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끄적 끄적...2010. 10. 13. 05:51
작가 김진명.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작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 소설은 꽤 읽었다.
굳이 찾아보지 편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책 <1026>은 1999년에 2권으로 출판했던 <한반도>를 다시 손을 봐서 출판한 개정판이다.
2권이 1권으로 통합시킨 건 일단 참 잘한 일이다.
(솔직히 2권일 필요도 없는 이야기다. 김진명의 책들은 다 그렇다. 꼭 도돌임표를 들여다 보는것 같아서...)
그리고 확실한 건 김진명의 소설은 10여년 전의 것들이 훨씬 읽을만하다.
소재들은 참 좋은데 글의 내용은 소재를 따라오지 못한다는 느낌을 매번 받는다.
결말도 대부분 미진하고...



이 책의 배경은 김대중 정권이지만
이 책이 밝히려고 하는 시대는 박정희 정권과 육사 11기의 집권시기다.
지금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10년 전에 이 책이 출판됬을 때는 좀 센세이션하긴 했겠다.
<한반도>에서는 밝힐 수 없었던 인물들이 개정판 <1026>에서는 이름을 찾아 더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1979년 10월 26일,
중앙정보부 김재규는 대통령 박정희를 향해 총을 겨눈다.
거사 후 그는 김재규는 말했다.
"내 뒤에는 미국이 있다"
그러나 그는 끝내 내란죄로 사형당했다.
사냥이 끝난 후 버려진 비참한 사냥개 꼴이 됐다고나 할까?
김재규는 박정희를 신처럼 믿고 따랐다고 한다.
단 그의 "자주국방론"만을 제외하고는...
미국 또한 박정희의 자주국방이 영 눈에 가시처럼 느껴졌을테다.
남북한의 냉전상태가 계속되어야만 미국의 오래된 무기들을 한국에 팔아먹을 수 있으니까.
박정희의 "자주국방"을 막기 위해 미국은 김재규 뿐만 아니라 육시 11기까지 준비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던 박정희.
그 모든 자료들은 10월 26일 이후 사라졌는데
바로 육사 11기가 그것들을 미국에 넘기고 전두환이 정권을 넘겨 받게 된 것이다.
12. 12 사태 와 5.18 광주 민주화 항쟁까지 10.26과 연결되어 있고
그 배후에는 개대 제국 미국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그 증거에 해당하는 게 1981년 레이건에 의해 선포된 특별 명령이다.
"미국 정부의 어떤 공무원도 다른 나라 지도자의 암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특별 명령는 1979년 포드 대통령에 의해 먼저 선포됐단다.
그리고 1979년에서 1981년 미국의 카터 대통령 시기 암살된 국가원수는 단 한 명 뿐.
그 한 명이 바로 박정희였다.
그러니까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은
미국의 뜻을 실현하는 한편 신군부의 집권을 위해 철저히 위장되고 이용된 사건이라는 게 이 책의 결론이다.
10.26 사건이 대한민국 유신정권에 대한 민주화의 폭발이라기 보다는 
미국에 의한 한국의 핵개발 저지가 그 본질이라는 의미다.


뒷 표지에 참 거하게 광고문구 날리셨다.
혹 허경영스러운 로맨스를 기대하는 사람이 있다면 꿈깨시라고 정중히 말씀드리고 싶다.
(나의 눈을 바라 볼 일도, 즐거운 일이 생길 일도 없다! ㅋㅋ)
본문에 나오는 박근혜 언급 부분은 저 문장 비슷한 게 끝이다.
혼자 짝사랑했다는...
이 문장에 낚이는 일이 없기를...
박정희의 자주국방만큼이나 미쿡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
이것 역시도 잠시 언급은 되고 있지만 어찌됐든 이 책에서 밝혀내는 시기는 10.26 그 즈음이니
너무 많은 기대는 하지 말라는 당부도 하고 싶다.
이미 역사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모든 이야기가 어쩌면 우수울지도 모르겠다.
(번데기 앞의 주름 격일지도...)
그러니 소설은 소설일뿐 많은 걸 기대하진 말자!
더구나 김진명의 소설 아닌가!
그냥 읽고 끝!
여기까지가 김진명의 한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10. 7. 26. 00:20



뮤지컬 <The Story of My Life>
2006년 11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처음 무대에 올랐다가
2009년 2월 브로드웨이에서 새로운 버전으로 올려졌던 공연이다.
지금 공연되는 것도 바로 2009년 버전으로
오디 뮤지컬 신춘수 대표가 직접 연출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5명의 남자가 만드는 남자 이야기 (^^)
류정한, 신성록이 베스트셀러 작가 Tomas를 
이석준, 이창용이 Tomas와 어릴적부터 절친인 Alvin으로 분한다.
내가 선택한 첫번째 관람의 casting은 류정한, 이창용이다.
솔직히 두 사람의 나이 차이가 좀 많이 나서
(류정한은 1971년생, 이창용은 1984년생, 와~~ 무려...)
친구사이라고 하기엔 사실 많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뭐 어디까지나 무대 위 공연이니까...
그런데 솔직히 걱정스럽긴 했다.
불혹의 류정한이 파릇파릇한 이창용과 친구, 그것도 절친으로 나온다니...
몇 년 전 뮤지컬 <이블데드>에서 류정한이 주인공 에쉬 역을 했을때 
이창용은 1인 다역인 좀비 루돌프 (^^)로 나왔었는데
이렇게 한 무대에서 나란히 주연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보니 이창용의 발전도 눈부시다.




동승아트센터는 동승홀은 몇 년 만에 와본다.
리모델링을 했는지 예전과는 좀 다른 편안함을 준다.
바로 옆에 꼭두각시 박물관이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도착하면
볼거리도 많이 만날 수 있을 듯.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진 찍기에 참 괜찮은 곳들이 많다.
햇빛 받으면 이쁜 곳들이 눈에 많이 보여서...
몸이 좀 좋았으면 이곳저곳을 불이 나게 돌아다니면서 담았을텐데...
햇빛 받으면서 차 마실 여유도 없이 로비에 앉아 내내 기다렸다.
친구 이야기...
어쩌면 참 고리타분하고 너무 잔잔할지도 모르겠다.
설마 무대 위에서 서로 치고 받고 싸우는 싸나이들의 원초적인 관계를 보여주진 않을테고...
시대의 주류를 거스르는 뮤지컬이 될거라고 했다.
어떤 느낌일까?



공연은...
참 따뜻하고 그리고 아득했다.
보면서 조용히 그리고 진하게 눈물을 흘리게 만든다.
류정한과 이창용의 하모니는 아름다웠고 그리고 거의 완벽할만큼 서로가 서로의 목소리가 품고 보듬더라.
두 사람이 Tomas와 Alvin으로 완벽하게 동화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시간도, 나이도 그냥 다 묻고 그저 느끼고 바라보게만 된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내 과거를, 내 친구를 생각하게 된다.
뭘하고 있을까?
그렇게 내 몸 같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내 친구들은...
도돌임표가 찍히듯 몇 번 씩 반복되는 이야기.
그러나 반복될수록 더 깊어지고 더 치열해지면서도 이상하게 점점 편안해지는 이야기.
지금 두 사람은 환상 속에 있는 걸까? 현실 속에 있는 걸까?
어쩌면 "우정"이라는 건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할로윈 축제때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도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게 되는 그런 마음.
영화 <멋진 인생>의 천사 클라렌스로 변한 꼬마와 털슬리퍼에 목욕가운을 걸친 죽은 엄마의 유령으로 변한 꼬마가
서로 알아보고 친해지는 7살의 순수함 그것처럼. 
그리고 시간이 지나 일상의 삶 때문에 혹은 귀찮음 때문에 
알면서도 아프게 무심해지는 것처럼,
그렇게...



두 사람은 지금 책처럼 꽂혀있는 기억을 한 권 한 권 꺼내며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멋진 인생>의 주인공처럼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리에서 뛰어내린 Alvin의 송덕문을 쓰기 위해서

"죽으면 좋은 얘기만 해주네~~~"
"그게 바로 송덕문이라는거야"
"네가 내꺼 써줄래? 나도 네꺼 써줄께!"
"그게 가능해?"
"그럼 남은 사람이 하기! 약속!"


도돌임표처럼 반복되던 대사.
같은 대사인데 나올 때마다 그 느낌이 얼마나 다르던지...
데자뷰같은 느낌.
대사도 그렇게 장면도 그렇고 모든 느낌들이 다 데자뷰로 반복된다.
오랫만이다. 이런 느낌...
류정한이야 누구라도 인정하는 천상 배우라 두 말 할 필요조차 없지만
역시나 두 시간여 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완벽하게 붙잡고 절대 놓치 않더라.
(그의 엄청난 몰입은 항상 관객의 완벽한 몰입으로 이어진다. 지치지도 않고, 매번...)
특히나 후반부에 류정한 Tomas가 흘리던 눈물은,
Tomas의 회한 그대로가 고스란히 전달되더라.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또 다시 '이 괴물...' 이라고 한 번 더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창용의 딕션과 감정 연기도 정말 훌륭했다.
무대 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최선을 다하던 너무 아름답던 모습.
Alvin의 표정과 말투, 동작들은 또 얼마 적절하던지...
자신의 장면이 아닐 때조차도 극의 흐름을 위해 내내 몰입하던 모습까지도 진심으로 아름다웠다.
이 두 사람의 시너지가 내겐 확실히 "나비효과"였다.
그 감정의 파장은 정말이지 참 깊고 그리고 크다.



2009년 미국에서 공연됐을 때는 무대 배경이 거의 하얀색이라
오히려 현실이라기보다는 천국(?)의 느낌처럼 느껴졌었다.
마치 Alvin이 Tomas를 불러내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랄까?
어떻게 보면 약간 몽환적이기도 했다.
그런데 신춘수 연출의 무대는 오래된 옛 서점을 그대로 무대 위에 옮겨놨다.
그래, 정말 기억을 한 권 한 권 꺼내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책방.
<새 책과 헌 책>이라는 서점 이름에 아주 딱 어울렸던 무대.
이번엔 마치 현실의 Tomas가 죽은 Alvin을 직접 불러내 이야기를 하는 느낌이다.
그래서 이야기에 더 쉽게 동화될 수 있었던 무대.
그리고 두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형식으로 계속 들려주던 음악까지.
피아노 반주와 책방의 문이 열릴 때마다, 그리고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 울리던 종소리는
두 사람의 이야기 틈틈히 어떤 경계를 다시 열어주는 것 같았다.
그 사이를 물이 흐르듯 잔잔하고 절묘하게 채워가던 피아노 선율.



너무나 아름답던 뮤지컬 넘버들.
단 두 사람이 부르는 노래인데도 너무 풍성하고 그리고 가득찼던 충만감.
동화를 들려주기도, 추억을 들려주기도, 그리고 현실을 들려주기도 하는 노래들.
특히나 Tomas가 대학 입학을 위해 처음으로 쓴 소설을 Alvin에게 들려주던 장면에서의
"The Butterfly"는 정말 아름다웠다.
(이 소설이 합격되면 Tomas는 고향을 떠나게 되고 Alvin은 혼자 남게 된다.)
소설을 듣고 한참을 멍하니 있던 Alvin.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던 표정과 함께 짧게 남긴 가슴 찡했던 한 미디.
"(대학에) 보네..."
나를 매번 울컥하게 만들었던 몇 번의 Saying Goodbay.
언제나 Tamas를 향해 넌 뛰어나고 훌륭하다고 말해줬던 Alvin.
Tomas가 쓴 모든 글의 영감은,
그래, 확실히 Alvin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두 사람이 친구였기에 이 모든 이야기들이 전부 가능했던건지도...
"네 머릿속의 이야기만 몇 천 개야. 그 중 하나만 골라잡아~~"
Alvin의 이 한마디가 있었기에..
그래, 그랬기에...

<musical number>

01. Write What You Know - Tomas Weaver
02. Mrs. Remington - Alvin Kelby
03. The Greatest Gift - Tomas Weaver & Alvin Kelby
04. 1876 - Tomas Weaver
05. Normal - Tomas Weaver
06. People Carry Me - Alvin Kelby
07. The Butterfly - Tomas Weaver
08. Saying Goodbay (Part 1) - Tomas Weaver & Alvin Kelby
09. Here's Where It Begins - Tomas Weaver & Alvin Kelby
10. Saying Goodbay (Part 2) - Tomas Weaver & Alvin Kelby
11. Independence Day - Alvin Kelby
12. Saying Goodbay (Part 3) - Tomas Weaver & Alvin Kelby
13. I LIke It Here - Tomas Weaver
14. You're Amazing, Tom - Alvin Kelby
15. Nothing There / Saying Goodbay (Part 4) - Tomas Weaver & Alvin Kelby
16. I Didn't See Alvin - Tomas Weaver
17. This Is It - Tomas Weaver & Alvin Kelby
18. Angels In The Snow - Tomas Weaver & Alvin Kelby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마지막 장면.
책처럼 꽂혀있던 두 사람의 추억이 한 장 한 장 날리고 하늘에서도 눈이 날리고...
Tomas가 쓴 Alvin의 송덕문이 이제야 진짜 시작되려는 하는 바로 그 장면.
어쩌면... 어쩌면...
Alvin은 영원히 Tomas의 클라렌스가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두 사람의 <멋진 인생>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는지도...
종이 울릴때마다 천사의 날개가 돋는다.
눈 속의 쌍둥이 천사의 날개가...
그리고 그 날개짓으로 모든 것이 변할 수도 있다.
어쩌면... 아니 거의 확실히... 

오랫만에.
가슴과 머리가 꽉 차는 따뜻하고 좋은 공연을 만났다.
이 기억은 내게도 가슴 한 켠에 꽂힌 소중한 책처럼
아주 오래오래 담길 것 같다.



류정한 Tomas - 환상적인 딕션과 노래로 항상 최고의 무대를 만드는 최고의 배우


 

<Mrs. Remington> - Tomas와 Alvin의 만남 (동화처럼 아름답고 귀여운 노래)


 
      <The Butterfly> - Tomas의 첫소설 (꼭 두 사람의 관계 같던 노래)
Posted by Book끄-Book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