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9. 18. 06:27
표지만 봤을 때는 재미있는 내용일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심각한 현실고발일 줄은 몰랐다.
필요성과 안락함을 위한 "집"이 아니라
욕망의 대상이 되어버린 "집"
더 좋은, 더 비싼 집을 위해 점점 하우스 푸어가 되어가는 사람들.
새로운 종족의 탄생이 섬뜩하게 무섭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란,
비싼 집에 살지만 혹은 비싼 집을 소유하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을 말하는 신조어다.
이들은 2000년대 수도권 아파트 가격 폭등기를 지내오면서  아파트 불패신화에 속아
무리한 대출로 재건축 단지, 뉴타운, 신도시, 분양 시장 등에서 아파트를 구입했지만,
집값이 떨어지면서 부채를 제때 갚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리하게 집을 사지 않았다면,
저축을 하며서 충분히 중산층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이
집 없는 중산층에서 집 가진 하류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지금 이들에게 집은 더 이상 돈덩이가 아닌 빚덩이일 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는 이유는
일반 가계의 단순한 판단 착오 때문이거나 탐욕 탓으로 돌려버릴 수는 없다고 책은 지적한다.
정부-금융기관-건설업체-언론-부동산 정보업체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동산 덫이라는 거대한 매트릭스를 만든 것이라고...
그래서 그 같은 덫에 걸려든 상당수 일반 가계들이
지금 하우스 푸어로 전락하기 직전의 상태에서도 매트릭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책을 쓴 김재영은 MBC <PD 수첩>에서
아파트의 경제적, 문화적 의미를 분석한 프로그램을 다수 연출한 PD다.
책 속에서도 실제 기사와 사례,  도표 등을 첨부해가면서
자세하고 세밀하게 아파트의 허상에 대해 고발하고 있다.
재건축의 늪에 빠진 가락시영아파트,
금마를 꿈꾸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개발,
부서진 신도시 판타지,
블랙홀이 되어버린 인천경제자유구역 등
한때 그리고 지금까지도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아파트의 검은 실체을 확인할 수 있다.
지금 대한민국의 전체 가게의 31.5%는 이미 심각한 하우스 푸어 상태에 빠져있단다.
결국 자기 집이라는 꿈을 가지고 무리한 대출을 받아
몇 년간 꼬박꼬박 내던 사람들이 결국은 원금에 이자를 견뎌내지 못하고
자신의 집에서 내쫓겨지고 마는 현실.
대한민국의 현주소가 막막하기만 하다.
집이라는 게 살기 위한 장소인데
이쯤되면 아예 사람들이 꿀꺽 집에 삼켜지고 있다.
배부를 줄 모르는 탐욕의 괴물, House!
어쩌면 정말 집을 포기하는 게 삶의 질을 위한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강남 재건축뿐만 아니라 수도권 상당 지역에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이미 마이너스 상태가 됐습니다. 그런 상황을 언론에서 제대로 소개하지 않고 항상 돈을 번 소수의 사람들 얘기만 전해주니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착각하고 잇는 거죠. 실제로는 2006년 이후 집을 산 사람들 경우에는 70% 이상이 손실을 본 경우라고 봅니다.
2006년 말 고점에 샀다고 가정했을 때 기회비용과 금융비용을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40~50%까지 손해 본 분들도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미 사실상 신용파산 상태인 분들도 잇을 겁니다. 그런 분들 상당수가 2009년 집값이 일정하게 오른다고 버텨본건데, 다시 집값이 떨어지면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습니다 ......


적나라한 현실에 읽으면서 여러번 섬뜩했다.
하우스 푸어...
꼭 집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거다.
명품에 빠져, 혹은 도박에 빠져 poor 해진 족속들이 지금 얼마나 많이 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삶의 질"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된다.
바르게 사는 게 문제가 아니라
사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시대가 와버린것 같아 걱정스럽다.
혹시 나 역시도 무언가에 빠져 poor 해지고 있는건 않는지...
자기검이 필요한 때다.

현실을 읽는 건,
참 막막하고 참혹하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달동네 책거리2008. 12. 12. 06:32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 조용헌


 5백년 내력의 명문가 이야기


이 책은 한 네 번쯤 읽은 것 같아요.

뭐랄까. 읽으면 읽을수록 진국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오래 묵은 빛깔 좋고 향 좋은 장 같은 느낌...

이 책은 우리 병원 도서관에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가끔 대출해서 읽고 있는 책 중에 한 권이고, 지금 현재도 제가 대출해서 가지고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의 특별함은...

명문가(名門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해 준다는 점에 있습니다.

흔히 지금의 명문가는 재산의 정도에 의해 평가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많은데 4백, 5백년 동안 명문가라는 명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도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는 “노블리스”의 개념이 “럭셔리”의 개념으로 이어지면서 졸부들의 부티크 문화 형태를 띄고 있긴 하지만, 그 진정한 의미는 상류층(지적이든, 물적이든)의 도덕적 의무감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이탈리아가 문화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도 거상 메디치가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듯이 우리나라도 그에 못지 않은 명문가가 있다는 건 참 어깨 으쓱한 일입니다.

메디치가가 이탈리아 정부에 가문 대대로 모아온 문화제, 예술품을 기증하면서 단 한 푼도 받지 않았다는 걸 아시나요? 조건은 단 하나였다고 합니다.

“절대로 이 문화제를 다른 나라에 반출시키지 말 것”이라는 조건...

이쯤되면 그냥 거상이라고 하기에 너무 민망하지 않을까요?


이 책에는 그런 우리나라 명문가 15곳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먼저, 경주 최부잣집.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달성한 집안입니다.

어릴 때 어르신들이 “경주 최부잣집 재산이라도 못 남아 나겠다”라는 말을 하셨었는데 그땐 그게 무슨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인물인 줄 알았었습니다. 뭐 신화나 전설처럼요...

그런데 실제로 12대동안 만석의 재산을 유지한 유일한 우리나라 거부라고 하네요.

그러면서도 흉년에는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가풍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흉년기에 논밭을 사는 일도 금지했구요.

심지어 재산이 만석이 넘어가면 무조건 사회에 환원했다고 합니다. 그 당시에 사회 환원 방법은 소작료를 낮추는 거였다네요. 그래서 소작인들은 최부잣집 재산이 늘어나는 걸 오히려 반가워했다고 하니 요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입니다.

결국은 그 모든 재산을 전부 영남대에 기부하고 지금은 필부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선조에 대한 자부심이 허뜬 삶을 살 수 없게 한다고 후손들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명문이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재산이 아니라 자부심과 자긍심을 후손에게 남겨주는 거...

그런가 하면 하인들에게 쉴 수 있는 정자를 마련해준 가문도 있고, 재산이 아닌 지식을 남기기 위해 “인수문고”라는 문중 문고를 만들어 최고의 민간 아카데미를 만든 남평 문씨 문중도 나옵니다.

말로만 듣던 3년 시묘살이(부모가 사망했을 때 3년 동안 무덤 옆에 초막을 짓고 생활하는 것)를 직접 시행한 예산 이씨, 5대째 걸출한 화가를 배출하고 있는 양천 허씨 문중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 신기하게 다가오는 것은,

“풍수”라는 사상이 그냥 허투루 생긴 게 아니구나 하는 겁니다.

책의 저자는 풍수에 관계해서 이 명문가들의 고택들을 해석하고 있는데요, 풍수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떠어떠한 지형은 구도자가 많이 나오는 지형이고, 어떤 지형은 문필가가 나오는 지형, 또 어떤 지형은 예술가가 나오는 지형이 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몇 대를 이어 그런 자손들이 나옵니다.

뭐 풍수라는 게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고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좋은 풀이로 고택들을 조망한 게 솔솔한 재미를 줍니다.

그리고 멋진 고택들을 찍은 흑백사진들이 참 아늑한 느낌을 갖게 합니다.

찾아가 보고 싶다는 유혹이 느껴질 만큼요...

그러면서 종가나, 명성 있는 고택을 보전하고 유지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저와는 하등 관계없는 문중들이라지만 그 존재들이 사라지는 게 참 안타깝고 씁쓸하네요.

진정한 명문가란 “고택을 유지하는 가문이다”라고 말한 작가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멋진 옛집들을 보면 “아~ 이런 집에서 살고 싶다~~”라고 꿈꿨었는데...

그 말의 현실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알고 나서는 함부러 이런 말을 꺼내기가 송구스럽기까지 하네요.


혹 여러분들도 명문가를 꿈꾸시나요?

지금까지의 운명을 바꿔 진정한 명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릴까요?

4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① 적선(積善)     ② 명찰(明察)     ③ 풍수(風嗽)   ④ 다독(多讀)


위 방법들에서 제가 노려봄직한 것은 역시 ④번 하나밖에 없네요.

그런데 참 기분 좋은 일 아닙니까?

다독이 운명을 바꿔 명문가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니...
다...독...이...라...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