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7. 3. 08:48

<두 도시 이야기>

일시 : 2013.06.18. ~ 2013.08.11.

장소 : 샤롯데씨어터

원작 : 찰스 디킨스

대본, 작사, 작곡 : 질 산토리엘로

연출 : 제임스 바버

음악감독 : 강수진

출연 : 류정한, 윤형렬, 서범석 (시드니 칼튼)

        카이, 최수형 (찰스 다네이) / 최현주, 임혜영 (루시 마네뜨)

        신영숙,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 / 김도형, 김봉환 (마네뜨박사)

        임현수, 배준성, 김대종, 박송권, 김덕환, 전국향 외

제작 : (주)비오엠코리아, 롯데엔터테인먼트

 

다시 돌아온 찰스 디킨스의 명작 <두 도시 이야기>

소위 말하는 위대한 고전들이 뮤지컬이나 연극으로 만들어지면 꼭 원작을 찾아서 읽어본다. 

그래서 이 작품도 작년에 초연이 됐을때 일부러 원작을 읽었다.

그때 개인적으로 받았던 느낌은,

원작보다 훨신 더 풍성하고 깊이있는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거였다.

(대문호 찰스 디킨스에겐 참 죄송스런 발언이지만...)

<몬테크리스토>도 <레미제라블>도 원작에서 받았던 그 느낌들이 도저히 따라오지 못했었는데 이 작품은 아니었다.

똑같이 생긴 찰스 다네이와 시드니 칼튼을 도대체 어떻게 설정할지도 궁금했었는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상당히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다.

초연때 너무 길어서 지루했다는 평들도 많았지만

skill의 화려함이 주는 감탄보다 feel에 녹아들면서 육화되는 감동때문이었는지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게다가 22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는 왠만한 클래식 연주회를 능가할만큼 깊이감있고 웅장했었다.

(김문정의 욕심이 얼마나 고맙던지...)

다시 돌아온 <두 도시 이야기>

궁금했다.

초연때의 받았던 그 감동이 얼마만큼 다시 찾아와줄지가...

 

류정한 시드니, 최현주 루시, 카이 찰스.

예상은 했지만 초연때보다도 훨씬 더 깊어지고 간곡해졌다.

배역에 자유로워졌다고 할까, 아니면 정말 깊숙히 스며들었다고 할까!

그냥 그대로 시드니였고, 루시였고, 찰스였다.

이 세 배우의 조합은 정말 황홀할만큼 싱크로율도 좋고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도 더없이 좋다.

남녀 듀엣도, 남남 듀엣도, 솔로곡도 어쩜 그렇게 다들 황홀함을 선사하던지!

배역에 완벽히 몰입하고 있음이 그대로 눈 앞에 보여진다.

 

류정한 시드니!

시드니의 첫장면 동선이 초연과 달라서 말들이 있는 것 같던데

류정한 시드니는 초연때와 똑같은 동선으로 등장했다.

(배우에게 선택권을 줬던걸까? 아니면 류정한의 고집이었을까?

 서범석과 윤형렬의 동선이 어떤지 몰라서 비교는 못하겠다.)

염세주의자이긴 하지만 천진난만함을 잃지 않은 알콜의존증 환자(?) 시드니.

류정한의 시드니는...

말을 잃게 만든다.

게다가 또 다시 나르시시즘에 빠지게 한다.

어딘가 이런 사람이 있다고 믿고 계속 물 속만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나르시시즘.

(참 삐딱한 나르시시즘이다.)

초연 때는 "I Can't Recall"에 감탄했는데

이번에는 모든 곡에 다 감탄을 할 수밖에 없다.

넘버의 느낌이 다 달라서 시드니의 넘버로 그의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특히 루시의 결혼식 장면에서 "If dreams Come True"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빛은...

도저히 설명 못하겠다.

가질 수 없는 여자를 바라보는 안타까운 눈빛과, 그 눈빛보다 더 간절한 그 마음..

아! 시드니는 결코 루시를 떠날 수 없겠구나... 확신처럼 느껴졌다.

그건 시드니 스스로 다진 의지도, 신념도 아니었다.

그냥 그럴 수밖에는 도저히 없다는 거다.

선별과 선택을 할수조차 없는 그런 것.

류정한이 보여주는 시드니가 그랬다.

"Let Her Be a Child"

이 노래가 그렇게 간절하고 애뜻하고 슬펐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리고 이 넘버를 부르는 류정한의 눈에 고였던 눈물은,

시드니의 눈물, 바로 그것이었다.

단지 보는 것 뿐인데도 내 가슴이 쿵하고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손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괜찮다... 괜찮다... 오래 나를 다독여야만 했다.

 

최현주 루시는 초연때보다 더 강건하고 아름다워졌다.

(지금 난 외형을 보고 말하는게 절대 아니다!)

그 사랑스런 눈빛이라니...

누구라고 그녀를 보면 사랑할 수밖에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그녀의 상대역들은 몰입하기가 참 쉬웠을 것 같다.

찰스도 시드니도 그리고 마네트 박사와 프로스 아줌마까지도!

"Whthout a Word"에 감정을 다 쏟아내는 최현주 루시의 모습을 보면 늘 경이롭다.

루시도, 최현주도 무대에 서있는 것조차 힘겨울것 같다.

시드니 말대로 루시는 정말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한 여자다.

(그리고 최현주는 더더욱 더!)

루시를 최현주만큼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초연때부터 최현주가 내겐 루시의 진리다.

그리고 카이의 찰스도.

최수형의 찰스가 궁금하긴 했지만 그래도 첫관람은 꼭 카이여야만 했다.

초연때 카이와 류정한이 남긴 듀엣의 활홀함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

두 사람은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를 끝없이 끌어 당긴다.

팽팽하기도하고 서로를 연민하기도 하고...

묘하다.

남자의 듀엣에서 이런 느낌을 받았다는게 좀 믿겨지지 않지만 실제로 그랬다.

게다가 카이는 뮤지컬 첫데뷔였음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줬다.

솔직히 연기적인 면에서는 큰 기대fmf 안했었는데 깜짝 놀랐었다.

귀족적이면서도 순수하고 다정한 카이의 찰스.

제발이지 카이를 다른 작품에서도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백민정 마담 드파르지는 신영숙보다는 아무래도 약하다.

(어쩔 수 없다. 이건 신영숙 탓이다!)

"ㅅ" 발음은 너무 쎄고, 숨소리가 크게 들리는 건 아무래도 좀 거슬린다..

그래도 이 작품에선 이런 단점들이 역할과는 어느 정도 맞아떨어져서 다행이자만

호흡은 내내 아쉬웠다. 

초연때 정상훈 바사드가 너무 갑칠맛나는 쫀득쫀득한 연기를 선보여서인지

김대종 바사드는 좀 밋밋했다.

로리 아저씨도 좀 아쉽고...

(어디선가 <아이다>가 막 튀어 나올 것만 같아 ㅠ.ㅠ)

박용수 로리는 루시에게 부모가 갖는 깊은 애정이 느껴졌는데

김덕환 로리는 사무적이고 직업적이다.

(그야말로 법적인 대리인 딱 그 느낌!)

그래선지 박송권 제라가 "이제 시드니씨는 못 돌아오는 건가요"라고 물을 때도

아무 감정없이 느껴진다.

뭐 너는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투로.

(나만 그랬나?)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음악.

전체적으로 너무 가벼워졌버렸다

게다가 브라스는 좀 경박한 수준이다.

제임스 바버가 스피디하게 연출했다는데 내가 느끼기에는

대사의 타이밍과 오케의 연주만 과하게 성급해진것 같다.

몇몇 장면을 과감하게 삭제한 건 아주 좋았지만

이 작품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충분한 호흡과 간격이 꼭 필요한 작품이다.

그런데 어딘지 배우도,오케도 뭔가에 쫒기는 인상이 강하다.

특히 1막에서는 더.

다행히 류정한 시드니가 등장하고부터는 속도가 좀 진정된다.

(성급한 속도를 컨트롤한 사람이 과연 누굴까? 혹시 류정한? 어쩌면 그럴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이 작품은 여전히 참 좋은 작품이고 그리운 작품이다.

눈 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마냥 그리운 그런 작품! 

다시 보게 된다면,

(당연히 다시 보겠지만!)

이번엔 신영숙까지 포함힌 초연멤버 그대로 관람하련다.

신영숙의 "Our of Sight, Out of Mild"가 무지 그립다.

 

* 다음 관람 땐 꼭 오페라글라스를 가지고 가야겠다.

  류정한의 표정을 아주 세세히 읽기 위해서...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9. 2. 16. 05:45
<미운 오리새끼의 출근> - 메트 노가드




제가 이 책을 처음 알게 된 것 작년 12월 부산행 KTX 안에서였습니다.

음악을 들으면서 브라질 작가의 책을 읽고 있다가 우연히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천정에 있는 모니터에서 이 책에 대한 리뷰가 나오더라구요.

졸음에 밀려 가물가물하던 눈이 책 이야기라고 하니까 번쩍 뜨였습니다.

책표지에 있는 그림...

가물가물한 정신에도 그게 꼭 제 모습 같았습니다.

커피 한잔조차도 여유 있게 마실 시간이 없어 김김 펄펄 나는 뜨거운 커피를 한 손에 들고 출근하는 모습이네요.

반대쪽 손에 들려있는 낡은 가방 안에는 지난 밤 집에까지 끌고 온 일거리들이 아마도 다 정리되지 못한 체 급하게 구겨져 들어 있을테고,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걸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기에 옆구리엔 그날의 신문이 끼워져 있습니다.

옷은 또 어떻구요.

껑충하니 올라간 바지단에 구김 가득한 양복, 별로 남아 있지도 않은 얇은 구두축은 그야말로 온갖 스트레스에 눌리고 눌려 이제 곧 압사하기 일보직전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어깨는 축 늘어지고, 목은 뻐근해서 심지어 똑바로 들고 있지도 못할 정도고, 입은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위태로워 보이네요.

많이 봤던 모습 아닌가요?

어떤 날은 이게 내 모습일 때도 있고, 어떤 날은 내 옆의 동료의 모습일 때도 있고 또 어떤 날은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의 모습일 때도 있습니다.

어쩐지 암담하고 기운이 빠지시나요?

너무 너무 낙담하진 마세요.

미운 오리새끼는 결국 백조로 변하고 말테니까요... ^^

동화 속 결말처럼 마지막을 장식하는 건 하늘을 향한 찬란한 백조의 날개짓,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동안 다름으로 인해 자신을 따돌렸던 오리의 무리를 자신의 날개 아래에 두고 그토록 동경했던 우아한 백조의 무리 속으로 이제 구겨진 양복을 벗어버릴 때가 온 겁니다.

한동안 저 백조, 일 좀 크게 내게 되지 않을까요? ^^

이 세계도, 그리고 저 세계도 모두 알고 있는 특별한 백조니까 말입니다.


이 책엔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하지만 정말 잘 알고 있는 게 확실할까요????) 안데르센의 동화 6편이 실려 있습니다.

“미운 오리새끼”, “벌거벗은 임금님”, “쇠똥구리”, “식료품점의 니세”, “전나무”, “나이팅게일”...(솔직히 고백컨데 세 번째, 네 번째 동화는 이번에 첨 알았습니다.....)

도입부부터 각각의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려고 하는 핵심적인 메시지를 드러내놓고 시작합니다. 이 동화에선 이런 걸 이야기 할 테니까 당신들은 이점에 중점을 두고 읽어라.

어쩐지 일반적인 기승전결을 살짝 무시한 것 같긴 하지만 이런 시작도 나름데로 괜찮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야기 중간중간 작가 안데르센의 실제 이야기들도 Behind Story로 나옵니다.

가만 보니, 미운 오리새끼는 바로 안데르센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네요.

(위대한 작가가 나랑 똑같은 종류의 사람이었다니...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동화의 내용들을 새롭게 해석한 “우리들의 직장생활 이야기” 부분은 참 흥미롭습니다.

가령, “벌거벗은 임금님”에서는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정직성에 대한 교훈을 주는 게 아니라 “자신만의 목표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게 합니다.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드시죠?

이렇게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을 낯설게 그리고 새롭게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책이죠.

우리가 아는 “나르시시즘”이라면 지나친 자기애로 결국은 파멸의 길로 향하게 되는 걸 말하는데, 이 책에선 현대인에겐 꼭 필요한 특성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자기과시의 유용성”이 “생산적인 나르시시스트”를 만든다는 뜻이죠.

이 사람들이 품어내는 무한한 에너지와 상상력...

그래도 일단은 지나치면 안 된다는 전제는 무시할 순 없겠지만요.


10년의 시간을 한 직장에서 터를 닦다보니 솔직히 내성이랄까 약간의 면역력 같은 게 생기는 걸 느낍니다.

내 일에 대한 편안함, 익숙함이 커졌다는 건 참 반가운 일인데, 그만큼 치열함이나 참신함 같은 부분들은 많이 느슨해 진 것도 사실입니다.

혹시 내가 포장 잘 된 인간이 되 버린 건 아닌가 하는 질문...

내가 내 안의 내용물을 홀랑 잃어버려 놓고서 열심히 겉모습만을 포장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어떤 분이 제게 질문을 했습니다.

“당신도 슬럼프가 있나요?”

대답은...

“Yes!~~~~"

제겐 정말이지 하루하루가 전부 슬럼프고 장애물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 들어보신 적 있으세요?

“우리 모두 위기에 처해 있거나 위기를 벗어나는 중이거나 아니면 위기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슬럼프...

많지 않다면야 좋겠지만 내 앞에 있다면 내가 치우던가 아니면 내가 그 위를 넘는 수밖에는 결국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거.

그런데 이놈들이 결국은 숨어있는 내 백조의 본능을 깨워주는 기특한 놈들일지 어찌 알겠습니까!!!

그러니 오늘 하루도 저는 “파이팅!”이라고 외칠 수 밖에요...
그리고 더불어,
세상의 모든 미운 오리새끼들이여~~~
그대들도 항상 "파이팅!!!"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