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에 해당되는 글 10건

  1. 2011.10.21 터키 27 : Think about Turkey
  2. 2010.12.22 개기월식
  3. 2010.07.24 내 방 창에서 본 풍경
  4. 2010.05.17 Moon & Benus
  5. 2010.03.04 달동네 책거리 88 : <달의 바다>
  6. 2009.10.28 <1Q84> - 무라카미 하루키 2
  7. 2009.08.12 달무리
  8. 2009.08.04 1박 2일 가족여행 - 강화도
  9. 2009.04.08 봄길 열린 날....
  10. 2009.01.19 길을 잃다.... 1
여행후 끄적끄적2011. 10. 21. 05:29
왕복 비행 시간을 빼면 터키에 머물렀던 시간은 고작 9일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고작"이란 단어는 그리움과 아쉬움, 되돌아가고픈 열망의 다른 표현이다.
그래, 처음엔 순전히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 때문이었다.
(아직도 처음으로 읽었던 그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을 선명히 기억한다.)
터키가 어디에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도 전혀 모르면서
오르한 파묵이라는 작가 한 사람 때문에 그곳을 꼭 가리라 소망했고 계획했다.
9월로 일정을 잡고 비행기 티켓을 구입한 게 6월 말.
마치 전혀 여행갈 계획이 없는 사람처럼 아무 준비없이 일상에 허덕였다.
주변의 질문이 시작됐다.
"가긴 거는 거야?"
"페키지 여행으로 다시 알아봐!"
"아무것도 안 알아보는 거야?" ...
그닥 사교성이 풍부한 인간도 아니고 외국어에 능통한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본능적인 길찾기 감각이 있는 것도 아닌 나를 사람들은 점점 더 불안해하며 바라봤다.
"한국에서도 여행 잘 안 다녀본 사람이..."
결정적인 말에 조금씩 마음이 뜨끔한 것도 사실이다.
철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데로 만족할만큼의 준비!
하고 싶었다. 해야겠다고 생각은 했다.
하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그러지 못했다.
출발하기 일주일 전에 배낭을 사면서 뭘 믿고 내가 이러냐 싶어 웃음도 났다.
인터넷 터키 배낭여행 동호회에 가입하고(그것도 달랑 한 군데만)
<프렌즈 터키> 한 권 보면서 대략의 루트만 잡았다.
터키 배낭여행 설명회에서 왠만한 책 한 권의 계획서를 가지고 온 사람들을 보면서 
거기서 나눠준 프린트 한 장만 들고 있던 나는 심하게 무안하기까기 했다.
아는 게 없어 질문도 못하는 내게 사람들이 말했다.
"배낭여행 많이 다녀보셨나봐요..."
차마 "아니요"라는 대답도 못하겠더라.
그 순간 생각했다.
어떻게든 되겠지!



터키는 배낭여행 초보자들에게 넉넉하고 따뜻한 나라였다.
동양 여자에 대한 과도한 치근댐이 있기 하지만
(피에르로티 올라가는 길에 계속 추근대며 쫒아오는 남자를 향해 급기야 버럭 화를 냈다)
대체적으로 따뜻했고 다정했다.
손가락으로 책 속의 지명을 짚어주는 어설프고 서툰 여행자에게
그들은 매번 친절하게 길을 알려줬고
심지어는 가던 길을 멈추고 정류장까지 동행해주기도 했다.
터키의 길 속에 빠져버린 이유가
사실은 이런 사람들의 도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 위에서 어쩌지 못하고 헤매고 있으면 거침없이 누군가가 다가와 도와줬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서라도 알려줬다.
한국에 돌아와서 내내 그들의 도움이 고맙고 그립다.
지금도 눈 감으면 내가 걸었던 그 길들이 선연하다.
터키는 내겐 "길"이었다.
참 많이 행복하게 걸었고, 걸으면서 행복한 길이 보여주는 풍경들에 전율했고
그 길의 마디마디를 가슴에 담았다.
그 길 위에서 또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했었는지...
터키여행을 다녀온 후
나는 얻은 것에 감사했다.
그리고 놔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어쩌면 이 결론을 위해 오랜기간동안 여행을 되새김질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확실히 그랬다.
이제 난 좀 편해지련다.
그리고 나 혼자 단단해지리라.
 



초롱초롱한 별빛 같은 아이들의 눈빛에 눈부셨고
내내 빠져 있던 길 위에 주인처럼 떠있던 달을 보면서 황홀했다.
터키에 도착했을 땐 아주 작은 손톱달에 불과했는데 
어느새 떠나는 날 배웅하는 달은 만월에 가까워있었다.
달의 이지러짐과 가득참을 눈으로 매일 쫒으면서
나는 비워서 채워지기로 다짐했다.
그래, 이제 다 비우자!
앞으로 절대 다시는 채워질 수 없다고해도
비어있음으로 나는 고요하고 평온해지리라!

당연한 일이겠지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5시에 기상해서 책을 읽고 여행기를 쓰고
6시 40분에 출근해서 하루종일 이쁘고 사랑스런 태아들을 검사하며 웃는다.
여전히 퇴근후엔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10시쯤에 집에 돌아오면 다시 책을 보고 컴퓨터 자판을 두드린다.
12시가 넘으면 그때서야 겨우 침대로 향한다.
그래도 내겐 이제 희망이 있다.
터키에 다시 가겠다는...
그래, 다시 돌아가리라!
그리고 그때는 아주아주 오래 그곳에 있으리라.
그래도 된다면,
그곳에서 오래오래
뿌리내리고싶다.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12. 22. 06:15
난 달이 참 좋다.
그렇다고 늑대인간이나 lunatic은 아니다.
달을 보고 있으면 그 차가운 다정함과 고요함
그리고 날마다 그 모습을 달리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달 속의 토끼를 보는 것도 난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어떤 때는 퇴근길에 집 앞에서 한참을 하늘을 쳐다보며 서성일 때도 많다.
혹여 달을 보지 못하는 날에는 그게 또 그렇게 서운하고 허전할 수가 없다.
하다못해 예전에 김현철의 <달의 몰락>까지도 얼마나 좋아했는지...
...달이 진다, 달이 진다...
그 가사가 그렇게 안스러울 수가 없었는데...



어제 3년 만에 개기월식이 진행됐다.
근무 시간 중이라 목격하진 못했지만 이렇게 인터넷 사진을 통해서라도 볼 수 있어 다행이다.
월식은 태양, 지구, 달이 일직선상으로 늘어서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걸 말한다.
완벽히 일직선이냐 아니나에 따라서 부분월식과 개기월식으로 나뉘는데 
어제는 이 두 가지가 전부 일어났다.

...... 이날 월식은 달이 뜨기 전인 오후 2시27분부터 진행됐으며, 시민들은 달이 뜨는 시각인 오후 5시12분부터 개기월식이 진행되는 오후 5시53분까지 점점 어두워지는 달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또, 이날 오후 7시1분까지는 달의 일부분이 밝아지는 부분월식의 모습이 관측됐고, 부분월식이 끝나자 평소 밝기를 서서히 되찾아 오후 8시6분께 반영식 종료와 함께 평소의 보름달 밝기로 되돌아왔다 ......




거기다가 지역에 따라서는 지구 대기에 굴절된 빛 때문에
붉은 달을 보인 곳도 있다고 한다.
작년에 일식에 이어 또 다시 멋진 우주쇼가 펼쳐진 셈이다.
다음 개기월식은 2011년 6월쯤 관측될 거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만난 달은
이 모든 우주쇼를 마친 후의 동그란 보름달이었지만 
어쩐지 매일 보던 그 달이 아닌 것 같아 쑥스럽고 첫만남 인냥 반가웠다.
어쩌면 그렇게 달을 좋아한다면서 내 모습을 못 봤냐고 은근히 타박하는 것 같기도 하다.
미안! 내년 6월엔 꼭 지켜볼께!
그렇게 집에도 못 들어가고 나는 한참을 하늘 보며 다독였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10. 7. 24. 10:10
하늘을 자주 보는 편이다.
낮에도 그렇고 밤에도 그렇고...
매일 아침 6시 40분 경에 출근하면서 바라보는 하늘과
저녁 10시 가까운 시간에 돌아오면서 바라보는 하늘은
그래, 참 좋다.
사람이 뜸한 한적하고 고요한 날은
눈을 감고 한참을 조심조심 걸어가다 눈을 떠 본다.
그렇게 만나지는 하늘은 또 얼마나 아름답고 반갑던지...
멍하니 방에 담겨 있다가
무심코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 풍경은 또 얼마나 귀엽성있던지...
꼭 액자틀 속에 담긴 그림같다.



말갛게 개인 하늘
꼭 동화책 속의 배경을 그대로 옮겨놓 것 같은 모습.
가까이 있었다면 솜사탕처럼 한 구석 뜯어 먹었을지도...
달콤하고 포근한 행복감.
하늘을 보는 것 꼭 그런 맘이다.
너무 투명한 거짓말 같은 그런 하늘.



구름에 안긴 달을 품은 밤하늘.
하늘이 쳐다보는 건 어쩌면 달이 거기에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보이든 보이지 않는 항상 그곳에 있기 때문에...
나중에 나중에
지금 여기가 아니라 다음 세상이 존재한다면
그때 나는 꼭 달로 태어나 하늘 위에 떠 있고 싶다.
그래서 내가 늘 올려다 봤던 곳에서
반대로 아래를 깊게 깊게 내려다봐야지.
행복하겠다.
다음 세상은...





Posted by Book끄-Book끄
그냥 끄적 끄적...2010. 5. 17. 13:33
5월 16일 저녁 9시경에 집을 오다 바라본 하늘.
손톱달 위에 작은 별 하나.
처음엔 잘못 본 건 줄 알았는데...
다음날 인터넷 기사를 보고 그게 정말 별이라는 걸,
그것도 유난히 밝았던 금성이라는 걸 알았다.
달 곁의 금성
Moon & Benus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담아봤다.
이름때문인지 (^^)
밤하늘의 달을 자주 확인하게 되는 나.
특히 손톱달을 만나게 되면 맘이 설렌다.
보이지 않은 더 많은 부분이 주는 신비감.
Dark side of the moon
그렇게 또 다른 나와의 대면은
때론 다정하고 때론 친근하고 때론 미치도록 황홀하다.
lunatic...
달이 주는 느낌!
무섭도록 차갑지만 딱 그만큼 따뜻함이 느껴지는 묘한 이유배반이
미안하지만 꼭 나를 닮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10. 3. 4. 05:53
 <달의 바다> - 정한아


 

2008년에 대한민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모두가 꿈꾸던 지구 저 너머를 다녀왔던 일을 기억하시죠? 성공적으로 우주 정거장에 도킹도 하고...

그동안 파란만장한 나름의 사연도 많았고...

그때 100% 우리 기술을 가지고 우주로 떠난 게 아니라 말들도 참 많았고 그리고 고산씨의 탈락 때문에 좀 씁쓸한 분위기까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기념할 만한 일이긴 했었습니다.

(그런데 고산씨는 정말 현대판 문익점의 역할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걸까요? 그렇다면 일생에 한번 밖에 없는 절호의 기회를 애국심의 일환으로 정말 그렇게 놓쳐버릴 수 있었던 걸까요???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는데도 저는 아직까지 정말 궁금합니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걸 보면서 문득 <달의 바다>가 생각났더랬죠.
뭐 내용적인 면에서 그랬던 건 아니고 오로지 달이라는 우주적인 존재 때문이긴 했지만...


<달의 바다>는 1982년 출생한 작가 정한아의 첫 번째 장편입니다.

25세라는 어린 나이에 제 12회 문학동네 작가상을 수상한 정말 파릇하게 반짝거리는 작가라고 소개하고 싶네요.

젊은 여성작가의 요즘 트랜드는 적당히 가벼운 유머와 더 가벼운 성의 조합, 그리고 아직 미성숙한 찌찔이들의 독립으로 인해 누군가에게 기대고픈 구차함을 뛰어넘는 강렬한 소망, 모든 것에 무심한 듯 대범함을 가장한 완전한 정체성 포기... 뭐 대략 이렇거든요.

처음 이 책을 봤을 땐 그런 종류의 소설이겠거니 생각했습니다.(선입견을 버려야하는데...)

또 여지없이 뒷통수를 강타당했다는.....(당시에는 맞아도 싸지!!...싶었습니다.)


이 책은 5년째 언론사 입사시험에 떨어진 '나'의 이야기와 우주비행사 고모가 보내온 편지가 현실-환상(편지)의 구도로 서로 교차되는 형식입니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입사시험으로 인해 길어지는 백수생활을 하고 있는 27세 “나(은미)”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에 머리카락마저 한 움큼씩 빠지는 신세죠.  급기야 유쾌한(?) 자살까지도 대책 없이 꿈꾸게까지 됩니다.

이런 그녀는 오년 전 소식이 끊긴 고모가 미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가 되어 있다는 소식을 은밀하게 할머니에게 전달받고 그 고모를 만나러 가게 되죠.  

다른 식구들 몰래 할머니에게 보내온 고모의 편지에는 생경하기만 한 우주의 풍경과 우주비행사로서의 일상생활이 정말 실감나게 그려져 있습니다.(저 몰랐던 사실을 이 책에서 꽤나 많이 알게 됐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의 역량에 박수 세 번~~ 짝짝짝!!!)

은미는 단짝친구 민이(성적 소수자로 남자랍니다...)와 편지에 있는 주소만을 그야말로 달랑 들고 플로리다행 비행기에 오릅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만난 고모는 NASA 직원이 아닌 우주 테마파크에서 샌드위치를 파는 스낵바의 주인일 뿐입니다. 그것도 폐에 낭종이 생겨 호흡이 곤란한 지경에 처해 있는...(생명의 위협까지도 받고 있는 상태인데도 고모는 너무나 생기발랄합니다.)


고모는 왜 ‘거짓말’을 했을까요?

고모가 어렸을 때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할머니는 암스트롱이 달에 착륙하는 모습을 보고 탄성을 지릅니다.

"나는 오래 전부터 어쩐지 달에 마음이 끌렸어"라고 말하는 할머니를 보며 어린 고모는 말하죠.
"엄마, 그럼 나중에 우린 달에 가서 살아요"

할머니는 대답합니다
"그래, 꼭 그러자"

달에 살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던 할머니는 우주비행사인 딸이 보낸 편지를 읽으며 그 딸이 자신의 꿈을 대신 실현하고 있는 것만 같아 가슴이 벅차기까지 했을 겁니다.

고모의 편지는 그러니까 할머니를 위한 아름다운 거짓일 수 있는거죠.
그러나 동시에 그 편지 속 고모의 현실은 무엇보다도 사실적이고 치열하기에 완벽한 진실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할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서 고모는 말합니다.

“언제든지 명령이 떨어지면 저는 이곳에서 완전히 정착할 준비를 시작해야 해요. 그 때가 되면 더 이상 편지는 쓰지 못할 거예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달의 바닷가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렇게 마음을 정하고 밤하늘의 저 먼 데를 쳐다보면 아름답고 둥근 행성 한구석에서 엄마의 딸이 반짝, 하고 빛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그때부터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진짜 이야기는 긍정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언제나 엄마가 말씀해주셨잖아요?”

죽음을 통째로 들어 달로 옮기려는 듯한 시도처럼 보였습니다. 
이 모든 게 비록 위장된 거짓말일지라도 고모의 편지 속에는 희망이, 꿈이 그대로 살아있었네요.
묘한 울림에 가슴이 잠시 뻐근했었습니다.

통째로 들어서 제 독서노트에 옮겼던 기억이 새롭네요.


“진짜 같은 거짓말을 쓰고 싶었다”

정한아라는 젊은 작가가 하고 싶었던 말이고 쓰고 싶었던 글이라고 하네요.

이쯤 되는 거짓말이라면...

저는 골백번이라도 당신 말은 사실은 "진실"이었노라고 기꺼이 말해줄 수 있을것 같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10. 28. 06:25
맥주와 양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그의 최신작을 읽다.
처음엔 그랬다.
IQ(아이큐)84인줄...
지능지수 84인 누군가의 이야긴가... 하고 ^^



1984년 하나의 달이 존재하는 평범한(?) 세계
그리고
1Q84 달이 두 개인 또 하나의 모호한 세계
크고 동그란 노란색 달.
동그랗긴 하지만 작은 초록색 달
리틀 피플과 반리틀 피플의 세력(?)의 팽팽한 긴강감!



선과 악은 항상 장소와 입장을 바꿔간다고 한다.
중요한 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가 아니라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유지한 것!
그리고 그 균형 자체가 바로 "선"이 된다는 사실.



난해하다고 생각했다.
몇 년 전 이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야말로 닥치는 데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었었다.
한참을 읽고 났더니.
내가 꼭 맥주를 손에 들고 물이 말라버린 우물에 웅클리고 있는 양이 된 것 같아서
혼자 몹시 당혹스러웠던 기억... 



어느 날, 아오마메는 고속도로 비상계단을 지나오다
달이 두 개가 떠 있는 1Q84의 세계로 들어간다.
일상이 바뀐 것도,
눈 앞의 세상이 바뀐 것도 아닌데
그녀는 조금씩 그러다 결국 지배적으로 1Q84의 세계에 개입되고 만다.
그녀가 10살 때 부터 간직했던 사랑하는 사람 덴코마저도...
그 두 사람은 20여 년이 지난 시간까지 단 한번도 다시 만나지 못한다.
그들의 사랑은 모호하고  희미하다
그리나 비현실적인 만큼 지독히도 끈덕지다.



아오마메...
그녀의 직업은 근육 스트레칭을 가르치는 엑스퍼트다.
하지만 깊숙하고 은밀한 직업은 가학적인 남편, 혹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남자들에게
날카로운 아이스픽을 목덜미에 밀어 넣는 일을 한다. 
그들을 저쪽 세계로 처리하는 일종의 cleaner.
덴고...
어릴 적 수학천재로 명성을 날렸지만
지금은 입시학원의 수학강사이며 
결정적인 것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꽤 글을 쓰는 작가지망생이라고 할까?
그는 문예 편집자 고마쓰의 제안으로 17세 소녀의 <공기 번데기>라는 소설의 리라이팅 작업을 하게 된다.
그 소설은 소녀의 이름으로 신인상을 수상하고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대히트를 친다. 
동시에 덴고는 모호한 1Q84의 세계와 연결된다.
마치 자신의 글 속으로 빨려 들어간 것 처럼...



이 책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로 작정한다.
모호한 세계는 오래된 두통처럼 괴롭다.
모른 척 하고 싶은데 자꾸 머리 속을 돌아다닌다.
무라카미와 나와의 궁합을 따질 여력도 지금은 솔직히 없다.
현실적이라고 해야 하나? 신비주의라고 해야 하나?
이 사람은 늘 내게 교통정리를 하고 싶게 만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읽을 수록 매력적인 글이라는 사실이다. 
아직 규칙적인 수학공식같다.
그러나 결코 쉽게 풀리지는 않는 세기의 문제라고나 할까?
(혹시 내가 지금 1Q84의 세계 속으로 넘어와 있는 건가?)



모든 일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면 일상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말라.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이다.
현실이란 한없이 냉정하고 한없이 고독한 것이다.

만성적인 무력감은 사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손상시킨다.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
이야기 속에 권총이 나왔다면 그건 반드시 발사되어야만 한다.
                                                                        - 안톤 체호프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8. 12. 13:17
가려진 것들.
흐려진 것들,
그러나 그 뒤에 결코 없어지지 않는
분명하고 확실한 것들.



구름이 품은 달.
비를 끄는 달무리.
귀 기울이는 자만이
그 이야기를 듣을 수 있으리...


Posted by Book끄-Book끄
여행후 끄적끄적2009. 8. 4. 06:36

주말에 17명 가족 모두와 함께
다녀온 가족 여행
17명이 언제 또 다시 이렇게 모일 수 있을까 싶어
왠지 혼자 애틋했던 마음.



1박 2일 동안 묵었던 한옥팬션
급하게 구한 장소라 내심 걱정스러웠는데
의외로 깨끗하고 넓고,
그리고 창을 열면 확 트인 서해의 뻘을 볼 수 있어 좋았던 곳
또 무지 매섭고 독한 모기들...
내내 우리가 함께(?)했던 달과 오랫만에 본 잠자리
그리고 정말 백만년만에 찍어 본 단체 가족 사진.
(이 사진 한 장만으로도 이 여행을 충분히 너무나 큰 소득이 있었다... ^^)



함께 오른 전등사.
소담스럽고 아담하지만 이야기를 담고 있는 절
절 구석구석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을 돌탑들.
탑들 위에 곱게 담겨있을 소원들. 바램들...
그 모든 간절함들...
(카메라 렌즈에 문제가 있어 사진이... ㅠ.ㅠ)



억겁의 세월 동안
전등사의 처마를 이고 있는 형벌을 받고 있는  여인
이 여인의 죄는 언제까지 유효한 걸까?
풍경 소리에 눈을 번쩍 뜨며
아직 남은 죄를 스스로 단죄하고 있을지도...



경내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부레옥잠
꽃의 선명함이 마치 거짓말 같아 당황스럽기도...
이곳의 물꽃들,
어쩌면 다 부처의 환생
그 한 조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도라지꽃, 들국화 그리고
보석같은 햇빛.
눈부시게 빛나는 기억으로 담긴
1박 2일 그 짧은 여행.



발이 푹푹 빠지는 뻘밭의 기억도,
참게를 쫒아 팔둑을 묻었던 기억도,
꼬물꼬물 옆걸음치는 참게의 기억도,
다 기억했으면....
오래오래 잊혀지지 않았으면....

얼굴에 미소 가득할 기억 하나 품다...
<가족>이라는 인연의 기억...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4. 8. 06:23


하늘이 내려와
손 끝 내민 날


땅이 시작한
향기,
손 맞잡고 피어나다...


웃음처럼
열리는
꽃잎... 꽃잎... 꽃잎....


품었던 소식.
톡.톡... 터지면


같이
말해주고 싶어.
반갑다고....


품고 있었을까?
전해줄
이야기들.
꽃이 품은 말


소곤소곤
먼저 와 듣고 있는 친구
내게도 말해줄래요?


궁금했나요?
일찍 소풍나온
낮 달...


조심스런 부탁 하나,
내게 와서
마저 다 피워줬으면...
Posted by Book끄-Book끄
찍고 끄적 끄적...2009. 1. 19. 17:08

훤히 보이는 길도
눈 앞에서
잃어버리고 사는데...



부끄러움
미처 다 감추지 못하고
하늘 위,
조각으로 걸린
낮 달...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