

(또 다시 초연만한 재연은 없다는 원칙이 반복될까봐...) 

그러다 50% 타임세일의 유혹도 강했고 김종구의 로기진도 궁금해서 2층으로 예매를 했다.

1막 초반부가 초연과 확 달라져서 처음엔 좀 낯설다는 생각을 했다.

가령, 초연때는 이념이 다른 두 포로 집단의 싸움으로 시작됐는데

지금은 로기수가 무대에서 텝댄스를 추고 관중들이 환호하는 소리로 시작이 된다.

개인적으론 초연의 임펙트 강한 도입부가 훨씬 좋긴 했지만

다행히 전체적으로 느낌은 크게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유지가 됐다.

초연의 배우들과 연출이 그대로 다 참여한 것도 작품의 질에 큰 몫을 차지한 것 같고!

새롭게 들어온 김종구, 박정표도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라 좋았고

특히 프렌 역의 최영민은 초연의 두 배우보다 춤도, 연기도, 느낌도 더 좋았다.

일 년 만에 듣는 넘버들도 너무 좋았고,

그 사이 배우들의 탭댄스실력들도 일취월장했더다.

웃음과 감동 두가지 모두를 손에 꼭 쥐고 있는 괜찮은 창작 뮤지컬이라는걸

이번에 재연을 보면서 다시 확신했다.

 

안타까운건,

<공동경비구역>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딱 우리나라에서만 먹히는 작품이라는거!

그리고 그게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거!

분단의 역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그걸 현실이 아닌 판타지로 생각하는 세대들이 점점 많이지고 있으니까.

현실은 현실이라

언제나 희미하고 불확실하다.

그래서 예측은 늘 환상일 뿐이고!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6. 1. 26. 08:36

 

<The story of my life>

 

일시 : 2015.12.01. ~ 2016.02.28.

장소 : 백암아트홀

대본 : Brain Hill

작사, 작곡 : Neil Bartram

무대 : 정승호

음악감독 : 변희석

연출 : 신춘수

출연 : 고영빈, 강필석, 조강현 (토마스) / 이석준, 김종구, 홍우진 (앨빈)

제작 : LG아트센터

 

기다렸던 강필석, 김종구의 SOM을 봤다.

음...

솔직히 말하면,

내가 두 사람에게 기대했던 것과 느낌이 달라서 좀 당황은 했다.

뭐랄까, 강필석은 토마스는 작가보다는 정치가 같은 느낌이 강했고

김종구는 아주 많이 아이같을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더라.

아이보다는 눈감으면 저절로 떠오르는 기억(?)에 가까웠다.

(이 표현이 이해가 될까....)

그래서 좋았다.

감기에 걸린것 같던데 컨디션만 좋았다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더 인상적이었을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지하면서도 아이같이 순수한 김종구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앨빈이 딱 그런 역할이라 그냥 쓱 몰입이 됐다.

이 작품을 보면서 토마스의 넘버에 코끝이 찡했었는데

이번 관람에서는 앨빈의 넘버에 꼬끝이 찡해졌다.

관람을 하기 전에는 강필석 토마스가 너무 많이 서정적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서 오히려 놀랐다.

지적인 것도 아니고, 냉정한 것도 아닌 뭔가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어쩌면 초연의 잔상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역시나 아직까지 나에게 이 작품 최고의 페어는

류정한 토마스와 이창용 앨빈인 모양이다.

 

앨빈의 노래 구절처럼 나도 딱 그렇다.

"예전 그때가 그리워..."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아쉽다.

 

그래도 역시 SOM은 SOM이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6. 22. 08:34

 

<Speaking in Tongues>

 

부제: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일시 : 2015.05.01. ~ 2015.07.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본 : 앤드류 보벨 (Andrew Bovell)

번역 : 반능기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승준, 강필석 (레온&닐) / 김종구, 정문성 (피트&닐&존)

        전익령, 강지원 (쏘냐&발레리) / 김지현, 정운선 (제인&사라)

주최 : (주)수현재컴퍼니

 

또 다시 봤다.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스핑킹인텅스.

이 작품...

아주 의도적인 배신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잊어버림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지나침이었고, 아주 의도적인 회피였다는걸 알았다.

그런데...

나는 그 배신이, 그 회피가... 다 이해가 되더라.

이 작품을 본 후,

관계의 회복이라는 것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피트와 제인은...

아마도 관계를 회복에 실패하고 이별을 선택하게 됐을거다.

괜찮아지려면 간단명료한 믿음.

그게 있어야 한다는데

간단명료한 믿음을 가지고 사는 부부가, 연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 이상 사랑이 남아있지 않으면서 관계를 끝내지 못하고 어쩡쩡하게 이어가는 사람들이

지금도 샐 수 없을만큼 많다.

하지만 그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이다.

정직하게 헤어지려면 사랑이 끝났다는걸 인정해야 한다.

정직과 믿음,

어쩌면 이 둘은 심장이든, 배든, 머리든 함께 공유하고 태어난 샴쌍둥이인지도 모르겠다.

 

과거를 왜곡없이 기억한다는게 가능할까?

머릿속 저장소에 한 번 머물렸던 과거라는 놈은 

크든 작든 반드시 왜곡이라는 편집과정을 거친다.

기억의 왜곡, 그리고 진실의 왜곡.

이 작품은 그 굴절된 사람의 마음을 정확하게 끄집에 냈다.

하지만 난 그 굴절을 비난하거나 흉보지 않는다.

때론 낯선 냄새에서 생의 위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는걸.

우리 모두는 안다.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그 낯선 냄새가 나를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래서 유혹은 그렇게 달콤한거다.

 

임 안의 혀.

나는 배신하는건,

언제나 나였다.

 

* 커튼콜에서 전익령 배우가 객석의 큰 환호를 받았다.

  그 반응에 아빠미소를 띄우던 강필석의 모습,

  참 이쁘더라.

  (전익령 배우를 김동연 연출의 <Pride>에서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쉽다.)

  마지막 장에서 김종구의 존 연기는 정말 최고였다.

  강필석과 김동연 연출때문에 예매했던 작품이었는데

  전익령과 김종구 배우의 연기에 감탄했다.

  김종구 배우는 재발견, 전인령 배우는 새로운 발견.

  좋은 배우와 연출이 만든 참 정직한 작품 Speaking in Tongues...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6. 9. 08:11

 

<사의 찬미>

 

부제 : Gloomy Day 19260804

일시 : 2015.06.06. ~ 2013.09.06.

장소 : DCF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작곡, 음악감독 : 김은영

극본, 연출 : 성종완

출연 : 김종구, 정동화, 정문성 이충주 (김우진)

        전혜선, 안유진, 곽선영, 최수진 (윤심덕)

        최재웅, 김종구, 정민, 이규형 (한명운)

제작 : 네오프로덕션

 

2013년 6월 6일.

창작 뮤지컬 <글루미데이>를 초연을 처음 봤으니 정확히 2년만의 재관람이다.

2014년 재연이 올라오긴 했는데 일부러(?) 안봤었다.

잘 만든 창작뮤지컬이고, 초연 관람 후에 블로그에 칭찬의 글은 남겼지만 글 말미에 재관람은 망설여진다고 썼었다.

이유는...

이 작품을 한 번 더 보면 스스로가 너무 많이 gloomy해져 감당하기 힘들것 같아서였다.

2014년 재연을 피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고...

2년이란 시간이 지나 내성도 생겼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진도 좋아 이번 시즌은 외면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선택한 프리뷰 두번째 공연 김종구, 안유진 정민 캐스팅.

거리감을 두고 보고 싶어서 일부러 2층을 예매했는데 나쁘지 않았다.

조명도, 무대도, 넘버도 역시나 좋았고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는 시점의 연출력이 아주 돋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인건 이제야 <사의 찬미>라는 제대로 된 제목을 되찾아서 좋았다.

 

기대했던 김종구 우진은 연기적인 표현과 솔로곡은 정말 좋았다.

단지 그의 고질적인 딕션이 간혹 몰입에 방해가 됐고

다른 배우들과 함께 부르는 넘버에서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는다는 건 아쉽다.

안유진 윤심덕은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서 목소리톤이 다르게 표현해서 좋았다.

성량은 역시나 대극장용 배우.

남자 배우 두 명의 성량을 가차없이 잡아먹더라.

가장 놀랐던 배우는 미스터리한 인물 한명운을 연기한 정민이었다.

우진의 넘버 "그가 오고 있어" 중반에 치고 나오는 정민 한명운의 "사의 찬미"는 아주 압권이었다.

예전 초연때 이규형과는 또 완전히 다른 느낌이더라.

뭐랄까, 현실이면서 환상인 존재.

그렇다면 두 사람이 동시에 같은 환상을 본다는게 가능할까?

대답은... 윤심덕과 김우진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작품 속 우진의대사가 나를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지금 이 순간까지..."

정말로 두 사람이 새로운 결말을 위해 떠났다면

그들만의 신세계에서 두 사람의 후손들이 뿌리내렸으면 좋겠다.

 

"사(死)의 찬미(讚美)"

일본에서 만들어진 노래 중에서 유일하게 조선어로 녹음된 노래.

레고드사의 주문이 아닌 윤심덕 스스로 원해서 불렀던 그녀의 마지막 노래.

그리고 그녀는 현해탄에 몸을 던졌다.

가사 한 줄 한 줄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숨겨진 이야기가... 너무 많다.

 

 

 사의 찬미 (死의 讚美)

황막한 광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이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에

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느냐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였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 다 없도다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건 허무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5. 5. 20. 09:31

 

<Speaking in Tongues>

 

부제: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일시 : 2015.05.01. ~ 2015.07.19.

장소 : 수현재씨어터

극본 : 앤드류 보벨 (Andrew Bovell)

번역 : 반능기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승준, 강필석 (레온&닐) / 김종구, 정문성 (피트&닐&존)

        전익령, 강지원 (쏘냐&발레리) / 김지현, 정운선 (제인&사라)

주최 : (주)수현재컴퍼니

 

잃어버린 자들의 고백...

또 다시 "나"인 연극을 만났다.

무의식이나 종교적 황홀 상태에서 무의식적으로 터져 나오는 뜻을 알 수 없는 말

Speaking in Tongues 

의식과 이성은 사라지고 직관과 느낌만 남은 상태.

그리고 명확한 대답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만 계속되는 세계.

김동연 연출은 <프라이드> 이후 또 다시 인간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귀기울일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다.

강렬한 사랑도, 강렬한 증오도 이 작품 속에 다 담겨있다.

그리고 남녀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아주 직관적이고 과감하게 표현했다.

너무 솔적히고 정확하다보니 반론의 여지가 없다. 

레온, 쏘냐, 피트, 제인 바레리, 사라, 닉, 닐, 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 아홉 명의 등장인물 모두는 내 모습의 일부분이다..

특히 사라.

나는 이 여자의 마음이 완벽히 이해된다.

누군가 날 필요 이상으로 사랑하게 되면 난 달아나야먄 해요... 전 절 필요로 하는 사람을 원하지 않아요.

사람들은 알까?

누군가에게 그렇게 잔인해지려면 용기가 필요하다는걸

함께 오래 살아온 부부들조차 말한다.

사랑이 기반인 결혼생활은 이미 오래전에 끝이났다고...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분명히 알 수 있듯이 그 사랑이 끝난것 역시도 분명히 알 수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으면 계산된 배신이 시작된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그게 배신이라는걸 양쪽 모두 알고 있다는 거다.

왜냐하면 완벽하게 무너질 용기가 없기 때문에!

모든게 다시 되풀이 된다면?

확실히 공포다.

공포를 느끼느니 낯선 사람이 주는 강렬한 자극에 탐닉하는게 차라리 낫겠다.

이 모든게 배신을 합리화 하는 구차한 변명으로 보일지라도...

 

낯선 손길, 낯선 냄새가 주는 강렬한 느낌.

낯섬이주는 평온함.

그게 이해된다.

아무래도...

이 작품은 의도적으로 좀 멀리해야 할 것 같다.

깊게 빠지면 많이 위험해지겠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9. 11. 05:28

<The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감히 말하건데 나는...

이 작품과 완벽히 소통하고, 그리고 완벽히 대화한다.

마치 누군가 내 속으로 들어와 대사 하나하나를 직접 끄집어낸것 같다.

올리버가 고대도시 델포이에서 들었다는 혼자만의 신탁의 소리가,

지금 내게도 선명히 들린다.

먼 과거에 살고 있는 내가 지금의 나를 향해 던지는 질문들.

대답... 해주고 싶다. 간절히... 

이 작품을 앞으로 내가 몇 번을 더 보게 될까?

많이 힘들어 온 몸이 녹아내릴 것 같을 때,

진심으로 다가오는 토닥임과 위로가 필요할 때.

포악스런 욕심과 미움으로 망신창이가 될 때.

작은 온기라도 누군가와 기꺼이 나누고 싶을 때.

이 모든 순간들과 닿을때마다 나는 이 연극을 그리워하고 찾게 될거다.

올리버에게 감사하기 위해,

필립에게 감사하기 위해,

실비아에게 감사하기 위해...

그리하여 내가 온전한 나로 설 수 있도록!

 

<The Pride> 두번째 만남.

박은석 올리버와 김지현 실비아는 그 사이 더 깊어졌다.

김종구의 2막 첫씬 역시도 여전히 처음처럼 좋다.

25년의 역사...

그래, 그건 누가 뭐래도 사랑이다.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들.

시간과 시간이 교차되는 상황들을 어쩌면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하면서 표현하는지...

도대체 이 역할들을 매번 어떻게 감당할까!

배우란,

참 위대하고 아픈 직업이다.

 

정상윤 필립은,

초반에 박은석 올리버에게 밀리는 느낌이었는데 의도적이었다는 걸 나중에 이해했다.

그리고 역시나 정상윤의 섬세함과 디테일한 감정 표현은 너무나 간곡하더라.

특히 1막 마지막 장면은,

많이 아팠다.

서로에게 상처를 남긴 광폭한 관계후 올리버를 떠나보낸 필립.

스스로 홀로 남겨진 필립의 눈과 입은,

여전히 단 한 사람만을 부르고 찾는다.

아주 간절히, 그리고 아주 절망적이게...

"올리버..."

 

반복되는 대사와, 상황들, 그리고 장면들.

필립에게 손을 뻗는 올리버의 그 조심스럽고 간절한 떨림까지.

(이 표현 정말 너무나 좋다. 과거의 모습도, 현재의 모습도 모두)

참 아득하고 아프다.

이 사랑...을

어떻게든 지켜주고 싶다.

 

"사랑"이라는거.

그건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간절함의 문제다.

남자를 사랑하든, 여자를 사랑하든, 혹은 다른 무언가를 사랑하든.

간절하게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고

그 이름이 닿을 곳이 결국 있다면,

그건 "사랑"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르려면 "용기" 또한 꼭 필요하다.

모든 사랑의 실패는,

따라서 "용기"의 걸여다.

사랑을 인정할 용기,

사랑을 고백할 용기,

사랑을 지켜나갈 용기, 

사랑으로 인해 받은 상처를 다독이고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거짓된 사랑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히 거절할 수 있는 용기.

"실비아"가 바로 그런 용기였다.

실비아의 마지막 대사.

그걸 알았다면,

내 삶은 지금과 아주 많이 달랐으리라.

필립의 말은...

정말이지 아주 정확했다.

"실비아는 항상 옳아요!"

 

내가 멀리서 속삭일께요.

내 목소리가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당신이 당신에게 닿을때까지.

괜찮아요.

괜찮을거예요

모두 괜찮아질거예요.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4. 8. 25. 08:34

<Pride>

일시 : 2014.08.16. ~ 2014.11.02.

장소 : 아트원씨어터 2관

극작 : 알렉시 켐벨 (Alexi Kaye Campgell)

연출 : 김동연

출연 : 이명행, 정상윤 (필립) / 박은석, 오종혁 (올리버)

        김소진, 김지현 (실비아) / 최대훈, 김종구 (멀티)

기획 : 연극열전

 

정말 정말 정말 좋은 연극을 만났다.

내 영혼의 soul mate 같은 연극 <Pride>

깊은 위로같고, 포근한 다독임 같은 그런 보석보다 더 빛나고 찬란한 연극.

180 분이라는 시간이 너무나 빨리 지나갔다.

끝이 났다는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 완벽히 스며들었다.

이 작품...

아주 진심이고, 아주 진실하다.

많이 슬펐고, 많이 아팠고, 그래서 많이 행복했다.

아주 말갛게 행궈지는 기분이었고, 뭔가 하나의 껍질이 벗겨나가는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보기 전과 보고 난 후의 나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있었다.

이 대사들...

이 진심의 대사들을 나는 최대한 오래 마음에 담고,

최대한 오래 기억하게 되리라. 아니 그렇게 될 수밖에는 도저히 없으리라.

진심으로 다행이다.

이 연극을 만나서.

이 연극을 봐서,

이 연극이 내 마음에 진심으로 닿아서...

그리고 필립과 올리버를 이명행과 박은석이 연기해줘서 정말 다행이다.

 

누군가를 그리워 한다는건,

그 사람의 실체를, 그 사람의 온기를 느끼고 싶다는 의미일까?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다.

우리가 느끼고 싶은건, 간직하고 싶은건, 간절히 원하는건,

그 이상이다. 아니 그 이하다.

필립의 말처럼 내가 누군가를 불렀을때 언제든지 나를 위해 돌아볼 준비가 되어있는 한 사람.

간절한건 그 한 사람의 목소리다.

그 사람이 게이든, 레즈비언이든, 바이든, 스트레이트든 아무 상관없다.

그게 그리운 이유, 살아가는 이유의 전부다.

 

..... 꿈에서 막 깨거나 막 잠들려고 할 때

갑자기 사는게 무지 시시해지면서 그냥 이대로 영원히 잠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그럴때 있쟎아

사는 이유보다 덮고 있는 이불이 더 포근하게 느껴질 때,

난 그때 누군가를 부를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봐.

내가 누군가를 부르거나, 날 불러줄 목소리

그 목소리가 닿으면서 시작되는 변화,

그게 사는 이유가 아닐까? ......

 

......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야.

기나긴 시간이 흐르면,

우리에 대해, 자신에 대해

그 어렵고 불안했던 순간들을 이해할 것이고

그리고 지금의 잠 못 이루는 밤들도 가치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어쩌면 오십, 아니 오백 년 후에도 이 시절을 사는 사람들은

그 시간들로 인해 더 행복해지고 더 현명해질 것이다.

그러니까 괜찮아, 모든 것이 괜찮아질거야.

마치 먼 미래에 이미 모든 것을 거친 내가 나를 다시 위로하듯 다정한 속삭임.

그 위안처럼 목소리가 그렇게 .......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확신.

그건 꼭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닐거다.

내 진짜 이름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 지금 나를 부르고 있다면...

나는 1958년의 올리버처럼 모든 걸 던지고 그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2014년의 필립처럼 다시 또 돌아갈 수 있을까?

1958년, 2014년 실비아처럼 그 둘을 지켜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진심으로 한 번쯤은...

나는 꼭 필립이고 싶다.

올리버이고 싶다.

실비아이고 싶다.

 

그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다.

남자든, 여자든, 혹은 아무것도 아니든...

나는... 단지 이야기를 갖고 싶다.

그 이야기가 만드는 역사를 가지고 싶다.

필립과 올리버처럼.

그리고 그들을 지켜내는 실비아처럼...

 

이 연극이...

나를 살게 하리라.

나를 숨쉴 수 있게 하리라.

나를 그대로 나로서 존재하게 하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