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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7 담 혹은 벽
  2. 2009.06.16 만해 한용운 유택, 만해선사 <심우장>
찍고 끄적 끄적...2010. 4. 17. 06:27
이상하지?
담벼락을 보고 있으면 절로 손이 닿게 돼.
쿵쾅쿵광.
그들만의 숨결이 느껴지면 때론 아득해지기도...
그랬던 것 같아.
어느날은 담벼락처럼 우뚝 서서 오래오래 누굴 기다렸던 건 아닐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느날의 삶에서
나는 사실은
길고 단단한 담벼락이 아니었을까?
시간 속에 폐허처럼 한쪽 끝이 무너진
오래고 질긴 담벼락.



이상하지?
담벽락 앞에 서면 꼭 무른 흙덩이를 보는 것 같아 당황스러워.
내 눈엔 그렇게 버티고 서 있는게 어쩐지 많이 서툴러보였는지도...
마음 안에 오랜 담을 쌓고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깊은 공유.
"담"이라고 말하면 그대로 전해지는 단어가 주는 막막함까지.
어딘가 곧 쓰러져 버릴것같은 뚝 잘린 단면앞에 서 있는 것 처럼
맘이 조마조마하기도...
너무 많이 흔들려서
더 이상은 흔들릴 수 없는 벌을 받고 있는건지도...
원죄처럼 우뚝 서서 오랜 시간 버티는 천형의 시간.



꼭 그랬으면...
막막하고 고집스런 담벼락처럼
꼭 그렇게 나이 들었으면...
시간 속에서 누군가의 이야기 오랫동안 듣고
그리고 더 오래동안 들은 이야기 품으면서
그렇게 무심하게 서 있을 수 있다면...

이상하지?
담벼락 앞에 서면
튀밥처럼 마음이 설래.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6. 13:09

간송미술관에서 "정선화파전" 보고
잠시 들렀던 만해 한용운 선생님의 유택 <심우장>
한용운 선생이 마지막 눈을 감은 곳.
그 한 켠에는 사람이 여전히 살고 있다.
(예전엔 후손이 직접 살았는데 바라다보이는 일본대사관이 도저히 보기 싫어 관리인을 두고 이사를 갔다고...)
한옥의 고풍스러움과
신비하게도 지붕을 피해 뻗어나간 소나무
마치 소나무 한 그루가 한용운 선생의 정신을 호위하고 있는 것 같아
왠지 숙연한 느낌마저 든다.



사람의 발걸음을 거부하지 않고
한사람 한사람 맞이하는 고택의 다정함.
처마밑에 앉아 있는 느낌이 따뜻했다.
아이의 사진을 찍고 있는 이국(異國 )의 가족
그 모습까지도 낯설지 않게 품는 마음.



만해 한용운의 절개를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곳의 흔적들.
액자에 곱게 담겨져 있던 그의 친필들,
그리고
나를 향하는 그의 얼굴은 단호히 묻는 것 같다.
"바르게 살고 있는가!"를....



두런두런,
아이와 함께 무릎걸음으로 앉은 어머니,
무슨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까?
살짝 엿듣고 싶은 욕심도...



내려오는 길에 만났던 골목길들, 대문들, 시멘트 담벼락들.
어릴 적 깨복쟁이 시절을 생각나게 해
눈을 뗄 수가 없었던 추억들.



"성북동 아름다운 나무"라는 푯말이 붙어 있던,
밑둥 부분이 붙은 연리지.
보물찾기를 하는 것 같아 절로 웃음이 가득.

성북동!
골목 골목마다 비밀을 품고 있는 동네.
운이 좋다면 걸음 속에서
우연히 지나간 시간을 만날 수도 있는 곳.



"심우장"의 편액은 위창 오세창이 쓴 것이란다. 
‘심우(尋牛)’는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선종(禪宗)의 열 가지 수행 단계 중 하나로
 ‘자기의 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일제시대에 호적도 올리지 않고 배급도 받지 않은 채
이곳 심우장에서 영양실조로 66세의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당시 이곳 일대 20만평의 땅으로 그를 회유하기 위해 찾아온 청년은
뺨을 맞고 돌아갔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그럴 수 있는 사람!
지금 이 시대에 아직 있을까?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