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끄적 끄적...2011. 6. 12. 19:32
어쩌다보니 막공까지 보게 됐다.
보기전까지도 우여곡절이 있었고
토월극장에 도착해서도 우여곡절이 있어서 앞의 10분 정도를 놓치고 말았다.
그것도 1층 자리는 앉아보지도 못하고 2층 구석에서... (ㅠ.ㅠ)
막공과 현충일이라는 날짜가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는지
지난번과는 또 다른 공연 분위기라 좀 놀랐다.
특히나 앙상블들의 눈빛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비장감과 사명감이 묘하게 뒤섞인 눈빛.
(근데 그 모습이 참 이쁘더라)

 


2층 좌측 구석 자리이긴 했지만
무대와 조명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스크린은 시야장애가 많이 있어서 아쉬웠다.
고종황제(강신일)가 눈물 흘리는 장면은 그래도 잘 보이는데
이토히로부미(송영창)는 완벽하게 가려저서 아예 보이지 않고 
마지막 부분의 안중근 얼굴이 클로즈업 되듯 보이는 부분도 무대 셋트에 가려져 아쉽다.
역시나 단지동맹 부분은 가슴을 찡하게 만들고
스크린에 비치는 손가락과 이름들 위로 굵게 떨어지며 퍼지는 핏방울의 모습은 숙연함 이상이었다.
이 부분에서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치던 뜨거운 박수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일종의 집단최면 상태 같았다)
송일국의 발성이 여전히 아쉽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그래도 잘 만들어진 작품임에는 이견이 없다.


한때는 첫공과 막공을 열심히 찾아서 보던 때도 있었다.
(지금은 기력이 딸려서... ^^)
굳이 막공을 찾아서 보겟다 작정하고 본 건 아니지만
오랫만에 본 막공은 애뜻한 심정을 갖게 한다.
그리고 역시나 막공의 묘미는 마지막 커튼콜이 주는 미묘한 여운에 있다.
이날도 윤석화 연출까지 무대에 나와 그간의 감회를 간략하게 이야기하더라.
(참 오랫만에 본 윤석화의 모습이다.)
어쩐지 연출이 아니라 배우로서의 무대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 좀 짠한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우여곡절 끝의 관람이긴 했지만
역시나 좋은 작품은 좋은 느낌을 남기는 것 같다.
나는 이 연극이 진화라는 말보다 진하고 깊게 성숙하는 그런 작품으로 발전하길 바란다.
어쩌면 오래오래 두고 보고 싶은 건지도 모르겠다.
나도 역시나 한국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도 역시나 옛사람들에게 두고두고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까...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31. 05:50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명성황후>를 만들었던 에이콤에서
도마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뮤지컬 <영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 기다렸던 뮤지컬 <영웅>을 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안중근으로 분한 배우 류정한은 말했다.
"그 분이 나에게 빙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그의 진심은 절실했으리라.
바람 또한 간절함 그 이상의 무엇이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무대 위에서 그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에게 빙의된 안중근의 모습을...



어쩌자고 이런 뮤지컬을 했느냐고...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어떻게 견뎌내려고 하느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그예 안중근이 되어버렸냐고
안중근이 되어 조용히 눈물 흘리는 그를 향해
이제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실제로 무대 위 그의 육신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안중근의 몸으로, 안중근의 맘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을 실행으로 옮겨가면서
숱한 고뇌와 번민들로 160분의 시간동안
그는 실제로 눈에 띄게 점점 야위어갔다.
이토을 저격할 결심을 하며 안중근은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내야만 합니다!"
그 결단의 절박함과 간절함에 내 육신 또한 마디마디 아리고 저리다.
"해내야만" 한다니...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해내야만 한다니...
대사 하나하나가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날이 선 칼날이 되어 송두리째 가슴팍을 향해 꽃힌다.



안중근 : 류정한 / 이토 : 조승룡 / 설희 : 김선영 / 링링:



전,후막 70분 모든 장면이 다 충격이고 슬픔이고 통곡이다.
자작나무 숲의 단지동맹에서 
어미가 만들어준 눈물같은 수의를 입고 
사형을 집행받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깊고 깊은 통곡으로
보는 내내 스스로 너무 힘들고 아파 죽을 듯이 힘들다.
특히 안중근의 법정 장면은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며 견뎌야만 했다.
(솔직히 고배건데 너무 많이 힘들고 그 이상으로 아팠고 절절했던 장면이다)

<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민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2.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3. 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요
 4.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요.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8.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9. 교육을 방해한 죄요
10.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요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14.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요
15. 일본 천황 폐하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진심으로 "누가 죄인인가?"를 나 역시 감히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겨질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한 그의 인간적인 고통과 심정...
그들의 기억속에 부디 자신이 잊혀지게 해달라고 천주께 기도하는 모습.
만일 자신이 성공하게 되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면,
당신께 기도드릴 수 있는 짧은 순간을 허락해달라는 바람.
아프다... 아프다... 잔인하게 아프다...



자작나무 숲에서의 단지동맹처럼
그들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는 빛이 되었음을...
어쩔 수 없이 나는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라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들이 기억되고 내내 영원한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가 감히 이런 걸 바래도 되는 건가.....)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지혜.
서로서로 인정하며서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라고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꿈꿨을까?
비록 내 몸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고향에 남겨진 이들만이라도 평안하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꿨을까?
그들이 꾼 꿈으로 인해
지금 내가 여기에 이곳에
이렇게 서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게 되길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길 소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길 기원한다.

아마도 나는
오랫동안 눈과 맘이
아리고 저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린고 저린 칼날같은 예리함을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심장 깊이 꽃아 두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며...>



* 사진의 일부는 뮤지컬 <영웅> 공식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