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1. 4. 26. 06:14
젠장!
이 책 엄청나다.
재미도 재미려니와 집단적인 인간의 이중성과 노골적인 감춤이 주는 추함이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거기가다 집단의 공모라니...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한 독일 작가 넬레 노이하스는 그야말로 괴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다른 책들이 들어와있나 하고 찾아봤는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는 이 책이 유일하다.
이 책도 <다빈치코드>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로버트 랭던처럼
보덴슈타인과 피아라는 두 형사 콤비가 사건을 파헤치는 <타우누스 시리즈> 네 번째 작품이다.
(타우누스는 사건이 벌어지는 지역의 이름이란다)
다른 시리즈들도 빨리 번역돼서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책을 읽고 저절로 생겼다.
(이 작품이 군계일학이라면 좀 씁쓸은 하겠다)
2008년 11월 6일목요일부터 2008년 11월 24일 월요일까지
19일 동안에 벌어진 기막힌 사건의 기록은
그야말로 한 순가도 이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책을 읽는 사람을 장악해서 몰입하게 하는 능력이 장난이 아니다.
<빅픽쳐> 이후 정말 오랫만에 미스테리 세계에 푹 빠져서 글자 그대로 열심히 탐독했다.


묘하다.
일종의 전형적인 미스테리 방식을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라는 식상함을 주지 않는다.
이게 어쩌면 마을 전체의 집단적인 사이코 스릴러라서
주인공(토비아스)와 읽는 사람이 일체감이 생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10년의 감형생활이 마치 내 일처럼 부당하고 어이없이 느껴진다.
이야기 곳곳에 의외성과 반전이 도사리고 있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요즘 책 치고는 빽빽한 구성에 분량도 상당한데 금방 읽어낼 수 있는 내용이다.
전혀 기억속에 떠오르지 않는 11년 전의 사건,
모든 마을 사람들이 나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누명이든 진실이든 어쨌든... 10년 후에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당연한 일이지만 가족은 이미 파탄이 났고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떠나라며 아주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협박과 살해 위협을 가한다.
게다가 또 다시 11년 전과 똑같이 상황에서 마은 소녀의 실종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은 당연히 범인으로 지목을 당한다.
이 소녀는 유일하게 이 마을에서 그에게 말을 붙이고 함께 이야기했던 소녀다.
게다가 11년 전에 주인공이 죽였다는 스테파니와 똑같이 생기기까지 했고...
"저 놈이 돌아와서 또 사건을 터트렸다!"
마을 사람들은 또 다시 놀라운 일체감을 보여준다.
(집단의 움직임은 그래서 공포고 비명이다) 
단연히 사건은 해결된다.
억울한 자의 누명은 벗겨지고
이 모든 일들이 두 사람에 의해 점점 확대되었음이 밝혀진다.
개인의 출세욕과 성적인 욕망이 집단의 일심단결된 결속력과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비록 그 결속력이 강제적인 요소에 의한 자발적 참여라고 하더라도...)
첵은 극명하게 보여준다.
문득 정치와의 유사성과도 너무 많아 맞아떨어져 그것 때문에라도 섬뜩하다.


맘이 복잡할 때 만난 책인데
적어도 이 책을 읽는 동안은 온전히 책 속의 세계에 빠져들 수 있었다.
비현실적 요소는 현실적 요소를 감당하기에 충분하다.
현실에서 우리가 위로받을 길은
여전히 없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백설공주는 당연히 죽어야 한다.

피부는 눈처럼 희고
입술은 피처럼 붉고
머리칼은 흑단처럼 검어라...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1. 3. 28. 06:35

조정래의 1970년대  초기작품을 모아 재판된 책 <상실의 풍경>
그를 두고 왜 대가라는 말을 거침없이 쓰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태백산맥> 10권, <아리랑> 12권, 그리고 한강 <10권>
나는 그동안 그의 대하소설이나 장편소설에만 너무 익숙했었는지도 모른다.
그건 분량이 주는 위대함과 동시에 내용이 주는 거대함의 압도이기도 했다.
그의 단편들을 눈에 담는건,
조금은 당혹스럽고 익숙하지 않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몇 장을 읽지도 않았는데도 그만 그 속에 푹 빠지고 만다.
작가 조정래는 또 다시 70년대 그 격변의 현장 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 역사가... 그 시간이...
명확하고 분명하게 실감된다.
그의 글들은 내가 결코 알지 못할 시간들을 직접 체험하고 육화하게 한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할까???

누명
선생님 기행
20년을 비가 내리는 땅
빙판
어떤 전설
이런 식(式)이더이다
청산댁
거부 반응
상실의 풍경
타이거 메이저 

이젠 전부 역사 속의 일이다.
여순반란사건, 베트남 전쟁,
그리고 월북한 아비로 인한 대를 이은 빨갱이 낙인,
연좌제라는 몰상식의 폭력은 아들의 소위 임관 자격을 박탈함으로써
건장하고 유망한 청년의 일생을 하루 아침에 바닥으로 내동댕이친다.
조정래는 말한다.
"유전병치고도 아주고약한 유전병"이라고...
그런데 지금 이 모든 것들은 정말 과거의 이야기에 불과할까?
전쟁, 피난, 미군, 카투사. 그리고 한국군에 대한 차별...
전후복구 세대들의 지독한 가난과 살아가기 위한 치열함.
한 편 한 편의 역사와 시간을 읽는 건,
곤욕이었고 비참함이었고 억울함이었다.
그리고 아련하게나마 이런 느낌을 갖을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지금의 나인 것 같다.

조정래를 생각하면 <태백산맥>의 논란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표현물과 적에 대한 고무 찬양!
한때 이 책은 절판이 되기도 했었다.
1992년에는 이런 웃지 못한 대검 발표도 있었다.
"학생이나 노동자들이 읽으면 불온서적 소지, 탐독으로 의법 조치할 것이며,
  일반 독자들이 교양으로 읽는 경우에는 무관하다"
정말 황당하지 않나?
누가 읽느냐에 따라 위법의 여부가 결정된다는 사실이...
시덥잖은 권력에서 시작된 폭력은 그 몰상식으로인해 더 잔인하고 비열하고 비겁하다.
그 비바람의 폭력을 고스란히 받으면서 버텼던 직기 조정래가
그래서 나는 신화처럼 위대하고 거대하고 신비롭다.

확실이 전후의 우리 문단은
그로 인해 풍성했고 의미심장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10. 4. 16. 06:30

2002년 알렉상드르 뒤마(1802~1870) 탄생 200주년을 맞아서 믿음사에서 그의 대표작 <몬테크리스토 백작> 완역본 5권이 출판됐다.
프랑스에서는 <암굴왕>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이 소설은 1845년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뒤마는 작품 <삼총사>, <철가면> 등도 역시 성공을 이뤘고 현재까지도 프랑스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로 알려져있따.
그의 아들 소(小)뒤마도 <춘희>로 유명한 작가다.
부전자전.
가끔 이럴 때보면 글솜씨도 되물림이 되는구나 싶어 부럽기까지 하다.

솔직히 말하면 5권이나 되는 이 책을 그것도 완역본으로  굳이 찾아서 읽게 된 건,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로 유명한 "프랑크 와일드 혼"의 새작품 뮤지컬   <몬테크리스토>를 위해서였다.
잘 아는 내용이라고 생각하고 점검 차원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완역본이 주는 재미는 특별했다.
그리고 절감했다.
제목을 아는 것과 내용을 아는 것과는 아주 다르다는 사실을...
솔직히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내용을 정확히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세익스피어의 4대 비극에 사람들이 제일 먼저 <로미오와 줄리엣>을 꼽는 것 마냥 일종의 오류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오류.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파리 경찰청 기록보관소에 묻혀 있던 한 사건, 1807년 프랑스 남부 출신의 피코라는 한 청년이 영국 스파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갇혔던 실제 사건이 소설의 모티브다.
카페를 경영하던 마티외 루피앙이 피코와 그의 약혼녀 마르가리타와의 사랑을 시기한 나머지 친구인 피코를 모함한 것이다. 피코는 피에몬테에 연금되었다가, 프네스트렐의 한 성에 감금되었다. 거기서 그는 어떤 이탈리아 사람을 알게 되고, 그 사람이 가족에게 버림받은 채 죽게 되자 피코에게 보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려준다.
1814년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자유를 찾은 피코는 이름을 조제프 뤼셰르로 고치고, 보물을 찾은 후 파리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마가리타는 이미 루피앙과 결혼한 뒤였다. 피코는 변장을 하고 체포 당시의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알뤼에게 접근하여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주면서 자신을 파멸시킨 사람들과 그 음모의 전말을 알아낸다.
그리하여 자신의 적들을 찾아 복수를 시작한다.
(소설과 완전히 똑 같은 내용...)
이 실제 사건은 소설 속에서 피코가 일등항해사 에드몽 당테스로, 이탈리아 죄수는 파리아 신부로 재탄생된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14년 동안 지하 토굴에 감금되는 당테스의 삶,
이 소설은 모든 탈옥소설, 복수소설의 모티브가 됐다고 한다.
5권의 완역본의 분량이 부담스럽긴 했지만 정말 순식간에 읽을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유명한 영화 <빠삐용> 벼랑 끝 감옥도 이 소설에서 차용한 것이란다.
실제로 마르세유에 있는 이프 성에는 소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모습이 그럴듯하게 꾸며져 있기도 하단다.
당테스가 갇혀 있던 토굴과 파리아 신부의 토굴, 그리고 두 사람이 오가던 비밀 통로와,
당테스가 시신을 넣는 부대에 담긴 채 바다에 던져졌던 감옥문도 그대로 만들어 있다니
소설의 인기의 정도가 어느 정도 실감이 되기도 한다.



4월 21일 시작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때문에 찾아 읽었는데 소설적인 재미가 참 많아서 즐거웠다.
소설 속에서 몬테크리스토는 복수만을 꿈꾸는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신비에 가득찬 뱀파이어같은 그가 어떻게 뮤지컬에 그려질지
지금 상당히 궁금해하는 중이다.
(그리고 나는 뮤지컬이 시작되는 첫날 확인하러 간다. 음하하)
더불어 죽어야 사는 남자 "류정한"의 모습도 궁금하고...
(류정한! 그는 뮤지컬 작품 속에서 정말 많이 죽었다.)



소설의 마지막은 이렇게 끝난다.
모든 복수와 용서가 끝난 후 몬테크리스토는 막시밀리앙이라는 아들같은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한 통 남긴다.

"인간의 지혜는 오직 다음 두 마디 속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기다려라! 그리고 희망을 가져라!"

그런데 몬테크리스토가 무슨 뜻인지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몬테크리스토"는 에드몽 당테스가 파리스 신부의 유언을 듣고 찾아간 섬 이름이다.
어마어마한 보물이 숨겨진 섬으로
그 뜻은 "그리스도의 산"이란다.
몰랐었는데 이름이 갖는 의미도 참 재미있다.
원작이 참 여러가지 재미를 내게 선사했다.
더불어 뮤지컬에 대한 기대감도 상승됐다.
결과가 궁금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