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3. 5. 27. 08:29

<브로드웨이 42번가>

일시 : 2013.05.11. ~ 2013.06.30.

장소 : 디큐브아트센터

대본 : 마이클 스튜어트, 마크 브램블

작사 : 알 더빈

작곡 : 해리 웨렌

제작 : (주)설앤컴퍼니, CJE&M

출연 : 박상원, 남경주 (줄리안 마쉬) / 정단영, 전예지 (페기 소이)

        박해미, 홍지민, 김영주 (도로시 브록)

        전재홍, 이충주 (빌리 로러) 외

 

<브로드웨이 42번가>

2005년에 정동에 있는 팝콘하우스에서의 관람했던 게 마지막이었으니 무려 9년만의 재회다.

그때가 뮤지컬에 빠지고 2년쯤 지난 시기여서 비교적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 

그 당시 줄리안 마쉬 김법래 배우가 기획사 "대중"을 상대로

미지급출연료와 관련해서 공연거부를 선언해 큰 이슈가 되기도 했었다

김법래는 분장을 전부 끝낸 상태에서 자동차에 대기했다던데 결국 그날 공연은 취소가 됐다.

당일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에겐 환불 작업이 이루어지고...

아무튼 이 사태로 기획사와 배우같의 출연료 문제가 잠깐이었지만 수면 위로 떠올랐었다.

배우들은 김법래를 많이 지지했던 것 같고...

(당연하지! 그들에겐 출연료가 밥줄인데...)

9년 전 이 작품의 출연진은 그야말로 화려했었다.

박혜미, 김선경, 전수경, 원기준, 황정민, 김미혜, 전수미

그리고 박혜미의 연하 남편이 팻 데닝으로 출연했었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까지 내게 탭댄스란 발로 하는 시끄러운 춤(?)

대략 그런 존재감이었다.

그런데 김미혜와 전수미의 탭은 문외한인 내가 봐도 참 경쾌하고 즐거웠다.

김미혜는 시골에서 성공의 꿈을 안고 상경한 순진한 페기처럼 정말 귀여웠고,

전수미가 2막에서 빌리와의 대화하듯 추던 탭은 아주 섹시했었다. 

이 두 명의 여배우 덕분에

탭의 진수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동안 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선입견이 좀 없어졌었다.

그러다 <빌리 엘리엣>에서 꼬맹이들에게 반해버렸고 ^^

 

 

아마도 9년 전의 기억이 머리속에 각인되버린 모양이다.

다시 관람한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뭐랄까 전체적으로 아마추어적이었다.

작품 설정 자체가 코러스걸의 신데렐라 탄생기라 그럴수밖에 없다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후반부쯤에는 나름대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져도 좋지 않을까 기대했었다.

그런데 군무는 살짝씩 어긋나고

경쾌해야 할 탭소리도 돌림노래처럼 조금씩 겹쳐졌다.

개인적으론 예전에 있던 거울 장면이 없어진 것도 아쉬웠다.

(이 장면 꽤 근사했는데...)

기대를 많이 했던 페기 소여와 빌리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전예지는 탭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페기 소여의 느낌보다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초심자의 열심이 더 많이 느껴졌다.

페기 소여보다 전예지스러웠다고나 할까!

빌리는 조금 더 느끼하고 능청스럽게 표현했어도 좋았을 것 같은데

이충주의 빌리는 어딘지 살짝 모범생스런 느낌이었다.

김영주의 도로시는 역시나 좋았다.

"I Only Have Eyes for You"는 박해미나 김선경의 도로시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았다.
인물도 입체적으로 잘 표현했던 것 같고.

남경주의 줄리안 마쉬는 무난은 했지만 역시 내 취향은 아님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비음섞인 그의 갈라지는 목소리는

도저히 카리스마 넘치는 연출가로 보여지지 않았다.

살짝 시니컬은 하더라.

이상하게도 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다른 모든 걸 제치고 오로지 "가벼움"만을 보고 듣게 된다.

게다가 예전엔 몰랐었는데 요즘 남경주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노래부를 때의 얼굴 표정이 점점 기묘해지는것 같다.

힘겨움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걸까?

마지막 넘버 "42nd Street"는 살짝 불안하기까지 했고...

(아무래도 요근래 남경주는 최고의 작품은 <라카지>인 것 같다.)

도로시의 연인 팻 데닝은 존재감이란걸 전혀 못느낄 정도로 어설펐고

스폰서 미스터 딜런는 너무 과장스러웠다.

그래도 제일 아쉬웠던 건 역시 "Shuffle Off to Buffalo"에서의 탭이다.

군무도 그렇고, 빌리와 페기와의 더블탭도 그렇고 강렬한 느낌을 못받았다.

9년 전 이 장면을 보면서 많이 놀랐었는데...

'와! 저 사람들 지금 탭으로 대화를 나누는구나!"

확실히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날 탭에서는 전혀 대화가 보여지지 않았다.

단지 열심히 추는 댄스만 보였을 뿐.

내가 너무 과거의 향수에만 빠져있어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점은 정말 아쉽다.

김미혜와 전수미의 탭은,

지금 생각해도 확실히 뛰어났던 것 같다.

 

이날 공연은 이상하게 객석 분위기가 연말 송년회 분위기였다.

회사에서 단체관람으로 온 사람들 틈에 앉아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쩐지 전체적으로 가벼움이 느껴졌다.

뒷줄 아저씨들의 해소천식에 가까운 가르릉거림은 탭만큼 자주 반복됐고

인터미션때 단체로 급하게 피우고 온 담배는 거의 폭격에 가까웠다.

가끔은 관객들간의 배려라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절감할 때가 있는데

이날 분위기가 그랬다.

그래서 작품에 집중이 덜됐던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서울 공연이 끝나고 성남으로 넘어가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되어 있을 거란 사실이다.

배우들 모두 열심이라는 건 분명하니까

그때쯤이면 아마 탭의 대사도 보게 되지 않을까?

(그래도 성남은... 정말이지 너무 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3. 5. 6. 08:13

<Next to normal>

일시l : 2013.01.06. ~ 2013.05.05.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극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 (Tom Kitt)

연출 : 변정주

출연 : 박칼린, 태국희 (다이애나) / 남경주, 이정열 (댄)

        한지상, 서졍수 (게이브) / 오소연, 김유영 (나탈리)

        이채훈, 최종선 (헨리) / 박인배 (의사)

제작 : (주)뮤지컬헤븐

 

두번째 <Next to normal>을 관람을 앞두고

심난하고 속상한 일이 많아 개인적으로 심각하게 디프레션 된 상태였다.

솔직히 공연을 취소할까도 생각했는데

함께 보기로 한 직장 후배때문에 묵직한 마음을 이끌고 공연장을 향했다.

묵직하고 복잡한 마음들이 

이 작품을 보고 위로받기를 바라는 일말의 희망을 품고서...

그랬는데... 그랬는데...

다행이다.

덕분에 위로받았다.

상처맏은 마음에 고운 손길이 지나갔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나를 다독여준 건 과연 누구였을까? 아니 무엇이었을까?

평범한 그 주변 어딘가에 가기 위해

다들 힘겹게 버티고 싸운다는 앤딩곡 "light"의 가사는,

확실히 내게 약이 됐다.

우리이 삶이라는 게

행복만을 위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살아있어야만 행복하단다.

그래서 유령에 쫒겨도 가야만 한단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이 세상에,

이보다 더 큰 위로는 없다.

적어도 지금의 내겐!

 

 

이번 관람은 박칼린과 한지상만 빼면

지난번 관람과 캐스팅이 완전히 다르다.

재관람을 해도 댄은 꼭 이정열로 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도저히 안 맞아 그냥 남경주 댄으로 봤다.

남경주와 최정원!

이미 뮤지컬계의 역사가 된 두 사람이건만

묘하게도 나랑은 이럴 수 있냐 싶을 만큼 정말 징글징글하게 안 맞는다.

아무래도 내게 남경주의 최고작은 <라카지>로 남을 것 같다.

그래도 <라카지> 하나는 건졌으니 다행이다 싶다.

(불행하게도 최정원은 아직까지 한 작품도 없는데....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확률이 높다.)

남경주 댄은 힘을 너무 많이 빼서

어떤 부분에서는 성의없어 보이기까지 한다.

아내에게 진이 다 빠져버린 남편의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정열 댄은 아내를 향한 일말의 희망을 절대로 놔버리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었는데...

 

한지상은 <JCS> 유다와 병행한다는 게 무리였던지

1막에서는 고음부분을 시원스럽게 뽑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두 작품을 같이 한다는 건 확실히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박칼린 다이애나!

그녀의 정체(?) 뭘까?

그녀는 후반부 갈수록 관객 한명 한명을 다이애나로 만들어버린다.

그 숱한 다이애나들은 또 이 작품을 보면서 각자의 next to normal을 꿈꾼다.

나도 그 숱한 다이내나 중 한 명이었다.

 

김유영 나탈리와 최종선 헨리,

둘의 조합은 나쁘진 않았지만

첫정이라 그런지 오소영, 이체훈 조합이 개인적으론 더 좋았다.

특히 최종선을 김유영보다 키가 커서인지 무대에서 계속 구부정하게 서있는 게 영 불안해보인다.

프로필 사진 상으로만 봤을때는 좀 가볍고 코믹하게 생겨서 좀 걱정했는데

다행히 작품 속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이체훈 헨리 같는 부드러움과 단단함은 많이 부족해서 아쉬웠다.

 

이 작품은 배우들의 동선과 무대 조명이 정말 좋다.

특히 2막 후반부에

게이브의 동선에 따라 변하는 명암의 대비는 끔찍할 정도다.

그리고 무대 전체 조명의 색감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따라 바뀌는 것도 인상적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공연 기간이 너무나 짧았다는 거!

요즘 heeling이라는 단어가 그야말로 대세인 것 같은데

이 작품이야말로 내게는 진정한 heeling이다.

이 작품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디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래서 늘 고맙고 예쁘고 다정하고 미안한 작품이다.

엄마의 품같은 그런 작품.

아! 어쩌나.

벌써 눈물나게 그립다.

이제 다 끝났는데...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7. 18. 08:15

<라카지>

원제 : La Cage Aux Folles

일시 : 2012.07.04. ~ 2012.09.04.

장소 : LG아트센터

연출, 각색 : 이지나

음악감독 : 장소영, 김은영

출연 : 정성화, 김다현 (앨빈) / 남경주, 고영빈 (조지)

        이동하, 이창민, 이민호 (장미셀)

        천호진, 윤승원 (에두아르 딩동)

        전수경, 도정주 (마담 딩동)

        김호영, 이지송 (자코브)

        유나영 (자클린) / 임천석 (프란시스)

 

정성화의 세 번째 게이 역할.

참 재미있는 건 <거미여인의 키스> 때도 느낀거지만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상당히 뚝배기스런 외형을 가진 정성화가 게이 역할을 하면 코믹하면서도 묘한 페이소스와 함께 깊은 연민이 느껴진다.

같은 배역에 더블 캐스팅된 김다현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세월에 따라 배도 두둑하게 나오면서 적당히 처지고 

얼굴과 몸 여기저기엔 더이상 화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주름이 늘어나고

주변에 상광없이 자기중심적은 걸판진 수다를 떠는 굳은 심지의 소유자.

이제 여성성보다는 남성성을 더 많이 띄게 되면서 성별이 모호해지는 중년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제 3의 성(姓)을 가진 그들, 아줌마!

외모에서부터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정성화의 아줌마 연기는

그래선지 더 측은하고 안스럽다.

 

여장을 한 정성화와 김다현의 모습을 사진으로만 봐도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정성화가 그랬단다.

김다현의 여장한 모습을 보면서 질투를 느꼈다고.

어디 정성화뿐이랴!

한때 꽃다현으로 불릴만큼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던 김다현을 향한 질투,

아직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지나에게 <라카지> 연출을 의뢰했을 때 그녀가 요구한 게 한가지였단다.

앨빈 역은 꼭 정성화가 해야 한다는 조건.

이지나 연출은 어떤 확신을 가지고 배우 정성화를 믿었던걸까?

드랙퀸과 정성화라?

일단 그 조합은 참 암담하고 그림이 안 나온다.

<거미여인의 키스>와 <위험한 상견례>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낮설다.

 

뮤지컬 <라키지>는 1983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30년 동안 연극, 영화, 뮤지컬로 만들어졌었고

영화는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층에서 상당한 호응을 얻기도 했었다.

30년 전에 게이 가정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

상당한 용기와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직접 목격한 쇼뮤지컬 <라카지>

일단 재미있다!

화려한 볼거리와 다양한 장르의 음악으로 눈과 귀가 즐겁다.

거기가 의외의 감동과 통쾌함도 있다.

출연하느 배우들은 역시 자신의 이름에 걸맞게 잘한다.

심지어 뮤지컬을 처음 한다는 2AM의 이창민조차도 장미셀 역을 너무 능청스럽게 잘한다.

처음이라는 게 거짓말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리고 이 작품에서 누구보다 대단한 배우들은 역시 라카지걸들!

(이 건장한 남정네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그로테스크한 진한 화장에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춤을 추는 그들을 보면서 연신 감탄했다.

의상 무게만도 엄청날텐데 대단한 체력이고 대단한 에너지다.

역기를 발에 달고 춤추는 기분이라고 했던가!

보는 관객들은 동남아에서나 볼 수 있는 알카자쇼를(?) 대한민국에서 보는 재미가 솔솔하지만

실제 라카지컬을 하는 남자 배우들은 참 죽을 맛이겠다 싶다. 

(이 남정네들 나보다 더 유연하고 나보다 더 다리 잘 올라간다.)

1막 후반부에 라카지걸들이 보여주는 춤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조그만 새장에서 추는 그로테스크한 춤을 비롯해서

탱고와 캉캉 등 각종 춤을 보여주는데 절로 입이 쩍 벌어진다.

솔직히 내 눈에 알카자쇼보다 더 대단하더라.

알카자쇼에 나오는 사람들은 자신이 여자라고 확고하게 믿는, 트렌스잰더가 대부분이지만 

라카지걸들은 진짜 남자 아닌가!

(뭐 아닐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의 취향이니 언급할 필요도 없고...) 

 

2AM 이창민보다 더 놀라웠던 배우는

자코브역의 이지송.

게이스런 연기의 달인 김호영과 더블 캐스팅 된 게 부담스러웠을텐데 너무 잘 어룰렸다.

노래와 연기, 목소리도 어쩜 그렇게 능청스럽고 귀엽던지...

이런 하녀 하나쯤 있으면 인생이 정말 해피할 것 같다.

(갖고 싶다~! 자코브!)

처음엔 이지송이 김호영만큼 배역에 어울릴까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는데

점점 그런 마음을 가졌다는 게 미안해질만큼 너무 멋졌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보면서 가장 매력적이었던 배역이었고 배우였다.

딩동 부부 천호진과 전수경은 출연 분량이 많지는 않고 노래도 거의 없지만

마지막 라카지오폴에서의 모습은 관객들을 들썩이기에 충분했다.

의외의 재미를 주는 이런 역할들 참 매력적이다.

접시 가지고 실랑이 하는 부분은 전수경의 목상태가 안 좋아서 그런지 잘 살지 못했다.

노래도 잘 안 들리고 음도 불안정하고.

그래도 딩동 부인같은 캐릭터는 역시 전수경이 고수다.

조지역의 남경주.

처음이었다.

뮤지컬 배우 남경주의 매력을 이렇게 제대로, 완벽하게 느낀 게.

이상하게도 남경주가 출연하는 작품에서 특별한 감동도 재미도 못느꼈었는데

이 작품은 남경주가 전체적인 무게중심을 잘 잡고 있다는 느낌이다.

남경주가 아니라 조지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제작발표회때 남경주가 그랬다지?

"김다현은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정성화는 결심이 좀 필요할 것 같다"고...

그런데 무대 위에서 마담 자자를 바라보는 눈빛은 정말 사랑이 담긴 그런 눈빛이었다.

섬세했고 다정했고 그리고 깊이가 있었다.

출연 분량이 상당한데 시종일관 흐름을 잘 잡고 노래와 춤도 훌륭했다.

이래서 남경주 남경주 하는구나 비로소 제대로 느꼈다.

그래서 <시카고>의 남경주는 또 어떤 모습일까가 좀 궁금해져버렸다.

남경주와 최정원은 참 나랑 안 맞는 뮤지컬배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라카지>를 보면서 세 명의 배우에게 놀란 셈인가?

이창민, 이지송, 남경주.

아니지, 환상적인 라카지걸들을 빼놓으면 절대 안되지!

뮤지컬 넘버들도 참 좋았고

특히 정성화가 부르는 넘버들은 확실히 애틋하고 특별하다.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 "I am What I am"은 각 버전들마다 다 매력적이고

여성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자기 소리에서 최선의 앨빈으로 노래하는 정성화의 모습은

세상의 어떤 여자보다 아름답고 우아했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외면과 내면의 오버랩은

이지나 연출이 그렇게 강력하게 정성화를 원했던 이유를 조금 이해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 울컥하고 애잔했던 넘버는,

남경주가 아내 앨빈을 보면서 아들에게 부르는 "Look over there".

남경주의 감정표현이 정말 훌륭했다. 

 

이런 류의 쇼뮤지컬.

별로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이 작품은 꽤 괜찮았다.

아팠고 애잔했고 즐거웠고 아름다웠다.

라카지오폴의 새들은 멋지게 울었다.

이제 울음을 그치고 멀리 날아올라도 되겠다.

 

<La Cage>

 

1. prelude

2. We Are What We Are

3. A Little More Mascara

4. With Anne n My Arm

5. With You On My Arm

6. Tonight of All Nights?

7. Song On The Sand (La Da Da Da)

8. La Cage Aux Folles

9. What I Failed to Tell You

10. I Am What I Am

11. Song On The Sand

12. If YOu Wish to Attend

10, Maculinity

11. Look Over There

12. Coktail Counterpoint

13. The Best Of Times

14. Look Over There

15. The Finale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2. 1. 30. 05:39
또 봤다.
그리고 또 가슴이 먹먹하게 아파왔다.
그래서 또 다시 울었다.
마치 처음 본 것 처럼...
<next to normal>
평범함 그 어디쯤.
죽어라 도달하고 싶어도 결코 도달하지 못하는 그 곳!
꿈꿔본 사람은 안다.
그 끝없는 한계와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무게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간절한 열망을...



개인적으로 뮤지컬 1세대 배우인 남경주, 최정원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두사람의 노력과 공로도 알고 있고
물론 인정도 하지만 이상하게 목소리에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마 그래서 이 작품을 처음 관람했을 때도 굳이 이정열 댄을 선택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첫번째와 댄이 바뀐 두번째 관람.
이정열 댄을 보면서 그의 울움 섞인 목소리에 가슴이 아팠는데
남경주 댄은 확실히 그런 느낌은 없다.
단지 반복되는 아내의 병에 지치고 찌든 남자만 있을 뿐.
(어쩌면 현실적으로 이런 남편의 모습이 더 사실적일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내가 본 남경주 작품 중에서는 제일 괜찮았다.
작년 11월 공연 초반때보다 6명 배우들의 연기도 확실히 훨씬 더 깊어졌다.
발음 전달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던 박칼린도 비교적 다 잘 들렸다.
특히 1막에서 아들과 왈츠를 추는 장면의 감정 표현은 많이 뭉클했다.
(아무래도 박칼린은 연출보다는 연기를 하는 게 여러가지로, 여러 사람에게 더 편할 것 같다)
이 부분에서 게이브 한지상의 노래도 좋았다.
잔잔하면서도 치명적이게 유혹적이라 정말 같이 가고 싶게 만들더라. 
정신과 의사역의 최수형도 두 명의 역할을 확실하게 분리해서 표현했다.
예전에는 다른 듯 같은 의사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다른 두 사람으로 연기하는 것 같다.
최면요법에서 치고 나오는 최수형의 목소리는 정말 압도적일만큼 강렬하다.
(개인적으로 최수형이라는 배우가 다음 작품으로 어떤 걸 선택할지 무지 궁금해졌다.)
등장인물 중에 제일 비중이 적은 헨리 역의 이상민,
첫번째 관람에서도 느낀 건데 목소리에 장점이 많은 배우같다.
탈렌트 공유를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인데
작은 목소리에도 관객을 집중시키게 하는 장점이 있다.
오히려 그 이유 때문에 할 수 있는 배역에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부디 극~~~뽁 하시길...)
오소연과 한지상은 역시나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배역에 딱 맞아 떨이졌다.
특히나 게이브 한지상의 발군의 실력이 이 작품 재관람의 이유이기도 했다.
똑똑하고 현명한게 연기하는 젊은 배우를 무대 위에서 본다는 건 확실히 축복이다.
가끔 뮤지컬 <알타보이즈>의 한지상이 떠오를때면 혼자 흐뭇해진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꽤 괜찮은 배우 한지상.
(생각해보니 그래도 이 녀석 작품을 제법 봤다. 
 볼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줘 점점 기대치가 상승하는 중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은 안다.
이 내용이 단지 "그래, 그럴 수 있겠다"로 다가오는 게 아니라
너무나 절실하고 현실적인 내 삶이라는 걸.
한 걸음만 걸어가면 바로 벼랑 끝인 막다른 경계면에서
신문의 부고란에 질투를 느끼는 그런 사람들.
견디기 위해 키워낸 것이라고는 고작 환상이 전부인 사람들!
환상은 다 자기방어라고 했던가!
맞는 말이다.
자기방어!
그러나 자기방어라도 해야 그나마 버텨지는 거다.
next to normal
거울 앞에 마주선 나를 보다!

* 다시 봐도 음악과 무대가 참 굉장하다.
  한국어 OST를 판매하던데 오래 고민하다 그냥 나왔다.
  아무래도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노래라 극에서 느낀 감정들이 전혀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OST를 사서 후회한 적이 꽤 많이 있다.
  심지어는 전혀 다른 곡처럼 느껴지기도...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좋은 감정이 혹시라도 OST 때문에 어긋날까 싶어서 그냥 왔다.
  개인적으로 1층보다는 2층 맨 앞자리에서 관람하는 걸 추천한다.
  단, 2층 중앙열 한 가운데는 피할 것!
  극장 천장에 있는 구조물(?) 때문에 3층에서 연기하는 게이브의 모습이 대부분 가려진다.
  꼭 팔다리만 허적거리는 괴물같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1. 11. 25. 06:22

11월 23일에 뮤지컬 <Next to normal> 프레스콜이 있었던 모양이다.
인터넷에 떴길래 부지런히 영상을 모았다.
하나하나 보면서 또 다시 뭉클했다.
그리고 또 느꼈다.
내가 이 작품에 깊게 빠져버렸다는 걸.
빠져도 괜찮다.
이 작품이라면...


                        You Don't Know + I Am The One (남경주, 박칼린, 한지상)


                     superboy and the unvisible girl (오소연, 이상민, 박칼린, 한지상)


   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I'm Alive (남경주, 박칼린, 최수형, 한지상, 오소연)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박칼린, 남경주, 한지상, 오소연, 이상민)


                               Wish I Were Here (김지현, 오소연, 이상민)


                                 Song Of Forgetting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Why Stay/A Promis (김지현, 이정열, 오소연, 이상민)


                           I'm Alive (김지현, 이정열, 최재림, 오소연, 이상민)


                                           The Break (김지현, 최수형)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최수형, 김지현, 최재림)


                                                 Maybe (김지현, 오소연)

개인적으로 다이애나는 노래가 불안하고 발음이 부정확하긴 하지만
느낌 전달이 너무 좋은 박칼린이,
댄은 남경주보다는 이정열이 좋다.
(내가 비음이 섞인 목소리를 싫어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프레스콜에서 이정열은 머리를 염색하고 나왔다.
나는 그냥 반백처럼 보이는 원래 그의 머리가 이 역에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게이브는 한지상이 탁월!
딕션과 노래, 동작과 표정 전부 좋다.
군대에 있는 동안 얼마나 무대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다 보인다.
<스위니토드>때부터 눈여겨 봤었는데 앞으로 꽤 괜찮은 뮤지컬배우가 될 것 같다. 확실히!
분명히, 틀림없이!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페뷔스"로 데뷔한 최수형도 캐릭터를 잘 찾은 듯.
대사에 사투리톤이 조금 들리긴 하지만
그의 배우 인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좋은 작품을 잘 만난 것 같다.
한국어 OST도 제작된다는데 기대가 된다.
next to normal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확실한 동반자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1. 11. 23. 06:15

<Next to normal>

일시 : 2011.11.18. ~  2012.02.12.
장소 :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출연 : 박칼린, 김지현(다이애나), 남경주, 이정열(댄),
        한지상, 최재림(게이브), 오소연(나탈리), 이상민(헨리), 
        최수형(정신과 의사)
연출 : 라우라 피에트로핀토(협력 연출 : 변정주) 
대본, 작사 : 브라이언 요키 (Brian Yorkey)
작곡 : 톰 킷(Tom Kitt)

20년만에 칼마에 박칼린을 뮤지컬 배우로 돌아오게 만든 작품이다.
한지상과 함께 게이브 역을 맡은 최재림은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 작품을 하고 싶었다"며 파우스트적인 욕망마저 드러냈다.
남경주는 또 어떤가?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돈을 받지 말고 돈을 내고 공연해야한다고까지 표현했다. 

오디션 공고를 보고 첫날 접수를 하러 간 이정열은 접수번호를 보고 놀랐단다.
아침 일찍이라 앞번호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번호가 500번대 였노라고.
군을 제대한 한지상은 복귀 첫작품으로 <Next to normal>의 게이브를 주저없이 선택했다.
심지어 일본 사계의 잘나가는 한국배우 김지현도 이 작품을 위해 일본에서 날아오기까지했다.
이정도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싶을만큼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각오가 이래적이으로 남달랐다.
2009년 브로드웨이 토니어워즈 3개 부분 수상,
(최고 음악상, 최고 오케스트레이션상, 여우 주연상)
그리고 2010년 플리쳐상 수상.
<뉴욕타임즈>는 "좋은 느낌을 뛰어넘어 완벽한 느낌이 드는 뮤지컬"이라고 극찬했다.
도대체 이 작품이 뭐가 있길래!
정말 뭐가 있기는 있는건가?
이게 다 초연되는 작품에 대한 밑밥이고 거품은 아닐까?

 다이아나 : 박칼린        댄 : 이정렬        게이브 : 한지상

   나탈리 : 오소연        헨리 : 이상민        의사 : 최수형

 

프리뷰 공연을 봤다.
아직 정리되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와 음향 등의 기술적인 실수가 여러 차례 보이긴 했지만
나는 지금 완벽하게 이 작품에 사로잡혔다.
그리고 앞으로 한동안 계속 빠져있을 것 같다.
쏟아지는 모든 찬사 다 집어치우고 이 작품!
나에겐 일종의 빛(light)이고 결정적인 위로였다.
Next to normal 이라니...
이건 내가 늘 꿈꾸던 간절하고 간절한 희망사항 아니던가!
아주 오래전 나도 누군가에게 나탈리가 했던 말을 그대로 했었다.
"평범같은 건 안 바래. 그건 너무 멀어.
 그 주변 어딘가면 다 괜찮아. 
 평범함! 그 주변 어디, 거긴 가보고 싶어.
 그 근처 어디라면 견딜께"
비록 나는 나탈리처럼 견뎌보겠다는 말은 못했었지만...
내겐 평범에 도착하는 것도 너무 어렵고 숨이 턱까지 차는 일이었니까.
그렇다고 내가 지금 normal할까?
여전히 normal은 내겐 불멸의 희망사항이고 next to normal 거기까지만이라도 갈 수 있다면 좋겠다.
16년 동안 조울증을 앓고 있는 다이애나는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꼭 내 미래의 모습 같다.
나도 두렵다.
어느날 이 오랜 우울증이 날 잡아먹을까봐.
그래도 그녀가 나보다 더 괜찮은 거 아닌가?
내겐 죽었지만 내내 함께 곁에 살면서 나이 먹어가는 자식도,
멀쩡히 살아있지만 투명인간으로 만들어버린 자식도 없다.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곁에 있겠다는 남편 역시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애나는 그런 가족을 남겨두고 자신을 견디기 위해 떠난다.

얼마나 아팠을까...
보고 있는 내내 꾹꾹 올라오는 통증을 삼키느라 나는 너무 힘들었다.
 



불이 켜진 집 앞,
어두운 골목을 서성이며 사랑하는 가족을 오랫동안, 그것도 간절하고 애타게 기다리지만
결단코 단 한 번도 만나지지 않는 가족들.
가슴이 그걸 느낄때마다 내가 다 안타깝게 무너진다.
이 사람 아니면 당작 죽을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라도 이 느낌은 모른다.
확 뛰어내리고 싶은 벼랑끝 인생을.
내내 죽은체 사는 이 더럽게 끈적하고 너저분한 기분을.
그래서 다 놓고 싶은 마음을.
나는 다이애나의 간절한 통증, 그 마디마디까지도 선명히 느낀다.
그리고 이건 확실히 불행이다.
<Next to normal>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치 겨울 앞에 발가벗고 선 느낌!
내 모습을 이렇게 대놓고 봐버렸는데 더이상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뮤지컬 넘버도 그대로 하나하나 가슴 속에 수직으로 꽃힌다.
다이애나의 노래도, 댄의 노래도, 그리고 게이브의 노래까지도...
너무 아파서 질근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고 싶은데
차마 그럴 수도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을 무슨 일이 있어도 다 지켜보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힘들다.
어쩔 수 없단다.
버티란다.
어떻게든 버텨보란다.
그런데 버티면?
그러고나면 정말 올까?
힘겨워도 버텨내면 한줄기 빛이 정말 올까?

행복만을 위해서 사람이 사는 건 아니란다.
그러니 운명이 자신을 잡아채기 전에 모험을 시작하란다.
그러면 살 길은 또 생긴단다.
진.심.으.로 고.마.웠.다.
내겐 더없는 위로가 됐고 결정적인 힘이 됐다.
이제 어쩌면 나는 다시 next to normal을 꿈꿀 수 있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 다시 견뎌보자!
So Anyway!



<Next to normal 1>
01. Prelude - 0:26
02. Just Another Day - 3:49
03. Everything Else - 1:49
04. Who's Crazy/my Psychopharmacologist And I - 5:02
05. Perfect For You - 2:03
06. I Miss The Mountains - 3:46
07. It's Gonna Be Good - 1:25
08. He's Not Here - 1:15
09. You Don't Know - 1:30
10. I Am The One - 3:16
11. Superboy And The Invisible Girl - 2:08
12. I'm Alive - 3:14
13.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 3:58
14. I Dreamed A Dance - 2:20
15. There's A World - 1:34
16. I've Been - 2:44
17. Didn't I See This Movie? - 1:30
18. Light In The Dark - 2:45

<Next to normal 2>
01. Wish I Were Here - 3:06
02. Song Of Forgetting - 3:23
03. Hey #1 - 1:39
04. Seconds And Years - 0:39
05. Better Than Before - 4:28
06. Aftershocks - 1:47
07. Hey #2 - 1:24
08. You Don't Know (reprise) - 1:27
09. How Could I Ever Forget? - 2:50
10. It's Gonna Be Good (reprise) - 0:32
11. Why Stay?/a Promis - 2:35
12. I'm Alive (reprise) - 1:11
13. The Break - 1:23
14. Make Up Your Mind/catch Me I'm Falling (reprise) - 1:40
15. Maybe (next To Normal) - 4:00
16. Hey #3/perfect For You (reprise) - 2:23
17. So Anyway - 3:08
18. I Am The One (reprise) - 2:16
19. Light -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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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