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2. 1. 25. 05:39
사람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건 정말 죄송스런 일이지만
딱 개그맨같은 비쥬얼을 가진 시사평론가다.
뭐 본인도 스스로 "목사 아들 돼지"라고 소개하지 않던가.
아버지가 목사라면 그 자식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아무데서나 주여~~~를 외치는 병적인 예수쟁이던가,
아니면 신학대학교에서 주류관련 동아리를 만어 주(酒)님의 강림을 직접 육화하는 또라이던가.
그런데 김용민같이 이도 저도 아닌 난 놈의 부류가 있다는 걸 요즘 "나꼼수" 덕에 새록새록 알게 된다.
"나는 꼼수다" 4인방(김어준, 정봉주, 김용민, 주진우) 모두 화려한 이력에 범상치않은 외모의 소유자지만
그 중 김용민의 이력만큼 버라이어티하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1998년 8월 극동방송국 PD로 입사해서 헌금 유용과 관련해 여의도 순복음 교회 조용기 목사를 비판하는 글을 썼다.
사장(사장도 유명한 목사란다)한테 "루터처럼 종교개혁을 하려면 나가서 해라!"는 거룩한 뜻을 전달받고 사직당했단다.
다행히 2001년 2월 CTS 기독교TV의 편성PD로 입사,
그러나 사장의 회계부정 의혹에 격분해 노동조합을 일으켰다가
아름다워야 할 신혼여행 중에 처절하게 구조조정을 당하기에 이른다.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시사평론활동에 뛰어들어 각종 방송국을 제 집 드나들듯 했고
심지어는 목사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불교방송에서까지 마이크를 잡는다.
(해박한 지식과 언변은 종교의 벽을 충분히 허물고도 남는다 ^^)
잠잠하다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CBS라디오 '시사자키'에서
"이대통령은.."으로 시작하는 오프닝 멘트 때문에 급기야 잘리고 말았단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나는 뼛속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기독교인이다.
교회의 헌금강요와 자기과시에 지쳐 어느 교회도 나가지 않고 주일을 보내고 있지만
어쨌든 종교란에 기독교라고 당당히 쓰는 기독교인이다.
한낱 동네 구멍가게 같은 교회도 이러는데 소망교회니, 여의도순복음교회니 하는  대형교회들은 어떨지
생각만으로도 공포스럽다.
이러다 기독교가 절로 가겠다 싶다.
강부자니, 고소영이니 하는 말은 절대로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구정 마지막 날에 가만히 앉아서 두시간만에 후딱 읽은 책이다.
재미도 재미려니와 내용이 한 눈에 그야말로 팍팍 들어온다.
우리나라 보수를 세 부류로 나뉜 부분에선 맞아! 맞아! 추임새와 함께 무릎이 절로 쳐진다.
박근혜로 대표되는 모태보수,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기회주의 보수,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여당을 따라가야 할 것만 같아서 투표를 하는 서민들의 무지몽매 보수.
<닥치고 정치>도 그랬도 <달려라 정봉주>도 그랬고 이 책까지...
이런 책을 읽으면 무지 재미있으면서도 왠지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민주주의가 퇴보하는 지랄맞은 시대를 견뎌야 하는가 싶어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걸 분명히 알기에
2012년 총선과 대선이 자못 궁금하고 신중하다.
나는 내가 보수인지, 진보인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현재의 대한민국 보수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고 비난을 하더라도
나는 정말이지 정치에 무관심하게 살고 싶은 1인이다.
그런데 지금은 저절로 정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솔직히 이 인간들 단체로 뭘 잘못 먹었나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종류의 책들이 지금은 내게 일종의 스승이고 멘토다.

책을 읽으면서 진짜 바라게 된 건,
대한민국에서 정말 멋진 보수와 정말 멋진 진보의 싸움 보게 되는 거다.
정말 멋진 보수와 진보의 싸움이라면 그게 막장으로 치닫더라도 열심히 응원하겠다.
예전 같으면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꿈도 못꿨을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꿈을 꾼다.
수시로, 자주, 간절하게.
왜냐하면 너무 고되고 노곤하니까...
잃어버린 10년이라며 전정권을 무참히 깎아내린 그들이 만든 초토화 5년, 몰살의 5년.
그 폐허를 복원하려면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할까?

젠장할!
춥다.
그러나 봄날은 온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4. 08:16

<늘근 도둑 이야기>

장소 :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차이무 극장)
일시 : 2011.02.11 ~2.11.12.31.
출연 : 이대연, 김승욱, 김학선, 이성민, 오용, 박원상 ....
제작 : 극단 차이무
극본 : 이상우
연출 : 민복기

1989년 강신일, 문성근의 초연 이후
국내에 연기 잘 한다는 명배우들(명계남, 박광정, 유오성, 박철민, 정은표...)이 거의 거쳐간 작품이 바로 "늘근 도둑 이야기"다.
벌써 20년도 훌쩍 지난 창작 작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학로에서 살아 있다는 건,
확실히 뭔가가 있다는 의미리다.
이날 출연 배우는 더 늘근 도둑에 김학선, 덜 늘근 도둑에 오용, 1인다역에 서동갑 배우였다.

얼마전까지는 배우 김뢰하가 덜 늘근 도둑으로 출연해서 화재가 되기도 했다.
지금 출연진들도 소위 말하는 드라마나 영화에 명품조연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연극배우 오용.
좀 웃기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사람 연기는 정말 오남용이 없다.
연극 좋아하는 사람들한테는 절대적인 인정과 지지를 받는 배우!
소박하고 진실되고 그리고 최선을 다해 배역을 표현하고 몰입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오랫만에 오용의 모습을 무대 위에서 만나서
어이없이 향수 비슷한 것에 잠기고 말았다.


이야기는 결말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유쾌하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볼 수 있는 연극이다.
(사실 난 뭔가 더 있을거라 생각하고 암전 후 기다렸다. 그런데 매정하게 그냥 끝나더라)
난데없이 관람객이 단체로 명화가 되는 즐거움도 괜찮더라.
맨 앞에 앉았던 탓에 취객의 고성방가를 바로 앞에서 들었다.
천상 배우들은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관객 바로 앞에서 아무렇지 않게 얼큰하게 취한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모습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오히려 내가 민망해 멀뚱해지더라.
대통령 취임 특사로 사흘 전에 풀려난 두 늙은 도둑!
마지막으로 한탕을 하고 깨끗이 손을 씻으려고 들어간 곳이 "그분"의 개인 미술관!
순간 리움박물관이 생각난 건 어쩔수 없더라.
명화라는 게 비자금 조성에 얼마나 혁혁함 공을 세우는지는 뭐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테고...
어찌됐든 착하고 순진한 우리의 늙은 도둑님들께선 당연히 잡히신다.
급기야 수사를 받는 중에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횡설수설하다 간첩으로 몰리기도 한다.
연극에 나오는 "그분"이 정치쪽인지, 경제쪽인지 명확하진 않지만
(극의 흐름상 정치쪽으로 상당히 많이 기울긴 하지만  구린 건 이쪽이나 저쪽이나 오십보백보!)
좀 과장된 내용들도 물론 많이 있고 뒷북스런 대사도 있지만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때문에 그닥 눈에 거슬리진 않는다.
단지 바람이 있다면,
조금 더 살벌하게 실날했으면 좋겠다는 거.
무지랭이 좀도둑이 알면 얼마나 알겠냐 싶겠지만
의외로 현실과 시세에 밝은 직업(?)이 택시기사와 좀도둑 아닌가?
요즘은 "나꼼수" 때문에 유머러스하면서도 뼈가 있는 실랄함을 자주 접하게되는데
나중에 이 무대에서도 이런 실랄함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이젠 그래도 되지 않나?
"나꼼수' 콘서트에 등장한 MB 동상 사진을 보고 정말 빵 터졌었다.
개인적으로 너무 대단하고 순결하셔서 동상 세워주고 싶다더니
정말 입구에 제법 큰 동상을 떡하니 세울줄이야...

그냥, 뭐.
이 연극을 보면서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 "대한민국 CEO MB"가 자연스럽게 생각나더다.
어쨌든 중요한 건,
쫄지 말자!
뭐가 됐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