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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01 <덕혜옹주> - 권비영
  2. 2009.10.31 뮤지컬 <영 웅> - 2009.10.30. PM 8:00 LG 아트센터
읽고 끄적 끄적...2010. 2. 1. 06:19
19주째 1위에 있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를 끌어내린 소설이란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 이름.
작가를 찾아봤더니 2006년에 소설집을 출판했었다.
<그 겨울의 우화>
신경숙의 아류작인가 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다.
어쨌든 지금 현재진행형의 베스트셀러 소설이라니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비운의 삶을 살다간 조선의 마지막 황녀에 대한 이야기.
소설 <덕혜옹주>
소설 출간 한달 만에 무려 9만여부가 판매됬다고 한다.
55세의 작가 권비영 스스로도 자신의 작품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에
어리둥절해하고 놀라워하고 있는 중이란 기사를 봤다.
뭐지???



1912년 5월 25일 고종의 막내딸로 덕수궁에서 출생
1925년 3월 일본 학습원으로 강제 유학과 어린 나이의 조발성 치매 진단
1831년 5월 대마도백작 다케유키와 강제 정략결혼
1956년 8월 외동딸(정혜)의 자살, 계속되는 마츠자와 정신병동 감금생활과 조국의 외면
1962년 1월 37년 동안의 유랑생활 끝에 대한민국 귀환



덕혜옹주...
분명 실존의 인물인데 이 소설은 그녀를 환영의 인물로 만들어버렸다.
책임감 없는 소설의 힘에 화가 났다.
또 그 소설이 베스트셀러의 기록을 세운다니 더 화가 났다.
기사에는 쓰여 있었다.
" ...... 기구한 삶을 살다간 덕혜옹주를 다룬 소설이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데 바로 "나라 잃은 설움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하는 것을 공감할 수 있다....."
그러나 절대 나는 공감할 수 없었다.
마지막 권위와 위엄을 남겨둬야 했을 그녀를 오히려 시장판에 내돌린 느낌.
단지 사람들에게 덕혜옹주를 일깨워주는 게 목적이었다면
차라리 그것뿐이라면 박수를 쳐줄 수도 있었다.
이 책은 단지 덕혜옹주에 대한 에피소드에 불과할 뿐.
이야기의 짜임은 엉성하며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개연성에도 불구하고 모두 죽어있다.
홀로 헛헛한 웃음을 흘리다...



일본으로 유학 떠나기 전 덕혜옹주를 찍은 사진.
다부지고 똑똑해 보인다.
그리고 그 눈빛이 어린아이같지 않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나를 감동시켰던 건 바로 이 사진 뿐이었다.
37년동안의 유랑생활 끝에 대한제국에 돌아온 그녀는
(그녀가 돌아왔을 당시는 이미 대한제국이 아니었겠지만...)
1989년에 숨을 거둘 때까지 창덕궁에 있는 낙선재 권역,
정확하게는 낙선재 바로 옆 수강재에서 말을 잃고 지냈다고 한다.
"주로 수강재에 기거하셨고, 봄날에 이렇게 따뜻할 때 나오면 이 툇마루에 앉으셔서 멍하니 계신 것을 자주 봤습니다."
말을 못하고 정신이 오락가락했던 그녀의 삶은
이미 피폐한 황무지 그 자체였으리라.
올해가 경술국치 100년 되는 해라는데
그녀 덕혜옹주는 자신의 기구한 삶이 이런 식으로 재조명 되기를 바랬을까?
그렇게 거창한 사명감을 가지고 쓰기를 작정했다면
좀 제대로 치열하게 써 주시지...
이 책을 출판한 다산책방의 각종 이벤트의 힘도 그저 놀라울 뿐이다.
출판은 어쩌면 단지 사업일 뿐인지도...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10. 31. 05:50

안중근 의거 100주년이 되는 올해
<명성황후>를 만들었던 에이콤에서
도마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한 대작 뮤지컬 <영웅>을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오래 기다렸던 뮤지컬 <영웅>을 보다...
대한제국 의병군 참모중장 안중근!



안중근으로 분한 배우 류정한은 말했다.
"그 분이 나에게 빙의되길 간절히 바란다"고...
그의 진심은 절실했으리라.
바람 또한 간절함 그 이상의 무엇이었으리라.
그리고 나는
무대 위에서 그 아닌 다른 누군가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에게 빙의된 안중근의 모습을...



어쩌자고 이런 뮤지컬을 했느냐고...
이 작품을 하고 나서 어떻게 견뎌내려고 하느냐고...
어쩌자고... 어쩌자고... 그예 안중근이 되어버렸냐고
안중근이 되어 조용히 눈물 흘리는 그를 향해
이제 나는 진심으로 묻고 싶다.



실제로 무대 위 그의 육신은 힘겨워 하고 있었다.
안중근의 몸으로, 안중근의 맘으로 결단을 내리고
그 결단을 실행으로 옮겨가면서
숱한 고뇌와 번민들로 160분의 시간동안
그는 실제로 눈에 띄게 점점 야위어갔다.
이토을 저격할 결심을 하며 안중근은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아니 해내야만 합니다!"
그 결단의 절박함과 간절함에 내 육신 또한 마디마디 아리고 저리다.
"해내야만" 한다니...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해내야만 한다니...
대사 하나하나가
노래 가사 하나하나가
그대로 날이 선 칼날이 되어 송두리째 가슴팍을 향해 꽃힌다.



안중근 : 류정한 / 이토 : 조승룡 / 설희 : 김선영 / 링링:



전,후막 70분 모든 장면이 다 충격이고 슬픔이고 통곡이다.
자작나무 숲의 단지동맹에서 
어미가 만들어준 눈물같은 수의를 입고 
사형을 집행받던 그 마지막 순간까지...
깊고 깊은 통곡으로
보는 내내 스스로 너무 힘들고 아파 죽을 듯이 힘들다.
특히 안중근의 법정 장면은 끊임없는 눈물을 흘리며 견뎌야만 했다.
(솔직히 고배건데 너무 많이 힘들고 그 이상으로 아팠고 절절했던 장면이다)

<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 15가지>
 1. 한국의 민황후(명성황후)를 시해한 죄요
 2. 한국 황제를 폐위시킨 죄요
 3. 조약과 7조약을 강제로 맺은 죄요
 4. 무고한 한국인을 학살한 죄요.
 5. 정권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6. 철도, 광산, 산림, 천택을 강제로 빼앗은 죄요
 7. 제일은행권 지폐를 강제로 사용한 죄요
 8. 군대를 해산시킨 죄요
 9. 교육을 방해한 죄요
10. 한국인들의 외국 유학을 금지시킨 죄요
11. 교과서를 압수하여 불태워 버린 죄요
12. 한국인이 일본인의 보호를 받고자 한다고 세계에 거짓말을 퍼뜨린 죄요
13.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 경쟁이 쉬지 않고 살육이 끊이지 않는데 태평 무사한 것처럼 위로 천황을 속인 죄요
14. 동양 평화를 깨뜨린 죄요
15. 일본 천황 폐하의 아버지 태황제를 죽인 죄

진심으로 "누가 죄인인가?"를 나 역시 감히 그들에게 묻고 싶다...



남겨질 어머니와 가족들을 향한 그의 인간적인 고통과 심정...
그들의 기억속에 부디 자신이 잊혀지게 해달라고 천주께 기도하는 모습.
만일 자신이 성공하게 되서 마지막 순간을 맞게 된다면,
당신께 기도드릴 수 있는 짧은 순간을 허락해달라는 바람.
아프다... 아프다... 잔인하게 아프다...



자작나무 숲에서의 단지동맹처럼
그들의 함성이 잠자는 숲을 깨우듯
어두운 이 세상 깨우는 빛이 되었음을...
어쩔 수 없이 나는 인정하게 된다.
이렇게라고, 이런 방식으로라도
그들이 기억되고 내내 영원한 영웅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가 감히 이런 걸 바래도 되는 건가.....)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지혜.
서로서로 인정하며서 평화롭게 사는 것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조화롭게 사는 것
그것이 "평화"라고 그들은 말한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꿈꿨을까?
비록 내 몸은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고향에 남겨진 이들만이라도 평안하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꿨을까?
그들이 꾼 꿈으로 인해
지금 내가 여기에 이곳에
이렇게 서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공연을 보게 되길 꿈꾼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아프기를 희망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통곡하길 소원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길 기원한다.

아마도 나는
오랫동안 눈과 맘이
아리고 저릴 것 같다.
그리고 그 아린고 저린 칼날같은 예리함을
가능하다면 오래오래 심장 깊이 꽃아 두고 싶다.
<그날을 기약하며...>



* 사진의 일부는 뮤지컬 <영웅> 공식 블로그에서 퍼왔습니다..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