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0.01.07 <누구의 연인도 되지 마라 > - 김현진
  2. 2009.07.23 <대한민국 개조론> - 유시민
  3. 2009.06.14 설공찬전
읽고 끄적 끄적...2010. 1. 7. 06:21
처음엔 그렇고 그런 우스개같은 이야기일거라 생각했다.
책 표지가 풍기는 느낌부터 왠지 달갑지 않았던 책.
그런데 이 책.
참 독하게도 읽으면 읽을 수록 사람을 빠져들게 만든다.
재미 이상의 것이 그 안에 날카롭게 서있고
세상을 향한 유쾌하다 못해 오도독 오도독 씹히는 독설이 있다.
이 땅에서 평생 비정규직일 수밖에 없는 씩씩한 작가 김현진은
현재 버려진 유기견을 4마리나 키우고 있고
책의 저자 인세 10%도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조분회투쟁기급으로 사용되고 있다.
헤드라인 제목만 보고
한나절 신나게 씹을 수 있는 오징어 뒷다리쯤으로 생각하지는 말자.



"이 시국에 연애는 무슨 연애나" 싶었단다.
그러나 마침내 "이 시국이니까 연애지" 라고 결론을 내렸단다. 
"그도 그럴 것이 이놈의 시국은 연애까지도 이 편 가르고 저 편 갈라 줄 세워놓는다"
지독히 그리고 전적으로 동감한다.

...... 지금 이 시기, 이때밖에 쓸 수 없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다들 A급 연애만 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상에서 여기 구질구질한 B급 연애만 하는 여자들도 있다고, 그러니까 울지 말자고, 나를 비롯한 B급 연애 동지들에게 말하고 싶었다. 세상일에 관심 없는 골빈 숙물 여자로 속 편하게 살아가는 게 오랜 꿈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일 년여의 세월은 골빈 속물까지는 어찌어찌 넘어가줄지언정 세상일에 관심 없는 일은 절대로 허락해주지 않았다 ...... 

뭐지?
당돌함을 지나 당당하기까지한
선명하고도 묘한 이 통쾌함은?



이태원걸, 토이남, 유부남을 사귀는 아기씨들, 레즈비언 부치, 영계 킬러, 헤픈 여자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터뷰 같기도 하고 사적인 대화같기도 한 모든 이야기들은
적나라하고 솔직하다.
애인이면서 첩년같은 기분이 드는 연애라...
어쩌면 세상 모든 연애들의 사실은 전부 첩년같은 연애일지도 모르겠다.
손태영의 연애에 대한 부분은 혹시라도 당사자가 볼까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뭐 어떠리...
주영훈으로 시작해서 권상우로 게임을 끝낸 손태영의 탁월한 선택 능력에 딴지를 거는 게 아니라
원래 헤픈 여자가 다르다고 결론내림으로써 스스로를 위로하는 다수의 찌질함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니...

..... 손태영과 권상우의 결합에 어떤 이들이 천인공노하는 이유가 팜파탈, 혹은 헤픈 여자는 절대로 행복해져서는 안 된다는 이유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으로 팜파탈, 혹은 걸레에게 주어져야 하는 마땅한 결말이자 처벌은 바로 파멸이다.
그러나 손태영은 이 모든 공식을 완벽하게 배반하고, 차근차근 공식을 밟아가 최고의 남자를 차지함으로써 공분을 산다. 만약 그녀가 권상우와 첫 번째 연애를 시작해 주영훈과 결혼했더라면 사람들은 이렇게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체계적인 업 그레이드를 보는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질투와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손태영은 이것을 해냈다. 연예인치고는 그리 뛰어나지 않은 미모, 아주 어리지도 않는 나이, 남다를 것 없는 인기, 특별할 것 없는 연기력, 그럼에도 결정적으로 그녀는 권상우를 잡아냈다. "예쁘고 매력적이어서 그런가 보네"하고 인정하기보다는 "원래 헤픈 여자는 달라" 하고 말하는 것이 몇 배 간편하다. 그러나 물론 이것을 인정하는 것보다는 손태영이 헤프다고 말하는 것이 훨씬 간편하다. 그러나 그러나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


신년 기사에 20대의 "스펙"은 돈이라는 기사가 났었다.
제품 설명서라는 본래 뜻은 어디가고 눈에 띄는 경력을 쌓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 단어 "스펙"
해외 자원봉사마저도 취업을 위한 스펙의 일종이란다.
이제 능숙한 외국에 따위는 스펙의 축에도 낄 수 없기에...

...... 장사라도 하듯 내 "스펙"으로 건질 수 있는 최상의 남자를 잡아서 인생을 재테크하라는 메시지가 대세를 이루는 지금의 대한민국에서, 누군가가 "삽질"에 병신 노릇을 여전히 하고 있다는 것이, 똑같이 한심한 연애를 하거나 마음이 산산이 부서질 만큼 상처를 입은 아가씨에게 한치의 위안이라도 될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후안무치하겠다......

그녀의 말이 어쩐지 지나가는 말로만은 도저히 들리지 않는다.
정말 A급 연애를 통한 신분상승이 대단한 스펙이 되어버린 세상.
늘 우리가 물리도록 보고 있는 현실이기에...
Posted by Book끄-Book끄
읽고 끄적 끄적...2009. 7. 23. 13:17
요즘 내가 열심히 읽고 있는 사람
유시민.
뒤늦게 그의 책들을 읽기 시작하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시
가장 서럽게 울던 노란 넥타이의 그를 기억한다.
그의 글들은 무섭다.
진실이기에... 그리고
그 진실을 너무 모른 척 하며 살아왔기에...



정치를 욕하고 사회를 비판할 때,
우리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언론에 휘둘려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는지.
진실이 아님을 알면서도
알고 있다고 자부하며 욕설을 품었는지...



바르게 알지 못하면서 말하는
그 입들로 인해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는 걸
새삼 뼈 아프게 느끼게 된다.



물론 한 사람의 의견이 모두 옳을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지만
적어도 관심을 가지고
바르게 알기 위해 노력하려는 최소한의 의무조차
완전히 잊어버리고 살았던건 아닌지....



유시민.
이 사람은 이 책을 25일만에 썼다고 한다.
직접 읽어보면 그 사실이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다.
거침없는 독설의 대가로
자칭 사회주의자 진중권
유하지만 꼭꼭 집어내는 명확한 글로
마치 다독이듯 깨우쳐주는 유시민
그 둘의 글을 읽고 있으면
바라게 된다.
지적인 해박함, 이유있는 고집
그리고
엄청난 필력(筆力)까지...

그들의 글빨을
나는 진심으로 깊게깊게 존경한다.

유시민.
나는 지금 이 사람을 통해
나는 대한민국을 다시 앍기 시작했다.
첫걸음마가 아프다.
Posted by Book끄-Book끄
보고 끄적 끄적...2009. 6. 14. 23:11

 

오랫만에 대학로에 나가 연극 한편 봤다.
내가 좋아하는 연출가 이해제의 작품 <설공찬전>
고전소설 <설공찬전>을 각색한 연극,
고소설은 귀신이 강림해서 저승에 머물면서 들은 이야기로 현실을 비판한다는 내용이란다.
지금 연극에선,
사촌 아우의 몸을 빌려 이승으로 돌아온 설공찬이
아비에게 못다한 효를 행하기 위해 권력을 얻으려 하는 내용이다.
재미있다. 충격적이고 실랄하다.
지금 정치하는 사람들을 모아 놓고 꼭 보게 만들고 싶은 연극,
솔직히 정치하는 사람들이 모두 진짜 빙의된 자들은 아닐까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그건 확실히 아닌 것 같다.
그려려면 최소한 해학이나 풍자가 있어야 하는데 이건 순전 막가파들의 투전판 같으니....



아비보다 먼저 저승으로 떠난 아들 설공찬은
효를 행하기 위해 20일의 기한을 받아 사촌동생의 몸을 빌어 이승으로 돌아온다.
관직에 오르기 위한 숙부와의 거래.
그러나 현실의 부정함과 아비의 간절함을 깨닫고 부패한 사람들의 몸 속을 넘나들며
거침없는 비판과 독설로 투전판같은 세상을 휘젖는다.
오늘날의 위정자들께서도 아셨으면 좋겠다.
그렇게 더 가지려고 아둥바둥하지 마시라고.....
그런 빙의된 모습으로 살다가는
언젠가 영매에게 쫒겨 쥐고 있던 모든 건 훌훌 놓고 돌아가게 될지도 모른다고...
손 안의 것 전부 가지고 가지 못한다면,
당신네들은 그 손을 여기 두고 가실텐가????
아무리 가지려고 쥐고 또 쥐어도
당신 손이 거머쥔 것이라고는 "귀신놀음",
그 뿐이라는 걸 저기 저 사람들이 모두 알았으면 좋겠네.

"가진 손보다 빈 손이 더 무겁구나..."
무섭고 두려운 말이 아닌가 !
투전판 위의 당신들에겐 !
Posted by Book끄-Book끄