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9.08.23 국회의사당 분향소 (2009.08.22.)
  2. 2009.06.04 끝날 수 없는 이야기
  3. 2009.05.30 왜 웃고 계십니까?
  4. 2009.05.29 강서 분향소
  5. 2009.05.28 허락한다면.... 2
  6. 2009.05.24 행복하십시오....
보고 끄적 끄적...2009. 8. 23. 16:57
2009. 08.22. 토요일 늦은 저녁
고 김대중 대통령 영결식 준비로 바쁜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다녀오다.
85년 생을 남겨두고 영면으로 들어간 김대중 대통령의
세상에서의 마지막 밤.
부끄러운 두 손이지만
그 마지막에 꽃 한송이 함께 하고 싶었기에....



입구에서 부터 시작되는 길고 긴 조문행렬
울컥, 서러움이 밀려온다.
이 길이 마지막 길이겠구나....



저 영정 뒤에 당신의 실제 몸이 안치되어 있다니...
작은 꽃 한 송이의 무게가
마치 세계를 짊어지고 있는 것 처럼
아프고 저리고 그리고 버겁다.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현 정권에 대한 분노.
노무현 대통령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다면
지금보다는 더 오랫동안
이 땅에 계셨을 김대중 대통령.
그 부분의 통곡이 내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다.



기억하는 사람들이 남긴 모든 말들.
하나하나 그분이 다 기억할 수 있다면....



하나하나 사진을 쓰다듬는 사람들의 손길
누구의 손이라도 보듬아 안아
서럽게 서럽게
함께 쓰다듬고 싶었다.



뒤로 두고... 뒤로 두고....
이제 떠나야 하는 그 분의 마음도
지금 우리 같을까?



영결식을 준비하는 사람들.
어둠만 앉아 있는 텅 빈 의자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던 사람들의 행렬.
이제부터 우리는
다시 어디부터 기억해야만 하나.......


<당신은 우리입니다>

                       - 고 은

당신은 민주주의입니다.
어둠의 날들
몰아치는 눈보라 견디고 피어나는 의지입니다.
몇 번이나 죽음의 마루턱
몇 번이나 그 마루턱 넘어
다시 일어서는 목숨의 승리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민족통일입니다.
미움의 세월
서로 겨눈 총뿌리 거두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
그 누구도 바라마지 않는 것
마구 달려오는 하나의 산천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평화입니다. 우리입니다.

당신은 이제 세계입니다.
외딴 섬 아기
자라나서 겨레의 지도자 겨레 밖의 교사입니다.
당신의 고난 당신의 오랜 꿈

지구의 방방곡곡 떠돌아
당신의 이름은 세계의 이름입니다.

아 당신은 우리들의 내일입니다. 우리입니다.


이제 가소서 길고 긴 서사시 두고 가소서.
 
 

현충원,
이제 땅으로 돌아가는 김대중 대통령!
그분의 유지대로
화해와 용서의 정신,
평화를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하는 양심이
이 사회를 지키는 유일한 버팀목이 되어 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부디 편히 쉬소서.....
감히 바랄 수 있는 건 이것뿐입니다
............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6. 4. 08:29




깜짝 놀랐다.
서울대, 중앙대 교수들의 시국선언.
그리고 뒤이어
성균관대, 성공회대, 동국대, 연세대, 한신대 등
다른 여러 대학의 교수들도
시국선언문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주의 후퇴를 조장하는 현 정부는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죄하라....
백면서생이라는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끝날 수 없은 이야기가 이제 시작되려나 보다.
이들의 심정은 절절했을 것이다.
그리고 절실했을 것이고
또 미칠 듯 간절했을 것이다.
그들 또한 가슴 속의 철퇴 소리를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한다.
그들이 행동한다.
서울대 교수 124명, 중앙대 교수 68명..
그리고 또 다시 이어질 길고 긴 행렬 !
1960년 대학교수들의 시국 선언문이 이승만 정권을 끌어내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데...
오늘 나처럼
가슴 뜨거워진 사람 있겠다....



이에 대한 청와대의 반응은
정말 대단하다.

"서울대 교수가 전부 몇 분인 줄 아느냐"고 반문하면서 "1700명 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교수들의 '소수의견'일 뿐이란다...
아마도 서울대 교수 대부분이 서명을 했다면 이렇게 말했을지도....
대한민국에 대학이 얼마나 많으냐.
일부 대학의 소수의견일 뿐이라고....

시국선언은 민주주의의 파괴와 훼손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의미의 선언이란다.
이는 또한 바로잡지 않으면 국민이 저항할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는 마땅히 두려워해야 한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 모른다.
아니 모른 척 한다.
그것도 정말 열심히...
문득 생각한다
그들도 망할 거라는 걸 알고 있어서 막장으로 가는 거라고...

그런데...
시국선언문 발표 현장에 뜬금없이 등장하셨던 어르신들 !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이라며 고성을 지르고 소란을 피우셨던 20여명의
정말 남다른 기력을 가지고 계셨던 어르신들.
체력이 나보다도 100배는 더 좋으신 듯.
일당 6만원이라는 말도 있고...
10% 세금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54,000 원이라나?
그냥 또 웃게 된다.


<서울대 시국 선언문 전문>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는 국민적 화합을 위해 민주주의의 큰 틀을 지켜나가야 한다

우리 국민은 누구나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큰 아픔을 겪고 있다. 그러나 전국 각지에 길게 늘어선 조문 행렬은 단지 애도와 추모의 물결만은 아니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착잡하기 이를 길 없는 심경으로 나라의 앞날을 가슴속 깊이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넘어서서 각계각층의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전직 대통령의 국민장을 치러낸 것을 계기로 우리 모두는 새로운 길을 열고 있으며 또 열어야만 한다.

지난 수십 년간 온갖 희생을 치러가며 이루어낸 민주주의가 어려움에 빠진 현 시국에 대해 우리들은 깊이 염려하고 있다. 작년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소환장이 남발되었고 온라인상의 활발한 의견교환과 여론수렴이 가로막혔으며, 이미 개정이 예고된 집회 관련 법안들의 독소조항도 시민사회의 강한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현 정부가 출범한 이후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 또한 훼손되었다. 주요 방송사가 바람직하지 못한 갈등을 겪는가 하면, 국회에서 폭력사태까지 초래한 미디어 관련 법안들은 원만한 민주적 논의절차를 거쳤다고 말하기 어렵다. 여야의 동의로 지난 3월 미디어발전 국민위원회가 국민적 합의 도출을 위해 출범했지만, 여당 측 위원들이 회의 공개나 국민여론 수렴을 반대함으로써 위원회는 표류하고 있다. 국민 다수가 언론법 처리 강행 방침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를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이런 흐름은 민주주의의 기반인 언론의 자유를 허물어뜨리는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 뿐 아니다. 현직 대법관의 ‘촛불집회’ 재판 개입 사건에서 보듯이, 현 정권은 사법부의 권위와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에 상처를 입혔으며, 그에 따라 재판의 독립을 수호하려는 전국 법관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민여론에 따라 일단 포기했던 ‘한반도 대운하’는 ‘4대강 살리기’로 탈바꿈하여 되살아나고 있으며, 지난 십여 년 동안 대북정책이 거둔 성과도 큰 위험에 처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가 목숨을 끊고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본권 보장을 요구할 때 집회의 강제 해산과 노동자 대량연행과 구속으로 맞서는 일 또한 구시대적 대처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정치노선의 차이나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민주적 원칙의 실천이다. 모든 국민의 삶을 넉넉히 포용하는 열린 정치를 구현하는 정부의 노력이 참으로 절실한 시점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 과정 또한 이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검찰은 국가원수를 지낸 이를 소환조사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3주가 지나도록 사건 처리 방침을 명확히 밝히지 못하고 추가 비리 의혹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전직 대통령과 가족에게 견디기 힘든 인격적 모독을 집요하게 가했다. 이는 엄정한 공직자 비리 수사라고 하기 곤란하며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되돌아보면 지난 1월 용산 철거민 농성에 대한 무모한 진압으로 빚어진 참사는 올해 벌어질 갖가지 퇴행적 사건을 예고했다.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은 아직 장례도 치르지 못하고 있으며, 검찰이 수사기록 중 핵심적인 대목의 공개를 거부함으로써 재판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서울 서부지법 민사12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 “세입자의 재산권, 주거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사실에 주목하면서 현 정부의 근본적인 자기 성찰을 기대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전직 대통령에 대한 범국민적 애도 속에 주어진 국민적 화해의 소중한 기회를 잘 살리고 국민의 뜻에 부응하기를 우리는 간절히 희망하며, 다음의 구체적 요구사항을 제시한다.

하나. 이명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다. 이 대통령이 스스로 나서서 국민 각계각층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정치를 선언해야 한다. 더불어 현 정부와 집권 여당은 다른 정당과 시민사회단체를 진심으로 국정의 동반자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하나. 현 정부는 민주사회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하나. 현 정부는 전직 대통령 관련 검찰 수사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사죄해야 하며, 정적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엄격한 검찰 수사에 대한 근본적 반성과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하나. 현 정부는 용산 참사의 피해자에 대해 국민적 화합에 걸맞은 해결책을 제시하고, 경제 위기 하에서 더 큰 어려움에 처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계층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집권층이 우리 국민 모두의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는 민주적 요구에 대해 진지하고 성의있게 대응함으로써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국민적 화합과 연대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의 큰 길로 나아가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을 간곡히 바란다.

2009. 6. 3.


민주주의의 후퇴를 우려하는 서울대학교 교수 일동


서명자 명단 (2009년 6월 3일)

강우성 강진호 계승혁 고철환 구명철 구인회 권태억 김길중 김도균 김빛내리 김상종 김세균 김영민 김용익 김월회 김유용 김인걸 김장주 김재범 김종욱 김종일 김진수 김춘수 김현균 김혜란 김효명 남동신 류재명 모경환 문중양 민은경 박경숙 박동열 박명규 박배균 박태균 박현섭 박흥식 박희병 방민호 배은경 배철현 백도명 변현태 봉준수 성노현 손영주 송석윤 신광현 신종호 심봉섭 안광석 안삼환 양동휴 양현아 오명석 오석배 오순희 오용록 우희종 유용태 윤순진 윤여창 윤여탁 윤제용 이강재 이건수 이경우 이병민 이성중 이성헌 이애주 이인호 이일하 이창숙 이철범 이현숙 이형목 임호준 임홍배 장덕진 장승일 전종익 전태원 정근식 정용욱 정원규 정향진 조국 조영남 조현설 조형택 조흥식 최갑수 최권행 최무영 최영찬 최윤영 한상진 한숭희 한영혜 한인섭 한정숙 허원기 홍기선 홍성욱 홍승권 홍재성 홍진호 황상익

김명환(인문대) 김민수(미대) 김정욱(환경대학원) 김현진(인문대) 이건우(인문대) 이근(국제대학원) 이동수(환경대학원) 이상훈(사회대) 이용환(농생대) 이준호(자연대) 장진성(인문대) 전경수(사회대) 최병선(사회대) 최진영(사회대) 이상 124명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30. 00:04
검은 옷을 입고 출근했습니다.
가슴엔 어제 분향소에서 받은 검은색 근조 리본을 달고서요.
마지막 가는 길을 직접 배웅해드릴 수 없지만
그래도 혼자서라도 예의를 갖추고 싶었습니다.
제 마음이 그렇게라도 해야 편할 것 같아서요.
이기심의 표현이겠지만...



퇴근 길에 다시 발산역에 있는 강서 분향소를 찾았습니다.
이제 12시면 모두 철수한다고 하네요.
괜찮을 줄 알았는데
또 다시 눈물이 납니다.
사람들이 써 놓은 어제보다 더 많아진 노란 편지들이 다 비수처럼 눈을 찌르네요.
차마 한 줄 글도 남기지 못했습니다.
"편히 가시라고" 그 한 마디도 
감히 쓰지 못했습니다.
후회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후회라도 오래오래 담고 싶은 심정입니다.
제가 제발 잊지 말았으면....



이명박 대통령은 알까요?
모든 사람들이 "죽어라! 죽어라!" 기원하면,
살아서도 죽을 수 있다는 걸...
아마 그 사람은 대통령 퇴임 후 자신의 처우가 두려워 어쩌면 독재라도 꿈꾸고 있는 건 아닌지...
사람을 그렇게 만드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닙니다.
우리의 지금 대통령 모습이 바로 이런 모습이네요.
더 이상 믿음을 주지도 못하고, 국민을 섬기지도 않는 그의 눈은
분명 자신만의 유토피아을 보고 있습니다.
묻고 싶습니다.
그 유토피아에 국민이, 시민이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조중동"에서 부탁해 대대적인 광고라도 거시겠습니까?
아니면 "검찰"에 부탁해 강제로 끌고 오시겠습니까?
그렇게 모인 사람들 중 누군가
당신에게 진실을 이야기 한다면
지금처럼
입을 막고 끌어 내리시렵니까?



차라리
시간이 빨리 지나버렸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더이상  대통령이 아닌 미래의 어느 날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 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정치엔 관심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피를 토하는 심정이 됩니다.
정말 어쩌시렵니까? 어쩌시렵니까?
당신의 국민인 게 무섭고 두렵습니다.
당신이 아무 것도 아닌 제게까지 와서 벼랑 끝에 서라 말하는 것 같아서...
그리고 이제 곧 저 낭떠러지로 떠밀어 버릴 것 같아서...
이제 더 이상은
당신의 국민이 되지 않겠습니다.
지금 당장 떠밀려 벼랑 아래 떨어진데도
당신의 자랑스런 국민은
되지 않겠습니다.



하루 종일 맘 속에 불이 탑니다.
그 불를 꺼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도무지 꺼지지 않습니다.
맘은 이제 급기야 몸을 태웁니다.
미.칠.것.같.습.니.다.
그러나 같은 이유로 절대 미칠 수 없습니다.
봐야죠!
시대를 앞선 이명박 정부의 끝도 봐야하고,
그 배의 선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끝도 봐야죠.

12시가 지났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장은 12시로 모든 게 종료됐습니다.
그러나 정말 끝일까요?

리본을 바꿔 달 시간입니다.
쓰여 있는 글씨가 보입니다.
이명박 정권 근조...

이런 날엔,
우리 모두 축제를 시작하게 될지도요...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5. 29. 06:44

그래도 가는 마지막 걸음인데
맘이 무겁고 아파도
꽃을 놓고 싶은 마음.



그 끝을 알 수 없는 조문객의 행렬
사람들의 눈길은
모두 한가지를 보는 듯.



여린 학생의 손에
아직 어린 아이의 손에
같은 나이를 겪는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는 하얀 꽃,

누가 이들에게 이 꽃을 들게 했을까?
먹먹히 흔들리는 심정들...
가슴 치며 흐려지는 시선들...



쪽달이 지켜주는 분향소에
마지막 인사를 위해 모여있는
모르는 사람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



남기고 싶은 말들,
바램들, 소원들, 그리고 침묵들
바람에 날리는
차마 남기지 못하는
더 많은 모든 것들...



이제 다시는
어디서든
대통령이 되지 마시라고
대통령이 있는 그런 나라로는
가지 마시라고,

단지
당신 가족의
아들, 남편, 아비,
할아버지로만 사시라고.....

당신의 먼 소풍길 배웅에
무너지는 가슴 함께 동행합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28. 06:37

이소선의 ‘80년, 살아온 이야기’

“살지, 살아서 싸우지 왜 죽어”

경향신문 | 오도엽 | 시인



이소선에게 삶과 죽음의 경계는 없다. 전태일의 분신항거 뒤로 이소선에게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소선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야 할 때 어떻게 살 것이고, 죽어야 할 때 어떻게 죽느냐다.

전태일 이후로 숱한 사람이 소외된 사람과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쳐 항거하였다. 그 소식을 접할 때 이소선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소리는 긴 한숨과 함께 "살지, 살아서 싸우지 왜 죽어"였다.
이소선이 지난 25일 누무현
전 대통령의 덕수궁 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지난 토요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소식을 들은 이소선은 긴 한숨만 내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봉화 마을까지 가려면 얼마나 가야 하냐?"
네다섯 시간은 가야 한다는 말에 이소선은 덕수궁 앞으로 가자한다. 도저히 그곳까지 갈 몸 상태가 아니라고...

이소선이 덕수궁 앞 분향소로 가겠다는 이유가 또 있다.

"야, 분통이 터져서라도 덕수궁으로 가야겠다. 뭐, 국민장이라고? 지랄한다. 칼로 찔러야만 죽인 거냐? 잘못했으면 조사해서 밝히고 처리하면 되지, 검찰이라는 것들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날만 새면 낮이든 밤이든 가리지 않고, 언론 불러 모아놓고 이리 씹고 저리 볶아대는 게 검찰이 할 짓이냐? 이건 죽게 만든 거야. 이명막하고 검찰이 죽게 만든 거 아니냐? 이제 와서 사과도 안 하고 국민장 한다고. 순서가 맞지 않잖아. 말로만 국민장 한다면 다냐? 경찰차로 분향소 똘똘 가로막고, 이게 무슨 국민장이냐. 이명박이 죽게 한 거 먼저 사과하고 시민들 참여할 수 있게 경찰차 치우고 나서 국민장을 하든 시민장을 하든 해야지. 태일이 떠나고 40년 됐는데, 이런 정권 이런 대통령, 이리 주책없고 도리도 없는 대통령 첨 봤어. 언론들도 마찬가지야. 받아 적는 게 언론이냐. 저기 장자연인가 연예인 죽을 때도 진실도 못 밝히는 것들이 만날 죽은 사람 얼굴만 떡 하니 갖다 놓고 씨부리다 말고. 이번에는 검찰이 지랄한다고 덩달아 춤만 추고. 이게 언론이냐?"

이 말을 하기 위해서라도 덕수궁 분향소에 가는 게 맞겠다고 한다. 25일에 이소선은 덕수궁 분향소 고인의 영정 앞에 앉아 민주화 운동을 함께했던 노 전 대통령을 위해 기도를 했다. 그리고 기자들 앞에서 위에서 한 말보다 더 '세게' 욕까지 덧붙여 말했다. 말을 마치고는 청와대를 쳐다보며 "나도 잡아가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소선에게는 가신 님에 대한 애틋한 기억이 가득하다. 1987년 옥포 대우조선소 이석규가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을 때, 이소선은 장례위원장을 맡으며 노무현 당시 변호사와 함께하지 않았던가. 원진레이온 산업재해 사건 때도 마찬가지고.

"이석규 할 때, 노무현 변호사 할 때야, 장지로 출발하기 전에 변호사 주머니에 남아 있던 돈 2만원을 내가 홀랑 뺏지 않았냐. 변호사니까 돈 없어도 갈 수 있잖아, 하며. 내가 한푼도 없었거든. 장지로 가는 버스를 탔는데 고성 삼거리에서 경찰이 몰려나오니까, 변호사가 나한테 내가 나가서 알아볼 테니 내 짐 좀 가지고 있으라며 차 밖으로 나갔는데 경찰한테 딸랑 잡혀가지 않았냐. 나는 얼른 산 속으로 도망가고. 나중에 대통령 되고 나서 무슨 기념식에서 만나니까, 이러는 거라. 엄마는 내 짐 맡아달라니까 혼자 도망가. 그래서 대통령님 이런 데서 주책없이 옛날 일을 그렇게 말하면 되겠냐고 했어. 그라니까 그런가, 하며 자기 자리로 가서 앉더라고. 참 인간적으로 격식 없이 좋은 분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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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위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분,
이소선 여사 !
젊은 아들을 타는 불길 속에 보내놓고
다시 그 아들이 된 어미 !
고령의 나이에 청춘으로 되돌아가 노동운동의 어머니가 된 이소선 여사.
그 분에게도 노무현 대통령과 관계된 일화가 있다는 걸 기사를 통해 알았다.
두 아들을 잃은 어미의 심정 !
덕수궁 분향소를 찾아 사진을 어루만지는 그 분의 심정이
얼마나 불꽃처럼 일렁였을까 생각하니 또 고개가 숙여진다.
"엄마는 내 짐 맡아달라니까 혼자 도망가!"
아마도 그 말이 목에 걸려 그렇게 사진을 쓸어 내리지 않았을까?

허락한다면,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나는 자꾸 편하게 살아내려고만 하는데...
하루하루가 조금 덜 부끄럽기 위해서
열심히 살아내기를 다짐하기 위해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다.
두 아들을 잃은 어미를...
그리고
어미를 남긴 두 아들을....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09. 5. 24. 21:29
오래 걸었습니다.
걷는 걸음이 느껴지지 않을만큼
생각이 많았습니다.

어쩌면
어린 손녀의 작은 장난감을
자전거로 밀어주며 행복해하는
그런 할아버지로 계속 살기를 바랬을텐데....



당신의 꿈을 겪어
이제야 죄송합니다.
어쩌자고... 어쩌자고....
너무 늦게 깨달게 된 건지.



보고 계시나요?
이 사람들......
덕수궁에 분향소에 모인 이 사람들.
그리고 차마 그곳에 가지도 못하는 더 많은 사람들.
이 사람들의 울음을
이제, 어쩌시렵니까 ???

부디,
돌아가십시오. 돌아가십시오.
어린 손녀의 장난감 차를 끌어주는
당신이 원한 할아버지 모습으로
편히 돌아가십시오.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세상으로
이제 편히 돌아가십시오.

그리고
고통스럽고 유감이었던 이 곳을 잊고
부디
행복하십시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